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즌비 머저가고 시낻물이 맑아 온다
배떠라 배떠라
낫대를 두러 메니 기픈 흥(興)을 금(禁) 못 할되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연강덥쟝(沿江 )은 뉘라셔 그려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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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비 멎어가고 시냇물 맑아온다.
배 떠라 배 떠라
낚싯대 둘러메니 기쁜 흥을 금할 수 없구나.
찌거덩 찌거덩 어여차
안개 자욱한 강과 겹겹이 산은 누가 이처럼 곱게 그려냈을까]
윤선도님의 어부사시사(漁父四詩詞) 여름시(夏時)편에 나오는
귀절인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어부생활을
노래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연시조이지요.
수업이 없는 날 11일(목요일) 예약을 했습니다.
여인의 하얀피부를 닮은 광어 속살, 그 아른거리는 광어들 못 잊어서
<< 낫대를 두러 메니 기픈 흥(興)을 금(禁) 못 할되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함께 가자고 전화주신 일행 두 분을 모시고 달려 갔습니다.
큰일 났습니다.
이 놈의 백미(百媚), 광어루어낚시 땜에 수전증보다 더 무서운 정충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블루님이 가르쳐 준 쇼크리더 연결법, 바늘 매는법, 밤 늦게까지 재 복습하고
또 선상에서 견눈질하여 배운 변형된 채비도 만들었습니다.
평일인데도 이 배는 만석입니다.
안개가 자욱하고 안개비까지 내리는 잠포록한 날씨입니다.
배는 안개비 내리는 어둠을 뚫고 잔잔한 바다와 함께 꿈을 찾아 무릉도원으로 떠납니다.
온 몸을 적시는 안개비에 머리카락도 다 젖습니다.
우린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번처럼 선두에 앉아 허준님이 가져온 막걸리 한사발씩 돌리며
바람같은 작은 행복을 가득 가득 담아 파이팅을 나누며 쭈욱!~ 마십니다.
허준님이 갑자기 흥이 나셨습니다.
백마강 달밤에 ~~♪~ ♩~~ 물새가 울어~ 잊어버린 옛날이 애달프고나 ♪~ ♩~~
저어라~~ 사공아 일엽편주 두둥실 ♪~ ♩~~ 나도 장단을 맞춥니다.
아마도 이 배가 백마호라서 백마강 노래를 부르는 것 같습니다. ㅎㅎ
물 가르며 달리는 배의 선수파 소리가 우리들의 노래에 코러스가 됩니다.
이처럼 태공의 한가로움까지 더해지니 시간의 흐름조차 세워 놓는 듯 합니다.
몸이 축축해지며 냉기가 몸에 흘러 선실로 들어가자고 하여 잠시 눈을 부칩니다.
깜빡 잠이 들었는데 잠깐이지만 너무 달콤한 잠이었습니다.
배가 속력을 낮춥니다.
밖으로 나와 큰 기지개를 켰습니다.
100m전방이 보이질 않을 정도로 먼바다는 안개가 더 심한 것 같습니다.
입수 준비를 합니다.
여저저기 탄성이 나옵니다.
오늘은 초보분들이 단체로 뒷쪽으로 포진하고 있는데 아마도 친구분들로서 처음 접하는 것 같습니다.
횟집에서 큰 대접 받던 이 귀한 자연산 광어를 직접 잡아보니 당연히
그런 탄성이 나올 수 밖에요..^(^
소낙구름님도 일행 한분 모시고 오셨는데 자상하게 조법을 알으켜 주십니다.
인사를 건네니 반갑게 맞아주시기에 저도 블루 사부님께 받은 노하우를 그 초보님께 전수합니다.
자욱한 안개사이로 바로 눈앞에 섬이 보입니다.
아름답게 조각된 절벽위로 노란 원추리꽃들과 난장이 소나무들이 다정히 손잡고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니 또 다른 아름다움으로 가슴치게 정겨움을 느낍니다.
누군가에게 이 아름다운 풍광을 찍어 안개엽서를 만든 다음,
편지와 함께 저 흐르는 푸른 물에 띄워보내고 싶습니다.
바위에 튀어 오르는 물방울, 이브닝드레스 입은 무인도 섬, 갈매기들의 춤사위까지
이 자연의 신비스런 손짓들을 생각하며 바라보니
이 세상이 너무 아름답게 보이고 아름답지 않는것이 어디 있으리오~
나도 모르게 콧노래로 이동원 김인수님의 '향수' 노래를 불러봅니다.
