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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 하응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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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의 테마낚시 25 - 학공치낚시

서울에서 바다낚시를 하려면 바다로 가야 한다. 서울에서 가까운 바다는 강화나 인천권이지만 불행히도 잡히는 어종이 한정적이다. 그래서 꾼들은 군산이나 목포로, 포항이나 통영이나 여수로 천리 길을 멀다 않고 달려가기도 한다. 특히 남해안이나 제주도는 연중 낚시가 가능한 지역이어서 수도권에 사는 꾼들은 호시탐탐 남해로 달려가기를 꿈꾼다. 그동안 목포는 서해안 고속국도, 통영은 대전 통영 고속국도, 진해는 중부내륙 고속국도의 개통으로 수도권에서 승용차 기준 4시간 정도면 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전라남도 여수만큼은 갈치와 열기 등의 배낚시, 그 밖에 여러 어종을 낚을 수 있는 거점 항구 역할을 하고 있지만 직선도로가 없음으로 해서 꾼들이 여수를 출조지로 정하는 데는 망설임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012년 여수 해양 엑스포를 개최하게 되면서 여수로 가는 길도 가까워졌다.



갑오징어의 감을 느끼기 위해 집중하고 있는 꾼.


여수로 가는 길은 좀 복잡하기는 하다. 경부고속도로를 타다가 천안논산고속도로, 호남고속국도, 익산포항고속국도, 순천완주고속국도를 거쳐 동순천IC에서 빠져나와 여수항으로 달려가야 한다. 기존의 장성 쪽으로 가는 길보다 40분 정도 단축되는 길이다. 그렇게 가기로 하고 금요일 오후 여수로 차를 몬다. 여수 국동항 부근에서 갑오징어와 학꽁치가 나온다는 정보가 있어 마음먹고 혼자서 여수로 가기로 했던 것이다.

가다 보니 뭔가 잘못되었다. 호남고속국도에서 익산포항고속국도로 들어가는 길을 놓쳐 장성까지 달려야 했고 결국 담양을 거쳐 여수에 도착했던 것이다. 내비게이션을 업그레이드하지 않은 게으름의 결과이기도 하다. 내비게이션이 없을 때는 오히려 잘 찾아다녔는데, 기계에 의존하면서도 기계를 잘 관리하지 않으니까 오히려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왕 늦은 것, 게장 백반으로 유명한 황소식당을 찾아 맛있게 저녁을 먹고 바로 낚시를 하러 가려다가 숙소부터 정한다. 내일이 있으니까.



이날 잡은 유일한 고기. 아기 볼락. 물론 방생했다.


숙소 앞에 작은 선착장이 있다. 어둠이 내려오면서 몇몇 낚시꾼들이 무엇을 낚는지 모여들 있다. 가서 보니 던질낚시도 하고 찌낚시도 한다. 던질낚시에 붕장어 새끼가 몇 마리 잡혀 있다. 가장 잘 잡는 사람은 2인 1조를 이루어 뜰채로 돌게를 잡는 사람들이다. 한 사람이 직벽에 랜턴을 비추고, 다른 사람이 뜰채로 돌게를 걷어 올리는 형식이다. 잠깐 사이에 수십 마리를 잡는 것 같다.
나는 에기를 달아 갑오징어를 노린다. 수십 번도 더 던져 봤지만 반응이 없다. 동료도 없고 어신도 없다. 밤바다를 무심히 바라본다. 그때 전화벨이 울린다. 친구다. 며칠 전 다른 일로 통화하다가 자기가 마침 금요일 여수로 출장가니 서로 시간이 맞으면 밤에 한 잔 하기로 이야기를 하긴 했었다. 사실 그것 때문에 겸사겸사 여수로 행선지를 정하기도 했다. 낚싯대를 접고 친구와 도킹한다. 그 다음은?

다음날 일어나 장어탕으로 해장을 한다. 역시 남도는 음식의 천국이다. 경상도 음식이 생존을 위해 존재한다면 전라도 음식은 예술의 경지에서 입을 즐겁게 한다. 일상적으로 예술을 먹는 전라도 사람들은 생존 음식을 늘 먹어 왔던 경상도 사람들에 비해 역설적으로 불행하다. 경상도 사람들은 전라도에 가면 최소한 입만큼은 늘 행복한 것이다.

장어탕으로 원기를 회복하고 나서 돌산대교가 바라다 보이는 여수의 국동항으로 간다. 몇몇 꾼들이 갑오징어 낚시를 하고 있다. 오후 한 시가 간조이니 그때부터 오후 7시까지 물이 들어올 것이다. 갑오징어 낚시를 좀 하다가 오후 서너 시부터 학꽁치 낚시를 하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낚시점(국동낚시)에 들렀더니 고수(高手) 한 사람이 갑오징어 낚시를 하고 있으니 가서 조언을 들으란다. 같은 어종이라 해도 그 지역 사람들이 항상 잘 잡아낸다. 일상적으로 늘 같은 장소에서 낚시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위에 에기를 달고 아래에 3호 봉돌을 다는 다운샷 채비로 갑오징어를 공략하고 있었다. 그의 살림망에는 8마리의 갑오징어가 담겨 있었다. 사진을 찍으려 하니 먹물이 가득 차 형체 구분이 불가능하다.



