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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주세요 배낚시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간 많은 글들을 읽었고, 또 나름의 판단에 따라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그래도 궁금한 것들은 많았다.
그래도 부딪쳐 봐야겠지.
뱃삯과 왕복 경비를 생각하면 쉽사리 내키는 대로 다녀오기 보다는
그래도 성과물을 얻어야 그 경비가 덜 아까울 것 같기도 했다.

다들 갈치낚시는 다른 선상낚시에 비해 힘들긴 하지만 매우 쉬운 분야라고 한다.
나도 그렇기를 바라지만, 주로 다니던 선상낚시만 해도 물때와 바람과 지역
그리고 여러 가지 부대 상황에 따라 같은 날이 얼마나 있었던가?
지난번이 다르고 이번이 다른 적이 많았었다.
갈치 낚시라고 다를까?
더구나 회유 어종인 갈치를 노리는데 그리 쉽기만 할까 싶다.
선사에서 홍보하는 대박이라는 표현에 실린 사진을 보면
스티로폼 박스를 포함해도 그 개수가 승선인원을 크게 상회하지도 않거니와
쿨러 채움을 쉽게 보기도 어려웠었다.

----- 출조 준비 -----

채비 준비. 단차 2m, 가짓줄 1.5m,
그래도 채비 길이가 16m나 되니 줄 꼬임을 막기 위해 중간에 베어링 도래도 여럿 달았다.
바늘은 고급으로 2가지 종류를 준비했다.
까짓 거 3지짜리 한 마리만 더 잡으면 바늘 값은 나올 터이다.

전동릴은 다이와 500e, 오래되어 상처가 제법 있기는 하지만,
대물 우럭이 아닌 이상 멈추는 일 없이 아직은 잘 돌아가니, 이번에도 기대를 걸기로 했다.
쿨러? 몇 번을 더 갈지 모르는 데다, 아직 초보 아닌가?
가지고 있는 쿨러가 비록 30리터짜리이지만,
가로로 길쭉한 놈이어서 흔히 말하는 풀치 정도는 꼬리 끝만 살짝 구부리면 들어갈 수 있는 길이이니
그냥 쓰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낚시대를 준비했다.
배에서 빌려서 쓸까 생각도 했지만, 그냥 사기로 했다.
아니, 사기로 했다기 보다는 중고로 올라온 건을 구매하려다 실패하는 바람에
그냥 열 받아 새로 사버렸다.
전시되었다 1회 사용한 것이긴 하지만…
받아 든 낚시대는 초리 부분 직경이 거짓 보태어 거의 10mm는 됨직하여 무식하게까지 보인다.
아무리 추천을 받아 산 것이긴 하지만, 대금을 지불하기 전 갈등까지 피할 수는 없었다.
이 무식하게 생긴 낚시대가 그 조그만 갈치 입질을 표현이나 해낼 수 있을지,
더구나 개인이 한정수량 주문 생산하여 만든,
그래서 앞으로는 더 생산되지 않을 낚시대를 받아 들고는 이런 저런 고민이 많았다.
브랜드가 없어 중고로 팔아먹지도 못할 터이니
부러질 때까지 함께 갈 애물단지가 될지도 모를 이놈.

어쨌든 필요한 것은 다 샀고, 일주일 전 예약한 배를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것으로 준비는 끝났다.
갈 수 있는 날이라 해야 토일 걸쳐서 가는 수밖에 없으니
물때고 뭐고 선택의 여지가 없이 빈자리가 있는 출조점을 선택하는 길 밖에 없으니 오히려 간편하다.

문제는 "이번에는 초반에 얼마나 헤맬 것인가?" 이다.
해질 무렵 시작해서 다음날 5시면 끝난다고 하니 거의 10시간에 이르는 시간이다.
서너시간 헤맨다고 해도 시간은 충분하지 싶다.
다른 조행기를 보면 12시 넘어 입질이 활성화 된 때가 많다 하니 기대할 수도 있겠다.

