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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 하응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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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의 테마낚시20 - 광어 루어낚시

패션에 유행이 있지만 낚시에도 유행이 있다. 배스낚시가 본격화되면서 민물 루어낚시가 인기를 끈 지는 오래되었고, 또 쏘가리나 꺽지 낚시를 루어(인조 미끼)로 즐기기도 했지만 민물 루어낚시에는 한계가 있다. 배스를 식용으로 도입했지만 식용으로 즐기는 꾼들은 별로 없고, 쏘가리는 자원이 한계가 있어 많은 꾼들이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루어꾼들은 바다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방파제나 바위가 많은 태안 등지의 연안에서 꺽지 낚시를 하는 식으로 작은 웜(벌레 모양의 루어)으로 우럭이나 광어 등을 낚아내기도 했다. 이 역시 처음에는 인기를 끌었지만 꾼들의 손맛을 충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씨알이 작기도 하고 워낙 험한 연안 지형을 이동해야 하기에 암벽타기를 각오한 꾼들만이 제대로 연안 루어낚시를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타난 낚시가 보트 루어낚시였다. 작은 보트에서 지그헤드(바늘과 봉돌이 같이 있는 채비)에 웜을 달고 던져서 낚는 방법인데 이 역시 깊은 수심층을 노리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선상 우럭 낚시처럼, 조과도 보장받으면서도 루어로 낚시한다면, 하는 생각이 루어꾼들 사이에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기존의 오징어나 미꾸라지를 미끼로 사용하는 생미끼 낚시를 하면 될 것을 왜 루어낚시를 고집하느냐고?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손맛이다. 가벼운 루어대를 사용하고 줄도 1호에서 2호 정도의 가는 것을 사용하니 같은 크기의 고기가 물려도 훨씬 큰 손맛을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 둘째, 생미끼에 대한 혐오감 때문이다. 오래된 꾼들은 그렇지 않지만 초보자나 여성은 갯지렁이 미꾸라지 등의 생미끼를 만지기도 싫어하고 그 꿰는 방법도 까다로워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었다. 루어는 거부감이 거의 없어 누구나 미끼를 다룰 수가 있는 것이다. 셋째, 낚시산업과 관련이 있다. 루어는 미끼 자체가 공산품이다. 공장에서 생산하여 유통되는 제품이기에 그것에 대한 홍보와 판매 전략은 갯지렁이나 미꾸라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전개된다. 낚시용품의 글로벌화라면 좀 어리둥절하겠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산, 일본산, 중국산 등의 루어가 한국 물고기들을 유혹한 지도 오래된 현실이다.


비가 내릴 때만 나타나는 선갑도의 폭포.


이런저런 이유로 탄생한 낚시가 바로 배스 낚시의 다운샷 기법을 활용한 선상 광어 루어낚시다. 깊은 수심의 먼바다로 나가면 분명 광어 자원이 많다. 따라서 기존의 우럭 전문배의 포인트 노하우를 활용하되 루어 다운샷 채비로 광어를 공략하면 어떻게 될까? 낚시꾼들은 이런 의문이 생기면 실천한다. 왜? 간단하다. 더 큰 고기를 더 많이 잡기 위해서다. 손맛도 즐기면서.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영흥도 주변이나 충남 홍원항이나 안면도 주변에서 실험적인 낚싯배들이 광어 다운샷 채비로 비밀스럽게 상당한 조과를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소문이란 퍼져나가게 마련인 것. 타이라바 참돔 낚시가 유행하듯, 이제 서서히 광어 다운샷 낚시가 유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운샷이란 봉돌을 맨 아래에 달고 위 30, 40㎝ 정도에 훅이라고 하는 고리가 있는 바늘을 달아 보통 섀드(shad)라고 하는 실리콘 재질의 물고기 모양 루어를 장치하는 채비를 말한다. 이 채비의 장점은 특히 배낚시에서 유리하다.

그런 정보만 가지고 있었는데 인천 남항부두에서도 출항하는 배에서 본격적으로 선상 광어 낚시를 한다기에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천 쪽에서 나온다면 굳이 운전 오래 해서 멀리 갈 필요가 있을까. 그 주인공에 해당하는 배가 바로 백마 3호였다.



맹렬하게 퍼붓는 빗속에서 광어를 올리는 꾼과 그 장면을 찍는 ‘백마3호’의 윤미선 사무장.


지루한 장마의 끝, 여전히 비가 장대같이 내리고 있었지만, 새벽 남항 부두로 향했다. 사리 물때여서 항구는 지난주보다는 한가했다. 무지막지하게 내리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선실에서 잠을 청했다. 6시 조금 전 빗방울이 굵은 가운데 낚시가 시작된다. 소야도 부근이란다. 소야도는 덕적도 남쪽 바로 아래에 있는 섬. 시작하자마자 앞에 있는 꾼이 제법 큰 씨알의 광어를 걸어 올린다. 낚시 하는 모습이나 장비를 보니 프로의 냄새가 난다. 나에게는 입질조차 없다.

이럴 때는 조언을 받는 것이 상책이다. 나는 그에게로 가서 다운샷 낚시는 처음이라고 한 수 가르쳐 달라고 했다. 그는 친절하게도 훅을 목줄에 묶는 방법과 섀드를 바늘에 장착하는 요령을 알려주었다. 더 나아가 자신이 가진 섀드 몇 개를 주며 이것으로 해 보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낚시 요령을 알려주었다. 봉돌이 바닥에 닿으면 릴링을 하지 말고 바닥 약간 위에 봉돌을 띄운 채로 가만히 있으라는 것이었다. 서해는 유속 때문에 배가 상당히 빨리 움직이니 가만히 있어도 루어는 산 고기처럼 움직인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나중에 고마워서 통성명을 했더니 그는 정말 프로였다. 조구업체 라팔라의 유지영 필드스태프인데 꾼들 사이에는 ‘블루’라는 닉네임으로 통하고 있었다).


