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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 하응백

하응백의 문향(文香)이 있는 낚시여행-동해안 문어낚시

   
▲ 하응백 휴먼앤북스 대표, 문학박사
전라도 지방에서 잔치에 홍어를 빼놓을 수 없듯이 경상도 지방에서는 문어가 잔치 음식의 하이라이트다. 경상도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문어를 먹어와서인지 홍어보다는 문어를 좋아한다. 이 문어는 대개 동해안 산이다. 동해안에서 잡아서 보부상들에 의해 경상도 내륙 지방으로 운송했던 것인데, 경상도 내륙에서 얼마나 문어를 좋아했던지, 상주 지방의 민요 <상주모심기 노래>에 “문어야 대전복 손에 들고 친구 집으로 놀러 가니/친구야 벗님은 간 곳 없고 공달패만 놓였구나”라는 가사가 있을 정도다.

문어는 대개 인조 미끼나 통발을 이용해 어부들이 잡는다. 낚시 대상어로 되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많았다. 첫째 이유는 문어가 서식하는 지역이 대개 돌밭이어서 채비 손실이 많다는 것, 둘째는 개체가 그렇게 많지 않아 지루한 낚시라는 것.
 

남해 진해 지역에서 일부 낚싯배들이 문어낚시를 하기는 하나 일반적으로 보편화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새만금 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끝난 시점인 2007년 새만금 방조제 앞의 선유도와 명도 일대에 떼 문어가 나타났었다.

그해 가을 명도 근처로 수십 척의 낚싯배들이 황급히 문어 낚시를 출조했는데, 대부분의 꾼들이 2, 3kg이나 되는 문어를 쿨러 가득 잡았었다. 나도 그해 가을 튼실한 문어를 16마리나 잡았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그 한 해 이후 서해 문어는 사라져버렸다.

이듬해 어청도 부근에서 간혹 잡히기는 했지만 이후 서해에서 문어낚시를 시도한 꾼들은 없었다. 그해 왜 문어가 갑자기 출현했는지는 지금껏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혹자는 새만금 물막이 공사와 관련이 있을 거라고 추정했고, 혹자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이 주원인이라고 추정했다. 정작 그곳의 어부들도 그 이유를 잘 모른다고 했다. 때문에 2007년의 문어낚시는 낚시계의 전설이 되어버렸다.

동해안에서도 가자미 낚시를 하다보면 간간히 가자미 채비에 문어가 올라올 때가 있다. 몇 년 전 양양 수산 앞바다에서 가자미 낚시를 하다가 문어를 한 마리 건져낸 적이 있는 것이다. 문어 낚시는 손맛도 밋밋하고 폭풍 입질 같은 것도 없어 낚시로 유행하기는 어렵지만, 무엇보다도 두어 마리만 잡아도 입으로 들어오는 문어살의 달콤한 보상 때문에 일 년에 한 두 차례는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 공현진 해수욕장 전경. 아담하고 종용하여여 가족끼리 해수욕을 즐기기엔 안성마춤으로 보였다.

여름에 접어들면서 공현진 앞바다에서 문어낚시가 이루어지고, 또 많이 잡는 꾼들은 다섯 마리 정도 잡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귀가 종긋해지지 않을 수 없는 희소식이다. 그 쫄깃하고 감칠맛 나는 문어가 다섯 마리가 잡히다니. 낚시 친구 백상무에게 문어 잡으러 가자고 했더니 두 말없이 ok. 한데 문제가 생겼다. 고등학교 동창 녀석 한 명에게 문어 잡으러 간다고 했더니 선수 집합시켜 놓겠다고 한다. 게다가 이 친구가 한 술 더 떠서 동기들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방에 공개를 해버리는 바람에 동해 직송의 문어 맛을 학수고대하는 친구가 18명이나 되어 버렸다. 아, 이제 못 잡으면 사서라도 와야 되는 형국인 것이다.

친구와 나는 새벽 두 시에 잠실 선착장에서 만났다. 몇 년 전 일간지에 낚시 연재를 할 때, 낚시 기사를 보고 연락이 와 그 이후 단짝으로 다닌 친구다. 사실 이 친구 덕을 많이 봤다. 낚시 다니는 거야 즐거운 일이지만 가장 힘든 것은 장거리 운전인데 이 친구와 교대로 운전하니 훨씬 낚시 다니기가 쉬워졌던 것이다. 게다가 이 친구의 차가 비싼 외제차라서 호강하면서 낚시를 다녔던 것이다. 그러다가 연비가 좋은 국산 경유차로 새 차를 마련해서 한 6개월, 내 차로 낚시를 다녔었다. 그랬는데 이날 이 친구가 느닷없이 사륜구동 새 차를 몰고 나타났다.

“이제 이 차로 가자.”

이 친구가 속도광이다. 새 차로 좀 밟는가 했더니 1시간 40분 만에 속초에 도착했다. 순두부로 이른 아침을 먹고 공현진항에 도착하니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늘 하는 낚시지만 배를 타는 이 순간이 가장 마음이 설렌다. 오늘은 어떤 녀석을 만날 수 있을까?

   
▲ 아침 햇살을 받으면서 채비 준비에 바쁘다.

배는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문어를 잡으러 온 낚시객으로 만원이다. 앞에 자리를 잡고 문어채비와 가자미채비 두 가지를 준비한다. 문어낚시채비는 봉돌에 애자와 애기를 여러 개 달고 라면 봉지를 잘라서 묶는데 무당 당집처럼 화려하게 해야 문어가 잘 올라탄다. 문어가 호기심이 많은 녀석이라 바닥에 이상한 게 놓여 있으면 살며시 올라타는 것이다.

