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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 하응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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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의 테마낚시 3 - 선상 갈치낚시

(이 글은 2010년 11월 초 제주도 갈치낚시 조행기입니다.)


8월경부터 11월까지 목포와 진해 앞바다에는 갈치낚시의 진풍경이 벌어진다. 갈치는 야행성 어종이어서 주로 밤에 낚시를 한다. 진해에서는 낚싯배로, 목포에서는 주로 동력이 없는 멍텅구리배에서 오징어배처럼 집어등을 밝히고 낚시를 한다. 목포에서는 삼호방조제와 금호방조제 앞바다에서 낚시가 이루어진다. 해질 무렵 방조제 앞에 도착하여 낚싯배에 전화하면 모터보드가 달려와 손님을 실어 대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멍텅구리배에 데려다 준다. 시즌, 주말에는 수십척의 멍텅구리배로 목포 앞바다는 불야성을 이룬다. 내해여서 파도가 거의 없고 멀미 걱정을 할 필요가 없으므로, 그리고 무엇보다 먹는 재미가 있으므로 가족이나 친구들이 단체로 와서 낚시를 즐긴다.

낚시를 하다 보면 여기저기서 “와” 하는 함성이 들리고 그곳을 바라보면 어김없이 은빛 찬란한 갈치 한두 마리가 뱃전에 올라와 있다. 현란하게 몸을 뒤틀며 빛을 내뿜는 갈치의 은빛 향연을 눈으로 즐기는 것이 바로 갈치낚시이다.



이날 잡은 갈치 조과. 맨 아래 두 박스가 필자의 조과.


목포에서는 대개 빙어를 미끼로 쓴다. 바늘 두 개로 빙어의 아래와 위를 관통하게 하고, 케미라이트를 달아 내리면 입질이 오고 그러면 올리면 된다. 쉽고 간단한 낚시여서 누구나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낚시가 그렇듯 요령이 있다. 우선 초릿대가 민감해야 한다. 그리고 입질 수심층을 파악하여야 한다. 갈치는 군집성을 띠고 다니므로 예컨대 수심 10m 아래에서 입질을 받으면 그 수심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한다. 그러다가 입질이 뚝 끊기면 다른 수심층을 탐색해 봐야 한다.

갈치를 올리는 주변 사람에게 물어가면서 하는 것도 한 요령이다. 다음으로, 갈치낚시는 예신과 본신을 잘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 또 하나의 요령이다. 초릿대가 까닥까닥하면서 예신이 오는데, 이때 채서 올리면 대개 미끼만 따먹히고 만다. 까닥까닥할 때 주의력을 집중해서 기다리다가 초릿대가 확 휘어지면(이게 본신이다) 그때 챔질해서 감으면 된다.

목포 선상 갈치낚시에서 재미있는 점은 배고프면 식사가 배달된다는 것이다. 보통 5000∼6000원 하는 백반이 선장에게 시켜 달라고 하면 금방 모터보트로 배달이 된다. 남도의 음식이 통상 그렇듯이 이렇게 시켜 먹는 백반도 근사하다. 그리고 이 낚시의 백미는 역시 선상에서 먹는 회이다. 선장에게 부탁하면 잡은 고기를 회를 쳐 주는데 갈치회 맛은 먹어 본 사람만이 안다. 진해에서는 선장이 잡은 갈치를 추렴하여 회무침을 해주는 경우가 많다. 이 역시 ‘훌륭하다’라는 말을 남발하게 된다.



물풍을 달 준비를 하는 갑판장


회가 있으니 어찌 소주 한 잔이 따라오지 않으랴. 그래서 목포 앞바다에서는 낚시보다는 술에 취해 고성방가를 하는 사람, 그러다가 아차 하여 바다로 떨어지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가끔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해경 구조정이 어딘가에서 번개처럼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대형 사고로는 이어지지 않는다. 한순간의 해프닝인 것이다.

목포 갈치낚시는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낚시다. 그런데 딱 하나의 문제는 가까운 바다다 보니 씨알이 잘다는 점이다. 두 지짜리가 주종을 이룬다(갈치의 크기는 손가락 굵기로 따진다. 어른 손가락 네 개를 합친 굵기면 사지, 다섯 개면 오지 이렇게 부른다). 사실 문제는 갈치 크기가 아니라 늘 그렇듯이 낚시꾼의 욕심이다. 오지, 육지, 심지어 팔지까지 낚았다는 사람이 있어 어디서 잡았느냐고 물어보았다. 사실 물어본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묻기도 전에 말했다. 제주도에 가서 채낚기 어선 타고 잡았다는 것이다.



참치로 착각하게 만든 방어가 담겨 있다.


그렇다면, 가야지.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낚시꾼에게 전문적으로 갈치잡이를 하게 해주는 배가 대여섯 척 있었다. 그중에 하나를 선택해 예약을 하고 토요일 오후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공항까지 낚시점 차가 픽업을 나왔다. 바로 제주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도두항으로 이동해 배에 승선한다. 16인이 낚시할 수 있는 10t급 배다. 바로 출발하여 먼바다로 배가 나아간다. 일몰, 그리고 어둠. 배에 불이 들어온다. 환한 대낮 같다.

갑판장이 나누어주는 채비를 가지고 본격적으로 낚시를 준비한다. 바늘이 7개 달린 채비로 바늘 하나의 간격이 2m니까 채비 길이만 15m 쯤 된다. 바늘을 순서대로 뱃전에 정렬하고 꽁치를 썰어서 미끼를 단다. 선장이 수심 150m쯤 되는데 40m 수심층을 노리란다. 전동릴에 갈치 전용대가 부착된 낚싯대에 800g 봉돌 채비를 달고 미끼를 끼운 다음 조심스럽게 채비를 내린다. 한 50m 쯤 내린 다음(전동릴에는 수심계가 있어 내린 수심이 표시가 된다), 기다려 본다. 바로 초릿대가 까닥까닥 움직인다. 이때 올리지 말고 몇 바퀴를 감아두라는 것이 바로 옆에서 3일 동안 갈치낚시를 하고 있다는 인천꾼의 조언이다. 다수확을 노리라는 것이다.

