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강물 하응백
조회 수 5399 댓글 7


||1

강물의 테마낚시 1 - 우럭 선상낚시

낚시를 왜 하는가? 인간이 하는 행동이 목적이 없을 리 없고, 따라서 낚시도 인간이 하는 행동이기에 무엇인가 목적이 있게 마련인 것이다. 조선 선조 때 북인의 거두였던 문신 이산해(李山海:1539∼1609)는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선상에서 보는 일출


‘어옹’(漁翁)

백사장에 배를 매어두고 맑은 샘물 길어 / 沙頭繫艇汲淸泉
동쪽 바위에 우거진 대를 찍어서 불피우네 / 斫取東巖亂竹燃
은빛 물고기 굽고는 막걸리를 데워서 / 煮罷銀鱗烹濁酒
술이 취해선 도리어 백구를 짝하여 조는구나 / 醉來還傍白鷗眠


이 시에서 은빛 물고기가 은어인지 아닌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잡은 물고기를 구워서 안주 삼아 막걸리를 거나하게 마셨다는 것이다. 여기에 바로 낚시의 핵심이 있다. 자연과 더불어서 고기를 잡고 그 잡은 고기를 안주 삼아 자연과 일체가 되겠다는 것, 즉 자연과 술과 안주라는 삼위일체가 ‘나’라는 주체를 감싸는 것이 낚시인 것이다. 물론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최소한 나에게는 그렇다는 것이다. 생선을 식당에서 사먹어도 좋고, 시장에서 사다가 집에서 먹어도 좋다. 그렇게도 한다. 하지만 바다나 강이나 여울에서 직접 잡은 고기를 즉석에서 먹는 맛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우국충정에 몸을 떨고, 귀양살이에서 방대한 저서를 남긴 다산 정약용 같은 석학도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나는 적은 돈으로 배 하나를 사서 배 안에 어망(漁網) 네댓 개와 낚싯대 한두 개를 갖추어 놓고, 또 솥과 잔과 소반 같은 여러 가지 섭생에 필요한 기구를 준비하며 방 한 칸을 만들어 온돌을 놓고 싶다. 그리고 두 아이들에게 집을 지키게 하고, 늙은 아내와 어린아이 및 어린 종 한 명을 이끌고 부가범택(浮家汎宅 :물에 떠다니면서 살림을 하고 사는 배)으로 종산(鐘山)과 초수(苕水) 사이를 왕래하면서 오늘은 오계(奧溪)의 연못에서 고기를 잡고, 내일은 석호(石湖)에서 낚시질하며, 또 그 다음날은 문암(門巖)의 여울에서 고기를 잡는다. 바람을 맞으며 물 위에서 잠을 자고 마치 물결에 떠다니는 오리들처럼 둥실둥실 떠다니다가, 때때로 짤막짤막한 시가(詩歌)를 지어 스스로 기구한 정회를 읊고자 한다. 이것이 나의 소원이다.”(다산의 ‘초상연파조수지가기’에서)


매우 평화로운 삶을 추구하지만 다산이 소원한 삶 속에는 매우 치열한 낚시가 있다. 오늘은 연못에서, 내일은 호수에서, 또 그 다음에는 여울에서 낚시를 한다는 이야기인데, 요즘 말로 하면 3일 연속 낚시, 장박(長泊) 낚시에 다름 아니고 무엇이랴. 그것은 사실 모든 낚시꾼들의 소망이기도 하다.


한가하게 보이는 우럭 낚시배들, 사실은 치열하다


낚시를 왜 하는가? 간단하게 말하면 먹기 위해서 한다. 요즘은 ‘캣치 앤 릴리즈(Catch & Release)’라는 구호 아래 일부 배스낚시꾼이나 플라이낚시꾼들이 잡은 고기를 살포시 다시 자연으로 돌려주지만, 여전히 낚시꾼 대부분은 먹기 위해서 낚시를 한다. 하지만 흔히 낚시꾼들의 아내들은 말한다. “낚시 가는 돈으로 시장에서 사먹으면 훨씬 경제적이라고.” 그렇다. 낚시꾼은 어부가 아니기에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낚시는 분명 손해 보는 장사다. 하지만 낚시는 잡는 과정에서부터 나, 혹은 나의 가족들의 입에 들어가는 과정까지 마르크스적으로 이야기한다면 낚시꾼이 스스로 그 모두를 장악하는 그야말로 소외되지 않는 노동 행위이다. 그렇다고 아내들에게 그렇게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낚시꾼은 다른 여러 가지 핑계를 댄다. “싱싱한 자연산 광어다, 남해바다에서 직송한 볼락이다” 등등. 그런 핑계의 연장선상에서 “이건 돈 주고도 못 사먹는다”라는 결론을 스스로와 가족들에게 강요한다.

