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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우럭낚싯배에서 올라오는 열기
뒤로 보이는 섬은 태안 신진도 북쪽의 섬이다.
이미 더 북쪽까지 열기가 올라왔을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낚시를 모르는 중부권 사람에게 '열기라는 물고기를 아냐고' 묻는다면 10중 8,9는 모른다고 할 것이다. 중부권 바다에서 나는 물고기도 아니고(지금은 달라졌지만) 동네 어시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어종도 아니기 때문이다.

예전에 동네 마트 수산물 코너에서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생선 명찰에는 '적어'라고 써 있던 기억이 있다. 붉은(赤) 고기라는 뜻이었을 거다.

물론 우리 낚시인에게는 낯설지 않은 물고기다. '우럭'이라는 명칭처럼 방언인 '열기'로 통용되는 물고기다. 열기의 표준어인 '불볼락'이라 부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남해안을 기반으로 낚시 다니는 사람에겐 낯설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아주 친근한 물고기다.

남해가 원조인 열기는 수 년 전부터 서해 중남부에서도 낚이고 있으며, 낚이는 곳은 점점 더 북상하는 추세다. 하지만 서해 바다낚시에서는 우럭이라는 대표 어종이 있기에 열기만을 대상으로 출조하기는 쉽지 않다. 맛은 개인 취향에 따라서 평이 다르긴 하지만 '우럭'과 막상막하의 위치에 있다.

아래에 4년 전 주간조선에 게재된 '낚시인이 꼽은 가장 맛있는 물고기' 기사를 인용해 본다. 이 글을 쓴 기자는 전직 낚시잡지 기자로 주간조선에 몸 담으며 쓴 글이다.

필자는 기자 중에서도 실전 경험이 많고 전문낚시인 이상으로 실력이 출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는 낚시춘추 편집장이다. 그런데 필자도 남해낚시만을 주로 했기에 우럭을 직접 비교 대상에 올려 놓지 않은 것 같다. 이 점은 우리에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돌짬에 깃들어 사는 볼락과 물고기는 다 맛있다. 볼락, 열기(불볼락), 우럭(조피볼락), 쏨뱅이, 꺽저구(개볼락) 맛은 난형난제. 굳이 순위를 가린다면 ‘회는 열기, 구이는 볼락, 매운탕은 쏨뱅이’다.

열기는 100~150m 심해에 사는 한류성 물고기로 12월부터 4월까지 30~50m 수심의 암초대나 어초에 어군을 형성해 이때 조업이 이뤄진다. 그물로는 잡기 힘들고 ‘외줄낚시’라고 하여 큰 봉돌을 매단 낚싯줄을 수직으로 내려서 한 번에 3~5마리씩 낚아낸다. 20~28㎝가 주종이다.

뱃전에 올라오는 순간 수압의 차로 부레가 부풀어 즉사하며 그래서 낚시꾼이 아니고선 회로 먹기란 불가능하다. 담백하면서도 적당히 기름져 씹을수록 고소하다. 육질이 단단하되 질기지 않으므로 약간 큼직큼직하게 썰어 담는다. 간장보다 초고추장이 더 어울린다.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서해 열기
20cm 중반의 크기가 많다. 이 크기도 거의 다 자란 성어급.
새우와 오징어살 등이 주 미끼. 인조미끼도 OK.
어느 전문낚시인을 만났다. 그도 일 년 내내 다른 장르 낚시를 주로 다니지만 이 계절엔 남해안 열기낚시를 가곤 한단다. 당연히 입맛 때문이라는 얘기다. 마침 어제 한 선상낚시 동호회에선 정기출조를 남해 열기낚시로 떠났다. 그만큼 열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아직도 열기를 손맛 덜 한 '작은 우럭'으로 비유하는 사람도 많지만 열기에 대한 낚시인의 관심은 매년 더 커질 조짐이다.

현재 열기를 쿨러급 조황까지 생각한다면 역시 남해안이다. 만약 서해 일부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열기낚시를 한다면 모르겠지만, 앞에서 언급한 우럭과의 경쟁 때문에 '종일 열기낚시'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서이다. 해가 몇 번 더 바뀌고 열기 마니아가 더 늘어난 후에는 '서해 all 열기낚시'가 가능해질 지 모르겠다.

지역마다 선호하는 물고기는 있게 마련이다. 서해 대표 어종이자 어느 지자체 도어일 우럭도 다른 곳에선 눈길조차 받지 못하는 어종일 거다. 반대로 남해안에서 사랑받는 열기도 서해에서 아직은 그 진가를 인정 받지 못 하는 편이다.

맛 말고도 열기에 관심이 가는 이유는 서해 비수기에 해당하는 겨울철 고기라는 점이다. 서해에서 지금은 우럭 낚다가 열기가 올라오면 대충 잡아내는 정도지만, 언젠가는 열기 군락지역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배가 '열기 전문 선박'으로 주목받을 시절이 올 수도 있으리라 생각 해 본다. 그땐 차가운 서해바다도 열기낚시 열기로 뜨거운 겨울이 될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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