돌산대교 바로 아래 작은 방파제. 이 앞에 살면 좋겠다.


그의 조언대로 약 두 시간을 열심히 캐스팅했다. 하지만 여수의 갑오징어는 나에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 역시 내가 도착한 이후 한 마리도 잡지 못한다. 아마도 채비 걸림이 심한 곳에서 낚시를 하다가 나를 배려해 채비 걸림이 없는 곳으로 이동해서 그런 모양이다. 그는 먼저 떠나면서 갑오징어를 잡으면 쪄서 먹어 보라고 한다. 내장까지 통째로 쪄서 먹으면 그 맛을 최대한 느낄 수 있다고.

선착장에는 노부부도 와서 낚시를 즐기고 있었고 아예 피자 한판을 시켜 놓고 온 가족이 출동해 낚시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야말로 그들은 가까운 공원을 산책하듯이 낚시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낚시꾼들은 그곳에 사는 이들이 부러울 수밖에 없다.
이쯤에서 갑오징어 낚시를 포기하고 다시 낚시점에 가서 학꽁치 낚시 준비를 한다. 학꽁치는 밑밥을 뿌려야 모여든다. 언젠가 고군산군도 끝자락에 있는 말도에 갔을 때 크릴새우 밑밥을 좀 뿌리니 온 바다에 학꽁치떼가 새까맣게 몰려들어 일행들이 수백 마리의 학꽁치를 잡아낸 적도 있다. 학꽁치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꽁치와는 완전히 다른 물고기이다. 꽁치가 등푸른 생선이라면 학꽁치는 흰살 생선이다. 회가 가장 맛있고, 건조해서 조림이나 술안주로 먹어도 좋다. 일본말로는 ‘사요리’라고 하는데, 아주 고급 횟감에 속한다.
학꽁치는 만조 한두 시간 전이 피크 타임이다. 특히 해질 무렵이 만조가 되면 그야말로 황금 물때인 것이다. 사실 갑오징어 낚시를 하면서도 바로 이 두 시간을 기다려 왔다. 떼를 만나기만 하면 잠시 수십 마리는 능히 잡아내기에 서울에서 출발할 때부터 바로 이 시간을 상정해 놓고 여유롭게 남도 바다의 가을 풍광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아빠는 감독, 아들은 낚시하고. 엄마는 피자먹는 중.


준비를 끝마치고 마을 안으로 걸어 조그만 방파제에 도착한다. 돌산대교가 바로 보이는 마을 어귀의 조그만 방파제다. 맞은편 방파제에서는 서너 명이 학꽁치 낚시를 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전투다, 라고 생각하고 밑밥을 뿌리고 채비를 입수한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이야? 학꽁치가 모이질 않는다. 밑밥을 뿌리면 반응이 와야 하는데 전혀 반응이 없다. 계속 여기저기 밑밥을 뿌려본다. 30분이 지나도 학꽁치의 그림자도 보이질 않는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찌가 쏙 내려간다. 얼른 챔질하니 그야말로 피라미만한 볼락이다. 귀엽다. 사진 한 장 찍고 방생. 또 볼락. 또 방생.

결국 이날 만조까지 밑밥을 다 뿌리고 낚시를 했지만 학꽁치는 구경도 못했다. 아마도 아직 학꽁치 철이 이르거나 포인트를 잘못 잡은 것이다. 학꽁치는 머나먼 곳에 있는 모양이다. 언젠가는 만날 날이 있을 게다.

이번 여수 원정은 이틀 동안 말 그대로 꽝이었다. 씁쓸하지만 이것도 낚시의 일부다.

Comment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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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조사 2011.10.14 19:25
    예전에 갈치낚시가다가 봤는데요 저 돌산대교 밑 슬라브 지붕집이 있던데 진짜 거기 옥상에서
    원투낚시를 하더라구요 ㅎㅎ
  • profile
    블루(유지영) 2011.10.16 11:01
    학꽁치가 밑밥에 반응이 없으면 낚시 틀린거지요..^^
    항상 물가와 낚시터를 끼고 생활하는 여수분들이 부럽기도 하고
    잡어인 학꽁치 낚시는 가족낚시로써는
    훌륭한 장르인것 같네요.

    다음에는 학꽁치를 뜰채로 퍼 담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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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공 2011.10.17 12:08
    낚시를 배우는 저에게 좋은 정보이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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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물(하응백) 2011.10.17 14:12
    블루님, 지난 금요일 오천항으로 주구미, 갑오징어 출조했는데 날씨가 좋지 않아 몰황이었습니다만, 잡은 갑오징어 통으로 쪄서 먹었더니 정말 별미더군요.
    죽조사님, 태공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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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백마3호 2011.10.19 00:01
    강물님!
    어찌 맨날 꽝이신지요???
    넘 앞서가신거 아닐까요???
    날씨야 어쩔 수 없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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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물(하응백) 2011.10.20 10:09
    쩝. 꽝인 것은 낚시 실력탓도 있지만, 이 글이 신문연재이기에 한 발 앞서 가서 취재 겸 안내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올해까지만 연재하기로 했으니까, 내년부터는 느긋하게 낚시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