이때 채비를 살짝 들어보아 무게감이 느껴지면 강하게 챔질한 뒤 일정한 속도로 릴링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뱃전에 올라왔을 때 그냥 들지 말고(전문 용어로 들어뽕), 반드시 선장을 불러 갈고리로 찍어 올려야 안전하게 수확물을 보전할 수 있다. 사실 같은 두족류인 주꾸미 낚시와 같은 요령이지만, 문어가 대형이다 보니 채비도 강해야 하고, 방법도 신중해야 하는 것이다.

   
▲ 문어채비. 애기 4개, 애자 2개, 그리고 라면 봉지 묶음.

배는 정치망 쪽으로 다가가서 가자미 낚시와 같이 정치망에 배를 묶는다. 선장에게 문어낚시에 대해 물어보았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문어는 6월경부터 동해 연안의 모래바닥에 붙기 시작한다. 장마철, 즉 민물이 많이 유입되면 먼 바다에 있던 문어들이 수심 20~60미터 사이의 연안 모래바닥에 많이 서식하게 된다. 가자미 낚시하는 곳과 겹치는 것이다. 이때가 문어낚시의 최적기다. 찬바람이 불면 문어는 암초 지대로 들어가는데 이때는 낚시로 잡기 힘들어진다"

또 문어낚시는 정치망 주위에 배를 대고 낚기도 하고, 우럭낚시처럼 배를 흘리기도 한다. 마침 어제도 비가 왔는데 양이 많지 않아 오늘 잘 잡힐지는 미지수다. 문어 채비를 한 대 내리고 입질을 기다려 본다. 소식이 없다. 아침부터 뜨거운 태양이 작열한다. 조금 있으니 배 뒤에서 소란함과 환호성이 인다. 드디어 문어 한 마리가 올라 온 것이다.

   
▲ 당첨 문어 로또!

이어서 문어가 간간히 올라온다. 하지만 나에게는 입질도 없다. 바닥에 채비를 끌면서 기다리노라니 지루하기 이를 데 없다. 이때는 또 방법이 있다. 가자미 낚시를 동시에 하는 것이다. 문어채비는 거치해 놓고 가자미 낚시를 시작한다. 채비를 내리자마자 참가지미 입질이 바로 온다. 가자미를 잡으면서 문어채비에 신경을 준다. 한 두어 시간 했을까.

   
▲ 하염없이 문어를 기다리는 꾼들. 문어는 수평선 너머에 있을까.

선장은 배를 이동시킨다. 이번에는 정치망에 묶지 않고 배를 흘린다. 물론 서해와는 유속이 달라 배를 흘려도 동해에서는 배가 많이 흘러가지 않는다. 배를 흘리니 바짝 긴장한다. 이때가 문어를 잡을 찬스인 것이다. 역시 예감이 적중했다. 문어채비를 잡고 살짝 들어보니 묵직하다. 바로 이거다. 이때가 가장 중요하다. 너무 빨리 채면 문어가 실리기 전에 달아나버리고, 늦게 채도 문어가 떠난 다음이다. 적절한 기다림이 중요한데 이게 정석이 없다.

운에 맡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음속으로 1초만 세자 생각하고 1초가 지난 뒤 채비를 강하게 챈다. 이때 묵직하면 성공이고 가벼우면 실패다. 묵직했다. 아주 묵직했다. 전동릴이건만 전동으로 올리지 않고 손으로 천천히 감는다. 드디어 문어의 모습이 물밑으로 어렴풋이 보이는 순간 외친다. “선장님, 갈고리!”

   
▲ 필자가 낚은 문어. 문어 다리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문어는 힘이 세다.

올라온 문어는 강하게 저항한다. 다리를 힘껏 뻗쳐 손목을 휘감는다. 제법 크다. 2킬로그램 정도 나갈 것으로 보인다. 양파망에 문어를 집어넣고 물칸에 넣어 마무리 한다. 이후 오전이 다가도록 문어 입질은 없었고, 대신 가자미는 꽤 잡는다.

동해안 문어낚시를 시도하면서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비가 제법 내린 다음 출조할 것. 채비를 내려 바닥을 확인하면 줄을 조금만 풀어 둔다. 자주 고패질하면 오히려 역효과다. 문어가 올라탈 시간을 주어야 한다. 올라타면 잠시 여유를 주었다가 강하게 챔질하고 일정한 속도로 릴링할 것, 등이다. 물론 지루한 낚시니까 요령껏 가자미 낚시를 병행해도 좋다. 이날 많이 잡은 사람은 두 마리. 평균 한 마리 정도다.

   
▲ 여름 휴가철을 맞이하여 공현진 방파제에서 낚시하는 관광객들.

항구로 들어와서 선장이 잡아 수족관에 잘 보관해 놓은 문어 세 마리를 산다. 18명이 먹기에 한 마리로는 태부족일 것. 그렇게 해서 약속대로 친구들과의 문어 파티는 이루어졌다. 사실은 문어를 빙자해 아저씨들의 해방구를 만드는 것이었다.

   
▲ 경상도 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는 문어 숙회.(사진제공:김동혁)

서울 시내 모처에 모인 18명의 친구들, 모두들 문어 맛의 향연에 동참, 문어로 광란의 밤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작은 계기만 있어도 이렇게 아저씨들의 모임은 이루어진다. 대개 집에서 서열 5위, 혹은 강아지가 있으면 서열 6위인 아저씨들끼리 만나 서로를 위로하는 여름밤을 보내기 위해. /하응백 휴먼앤북스 대표, 문학평론가, 미디어펜 낚시전문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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