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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 하응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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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의 테마낚시 27 - 좌대낚시

지난 11월10일은 대입 ‘수능’일이었다. 입시생도 고생했지만, 입시생 자녀를 둔 부모들도 지난 몇 년간 노심초사 숨죽이며 고생을 했다. 수능이 끝나고 아버지들이 모여 야유회 낚시를 가기로 했다. 배낚시나 갯바위는 장비도 많이 필요하고 또 멀미를 할 가능성이 있어 비교적 가까운 천수만에서 좌대낚시를 하기로 했다. 토요일 아침 6시에 여섯 명이 차 두 대에 분승하여 서울에서 출발하기로 약속을 해놓았는데 정작 금요일 두 명의 친구가 다급하게 전화를 해왔다. 한 친구는 재수한 딸이 수능을 망쳐 ‘초상집 분위기’라는 이유로, 또 한 친구는 논술학원을 알아보라는 마누라의 특명 때문에 못 간다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네 명이서 출발한다.

차 안에서는 수능과 입시 문제로 한바탕 대화가 오고 간다. 모두 이구동성으로 무슨 놈의 입시가 이렇게 복잡하고 어렵냐, 이런 개판 같은 입시가 세계 어느 나라에 또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요약하면 대충 이런 말이다.

‘우리가 대학 갈 때는 안 그랬다. 알아서 공부했고, 알아서 대학 갔다. 예비고사 보고 성적에 맞추어 대학을 정해 본고사 보고 대학 갔다. 학교 성적 좋은 놈이 예비고사도 잘 보았고, 본고사도 잘 보았다. 떨어지면 2차로 지원해 대학 갔고, 아쉬움이 남으면 재수해서 대학 갔다. 부모님들은 신경도 안 썼고, 신경 쓸 여력도 없었고, 신경 쓰고 싶어도 몰라서 못 썼다. 요즘은 이게 뭐냐, 내신에다 수능에다 논술에다, 심지어 봉사활동까지 부모가 챙겨주어야 한다. 원점수가 어쩌고 표준점수가 어쩌고 백분율이 어쩌고, 자기소개서니 포트폴리오니 스펙은 또 뭐냐. 선생들은 도대체 뭘 하나. 학원 선생들이 더 잘 챙겨주질 않나. 부모가 입시생이나 다름없다. 이런 교육제도가 도대체 뭐냐. 야, 점잖은 입에서 욕 나온다. 울화통이 치민다.’

‘마, 그만하자. 그렇게 입시제도를 만든 것도 결국 우리 세대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를 올가미에 옭아맨 거다. 내 자식 더 좋은 대학에 보내려고 우리가 그렇게 만든 거다. 결국 고생은 우리들보다 우리 자식들이 더 한다. 잔소리들 말고 우리는 낚시나 하자.’



눈먼 우럭 새끼 세마리가 한꺼번에 걸렸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고 천수만 입구에서 밑밥과 장비를 보충하여 당암리항으로 들어선다.
바다 좌대낚시는 대개 양식장 주변에 인공 구조물을 만들어 편안하게 낚시를 할 수 있게 만든 시설에서 하는 낚시를 말한다. 파도가 별로 없고 흔들림이 작아 가족, 친구들,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 잡히는 어종은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서해안 좌대는 우럭이나 노래미, 숭어나 전어나 고등어 등이 잡힌다. 물론 잡히기는 하지만 그 크기가 작아 배 낚시꾼들은 사실 좌대낚시를 즐기지 않는다. 하지만 좌대낚시에는 다른 즐거움이 숨어 있다. 조황에 연연하지 않고 삼겹살이나 구워먹으면서 잡히면 잡는 대로 회를 쳐서 소주 한 잔 하면서 이야기하고 웃고 떠들면서 노는 즐거움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야유회 낚시인 것이다.



좌대낚시 풍경. 남녀노소가 함께 어울린다. 잡아도 그만, 못잡아도 그만.


