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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행후기]
2009.10.10 12:07

캔디의 좌충우돌 문어낚시 조행담

조회 수 6247 댓글 12




언제라도  떠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아무때라도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은
더욱 행복하다.

늘상 느끼는 일이지만
해도 뜨지 않은 캄캄한 새벽..
낚시장비를 둘러매고 뱃전을 오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때면
바다낚시란,
정말로  좋아하지 않으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취미생활인것 같았고,
해풍에 그을린 비슷비슷한 사람들의 모습은 친근감을 느끼게 했다.

저들도 어쩌면 나처럼 지친 삶을 한순간 위로받기 위해
바다를 찾는 게 아닐까도 싶어서
동병상련의 애틋함마저...

5개월전 호기심에 처음 경험했던 선상 낚시 -
처음에는 초보 여조사라는 핑계로 일행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이젠 채비연결도 능숙(?)하게 할 줄 알게 되었고,
미꾸라지 기절시키는 일이나, 우럭 입속에 손을 넣어 바늘을 빼는건 잘 못해도
어초낚시에서 만세(?)를 부른다거나,
밑 걸림정도는 혼자 힘으로 해결 할 만큼의
기초(?)실력도 늘었다.

2년만에 나타났다는 문어 조황사진을 보면서
처음에는, 체력을 필요로 한다는 말에 겁(?)을 먹고 엄두를 못냈는데,
운칠기삼이라는 말도 있고,
문어는 다리가 여러개인데다 빨판도 많으니까
어느곳이든 바늘이 걸릴 확률도 높지않을까 하는 얄팍한 기대에 용기를 내어
이제는 익숙해진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려  홍원항으로 향했다.

출조점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세시경..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문어낚시의 채비라든지 요령을 공부했지만
‘너덜너덜채비’가 좋다느니 무거운 돌을 짊어지고 올라온다거나 후킹이 되어도
놓칠 확률이 높다는등등 뿐.  딱히 귀에 쏙 들어오는 정보가 부족했다.

우럭과 문어 병행 낚시였는데
비싸다는 메탈지그는 채비손실이 걱정되어 사양했고,
쭈꾸미볼과 애기, 반짝이종이와 숭어낚시용 큰 바늘, 기둥줄 채비.. 미꾸라지 등을
구입하니 가격이 2만원정도..
미리 준비해간 돼지비계가 효과있기를 기대하면서 배에 올랐다.

새벽 네 시에 출항.. 낚싯대를 세팅해놓고
선실 문 앞에 벗어놓은 신발들을 풍경(?)삼아서
새벽 바람이 너무 추워 말 그대로 새우처럼 웅크리고 잠을 청했다.
좀 더 따뜻한 옷을 입고 올 것을..하는 후회와 함께
꿈에서라도 문어를 만나기를 기대하면서..

아무래도 난 어복이 있나보다.
처음부터 5짜는 충분히 됨직한 우럭이 올라오더니
잡는 것마다 3짜 4짜 이상의 큼직한 우럭들이 올라오는 바람에
애기우럭들은 방생하는 여유까지 생길정도..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 아니라 '天高우럭肥'의 계절인가보다.
먼 바다배가 아니었음에도 선장님의 자상한 멘트와 포인트 선정으로
11시가 되기 전에 낚시경력 15년이 넘는 일행과  잡은 것을 합치니
33리터 쿨러는 뚜껑까지 가득차서 더는 넣을 수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점심식사 후의 문어낚시-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여기저기 보이는 문어채비는 거의가 마치 성황당을 연상시키듯한 무당채비였고,
건너편 자리의 조사님은 채비만도 한 보따리라서  쿡쿡 웃음이 터졌다.

맨 상단에 봉돌을 달고, 중간에는 애기 두 개.. 하단의
쭈꾸미볼에 돼지비계와 색스러운 반짝이 종이를 달면서
문어채비는 그야말로 ‘묻지마 채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어의 취향(?)을 잘 모르니까 아무거나 일단은
많이  달아놓고 어디에든 물리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수심 15미터 정도..때론 4-50미터 정도-
일단 바닥을 확인하고 한 바퀴정도 감은 뒤 기다렸지만,
밑걸림과 비슷하다는 우럭이 올라탔다는 신호는 느낄 수가 없었다.

채비가 걸려서 빼내기를 여러번..
다행히 손실은 없었지만,  쭈꾸미볼의 바늘이 벌어졌고,
미늘이 없어서인지 돼지비계는 금방 달아나버려  
우럭낚시하다 남은 오징어나 미꾸라지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끼워봐도 속수무책..
아~~ 문어야. 제발 !!

