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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의 테마낚시 6 - 참돔 타이라바 낚시



가을 날의 외연도 근해 풍경



낚시에도 수많은 장르가 있다. 처음 낚시에 좀 관심을 가졌을 때 감탄했던 것이 낚시의 장르가 문학의 장르보다 훨씬 더 다양하다는 점이었다. 체계적으로 낚시의 장르를 구분해보면 장소에 따라서 민물낚시와 바다낚시로, 찌의 유무에 따라서 찌낚시와 맥낙시로, 미끼에 따라 생미끼낚시와 루어낚시로 나눌 수 있다. 그 외에도 여러 방법으로 낚시의 장르를 세분화할 수 있는데, 왜 그렇게 많은 낚시의 장르가 생겼을까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사실 그 대답은 아주 간단하다. 물고기의 종류가 많고 그들이 서식하는 환경이나 생태가 각각 다르므로 잡는 방법도 그 만큼 다양한 것이다.

낚시 외에도 고기를 잡는 방법은 수없이 많다. 배터리나 폭약이나 독극물을 사용해서 물고기를 싹쓸이 하는 것도 잡는 방법이며 투망을 던지거나 어항을 넣어 잡는 방법도 있다. 군 대 동기 중에는 맨 손으로 기가 막히게 고기를 잘 잡는 병사도 있었다. 발목 정도 잠기는 시내에서 물 속 돌 아래로 손을 집어넣어 살그머니 잡아내는 것인데 그의 솜씨는 그야말로 신기(神技)에 가까워 한 두 시간이면 분대원 매운탕감은 충분히 잡았다. 겨울이 되면 해머로도 물고기를 잡았다. 포판을 다지는데 사용하는 큰 해머로 바위를 내려치고 지렛대로 바위를 살짝 들면 충격으로 기절한 고기가 물에 떠내려 가는 것이다. 하지만 어부가 그물을 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런 행위들은 낚시라 하지 않는다. 낚시는 낚시 바늘을 사용하는 일체의 행위만을 말한다.


이날 잡은 참돔의 풍성한 조과



필자가 잡은 7짜 참돔


미끼가 없는 낚시도 있다. 훌치기라 하여 숭어떼나 산란하러 몰려오는 잉어 때, 혹은 학꽁치 같이 군집을 이루는 고기를 여러 바늘이 묶여 있는 채비를 던져 고기를 걸어내는 낚시를 말하는데, 이것은 낚시가 아니라고 훌치기꾼을 경멸하는 사람들도 많다. 훌치기꾼에게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그들 스스로도 낚시한다고는 하지 않을 것 같으므로 이것은 낚시라고 보기는 어렵다. 낚시는 모름지기 바늘을 사용하여 미끼로 고기를 유혹하여 잡아내는 기술인 것이다. 즉 속임의 기술이다. 이 속임의 최고봉이 루어낚시다. 지렁이나 떡밥같이 진짜로 고기가 좋아하는 미끼가 아니라 고기가 먹을 수 없는 것을 먹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사기(詐欺)가 루어낚시다.

루어(lure)의 어원은 짐승을 꾀어 들인다는 뜻이다. 꾀어 들이니 유혹, 매혹 등의 뜻으로 발전했다. 여기에 낚시라는 단어가 첨가되면서 인조로 만든 미끼를 사용하여 고기에게 사기치는 모든 낚시를 루어낚시라고 한다. 떠도는 이야기에 따르면 예전 누군가가 선상에서 식사를 하다가 실수로 숟가락을 강물에 빠뜨렸다고 한다. 그 숟가락에 금도금이라도 되어 있었든지, 숟가락 주인은 강물에 떨어진 숟가락의 행방을 주시하게 되었는데, 그때 물고기들이 숟가락 주위로 득달같이 달려드는 광경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바로 이때 낚시의 역사를 바꿀 한 가지 아이디어가 탄생했다. 숟가락에 낚시 바늘을 달아 던지면 어떻게 될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고 한다.



이날 타이라바 낚시로 잡은 각종 고기들, 참돔 부시리 광어 우럭 장대 놀래미 등



지금도 금색이나 은색 스푼 루어를 던지면 강눈치, 끄리 같은 육식 어종이 잡히고 운 좋으면 쏘가리도 잡힌다. 여기서 더 나아가 벌레의 형태로 만든 웜(worm), 금속으로 만든 물고기 모양의 미노우(minnow:피라미), 회전판이 달린 스피너(spinner) 등등 재질과 형태가 다른 수 천 수 만 가지의 루어가 탄생했다. 심지어 인조 파리도 있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의 명장면에서 로버트 레드포드가 하는 낚시가, 인조 파리를 미끼로 단 플라이낚시인 것이다.  

최근에는 신종 루어가 하나 탄생했다. 타이라바라는 것인데 참돔을 주대상어로 노린다. 타이라바란 타이(tie)와 라바(rubber)의 합성어. 일본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금속 머리에 치렁치렁하게 고무 가닥을 묶어 장식하여 주꾸미 같이 만들고 속에 바늘 두 개를 숨겨 놓은 루어다. 선상에서 수직으로 바닥으로 내려 참돔을 유인하는 낚시다. 과거 참돔을 낚으려면 갯바위나 선상에서 밑밥으로 유인해서 낚는 찌낚시가 주류였지만 이제 새로운 방법이 소개된 것이다. 그렇다면 시도해 볼 만하지 않는가? 참돔은 회로도 찜으로도 매운탕으로도 다 맛있는 어종이 아닌가? 우리말에서 ‘참’이라는 접두어가 붙으면 다 맛있거나 진짜다. 참깨, 참새, 참꽃, 참나물, 참외, 참조기 그리고 참돔!