----- 바다를 향하여 ----

아침, 대로변 낚시가게에서 출조버스를 기다리는데 함께 출조하게 될 부부조사님이 오신다.
덕분에 궁금했던 것 몇 가지를 친절한 설명으로 또 얻어 챙겼다.
역시 버스 출조가 편하긴 하다.
오늘 밤새며 낚시를 한다 해도 내일 오전이면 버스에서 또 편하게 잘 수 있으니,
사실 그 차비가 아깝지는 않다.

풍남항, 처음 와본 이 곳은 시골 어항 그 모습이다.
멀리 보이는 바다도 잔잔하고 바람도 부드럽다.
물만 조금 흘러 준다면, 흔히 말하는 최적의 상황이 될 터이다.
짐을 배에다 풀고 자리를 확인한다. 11번, 배 좌현 뒤쪽이다.
화장실이 바로 좌측이고, 중간에 장애물도 있다.
거기다 릴을 손으로 감으려면 배 난간 파이프가 걸려 힘을 주어 감기도 힘들게 생겼다.
만일 전동릴이 버벅댄다면…
방법은 없다. 릴을 빠르게 감고, 엄지로 브레이크를 걸 수 밖에.

엔진소리가 잦아든 것은 거의 두 시간을 달려온 후였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제주 앞바다라고 했다.
고향 바다인데도 몰랐다. 내 자리에서는 섬이 안보였으니까.
그리고 헤매느라 뒤돌아 볼 여유도 없었으니까…

풍이 내려갔다는 것은 배 좌현 앞으로 보이는 부표를 보고야 알았다.
그 때까지 겨우 낚시대 셋팅 한가지를 끝났다.
가이드를 몸통에 붙인 5m 길이의 대는 그 설치 조차도 힘이 들고,
그 대의 끝이 배 난간에 거치되니 왠지 불안하기까지 하다.
다음 단계는 채비를 달아야 한다.
어구틀에다 바늘까지 묶어 감아둔 채비를 천천히 풀며 앞에 정렬하고 나니 바닥이 어지럽다.
통로가 좁아 사람이 지나갈라치면 채비줄을 밟기 십상일 테고,
그래서 한번 엉키면 푸는데도 족히 20분 이상은 걸릴 듯하다.
실제로 그랬다.

----- 조업 시작 -----

꽁치 몇마리를 가져와 포를 뜨고 사선으로 잘라 바늘에 끼웠다.
채비를 내려야지.
추를 내리고 바늘 하나씩 내리는데, 바늘 배열이 배 진행 방향과 반대로 된 것을 그 때야 알았다.
어쨌든 조심해서 내린다.
어군은 수심 60m에서 20m까지 분포되어 있다고 한다.
내리다 보니 90m이다. 얼른 채비 하강을 멈추고 천천히 감는다.
역시나, 배의 롤링에 따라 감겼다 멈췄다를 반복한다.
조금 빨리 감으니 그런대로 균일한 속도가 유지된다.

그 때 누군가 옆에 와서 말한다.
그렇게 빨리 감으면 안됩니다. 더 느리게 하세요. 속도를 조절한다.
누구지? 사무장은 아닌 것 같고, 차량을 움직인 가이드인가?
하여간 실수를 알려주니 고맙다.
65m에 이르면서 초릿대에 집중한다. 이건 흡사 민물낚시 같다. ㅎㅎ

대가 까딱까딱하다 푹 구부러진다. 뭐지?
무식하게 굵은 초리여서 멀리서도 잘 보이네 하다가 본 반응이어서
대물이구나 하는 기대가 확 밀려온다.
저 굵은 대가 휘청거릴 정도라면...
그러면서도 훅킹을 위해서 단차만큼 감아주라는 말은 잊고 있었다.
나중에야 조금 빠른 속도로 올렸다.

