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적설부(赤雪膚) 여인(麗鱗)'들이 살고 있는
저 너머 수평선을 향해 가다.
올라 오는 열기들의 씨알이 이해하기 어렵게 하나같이 왕열기 들입니다.
이 포인트는 열기들의 경로당인 듯, 비교적 작은 포인트임에도 불구하고 개체수도 많지만
물고 올라오는 씨알도 하나같이 준수하니 말입니다.
비단 봄비가 내리고 바람이 부는 해상이지만, 이런 춘풍을 맞는 기분은 상쾌합니다.
생기 넘치는 춘기(春氣)속에 바다, 하얀 목련꽃에서 느끼던 설레임보다 더한 매력에 빠질 수 있는
우리들의 불로초같은 곳입니다.
그동안 10단채비를 사용하다가 어제 왕열기로 대박난 포인트에 진입 전에 처음으로 사용해 본 15단 채비에
14마리가 줄줄이 물려 있습니다. ( 1마리 바다에 추락?..ㅋㅋ)
걸려 든 이 왕열기들의 무게로 인해 하마터면 달창난 내 낚싯대가 부러질 뻔 했지요.
전동릴을 바보로 만들고, 예전 사용했던 수동릴처럼 손으로 감으면서 느꼈던 진한 손맛,
처음으로 맛 본 15단 왕열기 올킬의 전율 손맛,
바람도 심하게 불었지만 내리는 빗속 진한 감동의 열기낚시는 고생임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의 한 순간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두어번 담글질 하는데 어떻게 알고 왔는지 2대의 배가 이 작은 포인트 진입을 시도합니다.
한참 서로간의 포인트 쟁탈을 하다가 내가 탄 배는 다른 포인트로 이동했습니다.
뮤지컬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Singin' in the Rain)에서 사랑이 빠진 진 켈리의 멋진
춤동작, 노래, 퍼포먼스를 바다 위에서 우산 대신 낚싯대 들고 실컷 흉내내 보았습니다.
***
'겨울바다에 피는 꽃' 또는 '주렁주렁 열리는 겨울바다의 곶감'이라 불리우는 사뭇 詩적인 열기낚시...
조과는 물때에 따라 좌우된다는 건 누구에게나 다 알려진 사실일 겁니다.
사리 때 보다 조금 때 전 후, 특히 조금~3물까지는 조류가 완만하여 선체의 포인트 진입이 용이하며,
특히 맑은 청물이라 대상어들의 시야 확보가 잘 되어 있는 까닭에 미끼의 유혹을 더 잘 받을 수 있겠지요.
아울러 탁물, 급류등의 사리 때 일어나는 난제로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다양한 공격 포인트까지도
쉽게 선장 마음대로 접근 할 수 있으니, 조과 역시 이에 맞물림으로 좋게 나올 수 있는 기회라고 보여집니다.
가장 입질이 활발하고 씨알면에서 유별난 완도권 요즘 열기낚시의 경우,
봉돌을 바닥에 찍고 한바퀴 정도 감아 들고 있으라면서 굴곡이 심한 바닥을 더듬어 가며 입질을 유도 하라고 합니다.
2~3년전만 해도 군집(群集)의 포인트 진입 때, 1~2m 이상 들고 가라는 선장의 안내 멘트와 지금의 멘트와
상반되게 다른 이유는, 개체수가 현격하게 줄어 바닥층에 숨어 있는 1~2마리 낱마리라고 입질을 받아 내자는
이유일 것입니다.
또 특히 육식성 어류의 공격본능 행태는 대체적으로 조심스럽고, 경계심이 많은 까닭에 주위 여건에 따라
입질 여부를 결정짓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해서 겁없는 용맹스런 열기 1~2마리가 먼저 줄을 타게 되면
주위의 집군(集群)들은 이물감을 느껴 몸부림의 바늘털이를 하는 것을 정상적인 취이 활동으로 착각,
경계심을 풀고 경쟁적 먹이 쟁탈전에 뛰어 들어 채비 윗단까지 접근, 줄을 태우게 되는 것이라 봅니다.
