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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 하응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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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의 테마낚시 26 - 가을 삼치낚시

거문도 출신 작가 한창훈은 그의 소설과 산문에서 “삼치회는 치아를 사용하지 않고 혀만으로 먹는다”와 “쇠고기보다 삼치 맛이라는 말을 듣는 삼치회의 맛은 독보적이다”라는 말로 삼치회 맛을 극찬했다. 소설가의 말을 다 믿는 것은 아니지만, 한창훈은 거문도 토박이이고 현재도 거문도에 살면서 어부 같은 낚시꾼이니 바닷고기에 관한 발언은 믿을 만하다. 한창훈 외에도 실제 남해안이나 서해안 어부나 낚싯배 선장들에게서도 회로는 가을 삼치가 최고라는 말을 몇 번 들어본 적이 있다. 평생을 바다에서 살아온 안흥 신진도의 은양호 선장도 언젠가 가을 삼치 맛에 대해 장광설을 풀어놓은 적이 있다. 가을 삼치가 맛있는 이유는 기름이 올라 부드럽고 고소하다는 것인데, 가을 전어가 맛있는 이유도 같은 이치라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근해에서 잡히는 거의 모든 생선은 가을부터 겨울에 맛있다. 삼치를 낚시로 잡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10월 이후 당진의 석문 방조제나 삼길포 등의 서해 연안에서 루어낚시로 잡는 것. 대개 스푼루어를 사용하는데 중들물 이후 만조 때까지가 잘 낚인다. 삼치가 낚인다는 소문만 나면 수많은 꾼들이 다닥다닥 붙어 삼치잡이에 열중하는 것을 볼 수 있지만, 대개는 잡히는 삼치보다 사람이 더 많다. 크기도 작다.



가을 삼치, 크기가 어때요?


서해 안흥 등지에서는 긴 대나무 장대에 강한 줄을 길게 연결하고 납추와 인조 미끼 여러 개를 달아 일종의 트롤링으로 잡는 전통 어부식 낚시를 하는 경우도 있다. 바닥을 끌고 다녀야 하기에 어초나 암초가 있는 지역에서는 이런 낚시가 불가능하다. 몇 년 전에 이런 낚시를 해본 적이 있는데 낚시라기보다는 그냥 어부 체험이라는 게 정확할 것이다. 개인 장비로 자신이 주도하는 것을 낚시라 정의한다면, 이런 바닥 트롤링 기법의 낚시를 하면서는 선장의 보조자로서 잠시 어부 역할을 대신하는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는 선상 채낚기 갈치낚시를 하면서 손님 고기로 삼치를 잡는 것이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삼치도 씨알이 굵어진다. 갈치낚시를 하면서 노릴 수 있는 어종은 대개 네 종류다. 갈치, 삼치, 고등어, 오징어. 여기에 방어나 참다랑어가 가세하기도 한다. 운이 나쁘면 만새기나 상어가 잡히기도 한다.



밤바다에 물풍을 내리는 장면


금요일 오후 제주로 향했다. 예약해 놓은 배는 방주호. 어선을 개조해 낚싯배로 만들었다고 한다. 제주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도두항에서 출항한다. 30분 정도 나아갔을까. 어두워지면서 온 바다에 갈치배가 가득한 듯 바다 곳곳에 집어등을 단 배들이 수십 척 떠 있다. 본격적으로 갈치 시즌이 시작된 것이다.

갈치배는 갈치낚시에 적당한 수온을 유지하는 현장을 찾으면 그곳에 물풍을 내린다. 물풍이란 무거운 추를 단 일종의 대형 낙하산 같이 생긴 것인데 선수에서 내려 조류의 흐름을 낚시하기 편하게 조절하기 위해 만든 장치라고 한다. 이 물풍으로 인해 대개 갈치배는 선수 쪽 조황이 좋다고 하여 꾼들끼리 자리다툼이 치열하다. 심지어는 싸움이 일어나기도 한다. 요즘 대개의 갈치배들은 추첨을 하여 자리를 정한다.

추첨한 결과 1번 카드를 뽑아 선수에 자리를 잡는다. 기술이 중요하지 자리가 그리 중요할까 하면서도 기분이 좋다. 채비를 하고 입수하자마자 갈치가 서너 마리씩 올라온다. 갈치를 잡으면서도 삼치도 몇 마리 올라와라, 하고 기다린다. 갈치의 입질과 삼치의 입질은 확연히 다르다. 갈치는 채비가 정열되고 난 다음에 까닥까닥 예비 어신이 있고, 다음에 낚싯대가 아래로 처지는 본신이 온다. 하지만 삼치 입질은 바로 본신이 온다. 확 초릿대가 내려가기도 하고 쭉 펴지기도 한다. 그런 입질이 오면 바로 채비를 올려야 한다. 옆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 꾼의 채비와 엉킬 확률이 아주 높기 때문이다.



1타 3피는 기본. 오라클의 백성목 상무는 갈치낚시 도사가 되었다.


