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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 하응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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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의 테마낚시 21-1 백조기 낚시 2(완결편)



서천 앞바다 여름 풍경, 바다와 구름이 한가롭다. 떠있는 배는 백조기 낚싯배들.


지난 7월 30일 백조기 낚시를 갔건만 만족할 만한 성과가 아니었다. 시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8월 20일 홍원항으로 광어 다운샷을 갔더니 광어는 덜 나오고 백조기만 잔뜩 나왔다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8월27일 다시 백조기로 방향을 선회, 친구 세 명이서 홍원항으로 달려갔다.

오전 6시 호해스타호에 승선. 12명이 타는 5톤급 배다. 5톤 치고는 비교적 넓은 배다. 한 10분을 나갔나. 바닷물빛이 완전 먹물색이다. 비가 많이 와서 부사호에서 방류를 많이 해서 그렇단다. 그러면서 선장은 요즘 조황이 썩 좋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항상 인터넷으로 올라오는 조황과 현지 사정은 일정한 괴리가 있게 마련이다. 부사호의 ‘육수(陸水)’ 방류 때문에 물빛도 그렇고 조류의 흐름도 달라졌기 때문이란다. 육수? 육수(肉水)라는 말로 들려 잠시 헷갈렸다. 그건 그렇고, 그럼 오늘도 빈작일까? 선장은 10시 이후에나 올라올 것이라고 한다.



백조기 쌍걸이를 한 이름모를 꾼


홍원항이 바라보이는 곳에 첫 채비를 내린다. 흐름이 심하다. 100호 봉돌이 마구 떠밀린다.썰물에 육수가 흘러드니 더 빨라진 것이라고 선장은 말한다. 채비를 올리란다. 그런데 아, 이게 무슨 낭패일까. 릴이 감아지지 않는다. 헛바퀴만 도는 것이다.

지난 밤 기껏 수심 2,30m인 백조기 낚시에 무거운 전동릴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고 평소 사용하던 MT500 대신 좀 가벼운 오세아 지거 NR 2000을 꺼내, 릴을 감아 보았더니, 오래 사용하지 않아서인지 핸들에서 삑삑하는 소리가 났었다. 방청제를 뿌리다가 손잡이 부분만 분해해 확실하게 방청제를 뿌리자 하고 분해했었는데, 이게 장난이 아니었다.

납작하게 생긴 부품이 생각보다 많았고, 좁쌀 같은 스프링이 튀어나가 찾느라고 한참, 겨우 어떻게어떻게 두어 시간 걸쳐 재조립하긴 했는데, 결국 잘못하고 만 것이다. 드랙이 하나도 물리지 않고 완전히 풀어진 상태인 것 같은데 어떻게 대처할 방법이 없다. 할 수 없이 루어용 베이트릴을 꺼내 채비 세팅을 다시 했다. 100호 봉돌에 베이트릴! 낑낑거리고 있으니 선장이 좀 안스러웠는지 자신의 전링릴을 갔다 준다. 다시 세팅.



수조기는 백조기와 서식환경도 조금 다르다. 여밭에서 잡힌 수조기.


그나마 다행이다. 채비 세팅을 다시 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도 센 조류 때문에 거의 못 잡았으니. 이럴 때 고기가 연신 올라오면 머리에 김나는 것이다. 우럭이나 갈치 낚시 때도 채비 풀고 있을 때나 새로 세팅할 때 다른 사람이 연신 올리면 마음은 급하고 손은 더듬는 경험을 꽤 했었지. 역시 나는 아직 낚시의 도에 이르지 못한 사람, 질투에 눈 먼 사람이다.

물이 돌고 밀물 시간이 오자 선장의 말대로 거짓말 같이 물빛이 맑아지고 입질이 오기 시작한다. 씨알이 좋다. 하지만 입질은 오지만 헛챔질이 많다. 백조기는 탐식성이라 확 물고 늘어지는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미끼 끝만 따먹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미끼인 갯지렁이를 짧게 쓰면 후킹은 확실하지만 입질 빈도수가 적어진다.

선장이 시범을 보인다. 통마리로 길게 미끼를 끼우고 넣으면 바로 잡아낸다. 뭔가 요령이 있는 것이다. 자세히 보니 결국 유혹의 기술이다. 길게 끼우니 일질 받기에 유리할 것이고 입질이 오면 대를 살짝 들면서 유인해 확실하게 물면 대를 무지개처럼 가볍게 들어 바로 릴을 감는 것이다. 멈춤 없이 일련의 슬로우 비디오처럼 부드럽게 잡아내고 있었다. 즉 바닥에 봉돌이 닿는 느낌이 들면 10cm 정도 들고 있다가 입질이 오면 살짝 드는데 이때 확 달려들면 대를 부드럽게 들어 감는 것, 이것이 요령이었고 이렇게 하니까 역시 조과가 확실히 좋다.



