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해(春海)... 왕열기낚시
이번 겨울 들어 첫 열기 출조길은 모 피싱 출조점 단체팀과 동행하여 떠났습니다.
천리길 가까운 완도까지 달랑 하루만 하고 올라온다는 것이 못내 아쉬워 저는 하루를 더해
이틀 연속하고 그런대로 재미를 보며 집으로 왔습니다.
마음에 밟히는 모는 일테를 살짝 벗고, 불현듯 일어나는 춘풍을 맞으며, 지미(至美)의 섬에서
정겹고 슬거운 세연(世緣)들과 함께하는 시간들이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내게 없는, 마르지 않는 마음속 옹달샘을 가진 많은 사람들께서 퍼 주시는 생명수를
많이도 얻어 마셨습니다.
충전된 기백으로 당분간 열심히 살 수 있는 에너지를 주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씀드립니다.
'겨울바다에 피는 붉은 꽃'을 보러 '주렁주렁 열리는 바다의 곶감'을 따러 가는 사람들입니다.
현재시간 새벽 5시 임박한 시간, 아마도 이 분들은 어젯밤 9시경에 집을 나선 분들이겠지요... ^^
사람마다 각기 갖는 취미활동은 다를 것입니다.
그 많은 취미생활 중 유독 바다낚시만큼은 밤을 차에서, 새벽을 부두에서, 아침을 바다에서 맞고
낮엔 종일 출렁이는 바다에서 파도와 멀미와 싸우는 이 중노동 취미를 왜 이토록 즐기는 것일까?
그 유별난 중독성 취미 속에는 본능적 수렵인자(狩獵因子)를 가진 남성들께 신이 내린 특별하고도 무한의 즐거움인
'카타르시스'와 '오르가즘' 을 맞보기 위해서 일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정도의 크기와 마릿수 열기가 주는 합동 요분질 손맛은 과연 어느 정도였을까....
신이 난 조사님의 엉거주춤 춤은 싸이의 말춤이 아닌 신종 열기춤...^^
함께 동행한 출조점의 단체 쿨러사진,
개체수가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 얼음 깔고도 씨알 좋은 이 정도면 대박 수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미명을 열고 달려 온 우리에게 초록빛 바다는 하얀 포말과 함께 우리들의 어지럽혀진 마음들을 회복시켜
주고 있습니다. 세상을 잠시 잊으며 손끝으로 전해지는 진한 요분질, 그리고 바다생물들과의
나누는 무언의 이야기는 굳이 말이 필요치 않는 설렘에서 시작된 행복 그 자체이지요.
수많은 섬으로 끝없이 펼쳐진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의 해저까지 리아스식 해안 영향으로 겁이 많은 토착성
어종들인 비교적 작은 열기나 볼락, 우럭들이 살기에 적합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유독 완도권은 이처럼 왕열기들이 많이 잡혀서 이를 찾아서 오신, 전국의 낚시 출조점 버스들의
행열과 함께 출항을 준비하는 조어선(钓渔船)들과 낚시객 인파로 완도항 새벽은 무척 북적였습니다.
완도항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섬 주도(珠島)는 초봄이지만 섬만 보면 마치 초여름 같은
푸른 상록수림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옥구슬이 반쯤 물에 잠긴 상태의 모양을 한 주도, 그래서 珠(구슬주)라고 붙인 섬인 것 같습니다.
완도와 부속섬 신지도(薪智島)를 연결해 주는 신지대교입니다.
신지도는 다리 연결로 인하여 요즘 들어 전국의 산악회 등산코스로 유명하게 되었습니다.
물하태에서 유명한 명사십리 해수욕장까지 약 10km 코스로 우거진 원시림과 함께 바다를 끼고
걷는 낭만코스로 여러분께 꼭 가 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섶나무신(薪), 지혜지(智)를 가진 섬이라....
어렸을 때 낭창낭창한 섶나무로 종아리를 맞으며 다녔던 방과 후 동네서당 생각이 납니다.
아마도 이곳도 유배지와 관련한 지혜가 많은 분들이 살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완도항은 통일신라시대의 장보고가 청해진을 설치해 해상활동을 하던 유서 깊은 곳이라고 합니다.
