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문어, 올핸 없다.

by 어부지리 posted Aug 21, 200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1
메탈지그에 걸려 올라온 문어(좌)
문어는 바닥고기 노린 지그헤드의 외바늘에도 걸려들었다.(우)
둘 다 작년 8월의 현상이다. 얼마나 많은 문어가 들어왔기에...
이때 바다를 잘 아는 사람은 이걸 '문어대소동 전조'라고 했다 한다.
작년 가을 서해 바다를 뜨겁게 달궜던 문어낚시, '문어사태' '문어대소동' 등으로 불리며 서해 낚시인에게 이색 낚시의 즐거움과 새로운 맛을 가져다 주었다.

익숙하지 않은 낚시다. 그러나 많은 개체수와 신선한 입맛으로 서해바다를 온통 문어 붐으로 들썩이게 만들었다.

주로 돌밭에 살아서 돌문어, 크기가 작아서 왜문어라고 부르는 참문어다. 동해바다의 왕문어와 차이는 있지만 그래도 그 크기는 수 Kg에 달한 게 많았다.

대여섯 마리에 쿨러가 푸짐해지는 경우도 흔했다. 원래 경량급 문어지만, 서해바다 첫 방문을 신고라도 하듯이 대물급 비중이 높은 것이 특별했다.

바위에 딱 붙어 마치 밑걸림과 같은 느낌의 입질은 정말 대단했고, '이걸 올리려니 침선배가 돌더라' '동네 약국의 파스가 동났다'는 뻥후담이 재미있었다. (실제로 작은 배는 돈다.)

낚시점에선 때 아닌 80~100LB 원줄이 팔려나갔고, 메탈지그가 동났다. 막바지 갑오징어 시즌과 맞물려 에기까지 품절인 경우도 생겼다.

정답이 준비 안 된 문어채비법 때문에 다양한 채비 테스트 출조가 있기도 했다. 지금 사용되는 서해 우럭채비 효율성이 80% 이상 검증되고 널리 사용된다고 보면, 문어채비는 걸음마 수준에 불과한 '이것 저것 해보는' 단계다.

갑자기 나타난 문어 때문에 얘기만 실컷 듣고, 정작 출조 스케줄 못 잡은 사람이 아주 많았다. 올해 문어가 출현하면 곧바로 가보겠다고 작정한 사람도 꽤 있다.


일반적으로 낚시 장비는 개인 취향에 따라 선호하는 게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문어낚시엔 한 목소리였다. 무조건 강한 대와 튼튼한 줄이 유리하다. 문어가 빨판으로 바위에 완전 착지하기 전에 들어올리려 하는 문어와의 타이밍 싸움도 재미를 더한다.
올 여름, 이미 일부 낚시점엔 문어용 신채비가 보이기 시작했다. 지깅용 파이팅 벨트가 문어낚시에 편하다는 말도 들린다. 갑오징어에 쓰일 에기는 문어용 수량까지 고려해서 생산됐다는 얘기도 있다. 응용.변화된 문어 자작 채비 샘플도 디스플레이 돼 있기도.

작년 8월, 군산권 루어 출조 배에선 심심찮게 문어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것도 문어 채비가 아닌 미노우, 메탈지그... 심지어 지그헤드에도. 문어가 잘 안걸리는 바늘 구조의 루어 채비에 말이다.

8월 하순으로 치닫는 지금, 그 어디에서도 작년과 같은 손님 문어가 보이지 않는다. 올해는 왜 작년같은 현상이 안 나타날까? 그 많던 문어는 다 어디로 갔을까? 정말 미스테리한 해양 생태계다.

올해 문어는 작년과 달리 없거나, 있어도 미미할 거로 추정된다. 해수온도 변화나 해양 주기 등을 살펴보진 않았다.(그럴 능력도 없지만) 단지 작년엔 문어 전조가 있었고, 올핸 안 보인다는 사실 때문이다.

작년에 쓰던 장구통릴을 만지며, 올해 다시 하게되면 더 효율적으로 할 거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더 강한 줄로 감고 파이팅 벨트도 꼭 챙겨 가리라 마음 먹었었다. 약간의 시행착오를 겪은 보관 및 요리법도 생각해둔 게 있다. 올리다 덜 떨구는 자작 채비도 생각해 뒀는데...

한 치 앞도 확실히 내다볼 수 없는 게 자연이라 한다. 부디 예측이 틀려 아무 전조없이 가을날 갑자기 찾아올 문어를 내심 기대해 본다. 혹은 많은 어종이 시즌 변동이 있다고 하니, 한 달쯤 늦게라도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 어부지리 -


Articles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