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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 하응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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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끼 이야기

낚시를 모르는 사람들은 보통 낚시 미끼 하면, 지렁이나 떡밥을 생각한다. 하지만 지렁이와 떡밥은 붕어 낚시에 주로 해당하는 것으로 낚시꾼이 잡으려는 대상 어종이 달라지면 미끼 역시 달라진다. 붕어 미끼만 해도 수십 종이 넘고 잉어를 잡으려면 또 다른 미끼를 사용해야 한다.
바다낚시로 가면 미끼 또한 더욱 다양해진다. 갯지렁이, 크릴, 오징어살, 바지락, 민물 새우, 미꾸라지 등이 대표적인 미끼지만, 감성돔 낚시에는 심지어 수박껍질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들이 먹는 젤리 종류인 ‘왕꿈틀이’를 사용해서 놀래미나 우럭을 잡는 낚시꾼도 본 적이 있다.

인조 미끼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인조 미끼를 사용하는 낚시를 통틀어 루어(Lure) 낚시라고 하는데, 루어의 종류도 수만 가지가 넘는다. 통상적으로 숟가락 비슷한 데다 낚싯 바늘을 단 스푼 루어가 있고, 플라스틱 재질의 벌레 모양으로 만든 웜 루어도 있다. 물고기 모양을 흉내 낸 것은 미노우라고 한다.
로버트 레드포드가 감독하고 브래드 피트가 출연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낚시 장면은 송어를 잡아내는 플라이낚시 장면이다. 플라이(Fly:파리)낚시란 말 그대로 인조 파리를 미끼로 하는 낚시다. 송어나 산천어 같은 계류에 사는 물고기들은 강물 위에 떨어지는 곤충을 받아먹는 습성이 있으므로 이를 이용해 날벌레 모양의 인조 미끼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인조 파리는 가볍기 때문에 멀리 날아가지 않는다. 때문에 라인의 원심력을 이용해 대상어가 있을 만한 곳으로 미끼를 날려 보내야 한다. <흐르는 강물처럼>의 명장면도 라인을 날리는 플라이낚시의 특성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골수 플라이낚시꾼 중에는 강에 도착하면 먼저 날벌레부터 잡는 사람도 있다. 준비해 간 색실과 같은 여러 재료로 잡은 날벌레와 똑같은 모습으로 타잉(Tying:미끼만들기)을 하고, 자신이 만든 가짜 미끼로 물고기를 잡았을 때, 엄청난 희열을 느끼는 것이다.

한국의 전통낚시 중에 견지낚시라는 것이 있다. 대쪽으로 만든 납작한 외짝 얼레에 가는 줄을 감고 물의 흐름을 이용해 낚싯줄을 강물에 흘린 다음 고기를 잡아내는 것이다. 그런데 이 견지낚시의 미끼는 전통적으로 구더기를 쓴다(물론 양식한 것으로 낚시점에서 판다. 그래서 깨끗한 구더기다). 견지꾼들은 구더기를 ‘구씨’ 혹은 ‘덕이’라는 말로 좀 순화시켜서 지칭하기도 한다. 이 덕이를 두세 마리 바늘에 끼우는 것인데, 견지낚시를 하다보면 이 꼬물꼬물하는 덕이가 귀여워지는 순간이 온다.

낚시를 다녀온 다음 간혹 덕이가 담긴 낚싯가방을 차 트렁크에 실고 다니는 경우가 있다. 며칠 후 트렁크를 열면 수십 마리의 파리떼가 동시에 하늘로 비상하는 장관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견지꾼의 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덕이를 보면 대개 기겁을 하기 마련이다. 이 덕이란 놈은 온도가 높은 곳에 보관하면 금방 번데기가 되고 성충이 되기 때문에 장기(長期) 낚시를 하려면 냉장고나 아이스박스에 보관을 해야 한다. 이 땅의 많은 견지꾼의 아내들은 남편이 냉장고에 혹은 아이스박스에 넣어 둔 덕이를 보고 비명을 질러본 적이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견지꾼에겐 덕이가 단지 사랑스럽고 소중한 미끼일 뿐이지만, 보통 사람들에게 그것은 더럽고 징그럽고 혐오스러운 애벌레에 불과한 것이다.

세상은 하나지만 세상을 보는 눈은 참으로 다양하다. 그 다양함 속에서 하나의 선택 때문에 싸우기도 하고 원수가 되기도 하고 동지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다양함이 우리 사회가 존재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바탕이다. 그 다양함을 즐기러 내가 여러 장르의 낚시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Commen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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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유지영) 2011.08.10 23:03
    고가의 하드베이트가 좋기는 합니다만...
    보석으로 만든 하드베이트로 무엇을 잡을수 있을까요?
    혹시 인어는 가능 할수도 있겠네요..^^
    보는 시각과 생각에 따라 다양성이 존재함에 큰 공감을 합니다.

    제 지인의 실화랍니다.
    빙어를 잡으러고 트렁크에 고이 모셔두고 잊었던 덕이가...
    한참후에 잊고 있다가 덕이를 담아 두었던 톤을 여는 순간
    시커먼 파리떼가 날아가더랍니다..
    그분은 거짓말 하는 사람은 아니라 그 말을 믿고 있네요..
  • ?
    감성킬러 2011.08.12 11:00
    미끼만큼이나 다양한 인간 군상(群像)이지만 '다양함의 인정'은 의외로 어렵게 느껴집니다.
    저마다의 판단과 선택 기준이 달라서이겠지만, 다양함이 통용되는 시회가 좋은 사회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다양함이 우리 사회가 존재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바탕>이라는 말씀에 절대 공감합니다.
    저마다의 잣대로 재단에 바빠하기 보다는 그저 다양함 속에 푹빠지는 것이 낚시를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즐생각하고 갑니다~~^^*
  • ?
    도마 2011.08.18 14:00
    어허...!!!
    어부지리에 이런 자리도 있었네요...!!!
    저도 여러종류의 낚시를 하다 이제는 거의 견지낚시의 매력에 빠져삽니다
    덕이(구덕이)와 묵(깻묵)이와 함께 여울이 있고 소가있는 전국의 맑은 강과 하천을 다니다 보면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남같지 않은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