결과는 빈 채비, "이게 뭐야!"
바늘 몇 개의 입감이 사라지고 없다. 먹고 튀어버렸나?
두번째 채비 내림에서는 달랑 풀치 조금 넘긴 한 마리가 걸려있고
역시 몇 개의 바늘에는 입감이 사라진 상태다.
분명히 대물 입질 같아서 이번에는 단차만큼 빠르게 감아주기까지 했는데…
뒤늦게 추천한 분의 말이 생각났다. "일본제품 다이와 딮존의 카피인데 괜찮게 만들어졌습니다."
외모와는 다르게 연질대였던 것이다. "역시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는 거여."
슬며시 입가에 미소가 돌고 낚시대에 대한 신뢰가 생겨나고 있다.
간사한 인간의 마음이라니, 그게 나이긴 하지만…

----- 도대체 이유가 뭐야? -----

주위에서는 계속 한두 마리씩이라도 올리고 있는데, 나는 계속 입감이 떼인 빈 채비다.
입질이다 판단되어 2m를 빠르게 감기까지 했는데도 그랬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것은 갈치 입질이 아니라 한치가 입감을 떼어먹는 모습이었던 것이다.
설마 조그만 오징어 같은 놈이 그런 무식한 입질을 보일 줄은 몰랐다.
예신도 없이 초릿대가 쿡 쳐 박혔으니, 대물인줄만 알았다.

첫 출조한 분들을 한 사람씩 도와주던 사무장이 드디어 나에게 왔다.
그리고 대뜸 첫마디. "그렇게 느리게 감으면 입감 다 떨어집니다."
이런, 느리게 감으면 오히려 입감이 잘 붙어 있어야지 떨어진다니…
그게 아니라 갈치를 만나기 전 한치가 다 먹어 치워버린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채비 올리는 속도를 조절해 준다.

초릿대가 끄덕이는 모습이 몇 번 보이고 있다.
그러나 올려보니 역시 빈 채비.
바늘을 쭉 보더니 나눠 준 바늘로 바꾸란다. 비싸다고 다 좋은 건 아니라고.
무거워서 좋지 않다고 한다.
삼치 대물이 물리면 채비 엉키지 않게 바늘이 펴져버리는 것이 오히려 좋다고 한다.
채비가 엉키지 않는 것은 사무장에게나 조사에게나 다 좋은 일일 수 있겠고,
풍이 배 방향과는 다르게 좌측 전방에 떠 있는 것을 봐서는 물이 아주 약하게 흐르는 상태이다.
그렇다면 무게 차이야 얼마나 나겠나 싶기는 하지만,
가벼운 바늘이 그나마 기둥줄에서 떨어질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다.
사무장이 바늘을 다 바꿔 달아준다.

다시 채비 내림.
60M에서 멈추고 채비를 천천히 올리기 시작한다.
갈치 입질인 줄 알겠다.
끄떡끄떡 이후 쿡 박히는 모습이 이전처럼 대물이구나 하는 흥분을 주지는 않았지만,
한 마리 달렸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해준다.
그리고 훅킹을 위해 빠르게 감아줘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조금 더 빠르게 전동릴을 동작시키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한다.
첫 입질까지는 느리게, 입질을 받고 나면 조금 더 빠르게, 그것이 전부였다.
그런데도 올린 채비에는 갈치가 두 마리 달려 있었다.
"흠, 이제 알았으…"

천천히 채비를 내리는데, 사무장이 독촉을 한다.
"사장님만 갈치를 못 잡고 있어요. 서두르세요."
채비를 넘겨 받더니 두 차례 더 갈치를 잡아준다.
나보다 사무장의 마음이 더 급한가 보다.
이후로는 지나가는 길이면 쿨러를 열고 보고는 아직도 배에서 꼴찌라고,
분발하라고 계속 독촉을 해댄다.

----- 채비를 바꾸다 -----

시간은 9시를 넘기고 있고 주위에서는 한참 갈치를 올려내고 있다.
나는 이 즈음에야 감을 잡고 몇 마리씩 부지런히 잡아낸다.
때로는 한 마리가 올라오면,
수심을 좀 더 낮추어 탐색하다 보면 가끔 씨알이 괜찮은 것들이 한둘 올라오지만,
전반적으로는 나뿐만 아니라 배 전체가 씨알이 잘다.