바닥확인하고 조금 띄워보면  여러개의 바늘 때문인지  걸림을 자주 느꼈고,
챔질을 해보면 번번이  허당-  
문어는 쉽사리 올라오질 않았다.

애인의 메일을 기다리는 마음이 이보다 더할까 싶을 정도로
초조함에 기다리던 순간,
드디어 일행에게서 첫수의 신호가 오면서
수면위로 빨간 문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문어다!!
모두들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재작년에 문어낚시를 했던 경험자인지라 방법을  물었더니..
바닥에 내린 다음 잠시 기다렸다가  조금씩 자리를 옮겨가면서
그 과정에서 바닥걸림과는 다른 무게감을 느끼면 문어가 올라탄거니까
챔질을 한뒤 재빨리 릴링을 해보라고 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헛챔질하기를 여러번.
재미가 없어지는건 물론, 팔도 너무 아파서 포기하고 싶을 즈음..
배에서 두 번째 문어의 행운은 내게 찾아왔다..

고패질을 조금씩 해주듯이
낚싯대 자리를 옮겨가는 과정에서 약간의 무게감이 느껴졌고,
릴링을 조금 하다가 무거워서  낮은 속도의 전동으로 올렸는데
사무장과 함께 뱃전에 붙은 빨판을 어렵게 떼어내면서도
흉측스럽게 생긴 모습조차 어찌나  고맙고 사랑스럽던지..
준비성 많은 일행이 가져온 양파망 비슷한 배추망에 문어를 담아
물통에 넣으면서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날, 한시간 반 정도의 짧은 시간동안
포인트를 옮겨다니느라 기회가 적어서인지 문어조과는 좋지않아서
배에서 모두 잡은것을 합쳐도 불과 몇마리 정도..

엄청난 부피의 무당채비를 했던 조사님은 한 마리도 올리지 못했지만,
난, 봉돌과 애기 두 개, 쭈꾸미볼만 달려있었던 단촐한 채비로도 문어를 잡았으니
문어채비에 정답은 없나보다.
채비를 다르게 하고, 기술이 더해졌더라면 효과적이었을지도 모르나,
초보에게도, '묻지마 채비'에도 문어가 잡히는건
누구에게나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도전해 볼만한것 같아서
문어낚시의 재미를 더하게 해주는게 아닐까 싶다.

우리네 삶도 그렇지 않을까?
부족함 속에서도 채워짐이 있을 수 있고,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가져볼 수 있다는...

돌아오는 뱃전에서
바다가 말했다.

우럭이든 대구든 문어든 얼마든지 있으니까
손맛이 그립거나,
살면서 힘들다고 느껴질 때..
그 때  다시 찾아오라고..

@@
Comment '12'
  • ?
    어흥이 2009.10.10 15:38
    조용히 마음으로 읽고..
    따듯하게 가슴으로 느낍니다..
    귀한글 감사하게 읽었습니다
  • ?
    감성킬러 2009.10.10 15:53
    잔잔한 조행기에 문어낚시의 정답을 말씀해 주신 것 같네요. '묻지마 채비' ㅋㅋㅋ
    문어의 잦은 손맛을 보시진 못했지만, 우럭 손맛은 만끽하신 것 같네요.
    우선 축하드립니다. ^^*
    입문하신지 5개월 만에 어초에서 만세부르기까지 터득하셨다니... 정말 대단한 열정이란 생각이 듭니다.

    <바닥에 내린 다음 잠시 기다렸다가 조금씩 자리를 옮겨가면서
    그 과정에서 바닥걸림과는 다른 무게감을 느끼면 문어가 올라탄거니까
    챔질을 한뒤 재빨리 릴링을 해보라고 한다.>
    문어 낚시의 핵심을 잘 정리해주신 것 같습니다. 바닥을 질질 끌고 다니면서 줄을 자꾸 주다보면 밑걸림으로 채비 손실만 늘어나고, 잠시 기다렸다가 다음 지역을 탐색한다는 기분으로 채비를 옮기는 방법이 효과적이더 군요.

    잔잔한 조행기에 실전 Tip까지... 즐감하고 갑니다. ^^*
  • profile
    민평기 2009.10.10 21:49
    분명히 바다는 매번 무언가를 전해줍니다.
    우럭을 비롯한 실한 먹거리들을, 누구에겐 희망을 또 누구에겐 여유를.
    늘 한아름 받고 돌아오게 되지요.

