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시원치 않아 버벅대니까
마누라 달포 전부터 강력한 데프콘Ⅱ의 '낚금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예전 같으면 그까지 껏 × 무시하고 냅다
반겨주는 해여인(海麗鱗)을 찾아 달려갔지만,약골에 흰 서리 모자를 쓰게 되고, 또 실탄도 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 총을 들고 사는
처지가 되고 보니, 이빨빠진 호랑이가 되어 바다를 호령하던 그 시절이 마냥 그립기까지 합니다.
자의던 타의든지 안 가게 되니 이상하게시리 그렇게 가고 싶은 맘도 줄어듭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죽자살자하던 애인을 이런 식으로 쉽게 잊고 사는 모양입니다.
낚시를 이런 이유로 못 가니까...
낚시, 부제로 인생, 삶 방인 '주야조사 배너칸'이 썰렁, 여기저기서 무슨 일이 있느냐고 안부 전화가 옵니다.
그래서 내용은 부합치 않지만, 인사 및 안부 차원에서 한 줄 엉뚱한 삶 이야기를 올려봅니다.
이해 바라옵니다.
* * *
집사람이 딸의 산후조리를 위해 용인 광교로 간지 이틀째네요.
라디오 틀어놓고 못 먹게 하는 달달한 봉지커피도 마시면서, 배가 좀 고프다 싶으면 요즘
전국적 열풍인 매콤달콤 짬뽕라면 또는 부대찌개라면도 끓이면서 냉동시켜 둔 홍합, 새우
그리고 햄과 계란과 치즈 한 조각, 오천항표 냉동 주꾸미, 마지막으로 대파 송송 썰어 넣고
후후 불며 먹는 이 기막힌 궁합라면...
꼬들꼬들 면발에 얼큰하면서도 홍합과 새우가 뿜어내는 깊고 풍부한 국물 맛은, 유명한
맛 기행의 칼럼니스트 황 아무개도 이 맛을 보면 놀라 뒤로 넘어질 것이라 봅니다.
가끔 외갓집에 오는 손주들은 할아버지가 끓인 이 라면을 두고 '환상의 라면'이라고 부르지요..^^
통제와 잔소리가 사라진 한시적 싱글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습니다...ㅎㅎㅎ
커피를 좀 많이 마신 탓인지... 어젯밤엔 3시까지 잠이 오질 않습니다.
라디오 속으로 흐르는 국악방송국의 '한밤의 누리음악'은 늦은 밤, 관련된 명사를 초청하여
감동적인음악혼과 삶의 여정에 관련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사이사이에 전통 국악
퓨전음악을 내 보냅니다.
잔잔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입담과 감성을 주는 교양프로그램이죠.
밤 깊도록 듣고 있으니 아주 오래된 흑백사진과 같은 옛날 생각이 납니다.
70년대 초, 통행금지가 있을 때 이야기죠.
밤 10시가 되면, MBC FM라디오 진행자 故이종환 씨가 진행하는 '별이 빛나는 밤에'
동아방송의 최동욱 씨 그다음 바통을 이어받은 이장희 씨의 '영시의 다이얼' 그리고 동양방송의
피세영 씬가?..의 '밤을 잊은 그대에게'는 그 시절의 잠 못 이루는 밤엔 외로움 내지는
적막감을, 전파를 통해 나누는 공감대를 통해 말끔히 지우면서 이성에 대한 막역한 그리움, 또
또 시골에서 막 올라 온 나에게는 미래에 대한 꿈을 꾸게 하는 행복한 밤들이었지요.
마약과도 같은 중독성, 귀에 익은 감미로운 시그널 음악이 깔리면서 구수하면서 부드러운,
편안한 나레이션으로 밤을 사로잡던 이종환 님은 작고하셨지만
제가 제일 좋아하던 DJ 이셨습니다.
내가 보낸 관제엽서에 신청곡과 사연을 보내고 혹시나.. 하면서 콩닥콩닥 이불속에서
가슴 졸이며 설렘으로 기다리다가 마침내 엽서가 읽혀지던 날,
기쁘다 못해 눈물까지 난 기억들이 선연합니다.
그런 밤들은 마치 바이올린 선율을 타고 붕 떠서 머~언 꿈 여행을 하는 기분이랄까...
어젯밤은 그 시절 그 설렘보단 못하지만, 조금은 흥분을 느끼는 그런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혼자서 이렇게 하얀 밤으로 잠 못 이루는 적막하고 고요한 밤...
핸드폰으로 시그널 뮤직인 발라드곡 머시 체리(Merci cherie)의 음원을 찾아내어 듣습니다.
in the year 2525도 들어 보지만, 여전히 가슴 뛰게 하는 뮤직은 별이 빛나는 밤의
'머시 체리'(고마워요 내사랑)곡입니다.
엽서 속에 애타는 사연과 연필로 그려 보냈던 나의 첫사랑 정희....가
어느 하늘 밑에 살고 있는 줄 모르지만,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의 애니처럼
청순가련 그 모습 그대로 로맨틱하게 오늘 밤에 찾아와 내 품에 꼭 안겨줬으면....
홀로 지새우는「서울의 잠 못 이루는 밤」에...
눈내리는 겨울동안 시원잖은 허리를 빨리 회복시켜 놓으셔야서
햇살 맑은 날 선상에서 뵐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새해에는 건강하시길... 더욱 행복하시길... 자주 뵐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