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인천항의 조수 간만차이가 대략 6~7M. 간조 10시30분, 만조시간은 16시10분경. 5물 사리 때. 낚시하기에 참 나쁜 조건이었다. 게다가 해상예보는 한국 기상, 일본 해상도 어디를 보아도 파고 1~2M, 비교적 높게 나오고 비올 확률도 꽤나 높아 보인다.
남항부두의 많은 배들이 모두 개점휴업상태인지 주차장도 한가롭다. 이럴 줄 알았으면 두어 시간 더 자고 나올 걸!
오늘 하루를 함께할 동료(?)들을 살펴보니 거의 모두 휴가를 맞았거나 방학을 이용해 가족 야유회를 겸한 분위기다.
선상 배낚시에서는 통상 캐스팅릴에 합사를 사용하는데 갯바위 용 spinning릴에 모노필라멘트 줄을 감아 오신 분들이 건너편 자리에 몇 분 눈에 뜨인다. 괜히 선입견을 가질 필요는 없겠지.
지난번에도 릴을 거꾸로 setting하셨던 분이 개시는 나보다 훨씬 먼저 하시는걸 보았으니까.
그런데 오른쪽에 좌정하신 분들은 아무래도 걱정된다. 작고 아담하게 생긴 민물용 릴을 가지고 오셨는데 저기에 무거운 100호짜리 봉돌을 달면 과연 견디기나 할런지? 다행히 낚싯대는 바다낚시 전용이니 잠자코 구경이나 해야지........
바다는 생각보다 잠잠했고 짙은 구름이 태양을 가려주고 부슬비까지 뿌려주니 얼굴에 바른 sun cream이 오히려 거추장스럽다.
두어 번 헛손질로 봉돌을 날리고 먼 하는 바라보는데 첫 입질이 당차게 들어온다. 인천바다에서 이런 입질을 받다니! 앙탈하는 녀석을 달래가며 서서히 당기는 손맛이 그만이다. 갑자기 줄 감각이 무디어진다. 웬일일까?
혹시? 역시!
맞은편에서 내 줄을 마구 당겨가는 중이다. 고기가 걸렸으니 풀어 놓으라고 몇 번 부탁했으나 막무가내. 옆에 계신분이 거들어 간신히 감아 올려보니 방생size 우럭 한 마리가 달랑, 애처로운 눈빛이다. 잘 가거라. 퐁당.
‘걸린 줄, 푸는 동안에 떨어져 나갔어요. 꽤 큰 놈이었는데.’곁에서 도와주신 분이 오히려 더 안타까워하신다. 젊은 분 얼굴이 꽤나 호감이 간다. 어쨌든 비공식 첫 쌍걸이! 아무튼 기분 좋은 일이다.
한식경이나 지난 후 병아리 아줌마가 뜰채를 들고 한 바퀴 도신다. 회 타임을 위한 공출작전. 내 물 칸을 애처로운 눈빛으로 흘깃 보고 그냥 지나가기에 홀로 헤엄치는 녀석이지만 빨리 잡아가시라고 불렀다. 이 아줌마, 내가 한 마리 내어 놓고 두어 마리 먹는 실력을 벌써 눈치 채셨나?
모처럼 동행한 할머니가 합석하며 집에서 담근 인삼주까지 내어 놓으니 근사한 파티가 무르익는다. 누가 한 마리 더 내어놓고 누가 덜 잡고 그게 무슨 상관이람? 초면이지만 마치 구면인양 서로 어울려 부슬비 맞으며 권하는 쌉쌀한 소주 한 잔! 마치 신선놀음하는 격이다.
방학을 맞아 아이들을 데리고 오신 옆자리 손님들이 아무래도 걱정이 되는데 당사자는 천하태평이다. 계속 줄 끊어지고 채비 날리고 투덜거리면서도 구경하는 조카들에게 삼촌이 광어를 잡아 줄 테니 두고 보라고 큰소리치는데 잠시 후 큼직한 광어 한 마리가 진짜 거짓말처럼 달려 나온다. 아이들의 박수소리와 환호 채 끝나기도 전에 다시 또 한 마리. 옆에서 걱정해주던 나만 머쓱해졌다.
병구완하는 아들의 효심에 감동하여 얼음을 뚫고 잉어가 나왔다는 고사는 읽었지만 조카를 위하는 삼촌의 마음에 용왕님이 감읍하는 것은 오늘 처음 본 셈이다. 그렇지만 행운은 그걸로 끝이었다. 광어를 잡는 힘든 작업 끝에 릴이 그예 고장 났는지 삐거덕거리고 돌지 않는다. 가방에서 같은 릴을 세 개씩이나 꺼내는 걸 봤는데 드디어 모두 다 고장 난 모양이다.
오후에 잠시 따가운 햇살에 고생하다 고개를 돌려보니 멀지 않은 곳에 공사 중인 인천대교가 보인다. 이미 오후 3시. 방생 싸이즈 간신히 넘긴 애처로운 녀석들 몇 마리 그리고 광어 한 마리 헤엄치는 초라한 물 칸을 바라보며 인천 앞바다가 그렇거니 하며 체념 할 수밖에.
이제는 여기서 이럭저럭 시간 때우다 들어가겠거니 하는데 갑자기 힘찬 입질이 들어온다. 30cm 전후. 내가 제일 좋아하는 크기. 연이어 우리 쪽 라인 전부 쉴 새 없이 우럭 파티를 벌린다. 쌍걸이 세걸이 까지. 우리 선장에게 이런 비포가 있었다니!! 허전하던 쿨러가 갑자기 그들먹해지고 여기저기서 즐거운 아우성이 터진다.
‘좀 이르지만 이제 그만 들어가겠습니다. 다 잡으면 미안하니까 좀 남겨두어야 얘들이 또 친구를 데려 오겠지요.’선장의 멘트를 들으며 우리도 약간 미진한 구석이 남았지만 막판에 짜릿한 손맛을 본 끝이라 상쾌한 마음으로 낚시를 접는다. 그리고 주변 정리.
함께 낚시했던 분들과 시나브로 정든 하루였다.
이런 마음씨를 가진 선장과 낚시꾼들이라면 요즈음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그런 추잡한 짓거리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든다.
오늘 탔던 배 이름이 뭐냐고요?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압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