조금씩 익숙해질 무렵에는 내가 만든 채비의 불편한 점이 두드러져 보이기 시작했다.
우선 채비의 꼬임을 방지하기 위해 채비 기둥줄 4m마다 중간중간 도래를 이어 두었는데,
채비가 엉켰을 때는 푸는데 걸림이 되었고,
통로가 좁은 이 배에서는 지나가다 채비를 차서 엉킬라 치면
그 도래 이음부분이 제 멋대로 꺾인 채로 있게 되어 엉킴을 심화시켰고,
푸는 데도 시간이 더 걸리게 되는 문제가 확인되었다.
결국 하나가 좋아지는 반면 불편도 커지는 문제가 있는 셈이다.

그러다 옆 분과 제대로 채비가 엉켜버린 김에
그 분의 채비를 살리기 위해 내 채비를 토막 내 잘라내고 배에서 준 채비로 교체를 했다.
이후로는 엉킨 줄을 풀거나 바닥에 사려놓은 기둥줄이 엉키는 문제는 많이 해소가 되었다.
대신 가지줄이 기둥줄에 엉키는 문제가 빈발해서
한번 꼬인 바늘은 끊어내고 새로 달아줘야 하는 불편이 늘었다.
이제 내 채비의 문제점과 장점을 알았으니 다음에는 보완해 만들 방법은 알았다.
역시 고생을 해봐야 배우는가 보다.
아쉬운 것은 배에서 나눠준 바늘만 쓰느라 내가 준비해간 바늘은 제대로 써보지 않은 점이다.

----- 갈치 낚시가 조업이 되어버린 이유 -----

사실 낚시를 하면서 정작 힘들었던 것은 쉴 시간이 없다는 점이었다.
그냥 쉬면 되지 뭔 소리냐고?
채비를 발 아래 바닥에 사려 놓고 잠시 꽁치를 가지러 간 사이에
다른 사람의 발에 채여 채비가 엉키는 문제를 겪고 나서는
채비를 올려놓은 상태에서는 자리를 비우기가 영 찜찜했고,
채비를 내리고 나서는 자동으로 감아 올리게는 해 두었지만,
최소한 입질 오는 것은 봐야 해서
자리를 비울 수 있는 시간은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이건 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어서
따뜻한 커피 한잔 먹으러 가지를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결국 그만큼 몇 마리 더 잡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만일 통로가 넓다면, 사려둔 기둥줄이 담겨있을 – 지나가는 걸음에 채이지 않을 정도의 –
공간이 있다면, 컵라면 하나 먹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어쨌거나 새벽 4시가 되어 속이 쓰릴 때쯤에야 가져간 빵과 물로 속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여유시간이 많을 듯 하면서도 남들보다 많이 잡을 욕심이라면 쉬는 시간을 가질 수 없는,
조업 같은 낚시라는 것을 뼈 속 깊이 느낀 하루가 되었다.
거기다 낚이는 게 없으면 좀 쉬기도 하련만,
그래도 한두 마리씩이라도 올라와 주니 놀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긴 이 것도 욕심이기는 하다.

----- 쿨러 채우기 -----

12시가 넘어가면서는 비록 30리터짜리이기는 하지만, 쿨러가 가득 차버렸다.
삼치 작은 것 하나 빼고는 나머지는 오로지 갈치 만으로 채운 것이다.
마릿수는 잊어버린 지 꽤 되었다.
선장에게 부탁하여 스티로폼 박스를 하나 얻었다.
하도 커서 물어보니 100리터짜리란다.
방법이 있나, 그냥 써야지.

통로가 좁아 쿨러는 배 뒤편으로 옮기는데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예전 우럭으로 쿨러를 꽉 채웠을 때도 이 무게는 아니었는데,
갈치라 그런지 공간 여유 없이 채워져 그런 모양이다.
새로 갖다 놓은 아이스박스는 역시 크니 좋긴 하다.
어지간히 큰 놈도 꼬리 끝만 살짝 접히니 말이다.
부지런히 올리다 보니 어느새 바닥에 깔아놓은 얼음이 안보이기 시작한다.