백조기 뼈회와 한라산 소주


마침 배 선수에 자리를 잡았기에 채비를 또 바꾼다. 참돔 채비로. 루어대에 베이트릴을 장착하고 타이라바를 단다. 타이라바 바늘에 갯지렁이를 끼우고 낚시를 시도해 본다. 하지만 입질은 확실히 빨리 오는데 후킹이 제대로 되질 않는다. 몇 번 해 보았지만 실패. 다시 40호 봉돌을 달고 일반적인 백조기 채비인 편대채비를 장착한다. 이번에는?
대성공이다. 입질 파악도 훨씬 잘되고 후킹 성공률도 높고 손맛도 좋다. 연신 씨알 좋은 백조기를 걸어 올린다. 다만 옆 사람과 봉돌을 다르게 쓰니 낚싯줄의 각도가 사선으로 기울면 바로 올려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앞으로 백조기 낚시는 모두가 30호나 40호 봉돌을 쓰는 가벼운 낚시를 하면 훨씬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참돔 루어대, 참돔 베이트릴, 40호 봉돌. 백조기 채비로 쌍걸이 한 필자.


예보 상으로는 비가 올 것이라고 했는데 날씨가 너무 좋다. 태양이 작렬하고 꾼들은 연신 더위에 헉헉 거린다. 나는 이런 날을 좋아한다. 대학 시절 제주도를 한 보름 걸려 걸어서 여행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날씨가 그랬다. 하늘엔 뭉게구름이 떠 있고, 태양은 작렬했다. 그 아득한 시절 터벅터벅 무거운 배낭을 메고 제주 해안을 일주 했었다. 지금 말썽 많은 제주 강정 바닷가에서 남녀가 같이 몸을 씻을 수 있는 자연 목욕탕을 보고 마음 설레기도 했다. 시냇물이 내려오는 바닷가에 제주 현무암으로 나지막한 담을 둘린 오픈된 목욕탕은 남녀 구분이 있게 만들었지만, 일어서면 서로가 다 보이는 그런 자연친화적인 구조였다. 목욕하는 여체를 본 것은 아니었지만, 그 상상만으로도 좋았다. 지금은 봐도... 뭐 그저 그렇다. 너무 많이 본 탓이다. 차라리 이런 날씨가 좋다.

몇 마리 잡은 고기로 회를 친다. 우럭 한 마리, 쏨뱅이 한 마리, 보리멸 한 마리, 작은 백조기 몇 마리는 뼈 채로 회를 친다. 마침 한라산 소주가 있어 친구들의 눈을 피해 젊은 날 제주 바다의 구름을 바라본다. 서해에서. 잠시.
친구들은 백조기도 뼈 채로, 흔한 말로 새꼬시로 먹으니 괜찮다고들 한다. 만날 내가 회치니 안 맛있다고는 못하지. 우리말 ‘뼈회’는 일본말 새꼬시를 직역한 것 같아 좀 부자연스럽다.



백조기를 손질하고 염장해 아파트 베란다 밖에 매단 건조망에 넣어 말린다.


김치찌개에 백조기를 넣은 좀 희한한 점심을 먹고 다시 낚시를 시작한다. 어느 사이 조황이 뜸하다. 여밭으로 포인트를 옮기니 가끔 수조기가 올라온다. 부세라고도 하는 수조기는 어시장에서도 자주 목격되는 생선이다.
그러다가 물이 서면서 입질이 뚝 끊긴다. 낭만도 좋지만 덮다. 모두들 지쳐있다. 다음 물돌이 타임까지 가면 너무 지칠 것이다. 모두의 뜻인지 선장이 귀항하자고 한다.
이날 백조기 씨알은 매우 좋았다. 비록 마릿수 조황은 아니지만 씨알면에서 흡족했다. 이것으로 올해의 백조기 낚시는 마감해야겠다. 가을까지 먹을 일용할 양식은 이미 비축했으므로.


팁: 백조기 손질법-이날 선장에게 배운 것. 비늘을 벗기고 장갑 낀 손으로 아가미를 뚜껑을 들어 손가락을 깊이 넣어 양쪽 아가미를 잡아당기면 내장이 함께 나온다. 실제 해보니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이렇게 하면 배를 가르는 것보다 간편하고 정소와 난소는 나오지 않아 영양가 있는 부분은 먹을 수 있게 된다. 다음에 굵은 소금을 아가미 속으로 내장 부분에 조금 집어넣고 전체적으로 소금을 뿌린 다음 하루 이틀 말렸다가 냉동 보관하여 한 마리씩 꺼내 먹으면 된다.
  