그런 입질이 오면 대개의 꾼들은 싫어한다. 갈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입질을 기다린다. 한창훈이 극찬한 삼치회 맛을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갈치를 열댓 마리 잡았을까. 드디어 초릿대가 확 꺾어지다가 쭉 펴지는 입질을 받는다. 삼치다. 재빨리 전동릴 버튼을 돌려 채비를 회수한다. 갈치와는 달리 무겁게 요동치는 삼치. 힘이 장사다.

뱃전에 올라온 삼치는 60cm 정도 되는 중형급이다. 1m까지 자라는 삼치는 적어도 60cm 이상은 되어야 회맛이 좋다는 게 갑판장 설명이다. 바로 회를 떠서 한 잔 하고 싶었지만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초반이어서인지 모두들 어부보다 더 열심히 낚시를 한다.



갈치로 회를 뜨는 방주호 선장. 안쪽 실을 제거해야 한다.


같이 간 동료도 낚시에 여념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갈치가 계속 올라오니까. 자정이 지났을까. 갈치가 뜸하게 올라온다. 그제야 배가 출출하다. 눈치를 챘는지 선장이 갈치로 회를 뜬다. 제주시의 야경이 은은히 바다 물빛에 번지고 가까운 바다는 온통 갈치배로 환하여 파시 같은 분위기에서 친구와 나는 다른 꾼들에게 한 잔씩 건네가며 소주병을 비운다.

바로 이 맛이다. 제주까지 2주 연속해서 날아온 이유는. 지난주에는 에깅낚시로 낮에 무늬오징어 두 마리 잡았다. 밤에는 갈치배 타려고 했다가 주의보로 인해 배도 타지 못하고 제주시 동문시장 부근 유흥가에서 술만 마시고 아침에 오분자기 뚝배기 하나로 쓰린 속을 달래며 홀쭉해진 지갑을 아쉬워하면서 씁쓸하게 서울로 올라갔었다. 소주 두어 병에도 바다와 함께 하니 이렇게 행복한 것을.
회와 소주로 잠시 낭만을 즐기고 다시 전투에 들어간다. 갈치도 잡히고 삼치도 잡힌다. 새벽이 되어가니 고등어도 올라온다. 대개 고등어가 올라오면 싫어하지만 이미 갈치와 삼치를 어느 정도 잡은 뒤라 고등어도 그다지 싫지는 않다.



새벽 도두항 귀항한 갈치배의 분주한 풍경


집에 와서 삼치를 회로 뜬다. 양쪽으로 포를 뜨고, 포 한쪽 중간에 뼈가 있는 부분을 발라내니 긴 네 조각의 삼치포가 나온다. 이것을 냉동실에 넣어 약 20분간 얼린 다음 적당한 두께로 저미듯이 포를 뜬다. 얼리지 않고 포를 뜨면 그 맛도 덜 하고 포 뜨기도 쉽지 않다. 또 신선한 삼치는 바로 먹을 경우 완전히 냉동하는 것보다 살짝 얼리는 것이 맛이 좋다. 그렇게 완성된 삼치회는 어떤 회와도 비교하기 어려운 환상의 맛이었다. 특히 뱃살 부분은 고소하기 그지없어 입에서 살살 녹았다. 가을 삼치 맛은 한창훈의 표현보다 더 맛있었다.

Comment '2'
  • ?
    하늘길 2011.11.13 21:14
    뱃살껍질부분을 토치로 살짝구어 얼음물로 직행..
    건져내어 묵은지 또는 마른김에 싸먹으면 맛이두배 기쁨네배...ㅎ.
    즐독하고갑니다..
  • profile
    블루(유지영) 2011.11.14 19:59
    강물님의 삼치 낚시 경험을 보니
    막걸리가 생각납니다.
    잘 지내고 계시지요..^^

    갓 잡아 올린 커다란 삼치를 삐를 뻬고
    참치처럼 굵직하게 썰어 간장,와사비에 찍어 먹다보니
    배를 채운 기억이 납니다.
    상당히 맛 있게 먹었던 기억에 침이 넘어갑니다.

    몇년전만 해도 여름부터 가을까지
    안흥 앞바다에는 삼치트롤링(끄심바리)으로 삼치가 흔한 편이었고
    오전삼치,오후 우럭낚시라는 이색적인 낚시도 진행했었습니다.

    대나무 장대의 트롤링(끄심바리)가 궁금하여 조업에 참여 한적이 있었는데
    힘든 조업에 넉다운 되었다가 오전에 200kg 조업량으로
    일부 가져온 삼치를 집에서 반겨하는 모습에 위안을 삼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는 힘겨움에 못 할것 같습니다..^^

    또 한번은 안흥의 난도 부근에서 하드베이트를 이용하여 캐스팅후 빠른 리트리브 상태에서
    손맛 실컷보는 재미도 있었는데
    지금은 삼치가 귀해졌습니다.

    올해 시화방조제의 스푼을 이용한 삼치도 산란시기가 늦어져서
    씨알이 너무 작고 잘 나오지도 않는것으로 보니
    생선구이집의 삼치로 고마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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