이번에도 사무장이 지나가다 아이스박스 뚜껑을 열어보고는
"아직도 이것밖에 못 잡았어요? 다른 사람들은 많이 잡았는데."
할 말 없다.
어떻게 쿨러가 비었을 때만 보고 한마디 하는 건지. ㅎㅎ

새벽 2시를 넘기면서는 심심치 않게 삼치 큰 것들이 덤비고,
때로는 몸통이 둥글 넓적하게 생긴 무식하게 큰 고기가 두 마리 동시에 걸려 채비를 엉켜 놓기도 했다.
이 때쯤에는 손 동작이 거의 기계처럼 움직이기 시작한다.
자리 앞에 장애물이 많아 끝내는 채비를 투척하는 시도는 한번도 못하고
부지런히 손으로 내리는 작업을 기계적으로 반복한 것이다.

새벽 4시, 드디어 입질이 소강 상태에 들어갔다.
배 전체적으로 올라오는 마릿수가 뜸해지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탐색을 새로 해야지. 채비를 75m까지 내린 후 천천히 올리며 탐색을 시작한다.
대가 한방에 쑥 쳐 박히면 그것은 한치라고 했지?
그 수심의 10m 정도는 급하게 올려 통과를 시킨 후 다시 천천히 탐색.
수심 40m를 넘어가면서 갈치 입질이다.
한 마리 달린 것을 확인하고 채비를 빠르게 올렸다.
세번째 바늘. 그렇다면 수심은 45m다.

입감을 새로 교체한 후 채비를 45m까지 내린 후 멈췄다.
입질을 기다린다.
지금까지는 사무장의 조언대로 채비를 올리기만 했지만, 이제는 내 생각대로 해볼 요량이다.

잠시 후 입질이 온 후 쿡 쳐 박힌다.
빠르게 2m를 감고 기다린다.
한참을 기다려 입질이 없어 다시 2m를 올린다. 입질, 아싸, 2마리다.
그렇게 7번을 멈췄다 올렸다.
결과는 4마리 포획.
떼다가 한 마리를 놓치기는 했지만.

그렇게 정신 없이 잡다 보니 사무장이 옆에 와서 혼자만 낚시하고 있으니 빨리 걷으란다.
그러고 보니 옆에는 모두 낚시대를 접고 있다.
어, 이제야 제대로 잡기 시작했는데…
"배 철수해야 되요"하는 목소리를 뒤로 아쉽지만 채비를 걷어 들인다.
중간에 올렸지만, 그래도 두 마리가 달려 있다.

----- 귀향 -----

비로소 피곤이 밀려온다.
그래도 마릿수는 제법 되지 싶다.
장비를 모두 정리한 후, 아이스박스에 다시 얼음을 채우고 닫은 후 테이프 묶어 두었다.
이제 쉬어야지.
뒤쪽 선실은 사람이 다 찼지만, 앞 쪽 선실에 가니 자리가 넓다.
배가 넓으니 선실도 널찍해서 좋긴 한다.
조금 선실을 줄이고 통로를 넓혔어도 좋았으련만…

다시 풍남항으로 돌아온 시간은 8시가 가까워서다.
아침 식사 후 출발, 배에서 편히 자서 그런지 차로 이동하는 시간은 깨어있는 시간이 되어 버렸다.

----- 처치 곤란 -----

남들은 갈치 낚시 갔다 오면 칭찬 듣는다고, 그래서 또 갔다 오라는 말을 듣는다고 했는데,
나는 핀잔만 듣고 말았다.
많이 잡은 게 내 죄인가? 어느 정도는 그렇기 하지만…

갈치낚시를 간다는 말에 아내는 냉동실을 청소했다고 한다.
적게 잡아도 한 40마리는 잡는다고 하더라 했더니
생선 넣을 공간이 없어 할 수 없이 청소했다고 한다.
결국 내 때문에 일이 늘어난 것이다.

