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럭대세에서 루어쪽으로 생활낚시 패턴이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고집스럽게 우럭낚시만 줄기차게 다니다가 몇년전부터 주꾸미와 갑오징어
그리고 갈치낚시를 다녔습니다.
가장 자신있는 우럭낚시는 자원고갈로 많은 매니아들이 등지는 바람에
함께 가자던 사람들이 줄어들어 버렸고, 이젠 나이탓에 혼자 떠나기도 쉽지 않습니다.
주위에서 자꾸 가까운 인천권에 광어루어낚시가 성행하고 있으니 이참에 입문을 권유합니다.
그리고 조황도 그런대로 유지되고 있음을 어부지리란에서 자주 보게됩니다.
배워보고 싶어서 루어낚시계의 지존인 블루님께 전화했습니다.
" 루어낚시 완전 조맹(釣盲)인데 언제 가거든 나 데리고 가서 좀 알켜줘여~~ "
" 잘되었네요, 이번 주 토요일에 인천 남항으로 가는데 같이 가실 수 있어요? "
언제나 한결같은 블루(유지영)님의 차분한 말투입니다.
" 좋아! 꼭 갈게요. 한수 부탁드리며. 내 이 장르 첫 머리 올리는건데..ㅎㅎ "
" 여자 머리 올리는것은 공짜지만 주야조사님 머리 올리는 건 비싼데요"
이렇게 해서 날짜를 잡았습니다.
그 어느때보다 무척 이날이 기다려지며 설레입니다.
어부지리에 첫경험의 예고글을 올리니 여기저기서 문자나 쪽지가 옵니다.
내 차에 두분을 모시고 가기로 했습니다.
동네분인 왕우럭님 그리고 응암역 부근에 사시는 평화방송에 근무하시는 정유찬님하고요.
정말 오랫만에 달려보는 경인고속도로입니다.
옛날, 한때는 미쳐서 일주일에 두번씩 뻔질나게 달리던 그 길입니다.
남항은 2년만에 찾아온 것 같습니다.
백마호의 선장님 그리고 여사장님이 반겨주십니다.
먼저와서 기다리던 사부님으로 모실 블루님도 상옹하며 기쁨을 나눕니다.
제가 동섬서홀(東閃西忽) 번개맨님이라고 했던 존경하는 멋장이 감성킬러님이 마침
연안부두로 오고 있다고 해서 정말 얼굴 보고싶어 잠깐 들리라고 하니 금방옵니다.
정말 반가웠습니다.
늘 상록수처럼 변함없이 세상을 파랗게 보면서 열정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이 두름손 아우님에게서 나는 많은 것을 배웁니다.
* * * * *
배는 3시반 정도에 출항하는 것 같습니다.
남항의 정박한 많은 배들의 떠나기전 후미에서는 삼삼오오 둘러앉아 새벽의 라면파티로
정겨운 이야기 꽃을 파우는 것 같습니다.
블루님이 빨리와서 선두에 5자리를 잡아놨습니다.
친구인 광어잡이(김선배)님도 합류하겠다고 해서 만났습니다.
새벽하늘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구름옷 사이로 별들이 하염없이 하얀 별빛을 쏟아내고 있고,
바다의 바람은 잠자는 젖먹이 아이의 숨결처럼 고요합니다.
적당한 구름에 바람도 고요하니 사사에 몰두하기 너무 좋습니다.
늦게 도착한 블루님 지인인 남산곰님일행도 마침 자리가 비어있는 선두 옆쪽으로 옮겨왔습니다.
블루님의 다운샷 사사는 시작되었으며 일행들도 열심히 경청합니다.
인천대교의 휘황함에 잠시 쉬는 시간을 갖습니다.
송도의 밤, 저 멀리 선재대교와 영흥대교의 불빛, 오른쪽의 영종도 오렌지빛 조명,
멀리 정박지 배들의 은은한 불빛과 함께 깜박이는 싸이키 조명- 팔미도등대 하얀 불빛,
하늘은 볓빛사이로 자나가는 비행기의 파란 불빛까지..
온 바다가 오색영롱한 빛의 잔치로 8월의 크리스머스를 연출합니다.