당암포구에서 전화를 하니 금방 배(만길호, 서산 큰바다 좌대)가 온다. 5분도 안 되어 좌대에 도착한다. 일행이 햇빛을 가릴 수 있는 명당에 자리 잡으려고 하니 젊은 부부가 아이 둘과 함께 이미 진을 치고 있다. 일행은 50년을 산 노하우를 발휘해 젊은 부부에게 너스레를 떨며 함께 테이블과 의자를 사용하기로 한다. 그들 부부가 먼저 새우를 어떻게 다는지 물어온다. 내가 시범을 보여준다. 새우는 꼬리부터 바늘을 집어넣어 배 쪽으로 나오게 해야 잘 안 떨어지고 입질이 빠르다고 알려준다.

좌대낚시에서는 어종에 따라 채비가 달라지겠지만 대개 바늘이 다섯 개 정도 있는 카드채비에 새우나 갯지렁이를 단다. 고등어를 노리려면 수심층에 변화를 주고, 우럭이나 노래미를 노리려면 바닥에 가라앉힌다.
5m 정도 채비를 내리면 고등어가 문다는 말에 카드채비에 새우를 달고 낚시를 시작한다. 크릴새우와 집어제를 섞은 밑밥을 던지니 조류가 좌대 쪽으로 들어오지 않고 먼 바다 쪽으로 흐른다. 이래서는 고등어가 물 수가 없다. 고등어 낚시를 포기하고 찌낚시 채비로 바꾼다. 반유동 채비로 감성돔 낚시하듯이 멀리 던져 찌를 조류에 태운다. 그래도 입질이 없다.



서비스 주꾸미 낚시


여기저기서 간간이 함성이 들린다. 작은 우럭이나 노래미가 올라올 때마다 함성을 질러대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좌대낚시다. 아무리 씨알이 잘아도 마냥 기쁜 것이다. 그러다가 찌가 스멀스멀 사라진다. 챔질을 하니 작은 우럭이다. 배낚시라면 방생 사이즈지만 이것이라도 회를 먹어야 하니 살려둔다. 다시 그만한 사이즈의 우럭 한 마리 추가. 성질 급한 친구 녀석이 준비해온 더덕을 굽기 시작한다. 낚시는 뒷전이고 모두들 모여 소주잔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옆에 자리한 꼬마들이 좌대 주인에게서 숭어 두 마리를 얻어온다. 재빨리 회를 썰고 모두들 둘러서서 아이들의 기민함을 칭찬하며 회를 먹는다.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르자 만길호 선장이 배를 타라고 한다. 잠시 서비스로 주꾸미 낚시를 하겠다는 것이다. 일행은 얼른 배에 오른다. 주꾸미라면 다들 일가견이 있다. 천수만 방조제 바로 앞에서 주꾸미 낚시가 시작된다. 간간이 주꾸미가 올라오는데 씨알이 무척 커져 있다. 한 시간 정도 낚시하니 먹을 만큼 잡혔다. 다시 좌대로 돌아와 고추장 양념을 하여 숯불에 주꾸미를 굽고 2차 소주 파티를 벌인다.



한마리도 즐겁다. 표정이 압권.


가을 햇살은 바다 위로 부서지면서 모두의 얼굴로 투과된다. 입시도 돈벌이도 직장도, 과거도 미래도 정지되고 순간의 즐거움만 가득하다. 삶의 찬란한 한 때가, 다시 오지 않을 가을의 한 때가 그렇게 지나간다. 모두들 그럴듯한 손맛 한 번 못 보았지만 불평하는 친구는 아무도 없다. 열심히 하면 고등어 한두 마리, 우럭 새끼 한두 마리 정도 더 잡았겠지만 더 잡아서 무얼 하겠는가. 좌대낚시는 배낚시와 달라 물고기에 대한 불타는 전투력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즐겁다. 다만 운전을 해야 하는 한 친구가 술을 못 마셔 조금 서운할 뿐이다.

해가 기울면서 주섬주섬 철수 준비를 한다. 우리는 다시 입시생의 아버지로, 한 집안의 가장으로, 대한민국 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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