‘돈 주고도 못 사먹는 자연산’이면서도 그 양도 보장할 수 있는 대표적인 낚시가 우럭 선상낚시다. 감성돔 낚시를 제외하면 수도권에서는 가장 대중적인 낚시가 우럭 선상낚시이기도 하다. 우럭 선상낚시는 일년 내내 할 수 있지만, 보리가 익고 아카시아 꽃이 피는 5월과 6월, 추석 무렵부터 단풍이 드는 11월까지가 최적기다.
우럭낚시에서 조과를 보장받으려면 세 가지 조건이 잘 맞아야 한다.


첫째 날씨와 바람, 물때 등의 기후적이거나 자연적인 요건이 중요하다. 배를 타고 하는 낚시이니 바람이 불거나 풍랑이 일거나 하는 자연적인 악조건에서는 낚시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 조건이 맞아도 사리 주변에서는 물의 흐름이 너무 빠르고 물색이 탁해져 조과를 보장받기 힘든다. 대개 조금을 전후한 1주일 정도가 우럭 낚시의 적기다. 먼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침선낚시의 경우 물때의 영향은 적게 받는다.

둘째 선장을 잘 만나야 한다. 우럭은 사는 곳에서만 산다. 대개 우럭이 서식하는 3대 포인트는 여밭(바다밑 지형이 바위나 자갈 등으로 형성되어야 우럭이 은신하며 먹이 활동을 할 수 있다), 어초(인공 구조물), 침선(침몰한 배가 있는 포인트)이다. 요즘 웬만한 우럭배들은 어군탐지기와 GPS를 운용하여 그런 포인트를 GPS에 미리 입력해 놓고 고기가 있는 곳을 찾아다니지만, 선장의 경험과 성실도에 따라 조과 차이는 상당하다. 선장이 배를 대는 기술도 중요하다. 같은 포인트라 하더라도 어떻게 배를 대느냐에 따라 고기가 잡힐 수도 잡히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장에 따라 자기만의 비포, 특포(비밀 포인트와 특별 포인트의 준말: 다른 배는 모르는 자기만의 포인트가 있다. 낚시 중에 다른 배가 접근하면 얼른 포인트를 이동한다)가 있는 경우도 있다.

셋째 낚시꾼의 기술이다. 우럭 선상낚시의 적은 밑 걸림과 줄 엉킴이다. 보통 20여명의 낚시꾼이 다닥다닥 붙어서 낚시를 하므로 선장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동시에 채비를 투하하고, 동시에 같이 올려야 한다. 보통 80호에서 100호 봉돌(300g∼375g 정도)을 사용하는 무거운 채비라도 서해바다의 유속은 워낙 빨라 동시에 채비를 투하하지 않으면 옆 사람과 채비가 뒤엉켜 효율적인 낚시를 하기 힘들다.


6짜에 가까운 우럭


우럭 선상낚시는 확률 게임이나 마찬가지다. 바다 바닥이 험하고 채비가 잘 걸리는 곳일수록 우럭이 서식할 확률이 높기에, 고패질(아래 위로 낚시대를 움직이는 행위)을 적절히 하여 채비가 걸리지 않고 고기를 낚아내는 요령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이것은 어려울 수도 있고, 쉬울 수도 있다. 여밭 낚시의 경우 봉돌이 바닥에 닿는 느낌을 감지해야 고기를 낚을 수 있는데, 이는 우럭 선상낚시의 대상 어종인 우럭, 광어, 놀래미, 대구 등이 거의 바닥에 서식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어초나 침선의 경우 일정한 높이로 채비를 띄워야 밑 걸림 없이 고기를 잡을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잘 대처하는 것이 바로 실력이다.

