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그믐에 여수에서 출조해 완전 꽝 쳤지만
오늘은 왠지 뭔가 될 듯한 분위기(대박???)입니다.
가을색 완연한 계절...
맑고 높은 하늘...
살랑살랑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
간신히 얼굴 내민 그믐 다음날의 초생달...
먼바다 태풍 끝말이라 너울성 파도가 있겠지만 그리 큰 걱정은 아니고...
같이 동행한 일행 조차 늘 즐거운 낚시 친구들...
기대감 만땅으로 충만합니다.
3일연휴라 그런지 가을을 즐기려 나온 관광객이 많은가 보네요.
고속도로는 관광버스와 승용차들로 미어터지고
저희는 오후 2시께 간신히 여수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이게 뭐다요?
타려했던 배가 바뀌었네요.
에궁,,, 갈치 배! 그 배가 그 배려니 하고 그냥 올라탑니다.
그런데 이거이 또 뭔 일???
출조점에서 선수 1번 자리를 희망자에게 임의 배정하는데...
이는 충분히 이해가 되는 일입니다.
아무래도 조황과 직결되고 갈치유영층을 제일 먼저 찾아 알려주어야 하므로
아무래도 초보 보다는 선수가 타는 게 낫겠지요.
출조점 사장에게 제가 물어봅니다.
자리가 불편해 싫지만 그래도 그걸 감수하고 내가 1번 자리를 원해 배정받게 되면
우리 나머지 일행 두 명은 그 다음 2,3번 자리에 앉게 되나요?
다른 조사님들에겐 민감할 수 있는 일인지라 물어본건데...
대답은...
실없는 소리 그만하시고...
헉! 실없는 소리????
쓰잘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는건데...
고객인데... 거금 내고 배 타는 고객인데... 말을...
제 얼굴색 싹 변하니 우리 일행들 얼굴도 굳어집니다.
참자! 참자! 그래야 우리 일행들 즐겁게 낚시한다! 참아야 하느니라!!!
그저 웃지요! 웃어야 하지요!
두세시간 달렸나요 포인트에 도착한 것 같습니다.
선장님의 군대식 설레발에 파이팅 분위기 돋우고
(연세 많으신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전 이런 분위기 좋더군요!)
빠른 손놀림으로 채비 준비... 그리고 봉돌 투척!
예상했던대로 너울성 파도가 출렁대지만 낚시에 큰 지장은 없는 것 같은데
에구구... 우려했던 대로 바람이 세차게 불어대네요.
봉돌 투척이 여의치 않습니다.
지난 달 출조에도 딱 분위기가 이랬는데...
슬슬 꽝조황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합니다만
그래도 열심히 해야겠지요!
집어등을 켜지도 않았는데 아주 약은 갈치입질이 들어옵니다.
흡! 풀치급 사이즈!
출발은 산듯한데 사이즈가 영...
정말 열심히 낚시했는데...
조황은 4지급 딱 3마리 풀치급 25마리 총 28마리...
대삼치 3마리,,, 고등어 5마리,,, 오징어 한 마리!
이 정도면 우려했던 조황은 아니니 다행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또 열심히 낚시한 결과물이니 만족합니다.
그런데...
낚시하는 도중 무슨 일인지 합사가 두 번이나 잘려나갔습니다.
제가 쓰는 합사가 오래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삼치에게 쓸려 나갔을 수도 있겠지요!
무슨 이유에서든 합사가 두 번 잘려나갔습니다.
고객, 선사 이 둘중에 누가 더 큰 손해를 보았을까요?
고객인 저는 집어등 두 개 날렸고 채비 다시 매느라 시간 소비했네요.
선사는 봉돌 2개 하고 채비 두벌 날렸네요.
본래 채비하고 봉돌은 무한지급으로 되어 있는데...
채비 좀 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했는데
잠시 후 선장실에서 누군가가 바닥에 채비 한 벌을 바닥에 휙 던지네요.
뭐 그딴 합사를 쓰냐며...
순간 머리가 띵~~~~
내가 거지도 아니고 저거 주워들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화가 머리끝까지 부글부글,,,,
후우! 또 주위를 봅니다.
내가 성질내면....
일행들이 즐낚하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겠지!
참자! 참자! 그래야 우리 일행들 즐겁게 낚시한다! 참아야 하느니라!!!
그렇게 저렇게 시간은 흘러갑니다.
동이 트고 여수로 귀항했네요.
크게 조황에 연연하지 않는 저인데...
귀항해보니 모 배는 최대 300마리잡고 조기철수했다 그러고...
또다른 배는 좋은 씨알로 굿조황을 이루었다 그러니...
에잉... 괜시리 맘이 아파옵니다.
에라이... 다음에 이 배 안타면 되지 뭐...
어부지리상에서 논란이 되는 선사 서비스 부분을 곰곰이 생각하게 됩니다.
낚시객이 원하는 서비스 정말 별 거 아닌데...
그게 그렇게 어렵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저기 다녀보면 뱃일을 하시는 분들 많이 거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그만큼 정이 많고 순박하다는 생각도 합니다.
하지만 몇몇 분들은 이런 거와는 완전히 다르더군요.
기본적인 인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이 글을 접하는 선사 관계자님들께 바랍니다.
제가 바라는 겁니다.
다른 낚시객들은 또 다른 바램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조황? 그거 선장님들 나름대로 충분히 노력한다는 거 잘 압니다.
조황에 대해서는 할 말 없습니다.
웃을 수 있습니다.
낚시! 그렇게 배워왔고 그렇게 즐기고 있습니다.
기왕 줄거면 정성이 깃든 음식 제공해 주시고요...
늘 웃는 얼굴로 좋은 말 한마디 건내 주시고요...
내가 낸 돈 만큼 상대방이 서비스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해주세요.
어려운가요?
조행기를 멋지게 쓰고 싶었는데...
그저 신세타령이 되어버린 것 같네요.
아쉽지만 오늘은 이렇게 조행기를 마칩니다.
장문의 글 끝까지 읽어주심에 감사합니다.
바다의 거친 일, 밤을 새워야 하는 고단함, 익숙치 못한 대인관계,
물론 힘든 직업이라 오히려 우리들이 더 많은 이해가 필요하지만.
언제까지 손님들이 그런 대접을 받으며 출조길을 나서야 하나요?
조황을 굳이 따지지 않는다면, 마음을 비우신다면
이 어부지리에 좋게 평가받고 있는 배들을 찾아 떠나 보세요.
사랑이 친절이 넘치는, 내 동생같이 형같이 잘 모시는 배들 많습니다.
불친절하고 매너없는 그런 선사는 타지 않는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니깐요.
이 세상 가장 화나는게 '돈내고 빰 맞는 것'이라고 누가 말했습니다.
갈치,우럭 찾아 무작정 떠나지 마시고 좋은 정보 따라 가 보세요.
이 가을.... 님들이 주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