타이라바 윗바늘에는 참돔이, 아랫바늘에는 부시리가 잡힌 믿지못할 광경



아침 여섯 시, 여명이 터오를 무렵 충남 홍원항에서 배는 출항한다. 늘 그렇듯이 잠을 설치고 새벽 세 시에 차를 몰아 달려왔으나 배를 탈 때는 씩씩하기만 하다. 낚싯배는 선장 포함 10인승, 쾌속선이다. 외연도까지 한 시간 만에 주파한다.
우럭낚시를 갈까 하다가 새로운 낚시에 한 번 도전해보자고 두어 달 전부터 벼루고 있었다. 횟집에서 먹는 참돔이 거의 모두 양식이기에 자연산 참돔 맛을 보고자 말겠다는 고집도 있었다.

선장(서완호)에게 참돔 낚시는 처음이라고 자수했다. 선장이 친절하게 간단한 요령을 알려주고 채비를 손보아 준다. 선장 바로 옆에, 그러니까 조타실 바로 옆에 자리를 잡았다. 바다 풍경 끝내주는 외연도 지나 부속섬인 석도 쯤에서 낚시가 시작된다.



이날 맹 활약한 타이라바



선장의 신호에 따라 배 한 켠으로 정렬한 9명의 꾼이 일제히 줄을 내린다. 수심은 30m 정도. 90g짜리 타이라바를 내린다. 바닥에 닿으면 서너 바퀴 릴을 감고 또 바닥에 내리고, 감고 내리고, 감고 내리고를 계속 반복하는 것이 요령이란다. 시키는 대로 했다. 쉬울 것 같지만 쉽지 않았다. 서해의 유속 때문이었다. 보통 우럭 낚시를 하면 375그램 봉돌을 사용하기에 그 감각에 익숙해서 90그램짜리가 바닥에 닿았는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그렇게 헤매고 있는 동안 벌써 옆 조사들은 참돔에다가 부시리까지 올리고 있었다. 참돔도 힘이 좋지만 부시리 힘은 낚시꾼이라면 그 당찬 바늘털이의 힘을 안다. 대개 등푸른 생선이 차고 나가는 힘이 더 좋다.

그렇게 채비가 바닥에 닿는지 마는지도 모르고 열심히 릴링을 하는 중에 뭔가 덜커덕하고 걸렸다. 당연 고기지. 루어대가 휘어지고 릴을 돌리는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큰 놈은 아닌 것 같다. 한참 올리다 보니 물밑으로 황금색 물고기가 보인다. 선장이 재빠르게 뜰채를 댄다. 첫 수. 상사리급을 조금 넘는 참돔이다(상사리는 새끼 참돔을 뜻하는 낚시꾼들의 은어이다). 몇 번을 더 해보니 바닥에 채비가 닿는 감각을 알 것 같다. 뭐든지 처음이 중요한 법. 한 마리 잡아보니 타이라바 낚시의 매카니즘을 알 것도 같다. 이어 뭔가 또 덜컹하고 물었다. 이번에는 옆으로 치고나가는 것이 아무래도 광어같다. 올라오니 역시 광어다. 배 여기저기에서 우럭, 광어, 장대, 부시리, 참돔 등등 여러 어종이 올라온다. 장소를 옮기고.


필자의 총 조과, 참돔 아래에 광어와 부시리도 있다


타이라바를 내리고 몇 번 릴링을 하는데 느낌이 왔다. 크게 챔질을 하니 낚시대로 느껴지는 저항이 대단하다. 온 몸에서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는 것 같다. 심장 박동소리가 높아진다. 대물임을 직감한다. 흥분하여 감아올리기 시작한다. 선장이 뜰채를 가지고 달려오더니 천천히 감으라고 주문한다. 나도 모르게 흥분하여 빨리 감았던 것이다. 천천히, 휘어지는 낚시대의 곡선과 고기의 저항을 최대로 즐기면서 감아올린다. 마침내 뜰채에 담겨진 것은 70cm가 넘는 대형 참돔. 참돔 타이라바 첫 출조에서 홈런을 날린 것이다.


이날 확인한 타이라바의 위력은 대단했다. 참돔에다가 부시리까지 힘 좋은 고기 손맛을 충분히 보았던 것이다. 타이라바를 잘 운용하면 바닥에 서식하는 거의 모든 어종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언젠가는 제주로 가서 타이라바로 다금바리에 한 번 도전해보리라 하는 생각으로 또 즐겁다.  
(2010년 11월 2일 출조한 참돔낚시에 대한 기록이다.)
  

Comment '2'
  • profile
    블루(유지영) 2011.08.20 11:27
    작년 조황이지만 7짜 참돔 올리심 축하드립니다.
    타이라바에 쌍걸이의 손맛은 대단했을것 같네요.
    올해 참돔이 주춤 한것 같이 보입니다만
    조황이 되살아나 당찬 손맛을 보셨으면좋겠습니다.
    즐낚하십시요.
  • ?
    강물(하응백) 2011.08.22 15:16
    블루님, 감사합니다. 지난 토요일날 홍원항으로 다운샷 갔었는데, 광애만 다수 노리는 배더라구요.
    좀 키워서 잡야야 할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좀 씁쓸했습니다.
    즐낚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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