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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지그에 걸려 올라온 문어(좌) 문어는 바닥고기 노린 지그헤드의 외바늘에도 걸려들었다.(우) 둘 다 작년 8월의 현상이다. 얼마나 많은 문어가 들어왔기에... 이때 바다를 잘 아는 사람은 이걸 '문어대소동 전조'라고 했다 한다. | |
익숙하지 않은 낚시다. 그러나 많은 개체수와 신선한 입맛으로 서해바다를 온통 문어 붐으로 들썩이게 만들었다.
주로 돌밭에 살아서 돌문어, 크기가 작아서 왜문어라고 부르는 참문어다. 동해바다의 왕문어와 차이는 있지만 그래도 그 크기는 수 Kg에 달한 게 많았다.
대여섯 마리에 쿨러가 푸짐해지는 경우도 흔했다. 원래 경량급 문어지만, 서해바다 첫 방문을 신고라도 하듯이 대물급 비중이 높은 것이 특별했다.
바위에 딱 붙어 마치 밑걸림과 같은 느낌의 입질은 정말 대단했고, '이걸 올리려니 침선배가 돌더라' '동네 약국의 파스가 동났다'는 뻥후담이 재미있었다. (실제로 작은 배는 돈다.)
낚시점에선 때 아닌 80~100LB 원줄이 팔려나갔고, 메탈지그가 동났다. 막바지 갑오징어 시즌과 맞물려 에기까지 품절인 경우도 생겼다.
정답이 준비 안 된 문어채비법 때문에 다양한 채비 테스트 출조가 있기도 했다. 지금 사용되는 서해 우럭채비 효율성이 80% 이상 검증되고 널리 사용된다고 보면, 문어채비는 걸음마 수준에 불과한 '이것 저것 해보는' 단계다.
갑자기 나타난 문어 때문에 얘기만 실컷 듣고, 정작 출조 스케줄 못 잡은 사람이 아주 많았다. 올해 문어가 출현하면 곧바로 가보겠다고 작정한 사람도 꽤 있다.
일반적으로 낚시 장비는 개인 취향에 따라 선호하는 게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문어낚시엔 한 목소리였다. 무조건 강한 대와 튼튼한 줄이 유리하다. 문어가 빨판으로 바위에 완전 착지하기 전에 들어올리려 하는 문어와의 타이밍 싸움도 재미를 더한다. | |
작년 8월, 군산권 루어 출조 배에선 심심찮게 문어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것도 문어 채비가 아닌 미노우, 메탈지그... 심지어 지그헤드에도. 문어가 잘 안걸리는 바늘 구조의 루어 채비에 말이다.
8월 하순으로 치닫는 지금, 그 어디에서도 작년과 같은 손님 문어가 보이지 않는다. 올해는 왜 작년같은 현상이 안 나타날까? 그 많던 문어는 다 어디로 갔을까? 정말 미스테리한 해양 생태계다.
올해 문어는 작년과 달리 없거나, 있어도 미미할 거로 추정된다. 해수온도 변화나 해양 주기 등을 살펴보진 않았다.(그럴 능력도 없지만) 단지 작년엔 문어 전조가 있었고, 올핸 안 보인다는 사실 때문이다.
작년에 쓰던 장구통릴을 만지며, 올해 다시 하게되면 더 효율적으로 할 거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더 강한 줄로 감고 파이팅 벨트도 꼭 챙겨 가리라 마음 먹었었다. 약간의 시행착오를 겪은 보관 및 요리법도 생각해둔 게 있다. 올리다 덜 떨구는 자작 채비도 생각해 뒀는데...
한 치 앞도 확실히 내다볼 수 없는 게 자연이라 한다. 부디 예측이 틀려 아무 전조없이 가을날 갑자기 찾아올 문어를 내심 기대해 본다. 혹은 많은 어종이 시즌 변동이 있다고 하니, 한 달쯤 늦게라도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 어부지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