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시작.
봄도 아니면서 여름도 아닌 이 계절의 시침에, 산과 들녘은 여름을 맞는 꽃으로 수를 놓고 있다.
여인의 살내음 같은 아카시아 향기가 끝나기 무섭게 하얀 찔레꽃이 방실거리며 자늑자늑
남실바람에 춤을 추는 대자연의 유월 속으로....
녹색의 양탄자 위에 누워 밤하늘 유유한 별들을 보며 속삭임으로 잃어버린 삶의 자아를 찾아보자.
인간 본능에 내재된 자연과의 혼연일체(渾然一體). 물아일체(物我一體)를 위해 말이다.
해안을 스쳐 불어온 바람이 해송에 걸려 거문고를 켠다.
포말을 일으키며 밀려오는 파도소리는 가야금이 되어 '국악음악회'를 여는 듯하다.
쌀쌀한 밤기온에 눈을 감으니 이 아름다운 백악지장(百樂之丈)에 내 영혼이 빠져나가네.
밤늦도록 불경(佛經)을 보다가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먼 바다 울음소리를
홀로 듣노라면
천경(千經) 그 만론(萬論)이 모두
바람에 이는 파도란다.
(* 파 도 * 무산스님)
* * *
2009년 가을이었던가요?
몽산포 맛잡이 기행에 지인들과 함께한 잊지 못할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칩니다.
그때 친구의 작은 별장은 신축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린 나무들이었는데, 이제는 10여년이 되다 보니
나무들이 우거져 숲으로 변한 듯합니다.
이곳에 고향 후배들 부부와 함께 6월1일 금요일, 2박 3일의 여장을 풀었습니다.
그렇게 많이 잡히던 몽대항의 대맛들은 방파제 증축공사로 인해 뻘이 유입되면서 자취를 감춰버렸습니다.
일행과 함께 여장을 푼 몽산포 친구의 별장입니다.
9년 전에 함께했던 동호회 회원들과 이곳에서 잠시 쉬면서 술잔을 나누던 기억이 났습니다.
이곳 현지에 사시는 아는 분께 전화로 미리 부탁하여 바지락 5kg를 샀습니다.
4월 말에서 6월 중순까지 바지락은 그림에서 처럼 속살이 꽉 찬 상태이기에 쫄깃한 식감뿐만 아니라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 감칠맛과 더불어 담백한 깊은 맛을 주더군요.
칼슘과 마그네슘 등 각종 무기질이 풍부하여 중장년기 건강을 지켜주는 최고의 바다 보약인 셈입니다.
시원한 생명수와 바지락의 궁합.... 이 절묘한 궁합이 밤늦게까지 이어졌습니다...ㅎㅎㅎ
10물. 간조가 12시 반. 10시에 바다에 나갔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조개와 맛을 캐고 있습니다.
주로 나오는 조개는 간혹 백합도 나오지만, 주로 동죽과 모시조개였습니다.
물이 찰랑찰랑하여 이런 상태에서 삽으로 파고 대맛을 잡으려면 맛 구멍에 물이 금방차서 잡기가 힘듭니다.
주로 대맛은 사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내만의 조간대의 사니질에서 서식하는 고급 패류입니다.
그림처럼 빙 둘러 배수공사를 먼저하고 물이 자연스럽게 배수구로 빠지게 하면 잡기기 수월하고 맛 구멍이
확연히 드러나 소금을 적게 뿌려도 맛이 쉽게 잘 나옵니다.
보통 체력으로는 이렇게 서 너번 하면 허리도 다리도 아파 주저 않습니다...^^
물이 들어올 때까지 쌩노가다로 3~4시간은 버티며 잡아야지요..ㅎㅎ
삽은 보통 삽보다 날개가 적은 것이면 좋습니다. 보통 삽도 가능하지만 힘이 더 들거든요.
현지 철물점에나 슈퍼에서 삽이나 케찹통 그리고 맛소금을 팔고 있습니다.
물빼기 공사를 한 후, 물이 좀 빠지면 삽으로 25도 정도로 모래를 걷어내면 그림처럼 타원형 구멍이 보입니다.
이것이 대맛 구멍이죠. 케찹통 속의 소금을 눌러 뿌려주고 잠시 기다리면 구멍속에 물이 꿀렁꿀렁거립니다.
그리고 이처럼 구명을 박차고 솟아 나오는데, 재빨리 잡아 뽑지 않으면 다시 구멍속으로 들어 가버립니다.
소금을 뿌려도 나오지 않을 경우 그대로 무시하고 다른 곳에 작업을 하다보면 나중에 나와서 구멍 주위에
누워있는 모습을 발견 할 수 있습니다.
모시조개와 동죽 그리고 대맛... 혼자 10여 분만에 이렇게 잡았으니, 맛도사라고 주위에서 놀립니다.....^^
예전에 함께 몽대항에서 같이 잡았던 사람들도 기억하시겠지요..ㅎㅎㅎ
함께 간 후배 부부는 다정하게 잘도 잡습니다.
아직 젊어서 그런지...^^ 요령있게 허리 한 번 펴지않고 많이 잡네요.
패각(貝殼)이 길고 타원형입니다. 껍질이 약해 조금만 힘을 주어 잡으면 으스러집니다.
저녁에 대맛을 서너 번 물에 씻어두고, 물을 냄비에 자작하게 붓고 대맛을 넣어 살짝 데친 다음, 껍질이 벌어지면
뽀얀 국물을 따라 내어 다른 그릇에 붓고 식혀둡니다.
그리고 껍질과 속살을 분리하여 속살을 물에 헹궈서 물기를 뺀 다음, 회무침을 합니다.
물에 헹구는 이유는 급한 마음... 군침이 돌아 도저히 해감이 될 때까지 기다릴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입니다...^^
이 정도만 해도 그렇게 지금거리지 않아 먹을 만합니다.
* 회무침 재료.
미나리. 양파. 파. 깻잎. 당근. 오이. 마늘. 통깨. 참기름 정도만...
초장은 그냥 마트에서 파는 초고추장 큰 병을 사서 사용하시면 아주 편리...
어느 정도 초고추장을 붓고 무치면서 서서히 더 부어가며 간을 맞추시길...
* 뽀얀 대맛 국물 그 맛은 환상입니다.
대맛 국물을 다시 끓인 다음, 삶아 둔 칼국수나 또는 국수를 넣어 드셔보세요.
아니면 뽀얀 국물만 끓인 다음, 부추를 잘게 썰어 넣고 고춧가루 약간 뿌려 마시면...
특유의 비릿한 맛도 제거되고 속이 금방 확 풀리는 특별 해장국...^^
가족끼리, 부부끼리 맛잡이 여행 꼭 떠나 보십시오.
아마도 확실한 점수 따는 최고의 비법이 될 것입니다.
오늘에야 주야님의 感性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글을 접하니
시간의 여유가 감성의 분비를 촉진시키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에
누구나에게 時.空의 여유와 자유로움이 삶에 질을 좌우하는 것
같습니다
얼마전 입적하신 오현(무산)스님의 詩까지 인용하신 님의 감각에
또다른 깊이를 느낌니다
설악 골짜기를 방황하던 옛시절 크나 큰 깨우침을 주셨던 분 이기에
건봉사 다비식에 가서도 울음없이 빌고 또 빌었읍니다
인간만사 바람에 이는 파도같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 시작이듯이
그 흔적을 지워버리고
처음처럼
맑은 달밤처럼
그렇게만 살고 싶다고
고초롬만 살아야 된다고
다
시
한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