자연에 풀어놓은 마은은
암팡지신 사무장님이 때마침 가져오신 따근한 한잔의 커피와 함께
그 옛날 어렸을적에 유유히 타고 놀던 하얀 돗단배가 되어집니다.
아름다운 맘을 가진 동행자님들은 하나같이 잡은 광어를 다 내어 놓으며
이미 소문난 달콤새콤 얼얼 물회와 촉촉한 어회(魚膾)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 드디어 왔습니다.
모두 박수로 맞이합니다.
각자 가져온 이슬이와 막걸리 그리고 내가 가져간 요강 깨지는 복분자까지..
우리는 모두 서먹서먹함을 바로 털어내고 오래전 만난 형제들로 돌아갑니다.
남양주에서 오신 어르신, 주엽동에서 오신 분.. 등
하나같이 무릉도원에 휘감깁니다.
행복하게 사는것이 별건가요?
이와같이 흐르는 음악처럼 지나가는 바람처럼 사는게 행복이지요.
그쵸?
정박지에 큰 배들 옆 침선에서도 제밥 큰 씨알의 우럭이 나옵니다.
무서운 무기를 가진 장대도 나오고 강호동 얼궅같이 넓적한 광어까지 합세,
우린 삼국지낚시를 하고 있습니다.
6찬의 반찬에 따스한 밥, 광어매운탕이 우리의 입을 호강시켜 줍니다.
내가 한마디 건넵니다.
" 로또(?)호텔 점심처럼 맛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먹었어요."
윤사무장님이 갑자기 다소곳 수줍은 소녀로 돌변합니다.
조금도 쉬지않고 열정과 정성으로 새벽부터 손님들을 돌보는 모습이 안스럽습니다..
아직은 출조 두번째인 광어루어낚시에 대해 조법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건
우스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배우는 입장으로 열심히 모니터링합니다.
한가지 배웠습니다.
물의 흐름이 강한 곳에서는 입질이 좀 포악한데 완만하고 약한 물때의 광어의 입질이
간사한 것 같습니다.
바닥 걸림이 덜하고 입질이 약할때는 웜의 바늘이 많이 노출되어야 한다는 것을 잘 잡는
몇 분들의 이날 실례에서 봤기 때문입니다.
입질이 잦은게 훅킹이 잘 안되어 저도 그렇게 해보니 역시 올라오는 횟수가 많아집니다.
배는 문갑도 쪽으로 30분 이동합니다.
섬 옆에 현지 배가 몇 분의 낚시객을 모시고 자새로 유유히 낚시를 하고 있습니다.
바닥이 무척 거친 여밭으로서 중간에 5m정도 높이의 간여가 있습니다.
바닥을 누리다가 올라가면서 간여의 꼭대기 부분에서 골고루 폭발적인 입질이 시작됩니다.
저는 덜떨어진 채비 스피닝릴 때문에 고전하며 헤매고 있습니다.
옆에사람 4마리 잡을때까지 1마리도 건지지 못합니다.
스피닝릴은 이런 곳에서는 그 기능 때문에 채비가 여를 타고 내리거나 오를때 자연스러운
살짝 살짝 풀러주며 나플거리게 하는 채비 유혹을 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반드시 섬세한 베이트릴을 사용해햐만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해서 오늘을 갈무리합니다.
4시30분이라 어쩔수 없이 미련을 버리고 철수합니다.
언젠가 말씀 드렸지요.. 이래서 가수 '배철수'씨를 싫어한다구요..ㅎㅎㅎ
인천 앞바다는 배가 가는곳마다 광어가 넘쳐나는 것 같습니다.
씨를 말려가는 우럭들이 좀 시간을 가지며 종족 번식할 수 있게 우럭잡이 보다 광어잡이
시대가 온 것 같아 그런대로 다행입니다.
그동안 침체된 인천권이 광어 르네상스시대가 바야흐로 온것 같다는 말씀입니다.
묶여 낮잠자고 있던 배들도 모두 기지개를 켜며 루어쪽으로 하나둘씩 모습을 바꿔가고 있으니
우리 낚시인들에게는 좋은 소식이지요.
졸필을 끝까지 다 보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행복하십시오.
행복을 만들어가는 금요일 아침에
주야조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