역시 프로의 솜씨는 다르다. 연방 광어를 올리는 유지영 프로.


그가 알려주는 요령대로, 그리고 그가 준 섀드를 정성껏 달아 채비를 아래로 내린다. 덜커덩 하더니 바로 입질이 온다. 올리면서 보니 광어가 확실하다. 참돔과는 달리 광어는 탐식성이 강한 물고기라 예신이고 뭐고가 없다. 조건만 맞으면 덜컹 물고 그 순간 바로 낚싯대가 처박힌다. 역시 루어낚시는 물고기를 속이는 것이라 속임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다. 그렇게 올린 광어는 5짜에 가까운 제법 큰 씨알이다. 비는 계속 내린다. 모두 마지막 장맛비에 맞서 처절한 사투를 벌인다.

배는 선갑도로 이동한다. 선갑도는 무인도인데 그 절벽이 장관이다. 비가 와서 폭포가 만들어져 바로 바다로 흘러내린다. 20∼30m의 수심에서 광어와 우럭, 놀래미가 제법 여러 마리 올라온다. 나도 광어 두 수를 올린다. 역시 가는 줄을 세팅한 루어 채비로 광어를 올리니 무식한 우럭 채비보다 확실히 손맛이 좋다. 낚싯대에서 손으로 파고드는 그 황홀한 저항감. 고기로서는 죽기 전에 마지막 사력을 다해 도망가려고 발버둥치는 것이겠지만, 꾼들은 그 저항에서 생명의 경이감을 느낀다. 좀 아이로니컬하지만 그것이 낚시의 실체다.

배는 다시 각흘도로 이동한다. 각흘도 여러 섬들의 경관은 백령도나 선유도나 거제 해금강 해안 못지않게 아름답다. 동물 모양의 바위도 여럿 있고, 독립문을 추상화한 듯한 거대한 독립 바위도 여럿 있다. 그 절경으로 빗방울은 혹독하게 떨어져 내리고 꾼들은 온몸이 젖어드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낚시에 열중하고 있다. 낚시를 모르는 사람이 이 모습을 본다면 분명 중얼거릴 것이다. ‘미친놈들!’ 그렇다. 어떻게 보면 분명 미친 사람들이다. 장대같이 쏟아지는 장맛비를 온몸으로 감당하며 고기 몇 마리 더 낚으려고 덤비는 무모한 인간들인 것이다. 그렇지만, 무엇에 미칠 수 있다는 것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형이상학적인 행위다. 낚시 자체의 목적이 비록 입맛이나 손맛을 위한 좀 형이하학적인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기는 하지만.


이날 잡은 광어 조과.


그런 생각을 하는 중 또 한 마리가 덜컹한다. 그래 이건 좀 더 큰 놈이구나. 열심히 릴링을 하여 뱃전으로 끌어올리는 순간, 광어가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한다. 그 몸부림은 입에 걸린 바늘로부터 그의 몸뚱이를 해방시킨다. 바다로 풍덩. 아깝다. 컸는데. 놓친 고기는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이 모든 낚시꾼의 공통된 심사다. 떠나간 첫사랑이 아름다운 것처럼.

이날 배에는 상당히 많은 양의 광어가 올라왔다. 선상 우럭 낚시를 대신하여 인천 원도권 선상 루어낚시가 새로운 낚시 형태로 부상할 것임을 예감할 수 있는 날이었다.

Commen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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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백마3호 2011.07.29 12:59
    무조건 고기를 우당탕 잡아대는 것부터 바다와 섬이 어울어지는 비경을 감상하는 것까지...
    오늘 하루 배를 탄 낚시꾼 모두의 몫입니다...
    눈이 열리고 마음이 열리면
    내 주위의 많은 것들에서 여유롭고 풍성한 것들을 얻는다고 하지요...

    내가 매일 보는 바다가...
    다른 사람에게는 몇 년에 한번 아주 간절히 원해야 볼 수 있는 것이고...
    그 바람 속에서 삶이 정리가 되고 ...
    나의 찌든 일상을 흘려보내고...
    우주와 자신이 하나가 되는 것을 느끼고...
    위대한 창조자의 위대한 손길과 사랑을 느끼고 ...

    바다생활이 생존의 도구라는 것이 현실이지만...
    나에게는 생존의 도구 이상의 의미이며...
    나의 전부입니다...
    오랜세월을 지나고 보니 느껴짐이 있습니다...

    강물님과 재회를 한 뜻도 우연은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예쁜조행기...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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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성킬러 2011.07.29 13:06
    인천권의 광어 루어는 이미 폭발적인 붐을 이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중심에 블루님이 계시구요.
    인천권 먼 바다 광어 포인트를 개척하고 있는 백마3호에서 블루님을 만나셨네요.
    말씀하신대로 좋은 만남이었으리라 짐작됩니다.
    가벼운 장비로 즐기는 큰 손맛의 느낌이 제대로 살아있는 글을 만나니 무척이나 반갑습니다.
    장대비를 맞으면서 즐기셨던 큰 손맛 축하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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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의한수 2011.08.12 13:20
    저도 백마3호 자주 타는데 아쉽게 이날은 없었네요. ^^
    다음번 뵙기를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