이 때의 입질 행태를 보면 투~둑!, 두~두~두둑 하며 끌고 들어가는 저돌적 느낌의 묵직한 손맛과 함께
평온하던 심장이 순간, 힘 좋은 달리는 증기 열차처럼 박동수가 빨리지며 내 뿜게 되는 뜨거운 콧바람....
이어지는 초릿대의 'ㄱ'자 휨새 부하(負荷)를 보고 있노라면
한마디로 표현해서 '공포의 짜릿한 황홀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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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금요일(6물), 자칭 해조인(海釣人)이라면 물때 달력보고 바다를 쳐다도 안본다는 영등철이자 사리물때 입니다.
점심을 먹고 있는데, 낚시로 만난 친구, 아무개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야! 주야~~ 11시 반에 쿨러 채웠대... 그것도 왕열기로...속보가 떳대?.. *!#$%#@ "
눈이 번뜩입니다. 설마.. 지금이 어느 철이며 몇물인데...
알아보며 사실임을 알고 널널한 선사 예약란에 예약, 혼자 떠나기는 좀 뭐하여 여기저기 함께 갈 편안한 분들 연락해 봅니다.
모두 개인일이 있어 토요일 시간을 낼 수 없다고 합니다.
완도까지는 너무 먼 길이라 쉽게 혼자 운전해 갈 엄두가 나질 않은 곳이지요.
토요일 주말인데도 그 많던 완도행 낚시 버스는 영등철, 사리물때, 오후부터 바람과 비 등으로 인해 적정 모집인원 구성이
용이치 않아 포기한 것으로 선사와의 통화에서도 애로를 느낍니다.
포기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내일 저녁에 꽃비가 내리는 남산길을 집사람과 함께 산책하자고 꼬셔 놓았습니다...^^
6시경, 느닷없이 모르는 전화번호가 뜹니다.
받을까 말까 망설이다 받았더니.. 대뜸 "행~님! 내일 예약되어 있던데, 가실꺼당가요?" 쾌남아 호쾌한 '발해'님입니다.
버스가 없어 포기했다고 했더니 자기 차로 함께 가자고 합니다.
이미 십수년간을 집사람에게 낚시로 인해 남편 점수 10점 이상을 받아보질 못한 바닥권 인생...
유독 심한 수렵인자(狩獵因子)의 본능은 나도 내 마음대로 제어가 되질 않는 중병.
집사람과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시키고 주섬주섬 준비하여,
나를 이중으로 가두고 있는 집과 서울 탈출에 성공합니다.
차가 막혀 2시간 정도 걸려 비봉에서 겨우 10시에 만나 조우, 밤새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천천히 중간 휴게실 쉼 없이 2시 30분에 적막한 완도읍내에 도착했습니다.
완연한 봄이라지만 남도인 이 곳도 그 바람 속에는 아직 심술의 겨울이 숨어 있습니다.
소스리바람에 옷깃을 추스리며 아끼 보아 둔 문을 연 뼈해장국집에 들어가 뜨끈한 국물에 소주 한잔 나누다 보니
끄느름한 밤하늘, 밝은 달은 없지만 식당 조명에 비친 우리의 얼굴은 긴장도 풀리고 알딸딸 알콜약에
분명 달보다 더 아름다운 명정월색으로 보여집니다...ㅎㅎ
분명 예약란에 금요일 오후 2시경에 예약자가 나를 포함, 3사람이었는데,
낚시가게에 와서 보니 정원 20명이 다 차 버렸네요.
이렇게 되면 강한 조류와 바람으로 인하여 옆사람과 채비걸림이 좀 심하겠지요..
이에 대비, 넉넉하게 봉돌과 채비를 사고 미지의 세계, 꿈의 '적설부(赤雪膚)'가 살고 있는
저 너머 수평선을 향해 달립니다.
***
오전에 부지런히 적설부들이 모여 살고 있을 만한 성곽들을 공략하지만 비어있는 성에 허탈만 더 해 갑니다.