거기다, 100여 마리가 넘는 갈치를 보자마자 기겁을 한다.
어찌 처리하느냐고, 거기다 씨알 작은 놈들을 누굴 줘도 안 가져 갈 거란다.
밤 12시 넘어서는 꽁치를 쓰지 않고 갈치로만 입감을 써서 소비 했는데도,
쿨러와 스티로폼 박스를 열어놓고 보니 잔챙이가 제법 섞여 있는 줄 알겠다.
아마, 정신 없이 주워담아서 그런 모양이다.

세탁실에 주저앉아,
머리 꽁지 잘라내고 먹을만한 부분만 토막 내 자르고,
지느러미 잘라내고, 내장을 빼는데 3시간이 넘게 걸렸다.
삼치까지 정리하고 나니 등허리가 쑤신다.
이런, 낚시하는 노동에서도 괜찮았던 등 근육이 갈치 손질에 놀래버린 것이다.
결국 늦은 저녁 먹고 나서는 계속 누워있어야 했다.

갈치는 잘 아는 집들에 다듬은 것으로 뭉텅이로 갖다 주고도 한참이 남았다.
앞으로 이 갈치 다 먹을 때까지는 갈치낚시 가지 말란다.
흠, 내년까지는 다시 갈치 낚시 가기는 틀린 모양이다.
아니, 가족이 함께 집에서 밥을 먹는 시간이 주말밖에 없으니
매주 갈치로 끼니를 때우기 전에는 아마 내년에도 갈치낚시는 못 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 낚시에는 정답이 없다? -----

낚시를 하면서, 그리고 끝나고 나서 함께 승선했던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낚시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
한 분은 이 배의 사무장이 말하기를
조금 빠른 속도로 올려야 입감을 뺏기지 않고 갈치를 많이 잡을 수 있다고 했지만,
다른 배에서는 느리게 올리다가 입질이 오면 대를 들어 챔질을 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하고,
다른 분은 천천히 올리며 갈치 유영층을 찾은 후 멈추고 기다렸다
입질이 오면 챔질하듯 감아 올린 후 또 기다리는 조법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 맞는 말이 아닐까?
또는 지역마다, 선장이 주로 가는 어장마다의 특성이 있는 것은 아닐까?
때로는 이 방법이 잘 통하다가, 다른 날에는 다른 방법이 잘 통하는 건 또 아닐까?

낚시에는 정답이 없는 모양이다.
일전에, 나의 예전 글을 읽어보았지만, 나를 만난 적이 없던 어느 분이 했던 말이 기억이 난다.
"놀래미를 달고 어초 구멍에서 우럭을 잡아낸다는 방법이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세요?"
그러고는 나름의 낚시 방법을 말씀하셨다.

그렇겠다.
낚시에는 그 때마다의 상황이 있을 뿐 정답은 없는 것이 아닐까?
그 것이 회유 어종인 갈치라 할지라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낚시란 놈은 참 재미있는 일이다.
매번 새롭게 부딪힐 거리가 있고, 매번 고민해야 할 숙제가 있으니 말이다.
Comment '14'
  • ?
    감성킬러 2010.10.18 20:37
    빙고~~~!!!!
    첫 갈치 조업(???)의 고단함 마저도 축하드립니다~^^* ㅋㅋㅋ
    '낚시에는 정답이 없다'는 결론을 도출하기 까지 힘든 조업을 하셨네요.
    갈치의 유영층을 찾아내고 훅킹을 하기까지, 참으로 많은 방법들이 실전에서 쓰이고 있구요. 어느 방법이 정답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초저속 릴링'으로 첫 입질을 파악하기 까지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이지만, 첫 입질이 완벽한 훅킹으로 연결되는 데는 말씀하신대로 한치와도 싸워야 하고, 갈치의 예신이 왔을 때 성급한 챔질도 삼가야 할 것 같습니다.

