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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 하응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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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의 테마낚시 22 - 견지낚시의 이론



내린천 상류 미산계곡에서 견지낚시하는 피서객들


견지낚시는 한국에만 있는 우리의 고유한 낚시 방법이다. 흐르는 물살을 이용해 가벼운 채비를 흘려 강고기를 잡는 것인데, 이 낚시는 그야말로 녹수청산(綠水靑山)의 비경 속에서 자연과 동화되는 즐김과 풍류의 낚시라고 할 수 있다.
견지낚시는 크게 배를 타고 즐기는 배견지와 강물 속에 들어가 여울에서 고기를 낚는 여울견지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잡히는 고기로는 누치, 마자, 모래무지, 피라미, 갈겨니 등 강고기들이다. 그렇다면 견지낚시는 언제부터 시작하였을까.



견지는 이린이도 쉽게 할 수 있는 낚시다.


50년을 견지낚시를 즐기고 방대한 자료를 섭렵하여 <한시와 낚시>라는 책을 낸 이하상선생은, 조선조 명종 때 대제학을 지낸 정사룡(鄭士龍, 1491-1570)의 시에 견지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다고 설명한다.

낚시하는 물건-이것을 견지라 한다(釣者-俗云牽之)

마음 내키는 대로 흔들리는 쪽배를 타고
봄 강에 낚시얼래를 담근다.
줄과 바늘 마음과 손에 모으니,
물고기 숨어 도망가기 어려우리.
손가락 움직이면 비록 싫도록 잡히나,
애처러운 마음들어 느긋이 잡네.
옛날에 낚시꾼 장지화는,
빈 낚시에 고기 잡히면 찬거리 마련했다지.
(稱意搖孤艇 春湖浸鴨欄 緡鉤心手會 鱗介透潛難 指動雖當飽 生哀庶可寬 向來西塞叟 虛釣若爲餐, 이하상 옮김.)


정사룡은 민간에서 이것을 ‘견지(牽之)’라고 한다는 부제를 달아놓았는데, 이는 순수 우리말일 것이라는 게 이하상선생의 주장이며, 이는 전적으로 타당한 견해다. 시의 내용을 보아도 대를 드리우고 있는 일반 대낚시가 아니라 ‘손가락 움직이는’ 견지낚시임이 확실하다. 즉 이시는 이미 16세기에 견지낚시가 지금의 형태로 확실하게 자리잡은 결정적 증거 자료가 되는 것이다. 문헌상으로 16세기에 확실하게 나와 있다면 견지낚시의 역사는 그 이전으로 소급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한국 고유의 전통낚시의 주체인 견짓대는 아마도 명주줄이 나일론 줄로, 대나무가 카본이나 유리섬유 제품으로 바뀌었을 뿐 그 형태는 수백 년 전이나 거의 동일할 것이다.



갈겨니 한 마리를 잡고 희희낙낙


견지낚시의 준비물은 의외로 간단하다. 견짓대, 수장대(물속에 살림망을 걸어둘 수 있게 한 긴 장대), 살림망, 미끼통만 있으면 가능하다. 견지낚시는 방법도 간단하다. 여울견지의 경우 여울이 끝나고 소(沼)가 시작되는 수심이 적당한 곳에 수장대를 세우는 일로부터 낚시가 시작된다. 수장대는 미끄러운 물속에서 지팡이 대용으로, 살림망을 매다는 것으로, 썰망을 사용할 경우 썰망을 다는 것으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견지낚시를 즐기려면 반드시 필요하다. 다음에는 목에 미끼통을 달고 아주 작은 견지 바늘에 미끼를 두어 마리 달아 물의 흐름을 이용하여 줄을 4,5m 가량 푼다. 그 다음에는 크게 스침질(고패질이 상하로 채비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이라면 스침질은 수평으로 채비를 챘다가 풀었다 하는 과정)을 한다. 그러면서 물의 흐름에 따라 깻묵같은 밑밥을 요령껏 살살 풀어서 고기를 모으고 잡아내면 되는 것이다.

