오늘,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에 부천에 손주뻘(고종사촌형 손주)되는 아이의 결혼식에 참석했습니다.
사실, 이 정도 관계이면 참석 안해도 될 형편, 그러나 중학교 유학시절 유난히 정이 많고 살갑게
대해 주시던 형수님 뵙고 싶어 갔는데 보이시질 않습니다.
물으니 인근의 요양원이 계신다고 하며, 치매와 당뇨로 거동이 불편하여 모셨다고...
언제 또 뵐지 모르고 어쩌면 생전 마지막이 될지 모를 형수님을 뵙고 싶다고 하니
조카님이 안내합니다.
6층에 위치한 요양원 병실을 지나가는데, 휴게실엔 헝클어진 백발, 얼굴의 깊은 주름살,
곳곳에 돋아난 검버섯의 피부, 촛점잃은 흐릿한 눈동자로 우리를 동시에 쳐다보고 계십니다.
안내 간호원을 따라 맨 끝에 있는 병실같은 곳으로 갔더니
몸에 주사기를 꽂고 창백한 얼굴에 피골이 상접한 모습으로 누워 계십니다.
저를 몰라봅니다.
장조카님이 큰 소리로 "어머이,~ 현이 삼촌!!" 하니 그 때사 눈을 크게 뜨시고 숫스레
나의 손을 잡아 주시며, 스러져가는 희미한 추억속의 나를 불러내시고자 애를 쓰십니다.
천천히 또박또박 나의 유년시절 일들을 잘도 들추어 내시며 어려웠던 그 시절
깊은 회한의 눈물도 흘리십니다.
나는 가급적이면 웃음을 드릴 수 있는 재미있던 우스개 이야기로 분위기 반전시켜 드렸지요.
중간중간 아이처럼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이 청명한 가을밤 보름달처럼 너무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아쉬운 이별을 고하며 또 오겠노라고 하니 어쩌면 마지막 이별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덥석 힘주어 잡고 고갤 떨구며 놓칠 않습니다.
***
지하철을 타고 오면서 언젠가 나도 저 분들처럼 그렇게 되질 않을까...
눈 감은 채 상념에 잠깁니다.
99까지는 아니더라도 88까지는 팔팔하게 살다가 미련없이 3일만에 천상날개를 펴고 싶은데...
80세까지 침선낚시 또는 갈치낚시하고 85세까지는 힘이 덜 드는 인천권 내만배 타면서 말입니다..^^
헝클어진 백발, 깊은 주름살, 검버섯들, 촛점없는 눈동자 그리고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할머니...
모진 세월이 그분들 모습에 새겨놓은 흔적들로 시들시들 말라 죽어가는 추상의 고목과 같아 보이고..
괜히 갔다 싶을 정도로 마음이 애잔해며 미리부터 다가 올 나의 미래에 대해 걱정과 고민이 깊어집니다.
***
요양원이니, 요양병원이니 하는 것이 도심에나 한적한 산골에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게 된 것은 최근의 현상입니다.
옛날에는 이러한 중풍,치매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어른들을 가정에서 가족들에 의해서 돌봄을 받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른 오늘날의 핵가족 시대에 가정에서 가족이 한 노인들을 돌보기가 어렵고,
그런 곳으로 모시는 추세이니 본인의 의지보다도 가족들 편리상 맡아서 돌보는
이런 집단시설에 맞겨 버리는 것이지요.
돈이 좀 있는 집안은 그래도 좋은 산골에 위치한 요양원 독실에 간호원 딸린 시설에서
요양한다면 그래도 좋겠지요.
그러나 형편이 좋지 않으면 병원이나 다름없는 이런 좁은 4인실 인생 정거장에서
언제올지 모르는 종착행 버스를 마냥 기다린다는 것은 여기보다 차라리 하늘도 볼 수 있는
감옥소가 나을 뻔... 이런 쓸데없는 생각도 해 봅니다.
***
人生無常(인생무상)...
사람의 일생이 덧없이 흘러가며 같은 상태에 머물러 있지 않고 언제나 변한다는 뜻이지요.
저 분들도 지금처럼 늙고 병들지 않았으며, 한때는 귀엽고 사랑스럽던 어린 시절,
꽃다운 젊음에 꿈 많은 청춘시절도 있었을 것입니다.
결혼과 함께 그 험준한 보릿고개를 넘어 가정과 가족을 위해 죽기 살기로 생활에 매진하던
우리들의 누님들이요 부모님들이셨습니다.
우리 나이를 거쳐 마침내 병들고 쇠약하여 더 이상 자력으로 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러 외로이 죽을 날만 기다리는...
그 누구도 이런 원칙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으니 참으로 인생이 덧없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우울한 토요일, 전철에 내려 우산을 접고 가랑비를 맞으며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
그나마 누군가 울굿불굿 양탄자를 깔아 두어 위안 삼으며 고이 밟고 왔습니다.
*********************************************************
주야조사 배너칸에 보면 낚시,바다,인생의 부제가 있습니다.
그 칸에 '삶 또는 인생'이란 내용으로 글을 쓰게 되면
자동적으로 여기 '알려주세요 배낚시'로 자동 링크되어 있어
이 곳에도 글이 올라오게 됩니다.
알배의 본 뜻과 상이한 관계로 혹여 오해하실 분이 계실 것 같아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자 하오니 이해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