    로드를 추천해 드린 게 저였는데, 다행히 만족스러우셨던 모양입니다.

    첫번째 갈치 조업에서 느끼셨던 세세한 부분 부분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갈치 낚시가 어엿한 선산낚시의 한 장르로 자리 매김한 이상, 배를 타는 우리들이 느끼는 작은 불편들이 언젠가는 완벽하게 해소되어 갈치낚시의 '전형'으로 다가오리라 믿습니다.
    30리터 쿨러를 채우시고도, 덤까지 낚아오신 첫번째 갈치 조업~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
    콜롬보 2010.10.18 20:45
    무상천님의 생생한 갈치조업기 잘읽었습니다,,,,
    갈치는 비록 낚시꾼이 낚시바늘로 잡지만 낚시는 아니고
    조업이라고 생각하는 또다른 일인입니다....^ㅇ^
  • ?
    죽조사 2010.10.18 23:31
    저는 개인적으로 낚시에는 정답이 없다라는 말이 영원하기를 바랍니다.
    틀에 짜여진 것들을 한다면 창의적이지도 않을뿐더러. 우리가 기계가 되는
    꼴이니까요. 하나 둘씩 바꿔보면서 시험해보는 재미가 쏠쏠하거든요.
  • ?
    김포신사 2010.10.19 01:05
    골프에 입문할 때 000가 머리를 올려줬다는 말을 합니다.
    드뎌 갈치에 입문 하심을 축하 드립니다.
    낚시에 정석과해법은 기본적으로 조금은 있지만 그 어떤것도 자신있게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1인 입니다.
    첫 출조의 경험은 아마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것입니다.
    축하 합니다...기회가 된다면 언제 함께 조업한번 하시죠...
    잘은 못하지만 두가지 정도는 현장에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
    강타공 2010.10.19 01:21
    제주도 다녀와보고 여수도 다녀왔지만, 여수에서 느낀점은 지역마다 방식이 틀리고 정답이 없구나~하는 생각뿐이었습니다~^^;
  • ?
    무상천 2010.10.19 08:27
    감성킬러님, 맞습니다. 대는 제대로인데, 무식하게 생겨서... ^^
    하여간 낚시대 덕을 많이 보았습니다.
    물이 제대로 흐르거나 바람이 불 때는 채비 걷는 방법을 고민해야겠다는 새로운 숙제도 생겼습니다. /

    콜롬보님, 갈치조업 맞습니다. ^^
    그게 고기 욕심에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요... ㅎㅎ /

    죽조사님, 천천히 올리다가 입질이 확인되면 속도를 좀 더 빠르게...
    그 것 뿐이었는 데도, 몇 마리 더 달려 올라온다는 것이 참 신기했습니다. /

    김포신사님, 예전에 먼 발치에서만 인사했었는데,
    언제고 함께 출조할 수 있는 기회가 있겠지요? /

    강타공님, 역시 정답이 없다는 것, 재삼 실감합니다. ^^
  • ?
    설원 2010.10.19 09:00
    정답이 없다는 낚시의 정답을 제시한 듯 합니다.
    주 말마다 갈치파티라.....
    갈치낚시 가실 기회를 빨리 승인 받으시려면
    주 중에도 시간을 할애하시기를.....
    의미있는 조행기 잘 읽고 갑니다.
  • ?
    자연과 바다(정이니) 2010.10.19 11:18
    저 역시 처녀 칼치출조를 앞두고 두루두루 정보탐색을 하고 있지만 무상천님의

    조행기를 읽으면서 제가 현장에서 헤매고 있을 모습이 훤히 보이는듯 하여

    잠시 미소를... 이에 찾아온 불안감은 어쩔수 없네요

    조행기 + 유익한 정보에 감사합니다.
  • ?
    무상천 2010.10.19 11:46
    설원님, 사실 주 중에 가고 싶기는 한데 이틀을 휴가를 내려니...
    게다가 비상 전화를 받기도 어렵고...
    맘 편한게 주말인 것 같습니다. ㅠㅠ /

    자연과바다님, 처녀출조라니 저처럼 심란하시겠습니다.
    사실 많은 준비를 했었는데,
    일부는 도움이 되었고, 일부는 오히려 불편을 초래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고민을 하고 준비를 해서인지
    그만큼 현장에서 답을 내기도 쉬웠다는 생각입니다.
    고민 많이 하시고 좋은 성과 내시기 바랍니다.