견지낚시의 요령은 포인트를 잘 선별하고, 밑밥을 물의 흐름에 잘 동조시켜, 절도있는 스침질로 고기를 잡는 기술인데, 누구나 한 두 시간만 연습을 하면 쉽게 잡을 수 있다. 모든 낚시가 그렇듯이 견지낚시의 관건은 포인트 찾기이다. 흔히 내린천이나 평창강 같은 곳에 가면 여울과 소가 반복된다. 그 중에서도 적당한 수심과 여울의 흐름을 잘 살펴 포인트를 찾는 눈살미가 있어야 하는데 이것은 다년간의 경험이 필요하다. 초보자의 경우 다른 사람이 견지낚시를 하고 있는 곳에서 양해를 구하고 뒤에 슬그머니 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피라미나 갈겨니를 대상으로 하는 낚시에서 보통 2,3분에 한 마리씩 낚아야 정상인 것이지 그 이하의 조과라면 지루하기 그지없는 것도 견지낚시다. 때문에 한 5분 해도 안 잡히면 미련없이 자리를 옮겨야 한다. 견지낚시는 기술보다는 물의 흐름과 지형을 읽는 안목이 낚시의 성적을 좌우한다.



내린천 미산계곡 풍경


견지낚시의 미끼는 전통적으로 깻묵과 파리의 애벌레인 구더기다. 물론 구더기는 양식한 것으로 깨끗하다. 견지꾼들은 구더기란 말이 좀 혐오감을 주니까 ‘구씨’, 혹은 ‘덕이’라고 하기도 한다. 견지바늘 4호나 5호 정도에 덕이 두세 마리를 꽁지에 꿰고 줄을 풀면서 견짓대를 상류쪽으로 치고 두세 바퀴 풀고 치고, 풀고 치고 하는 것인데 이 때 견짓대를 잡지 않은 한 손으로는 깻묵가루를 조금씩 물에다 흘린다. 그러면 대개 10m 정도 안에서 입질이 온다. 물 흐름이 강하면 편납을 조금 무겁게 하고 흐름이 약하면 편납을 떼서 흐름을 잘 타게 하는 것도 요령이다. 복잡할 것 같지만 이 모든 과정은 미끼만 만질 수 있다면 상당히 쉬운 편이어서 아이들이나 여성들도 금방 잡아낼 수 있는 것이 견지낚시이다.

하지만 견지낚시도 자연 속에서 하는 낚시인지라, 비가 많이 와 흙탕물이거나 물이 맑아 졌어도 수량이 많아 포인트가 형성되지 않으면 쉽지 않은 낚시가 된다. 그것만 제외하면 6월경부터 9월경까지 견지낚시는 피서에는 딱 적합한 그런 낚시다.

물에 몸을 담그니 육신이 시원하고 강고기를 꼬드겨내니 손이 즐겁고 눈을 들면 청산과 녹수가 다가오니 눈이 시원하고 귀 기울이면 산새소리와 물 흐르는 소리 들리니 귀가 호강하는 그런 입체적인 낚시가 바로 견지낚시인 것이다.
그래서 조선 중기의 문신인 소세양(蘇世讓, 1486-1562)도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앞 개울에서 낚시(前溪釣魚)

한 줄기 물이 마을을 지나 흐르고,
고기 떼 멋대로 놀고 있다.
낚싯대에 빗방울 부딪치는 여울 가이고,
붉은 여뀌 가득 찬 가을 강이다.
여울이 급해 미끼를 자주 주지만,
물결이 차서인지 뜨문뜨문 낚이네.
끓이고 회쳐서 흥은 유유한데,
모래사장 갈매기는 한가롭기만 하네.
(一水穿村過 群魚得計游 漁竿衝雨傍溪頭 紅蓼滿川秋 灘急頻投餌 波寒懶上鉤 炊香膾玉興悠悠 機熟狎沙鷗, 이하상 옮김)


늦여름부터 가을 초입까지 유유자적의 낚시를 하러 한 번 떠나볼까.

Commen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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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유지영) 2011.09.06 21:32
    유유자적 낚시는 여유가 있어보입니다.
    낚시를 시작하면 전투 태세에 돌입하는
    저로써는 마음을 추수릴수 있는 낚시라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