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있던 건강도 무상한 세월의 준령앞에서는 어쩔수 없나보다.
25kg 완전군장에 12km구보, 60km행군.... ...그래도 힘이 남아 천하를 호령
할것만 같았던 군대시절의 드세었던 내가 달랑 아이스박스와 낚시가방하나
메고 순서를 지키며 배에 오를때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려 하마터면 사정없
이 나가 자빠질뻔 했다.
조명으로 휘황한 다리를 건너온 신진도의 어둑새벽은 살아 있다.
분주한 손놀림에 상글대는 식당 아주머니의 맛깔스런 솜씨는 회색빛 우리의
표정에 오월의 햇살을 가져다 주었고, 먼길 떠나 돌아온 兄을 반기듯 만면
웃음으로 맞아준 소문으로 듣던 모도리 사무장은 쌓인 만고의 도회지 시름을
한순간에 잊게 해 준다.
철인(鐵人)이 아닌 이상 매일 반복적으로 새벽 2시엔 일어나 배위를 비조처럼
날아다니며 온갖 궂은일 도맡고, 우리가 떠난 어지럽힌 선상을 내일의 귀인을
위해 정리하고 나면, 아마도 늦은밤이 되어야 잠자리에 들거라고 보는데 아무
리 젊은 청춘이라해도 얼마나 피곤할까?...
그러나 그의 표정 어느 한켠에서라도 피곤한 기색없이 만면희색이니 이 양반
글쎄.... 정신에 문제(?).... ^*^ ..미안해요..
좋은 익우들을 만났다.
반면지분도 없는 첫만남이지만 아주 오래된 지우처럼 서로 인사를 나누니
신이난 배는 튼튼한 옹골력을 자랑하며 등대불의 손짓에 따라 포효하는
범처럼 바다를 힘차게 물보라를 일으키며 가르며 달린다.
우리도 마치 바다를 호령하던 그 옛날 로마의 해신(海神) 넵튠이 된듯...
바다는 사방이 아직 어둠으로 드리우고 있다.
아리따운 무산선녀를 만나는것 처럼 늘 출조의 길은 설레임으로 가득하니
선잠은 커녕 날밤으로 보낼수 밖에 없다.
하늘엔 유유히 미리내 물결, 바다는 바람과 파도를 멀리보내고 따스한 가슴
으로 우릴 꼭 안아주고 있다.
이런 몽환적 몰아애(沒我愛)에 빠져버리니 그 옛날 다도해의 작은 섬사이를
누비며 아버지를 따라 함께 작은 돗단배를 타고, 바람이 자면 노를 저어 잡은
생선을 팔러갈때 부르시던 토할듯이 애절한 아버지의 동편제風의 애내가 생
각난다.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어 따라 부르다 "이 내 신세~" 하는 대목에선 목이메어
왈칵 쏟아지는 눈물... 훔치고선 멈췄다.
방으로 들어 갔다.
물론 잠이 올리 만무하겠지만 피곤함에 못이겨 비좁은 틈을 비비고 누웠다.
배가 갑지기 속력을 줄이며 채비준비 신호를 보낸다.
바람도 파도도 잔잔한 망망한 대해이고 하늘은 구름 한점없이 마치 가을하늘
처럼 청명하다.
예감이 아주좋다. 이럴땐 방정맞을 소리인지 모르나 괜히 쿨러가 적어 보인다.
서해안은 서해바다의 영향을 받아 기후가 온화하며, 특히 겨울철에는 난류와
편서풍의 영향으로 같은 위도인 동해보다 많이 따뜻하여 연안을 끼고 있는
육지 노지에선 이런 영향으로 남쪽에서만 추위에 견딜수 있는 동백과 무화과
나무가 잘도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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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배의 단골 조사이신 우리 동호회 스마일님이 귀뜸해 준 동절기 개우럭의
호이(好餌)미끼는 단연 꼴뚜기라고 해서 일단 먹이의 취이습성 파악을 위해
3단으로 사용하고 무척 멀리 나왔으니 대구도 올라오질 않겠나하는 계산에
따라 아랫바늘엔 좀 작은 오징어내장, 중간엔 꼴뚜기, 위에는 절반정도 반을
가른 오징어채를 꿰어 입수...
5m의 침선이라고 했다.
2물이라 하더라도 먼바다라 물 흐름이 적으니 바닥에서 1m정도면 띄우면
아랫바늘 미끼가 아래로 가라앉아 충분히 유혹에 따른 입질이 올거라는
판단으로 일단 옆의 조사님의 초릿대를 보며 릴링준비 완료...
투~둑!~~ 툭! ~~ 쿠~욱!~~~ 둔탁한 느낌..초릿대가 쳐 박힌다.
계속적인 입질.. 주로 꼴뚜기에 입질이 몰린다.
마치 커피 자판기에 동전 넣으면 곧바로 나오는 한잔의 커피처럼...
호이미끼가 어떤것인지 파악이 되었으니 2채비로 전환, 꼴뚜기로 공략했다.
이날 호이정도에선 꼴뚜기나 작은 주꾸미가 6, 오징어채가 4정도로 꼴뚜기
작전이 주효했다.
10시에 주향과 함께 관능미 넘치는 잘 빠진 우럭으로 어회잔치가 열렸다.
순식간에 동나버리고 겨울철 선상에서의 육질 맛은 가히 표현키 어려울 정도
로 별미중에 별미이다.
우리 일행중 개인병원 운영하시는 한사랑님의 표정도 만열에 차있다.
함께탄 멋있는 풍류랑님들 불러 함께 권주하며 童心의 해락을 즐겼다.
어느새 태양은 수평선에 걸터 앉아 붉게 오메가를 그린다.
자기들의 먹잇감을 훔쳐가는 인간들을 향해 시위하던 갈매기들의 모습도
저 오메가의 타오르는 신호에 맞춰 모두들 보금자리로 떠났나 보다.
바다는 애년이 지났다 하지만 그래도 나의 소박한 꿈과 희망의 현상소이다.
비단에 보석처럼 박힌 수 많은 섬들, 저마다의 이름을 가지고 억겁의 풍상을
견디어 온 온갖 형상의 기암괴석들이 어두움에 손짓하며 나에게 무언가의
말을 건넨다.
그까짓 삶이 뭐가 그렇게 힘드냐고?
그까짓 일에 뭐 그렇게 이해를 못하고 전전긍긍 하느냐고?
아직은 삶의 매너리즘에 빠져 버릴 나이가 절대 아니라고..
能書不擇筆... 그러니 힘내라고..
두손 불끈 쥐며... " 그래! 고맙다. 힘내어 볼께... "
추천하나 동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