우럭 선상낚시도 20여년 전에 비하면 엄청나게 진화했다. 자새(손으로 감는 채비)에서 합사가 감기는 릴과 낚시대로, 요즘은 전동릴까지 등장했다. 출항지도 인천의 남항부두나 만석부두가 주축을 이루다가 충남 안흥항이나 신진도항, 서천의 홍원항, 전북의 새만금이나 군산항, 격포항에 이르기까지 서해바다 전역이 우럭낚시의 출항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게다가 이른바 유명 선장이 모는 배는 한 달 이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거의 타기 힘들다. 하지만 웬만한 배를 타도 위의 세 가지 조건을 어느 정도 갖춘다면, 다른 낚시에 비해 쉽게 많은 양의 우럭과 놀래미와 광어를 잡을 수 있어 늘 자신과 가족과 친구들의 입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낚시가 바로 우럭 선상낚시이다. 배 위에서 갓 잡은 고기로 회를 쳐서 소주 한 잔 하며, 넘실대는 배의 움직임에 몸의 리듬을 맡겨보지 않은 사람은 그 즐거움을 모른다. 단 하나, 배멀미를 하는 분들에게 우럭 선상낚시는 가장 괴로운 낚시다.



Comment '7'
  • ?
    수언짱돌 2011.08.03 21:35
    스마트폰으로 보다보니 연초록색과 노란색글은 볼수가 없네요.
    글자색상을 바꿔주시면 잘볼수가 있을텐데 글을 읽을수가 없어 아쉽습니다.
  • ?
    인천백마3호 2011.08.04 08:36
    강물님은... 낚시의 핵심을 실천하고 계셨군요^^...
    1. 자연과 더불어
    2. 고기를 잡고
    3. 그 잡은 고기를 안주삼아 자연과 일체가 되는 것...
    낚시채비 말고도 작은 도마에 간장, 된장, 각종야채까지 알뜰히 준비하시는 이유에...
    깊은 실천이 있었네요...
    자연과 함께 하니 그 맛은 곱절입니다...
    백마의 탄생도 그러합니다...
    지금은 70을 훌쩍 넘기신 윤노인이 젊고 팔팔하시던 시절...
    낚시에 빠지고 급기야 낚시인의 로망인 낚시배를 만들더니...
    뭐~ 구애받지 않고 낚시의 핵심을 노리신 것 같은데...
    쩜~~오히려 상업성에 밀려 운영자(저예요...)의 눈치를 봅니다...
    낚시인의 최종 꿈...'내가 내 배를 만들어 편히 즐기며 낚시하고 싶다."
    그래서 작은 보트들이 마구마구 생기나 봅니다...
    그 옛날 조상... 이산해나 정약용이나... 현재의 윤노인도...
    지금이 부럽다 하겠죠???
  • profile
    어부지리(민평기) 2011.08.04 08:53
    수언짱똘님,
    스마트폰에선 본 코너뿐만이 아니라 안 되는 게 제법 있습니다.
    웹하고 100%호환이 안 되다보니. 그래서 큰 사이트들은 전용 앱을 배포하지요.
    나중에는 완전 호환되리라 생각합니다만...

    그나마 어부지리에선 알.배나 조황 등 순수 텍스트 코너가 대부분이어서 다행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profile
    블루(유지영) 2011.08.04 09:58
    우럭낚시에서 중요한 요소인
    자연적인 요건(물때,기상외) , 유능한 선장 ,개인별 낚시 기술을
    잘 표현해 주셨네요..우럭 선상낚시는 먹거리가 풍족하여 입이 즐거워 지는 재미가
    큰 매력인것 같습니다.
  • profile
    이어도(강인병) 2011.08.04 16:01
    아이구..
    무식한 저는 강물의 테마낚시여서...
    열어보지도 않고.. 그만..민물낚시인줄 알았습니다..ㅠ.ㅠ
    이렇게 훌륭한 코너를 지금에야 열어보다니.,
    용서하십시요..ㅎㅎㅎ..^.^;
  • ?
    강물(하응백) 2011.08.05 09:13
    블루님, 백마3호님, 이어도님, 어부지리님, 모두 어복 충만하시길!
    저는 지금 금요일 오전인데 내린천으로 견지 갑니다. 올해 견지는 처음인데 갔다와서 글 올릴께요.
  • ?
    맑은샘 2011.08.08 10:32
    오늘 아침, 우연히 이 글들을 발견하고 단숨에 전부 읽었답니다.
    물고기와 얽힌 이야기를 하시면서도 전혀 비린내를 풍기지 않으시는군요.
    시인은 언어의 마술사 같아서 가까이 하기 어려웠는데.....
    어부지리를 열때마다 꼭 둘러보아야 할 곳이 또 하나 생겨서 기분 좋은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