그렇게 했다. 서서히 감아 40m 선에서 채비를 회수한다. 이런! 첫 바늘, 둘째 바늘, 넷째 바늘, 다섯째 바늘에 갈치가 물려 있다. 조심스럽게 갈치를 채비에서 떼고 다시 미끼 달고 입수. 보통 서너 마리, 딱 한 번은 바늘 일곱 개 모두 갈치가 달려 있다. 이렇게 새벽까지 잡으면 얼마나 잡을까. 그러다가 옆사람과 줄이 엉킨다. 줄 푸는 일이 장난이 아니다. 줄 풀고 다시 미끼 달고 입수. 한 10시경까지 정신없이 갈치가 올라온다. 크기는 보통 3지에서 5지 사이. 시장에서 파는 정도의 갈치 굵기다. 70∼80수 잡았을까. 딱 입질이 끊기더니 초릿대가 요동이 심하다. 삼치니 빨리 줄을 감으란다. 거의 70∼80cm 크기의 대삼치다. 그 후로는 삼치 입질만 온다. 삼치가 갈치를 몰아낸 듯하다. 삼치면 어떠랴. 부지런히 삼치를 잡는다.



갈치가 올라올 때는 모두들 바빠서 정신이 없다.


반대편에서 낚시를 하던 사람이 다급하게 뜰채를 찾는다. 갑판장의 뜰채에 올라온 것은 참다랑어! 적어도 5kg은 넘어 보인다. 완전 횡재다. 또 욕심이 발동한다. 갈치도 잡을 만큼 잡았고, 삼치도 먹을 만큼 잡았다. 이제 참다랑어를! 하지만 그렇다고 참다랑어가 내 낚시바늘을 물어줄 리가 있나 하는 순간에, 무언가 왔다. 초릿대의 휨새가 다르다. 진동릴이 비명을 낸다. 참다랑어구나. 최대한 천천히 감는다. 거의 다 올라와서 바다를 보니 등이 푸른 녀석이 이리저리 헤엄쳐다닌다. 뜰채! 뜰채! 참다랑어다. 그렇게 해서 참다랑어를 잡았느냐고? 그랬다면 나를 아는 상당히 많은 지인은 얼리지 않은 제주 직송 참치 맛을 보았을 게다. 하지만, 올라온 것은 대형 방어였다. 뭐 방어도 좋지. 그것으로 끝이었다.

새벽 4시가 되고 배는 철수를 한다. 대관탈도까지 나왔다는 것이다. 항구에 돌아오니 얼음과 스티로폼 박스를 준다. 두 박스 가득 담는다. 아침 먹고 사우나 가서 비린 몸을 씻고 공항으로 이동한다. 짐을 부칠 때 40kg이나 된다고 추가 요금을 내란다. 얼음 무게 빼고도 30kg이나 잡았다는 말이다. 반은 갈치고 반은 삼치다. 기분 좋게 추가 요금 물고 김포공항에 내리니 오전 11시다. 그 다음날 근육통으로 온몸이 뻐근했다. 내가 한 것이 낚시일까, 돈 내고 어부짓 하고 온 것은 아닐까?


Comment '6'
  • ?
    맑은샘 2011.08.08 14:42
    < 내가 한 것이 낚시일까, 돈 내고 어부짓 하고 온 것은 아닐까? >
    낚시 비늘에 물린 고기와 어부에게 잡힌 생선의 차이점만 알면 금방 답이 나올텐데요.^^저는 아직도 고기잡이와 낚시의 차이점을 잘 모른답니다. ^^
    갈치 낚시, 엄두가 안나 구경만하고 아직 한 번도 못해보았기에.....
  • profile
    블루(유지영) 2011.08.08 23:10
    아주 최근에 갈치마니아 한분을 만났었습니다.
    은빛 지느러미를 반짝이는 현란한 몸체,어디서나 환영받는 진귀한 생선,
    금전적인 가치도 매우 높은 어종이니 시즌이 되면
    갈치낚시로 몰리는것이라 봅니다.

    저는 이제야 경험을 해보려합니다.
    분명히 야식도 굶어가며 낚시대를 부여 잡고 초리대를 노려보고 있는 저를
    발견할것 같네요.*^^*
    한장 한장 배추잎을 세는 느낌으로..
  • ?
    강물(하응백) 2011.08.09 11:27
    블루님, 기회가 되면 갈치 함께, 가시죠.
  • ?
    감성킬러 2011.08.09 14:33
    제주에서 즐기셨던 갈치 낚시의 현장감이 두 해가 지난 지금까지 생생하게 전달되는 느낌입니다.
    갈치 낚시에 꽂히는(?) 이유 중 으뜸은 아마도 조과물의 '맛'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갈치가 나올 때면 밤바다의 낭만도, 집어등의 휘황찬란함도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오로지 채비를 내리고 올리는 동작만 무한 반복되는 집요한(?) 낚시...
    그럼에도 끊임없이 마니아층을 넓혀 나가는 추세가 때로는 경이롭게 느껴지기 까지 합니다.

    강물님의 글은 오늘도 역시 좋네요.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감하고 갑니다. ^^*
  • ?
    강물(하응백) 2011.08.09 16:47
    감킬님, 고맙습니다.
    이 갈치 조행기는 작년 것입니다. 뭐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요.
  • ?
    김윤식 2011.08.15 08:25
    강물님!
    잘읽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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