Comment '9'
  • ?
    강물(하응백) 2011.08.29 14:09
    오세아 지거 NR 2000 수리하는 데 아시는 분, 알려주심 감사하겠습니다.(강물)
  • profile
    블루(유지영) 2011.08.30 00:41
    릴 수리를 잘 하시어 낚시도중 신경 쓰이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건조중인 큼지막한 백조기의 모습이 좋네요.
    씨알이 부쩍 커진것 으로 보이고요
    올해는 백조기 낚시를 못가 결국 반찬거리가 떨어져 간다는 슬픔이 있네요..^^

    작년에 물 좋은 갯지렁이를 충분히 준비하여
    저는 갯지렁이를 풍족하게
    동행한 작두님은 갯지렁이가 바늘에 묻어(?)있을 정도로
    대충 했는데도..
    저는 얼음없이 30리터 쿨러를 못 채우고
    작두님은 33리터 쿨러뚜껑이 안 닫힐 정도로 잡은 기억이납니다.

    백조기도 색과 빛에 반응 한다는 힌트를 작두님이
    교묘히 응용했던 기억이 나고요.
    홍원 앞 바다에는 미끼 도둑 보리멸이 꽤 많아 보였습니다.

    다음 출조는 두족류 낚시를 하시겠네요...^^*
    건강하시고요.
    출조 하심에 입맛,손맛과 풍족한 조과가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 ?
    강물(하응백) 2011.08.30 10:00
    블루님, 9월 18일 일요일, 저도 초보지만, 왕초보 너댓명을 거느리고 광어다운샷 출조를 하기로 했습니다. 백마호를 예약해 놓았습니다. 도래 채비로 미리 준비를 좀 해 놓아야 겠습니다. 가까운 날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 ?
    소낙구름 2011.08.30 10:25
    선상낚시의 묘미는 역시 손맛, 입맛, 그리고 풍족한 조과~! 즐낚하심을 축하드립니다.

    수심이 그리 깊지않은 곳에서 하는 백조기 낚시는 광어다운샷 채비처럼 루어장비(루어대, 베이트릴)에 40호 봉돌이 제격이라고 생각합니다.
    100호 봉돌에 장구통릴~ 아이고, 아직도 어깨가 뻐근하네요...ㅎㅎ

    내년엔 50리터 쿨러를 꽉 채워 1년 반찬을 마련하는 개꿈을 꿔봅니다...ㅋ

    준비에서 손질까지 백조기 낚시의 정석ABC 잘 배우고갑니다. 감사합니다.
  • ?
    강물(하응백) 2011.08.30 16:24
    소낙구름님, 개꿈이 아니시기를!
  • profile
    블루(유지영) 2011.08.30 17:48
    처음 접하는 분들과 함께 하시면 무척 바쁘시겠는데요..*^^*
    예약 확인해보고요 ..가능하면 동출하여 회 솜씨 덕좀 보겠습니다.^^

    소낙구름님.
    안녕하세요.
    광어루어 낚시 할때 몇번 뵈었었습니다..잘 지내시지요?
    저도 소낙구름님과 같은 생각이고 같은 태클을 사용 합니다.
    꼭 쿨러 만땅 하십시요.^^

  • ?
    인천백마3호 2011.08.30 23:15
    아직도 고래를 잡겠다고 고집스레 꿈을 꾸고 계시는 분이...
    소낙구름님입니다...ㅎㅎ...
    가당치도 않다고 말리다가 제발 잡으세요로 표현을 바꾸었습니다...
    참! 멋있는 분이세요...

    강물님!!
    18일 뵙겠습니다...
    배 어디쯤이 또 왁짝 씨끌할 듯 싶습니다...
    강물님의 준비물은
    쌈장7인분, 간장, 와사비, 야채 넉넉히가 되겠습니다...
  • profile
    카파(이찬영) 2011.08.31 10:24
    이번주에 회원들과 보구치 낚시 처음가는데 때마침 강물님의 보구치낚시 지침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군요.^^
    그리고 뛰어난 실력은 아니지만 제게 고장난 릴을 한번 보내주시면 성심껏 살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주소는 회원정보에 나와 있습니다.
  • ?
    강물(하응백) 2011.08.31 10:39
    카파님, 감사합니다. 곧 보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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