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가게 문 앞에 도착해 가볍게 경음기를 울리자 사장이 재빨리 문 열고 나오더니 자동차 문을 열어주고 트렁크에서 낚시도구를 모두 꺼낸 후 직원을 시켜 배에 싣게 한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잠시 쉬시라고 소파에 앉기를 권하면서 따뜻한 커피 한잔을 먼저 내어 놓는다.
선장이 들어와 인사하며 오늘은 침선 포인트를 주로 공략하는데 지금 선착순에서 남은 자리를 보여주며 어떤 자리가 좋으시겠냐고 묻기에 선장님 마음대로 준비하라고 일임했다.
이 배는 뜨내기나 단골이나 차별 없이 골고루 잘 해주기로 소문나 있으니까....
아직 시간이 남았기에 아침 식사 겸 반주 한잔 걸치고 배에 오르려니 새벽 이슬이 위험하다고 부축해 준다. 이윽고 출항하자 목적지까지 두어 시간 걸리니 불편한 자리지만 잠시 누워 쉬시라고 권한다. 혹시 잠이 안 오시면 위성방송 TV를 켜시던가 아니면 어제 잡았던 생선으로 회라도 만들어 드릴 테니 친구 분들과 한 잔 더 하셔도 된다고 일러 주기에 고맙다고 대답했다.
비록 값싼 침구지만 새로 세탁한 것이라 폭신하고 향기가 좋다. 유선사의 성의가 느껴진다.
항상 비린내 나고 땟국물이 졸졸 흐르던 담요만 덮다가 이걸 보니 저절로 잠이 올 것 같다.
항해 도중에 늦잠 자다가 약속을 못 지킨 손님으로부터 미안하다는 전화가 왔는지 괜찮다고 하면서 다음에는 가게에서 먼저 확인전화를 넣어도 되겠냐고 공손히 묻는다. 매일 악을 쓰며 싸우던 이야기만 들었기에 오늘은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는 법이니까.
이윽고 포인트에 도착하자 침선 높이는 5미터 정도이지만 오늘은 물심이 좀 센 편이니까 바닥을 찍고 약 2메타만 들고 있으라고 충고한다. 잘못해서 첫 입수부터 채비를 다 뜯기자 사무장이 미안해하며 재빨리 채비를 수선해주더니 오늘은 낚시 투입 후 침선에 이르는 시간이 빠르고 또 침선은 금방 지나가니까 좀 더 긴장하시라고 친절히 일러준다.
똘똘한 우럭 한 마리 건지자 고기를 손질해주며 혹시 초상권에 문제가 없으시다면 사진 한 장 찍어도 되겠냐고 묻는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그 시간에 다른 손님 서비스나 잘 하라고 일러 주었다. 낚시하다 좀 서툴러 옆 사람과 줄이 엉켜도 짜증 한번 내지 않고 해결해주니 고맙다.
점심시간이 되자 배에 비치한 자그마한 식탁에 정갈한 밑반찬과 사무장이 갓 잡은 생선으로 마련한 깔끔한 회와 매운탕, 그리고 이슬이 한 병이 놓여있다. 신문지 한 장 깔아놓고 수저를 던져 주던 밥상과는 천지차이다. 선장 사무장 모두 함께 둘러 앉아 이 얘기 저 얘기, 세상 돌아가는 일로 환담을 하며 즐거운 식사를 마치더니 오늘 조황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 몇 군데 더 둘러보겠단다.
개우럭 두어 마리에 매운탕 깜 몇 마리로 만족하고 돌아오는데 선장은 생각보다 많이 못 잡아 미안하다며 선비를 좀 활인해주겠다기에 다음에나 잘 해보자고 사양했다. 손님 몇 분은 좀 불만이 있으신 같지만 서로 예를 갖추어야 나중에 편한 법이다.
가게에 도착하니까 기다리던 직원들이 낚시도구를 받아 차에 실어주는 동안 손 씻을 물과 커피까지 미리 준비되어있어 돌아오는 길이 한결 개운한 느낌이었다. 사장님 말씀이 서비스는 돈 드는 것이 아니니까 유류대 인상과는 아무 상관없단다.
손님에게 이 정도 해드리는 것, 정성이 문제지 유류대 핑계댈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정도 서비스면 꼭두새벽, 1시부터 위험을 무릅쓰고 3시간동안 비싼 기름 써가며 먼 길 달려온 것이 아깝지 않다.
다음에도 이 집을 이용하고 싶어 가게 이름을 보았더니 "골프장 수준의 낚시가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