사방의 바다에 온통 금가루를 뿌려 놓은 듯 채색된 심야의 바다는 너무 아름답습니다.
마치 밤도시 홍콩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인쇄된 그림엽서 같은 그 안 선상카페에 우리들이 있습니다.
황홀함에 묘한 감흥을 불러 있으킵니다.
아직도 냉기가 그대로 있는 시원한 맥주를 꺼내어 한잔씩 나누며 파이팅을 외쳐봅니다.
계속되는 풍류랑 블루님의 다운샷리그 강의가 선두(船頭)에서 계속됩니다.
그의 카리스마 넘치는 열정적인 강의는 탈속한 조선(釣仙)이 주문외는 듯 합니다.
* * * * *
가슴벅찬 해돋이가 시작됩니다.
부초처럼 떠 있는 섬들도 해무에 아침 세수를 하고 있습니다.
첫 입수는 6시정도 입니다.
수심 30m인데 바닥이 여밭인 느낌에 가끔은 암초대도 있습니다.
채비는 블루님이 다 체결해준 것인데, 웸바늘의 끝이 반드시 하늘을 향해 있어야만
한다는 당부와 함께 긴장감있게 채비를 유지시켜 약한 입질도 간파할 수 있어야 한다는
스승님 말씀을 명심합니다.
스승님은 루어대를 4개 운용하고 있습니다.
루어대마다 쇼크리더의 바늘과 봉돌 사이가 약간씩 차이가 나며 웸도 색상별 또는
모양별로 다 다릅니다.
물색 또는 시간대별로 변하는 미끼에 대한 반응과 함께 섬주위에도 미끼의 밀도차이에서
오는 편차된 미끼의 취이 습성에 기인하여 이를 적절히 공략하겠다라는 깊은 뜻이 아닌가
생각하니 역시 지존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합니다.
덜컹! 사부님이 첫수를 걸어냅니다.
나도 엉겁결에 챔질했더니 동시에 걸어낸 마수걸이는 사부님의 사이즈와 똑 같은
40cm정도의 분결같은 쌍둥이 녀석들입니다.
둔중한 느낌에 챔질.. 끌어당기는 저항의 당길힘이 보통이 아닙니다.
섬주변의 완류대와 혼수지역에서 입질이 왕성하고 아침녘의 입질이 유별스럽습니다.
블루님과 함께 온 일행까지 정말 잘 잡습니다.
망설임없이 웸을 공격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바닷속의 원리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채비세팅과 테크닉으로 광어를 꼼짝 못하게 하는 비책을 옆에서 계속 훔쳐보고 있습니다.
도둑질의 묘미를 즐기고 있습니다. ㅎㅎ
내 옆에 앉은 광어잡이(김선배)님도 첫만남을 돌려보내며 "아버지모시고 오너라"고
합니다.
두번 세번 네번.. ㅎㅎㅎ .. 8번까지 돌려보냅니다.
아이디는 앞으로 내가 바꾼다고 했습니다.
'광애잡이'라고 놀려댔습니다. 끝내 그렇게 돌려보내는 것으로 끝을 봅니다.
우리는 함께 얼마나 배꼽잡게 웃었는지 모릅니다.
참 마음밭이 고운 친구입니다.
선장님은 배를 앞으로 뒤로 광어포인트라고 하는 광활한 여밭을 번갈아 대줍니다.
배의 운조술도 뛰어나며 매우 친절합니다.
배의 포인트 앞뒤 진입 관계없이 연숙(鍊熟)의 블루님은 계속 쉬지않고 잡아올립니다.
신기(神技)에 가깝다고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칭찬합니다.
나도 쿡!~ 쑤!~욱하는 왁살스런 입질을 받아냅니다.
수면위에 올라온 제법 큰 50cm가 넘을듯한 이 녀석은 나의 어설픈 액션을 우습게 쳐다봅니다.
블루님의 뜰채를 요리조리 피하다 한번 디스코를 추더니 유유히 물밑으로 사라집니다.
아!~ 맥이 빠집니다.
블루님은 내가 잡은 광어 2마리를 보태어 10마리 넘게 몽땅 내어놓습니다.