    한 가지도 아닌 여러 바다 선물을 받아오셨네요.
    처음 접하는 캔디님 글 속에서 간접적으로나마
    저도 바다가 전하는 선물을 받고 갑니다.
    바다 1년차의 산뜻한 꿈이 오래오래 지속되기를 바랍니다.

    꽃지 같은 하늘바다 그림도 너무 잘 어울리네요~~
  • ?
    앵두 2009.10.11 07:10
    주야조사님의 또끼뜀 조법을 벌써 터득하셨네요 ~~ ㅎㅎ
    문어 만만치 않은 낚시인데 잘 하셨네요. 조행기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 ?
    캔디 2009.10.11 07:33
    다른 님들의 글을 통해 필요한 정보만 얻어가다가
    조심스런 마음으로 첫글을 올렸는데,
    어흥이님 킬러님 평기님 앵두님의 댓글을 보며
    아웃사이더에서 벗어나 낚시 동지(?)가 된듯한 든든함이....
    격려 고맙습니다!! 이젠 겨울 우럭낚시에도 한번 도전해보고싶은데,
    어떤 장비가 필요한지? 다른계절과 다른 낚시방법은 무엇인지 알고싶어요~
    그리고..앵두님~ 토끼뜀 조법이 뭔가요??
  • ?
    앵두 2009.10.11 08:00
    토끼뜀 조법 : 바닥에 채비를 가라 앉히고 .. 약 10초 간격으로 낚시대를 살작들어 채비 위치를 변경하면서 하는겁니다.. 위에 글에도 있던데요 "바닥에 내린 다음 잠시 기다렸다가 조금씩 자리를 옮겨가면서" 라고 쓰여 있네요 ~~
    주야 조사님께서 이름을 예쁘게 붙여 토디뜀이라고 하시네요. ㅎㅎ ^^*
  • profile
    晝夜釣思(주야조사) 2009.10.12 07:14
    낙엽이 작은 호수 수면위에서 추풍을 타고 사르르 미끄러져 갑니다.
    잔잔한 그 수면위로 초대해 주신 님의 조행기 잘 봤습니다.
    아름다운 글, 힘드시겠지만 글 솜씨 자주 뽐내 주시길 바랍니다... ^^


  • ?
    파도소리 2009.10.12 22:18
    조행기를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담배 한대를 물었습니다.
    그동안 고수님들의 낚시노하우만 배우려고 기웃거렸었는데
    '언제라도 떠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아무때라도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은
    더욱 행복하다.'라는 말이 내 이야기같기도 해서 말입니다.ㅋㅋ
    문어낚시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주엔 '묻지마 채비'준비해서
    '토끼뜀 조법'으로 도전해봐야겠습니다.
    주야조사님처럼 저도 캔디님의 다음 글 기대해도 되겠지요?
    봉돌을 맨윗단에 달았다고 했는데 다들 그렇게 하시는건가요?

  • ?
    감성킬러 2009.10.13 05:29
    파도소리님 '다'들 그렇게 하시지는 않습니다.
    봉돌을 상단에 다는 건 채비 전체를 바닥에 앉힐려는 시도 같습니다.
    봉돌을 우럭 채비처럼 하단에 다는 분도 계셨는데, 아쉽게도 조과 차이를 검증하신 못했습니다.
    저도 봉돌을 상단에 달아 채비 전체를 바닥에 두고 토끼뜀 조법(ㅋㅋㅋ)으로 2회 출조에 14마리... 개체수와 비교하면 괜찮은 조과였습니다.
    참고 하시길...^^*
  • ?
    자유비행 2009.10.13 18:27
    멋진 글을 한숨에 읽었습니다. 즐낚하신 것 축하드립니다.
  • ?
    캔디 2009.10.14 10:26
    주야조사님, 파도소리님, 자유비행님 댓글 감사드려요~
    낚시의 즐거움보다 더한 쌍방교류(?)의 따뜻함을 느낍니다.
    물때가 좋을 시기인데 잔뜩 흐린 하늘을 보며
    아무래도 환자(?)가 되어간다는 생각이...^^
  • ?
    봉구 2009.10.16 06:16
    출근 시간이 바쁜데 캔디님의 글을 읽고 기냥 갈수 없어서 로그인을 했습니다
    아침 출근길이 시큼할 정도로 상큼한 글이었습니다 ..자주 접할수 있도록 부탁 드릴께요.....행복한 하루 되세요.^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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