오전 조황은 전반적으로 5마리 전후의 빈작이지만 씨알은 정말 좋습니다.
아직 꿈을 버리기엔 선장의 여유있는 표정으로 보아 좀 이른 시기라고 하는 판단이 섭니다.
발해님이 금방잡은 홉뜬 눈, 해반들한 열기 3마리를 이동 도중에 회를 뜨고 이웃들과 함께
막걸리에 인사를 교환합니다.
예술같은 맛에 저는 먹걸리 한병을 통채로 나발 불었습니다...^^
점심을 먹고나니 비가 오면서 바람이 좀 불기 시작, 파고도 높아집니다.
어부지리의 일본 해상날씨가 예보대로 정확히 맞춥니다.
배는 여기저기 포인트 공략을 하다가 어제의 황금포인트로 이동을 결정하는 것 같습니다.
이 때의 시간이 오후 2시30분경, 소위 물돌이 시간대이지요...
손님들을 안전하게 선실이 몰아넣고 넘치는 파도속을 뚫고 쾌속으로 옹골차게 달립니다.
숨을 몰아쉰 배는 뿌~웅!~~ 방귀 한방 신호로 난공불락의 요새를 일제히 공략합니다.
이들이 저항하며 도움을 청한 호풍환우(呼風喚雨)는 우리에겐 무용지물...
선두부터 맹렬한 공격으로 전의를 상실, 줄줄이 포승되어 오는 이 등치 큰 적설부 여인(麗鱗)들을 보고 모두 탄성입니다.
이어 뒷쪽까지 연결되면서 내 낚싯대는 완전 'ㄱ'자로 변해 갑니다.
그도 그럴것이, 평소 10단 채비를 즐겼으나, 어제 이 성(城)에 대한 정보를 이미 입수하여 온 고로 15단을 사용한 이유입니다.
묵직함이 계속되면서 느껴지는 이 적설부 여인들의 격렬한 요분질에 나는 물론이고 모두가 혼비백산입니다.
전동릴의 능력은 그 무게감으로 이미 상실되고, 수동으로도 삐걱대는 전동릴을 달래며 끙끙 돌려봅니다.
15단에 다 물고 늘어지는 이 절세가인(絶世佳鱗)들을 뱃전에 눞여놓고 즐기는 노부(老夫)의 로맨스...
파닥이는 여인들에게 손에 찔려 피가 나지만...
" 가시는 예쁜 고기에만 있으니 괜찮다.. 너희들은 걱정 말아라!~~^^ "
높은 파고와 세찬비에도 불구하고 모두 이 뜨거운 열애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선회하며 포인트에 대는 순간도 대부분이 왕열기로 줄을 탑니다.
3번에 걸친 줄타기로 쿨러를 반 이상 채우니 조금만 더하면 완쿨할 수 있겠구나.. 하는 욕심이 생깁니다.
어떻게 알고 왔는지 두 척의 배가 찾아 와, 이 작은 포인트에서 선점 쟁탈하기 시작합니다.
선장은 배를 빼며 다른 포인트로 이동, 그러나 비가 더 많이 내려 마침내 다른 포인트 진입 대신
귀항을 결정합니다.
***
오래전에 어렴풋이 기억되던 뮤지컬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Singin' in the Rain)에서
진 켈리의 멋진 춤 동작, 노래, 퍼포먼스를, 어울리지 않지만 바다위에서 흉내내며
주인공이 되어, 잊지 못할 영원히 각인 될 달콤한 사랑을 즐기고 왔습니다.
그 먼길 왕복으로 몸수고 해 주신 발해님, 정말 감사합니다..
오랫만에 쓰는 글이라 좀 서툴고 머쓱합니다.
예쁘게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15.4,19일 일요일에...
주야조사..
저랑 줄 딱 한번 엉킨인연이시잖아요 ㅋ
멋진조행기 잘감상했습니다.아쉬움이남는 하루였습니다~
휴일 편하게 보내시고 즐 한주 되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