    아참, 씨알 컸던 놈들은 한번 지나갔고,
    새로운 어군이 제주 앞바다에 옴 것 같다고 선장이 말하더군요.
    아마 1~2주 후면 씨알이 제법 굵은 놈들이 올라올 것 같다는 기대 섞인 유혹을...
    아마 님이 가실 때 쯤에는 대물로 대박을 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 ?
    타조 2010.10.19 12:22
    무상천님 잘 다녀오셨네요....^.^
    저도 기둥줄 중간에 넣은 베어링도래 때문에 고민중인데 어떤 묘수를 생각하셨는지 살짝 귀뜸 좀 해주세용~~~^.^
  • ?
    강타공 2010.10.19 13:17
    타조님~여수갔을때 저도 7단 베어링 들어간 채비 채비틀에 바늘까지 묶어서 갔는데, 채비 투척시 꼭 꼬임방지 도래 있는곳에서 바늘끼리 엉키던데...저만 그런줄 알았더니 다른분들도...걍 주는 채비에 오너바늘 꽂고 가야겠습니다~
  • ?
    무상천 2010.10.19 13:54
    타조님, 기둥줄에 도래를 넣지 못한다면
    기둥줄 자체의 회전을 좋게 하게나,
    짧게 만드는 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요.
    문제는 가지줄 길이인데,
    1m까지는 테스트 해봤는데 1.5m와 차이는 못 느꼈습니다.
    대충 이 정도... ^^

    강타공님, 탐조님께 단 글이긴 하지만,
    등침있는 오너바늘은 갱각보다 약했고,
    또 바늘이 길어 잡기는 편했지만 입질 자체의 기회가 적은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미늘 부분과 형광고무와의 이격이 커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반면에 배에서 주는 바늘은 미늘과 형광고무가 매무 가까웠구요...
    조과는 역시 나중 것이...
    다음에 기회가 되고 물 흐름이 있다면 야마시타 바늘도 써 볼 생각인데,
    갈 기회가 있을런지... ^^
  • ?
    뉴에이 2010.10.19 15:01
    [무상천]님~
    1. 질문사항 : 오너 바늘이 생각보다 약하다고 하셨는데, 바늘 끝의 무뎌짐을 말씀하시는지요?

    2. 의견 : 오너 바늘이 형광 고무와의 이격이 커서 입질이 없다고 하셨는데, 그러면 형광 고무를 깊숙히 끼우면 어떨까요?(만약 등침에 걸리면 등침은 없애고...)

    3. 조언 : 야마시타 바늘이...같은 제품인데도 어떤 봉지에는 바늘 끝이 짧은것만 들어있고, 어떤 바늘은 길고 날카로운 바늘만 들어있더군요.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사실때 매장에서 직접 구입하실꺼라면, 짧은 것보다는 길게 만들어진게 좋을 듯 합니다. 날카로움이 차이가 납니다.
  • ?
    무상천 2010.10.19 16:37
    뉴에이님, 바늘이 길어서 좋긴 했는데,
    갈치 입질은 없었고 삼치를 걸었을 때 바늘을 빼느라
    롱노우즈로 바늘 허리를 잡고 돌렸는 데 똑 부러졌다는...
    허리에 미늘 있는 부분이 부러졌습니다.

    의견 부분은 맞습니다. 하지만 미늘 때문에 고무가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큰 매장에서도 긴 것을 아직 못 봤는데, 찾아 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배에서 주는 바늘을 쓰면서는 꼬이면 바꿔버렸습니다.
    그랬더니 무뎌지기 전에 줄이 먼저 꼬이더라는... ㅠ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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