하나같이 하얀배의 드러낸 요 녀석들은 빠삐용광어가 아닌 모두 자연산들입니다.
사부님과 일행은 계속 강렬한 유인작용으로 자판기 커피 뽑아내듯 잘도 잡아 올립니다.
나는 소강상태입니다.
자꾸 입질은 오는 듯 한데 훅킹이 안되고 웸이 둘둘 말려 올라옵니다.
사부님이 이걸보고 입질은 왔었는데 훅킹이 안되었다고 하네요.
바늘을 살펴보니 아!~ 이유가 있습니다.
바늘촉이 많이 무디어 있습니다.
참, 초보요. 모든 낚시입문 첫 지침서인 그것도 모르는 바보입니다.
즉시 새것으로 갈아줬습니다.
* * * * *
윤미선 여사장님이 직접 사무장일도 겸하시면서 식사도 담당하십니다.
소탈하고 친절한 내 누이동생 같은 여사장님이십니다.
향긋한 신선초무침과 입안이 얼얼한 정말 시원한 광어물회는 일미중에 특미입니다.
언젠가 강원도 속초에서 맛본 가자미 물회와는 비교자체가 힘들 정도입니다.
두어그릇 둘러댔더니 배가 부르며 속이 너무 시원합니다.
함초롬하게 썰어온 귀한 싱싱 광어회는 뒷전입니다.
광어잡이님이 맥주를 건넵니다.
"광애잡이님! 잘 마시겠습니다" 하하하하하 ~ 함께 또 웃었습니다.
만년 소년같은 그의 동심(童心) 표정으로
" 할말이 엄써~어!~~ 그래도 나 8마리 잡았지롱~~ㅎㅎㅎ"
* * * * *
우리나라 무인도중에 제일 크다는 섬 그리고 폭포수가 몇번의 내림을 통해
바다까지 쏟아내는 물줄기가 너무 신비스런 섬- 선갑도,
문공(文公)의 문갑을 닮았다해서 지은 문갑도,
신도 탐낸다는 아름다운 비경, 해식애에 매달린 벼랑의 노란 이름모를 꽃들까지
다도해섬들 못지않은 아름다운 굴업도의 그 비경에 취해 낚시할 맛을 잃었습니다.
* * * * *
선상 점심도 정말 정성이 깃들여져 있습니다.
7찬의 식당 반찬에 너무 간도 잘 맞는 펄펄끓는 어꾸수한 광어매운탕은 또다른 기쁨을 줍니다.
직접 지은 김이 모락모락 따근한 밥을 금세 한그릇을 비우고 남은 광어 매운탕에
또 몇숟갈 더 말아 먹습니다.
명의 타조님이 강경한 어조로 술 마시면 독약이라고 해서 독한 이슬이 술은 안마시고
음료수와 비슷한 보리술만 몇잔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 * * * *
멀리 나와서 처음 접하는 이 신비의 섬들은 나에게 손을 내밀어 자유의 춤을 추자고
이끄는 것 같기도 하니 이 꿈꾸는 듯한 감미로움에 내 삶이 풍성해집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밀리는 체력에 먼길의 낚시가 경비까지 겹쳐 솔직히 부담이 됩니다.
가까운 지척에 있는 나의 아뜨리에 바다...
이처럼 지척에 간편한 차림에 낚싯대하나 달랑메고 작은 소박한 쿨러들고
느즈막한 시간대에 배에 오르니 한결 마음이 여유로운 곳이 인천권입니다.
다행히 장비의 구입비도 저렴하고 생미끼의 불편함도 없으니 참 좋은 장르라고 생각됩니다.
집에 밤10시~새벽1시의 귀가로 인한 먼길낚시보다 7시경이면 집에 도착할 수 있고
가족이 둘러앉아 금방잡은 싱싱한 자연산 광어나 손님우럭으로 저녁을 함께 있으니
인천권이 얼마나 좋은 우리들 낚시꾼의 바다 아뜨리에인가요?
이제부터 가까운 인천권으로 도전합시다.
블루님은 결국 못 잡은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본인 쿨러를 비웁니다.
참 여러모로 존경할만한 아우님입니다.
* * * * *
허접한 조행기 보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주야조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