또 완도군 내의 55개에 달하는 유인도의 여객 및 생활필수품의 수송기지항이며, 제주도와 가장 가까운
거리(100㎞)에 접하고 있는 관계로 제주도의 관광지원항으로서 고속여객선으로 1시간 50분이 소요된다는군요.
수차례 가 본 청산도와 보길도, 소안도에도 이곳 완도항에서 출발합니다.
나지막한 산 위에 완도타워가 보입니다.
타워 아래 언덕에는 일출공원이 있고, 타워에서는 장관을 이루는 일몰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15단 채비에 올킬이 되다시피한 씨알좋은 열기들, 지릅뜬 조사님 표정이 무척 긴장된 듯 합니다.
이 정도 두어번이면 쿨러는 배가 차고, 이내 마음은 두둥실 떠가는 구름이 되지요.
3월에 접어들면서 적서수온도 안정이 되고 기후도 서풍으로 바뀌니 조석으로 변하던 날씨 또한 조금 안정이 됩니다.
알을 품은 왕열기들이 흩어져 있다가 여밭이나 어초 등에 알을 낳기 위해 모두 몰려들어 군집을 이루는 시기입니다.
이때에 어군을 만나면 줄을 타는 시즌으로 3~4월이 적기라고 생각합니다.
포인트를 접근하다가 입질이 오면서 줄을 타는 느낌이 오면 선장님은 낚싯대를 서서히 135도 정도로 곧추세우며
가만히 들고 배의 진행으로 인한 조류를 타면서 입질을 계속 받으라고 방송합니다.
이는 약간 경사진 여밭을 타고 오르면서 열기들이 줄을 타게 되면 채비가 바닥이 걸리는 것을
느끼지 못함으로 이를 방지코져 하는 목적이 있지만, 그보다도 위 그림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바늘에 걸린
열기의 입 측막이 얇은 비닐 정도로 매우 약해 줄을 여유를 줄 경우, 본능적 바늘털이로 인해 뻥 뚫린 구멍으로
쉽게 바늘이 빠져나가버리는 것을 미리 예방하자는 것이 더 큰 목적이지요.
그래서 챔질은 금물, 스스로 물고 바늘에 걸리는 '제물걸림'의 상태로 두고 탱탱하게 줄을 유지하다가 입질이 주춤하면
급속으로 올리지 말고 중속으로 올리는 것이 무방합니다.
급속으로 올리면 입언저리가 약한 열기가 입이 벌려진 상태로 올라오기에 물의 저항을 받아 찢어지면서
이탈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미끼는 오징어채도 좋지만, 그 보다도 중간 정도 크기의 미꾸라지를 권하고 싶습니다.
생미끼에 따른 후각 영향도 있겠지만, 그 보다도 중요한 것이 오징어채는 표피의 실 같은 세피(細皮)가 기둥줄에
자주 감기거나 아니면, 바늘에 오징어채가 휘어져 걸려있는 경우가 많이 입질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토막 낸 미꾸라지 미끼는 그런 상황이 별로 일어나지 않아 강추하는 것입니다.
고패질은 할 필요가 없지만 바닥 지형이 고저가 있고 아주 험할 경우 간간이 바닥 확인차, 또는 걸림을 방지할
목적으로 천천히 3~5초에 한 번씩 해 주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우렁각시님이 사놓고 간 막걸리를 중간중간에 목이 마르니 칸에 한 병 두고 물 대신 홀짝홀짝 마시는
즐거움이 참 좋습니다. 군내 이사장님이 가끔씩 바늘에 걸려오는 큰 멸치는 발라 초장에 찍어 먹으라고 줍니다.
막걸리 한잔 들이켜고 고소하면서도 바다향이 입안 가득 퍼지는 연한 싱싱 멸치회 맛은 어떨까요...^^
순간, 신이 내리신 세상에 최고의 횟감 안주였다고 자부합니다...ㅎㅎㅎ
넉넉한 조황으로 자유를 만끽하고 돌아오는 귀항(歸港)길 완도항은 화려한 조명으로 우릴 맞이하고 있습니다.
강렬하고 화려한 색채의 노을이 바다에 윤슬로 융단을 깔고 있습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화기(和氣), 넓은 바다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기(水氣), 이처럼 하늘이 주는 천기(天氣)까지
온갖 천혜의 축복을 받았으므로 한동안 사용할 에너지가 충분히 비축된 느낌의 바다여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