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 바낙스에서는 기존의 XP에 정속모드를 추가한 카이젠 7000 SV를 시장에 내놓았다.
소비자의 눈길을 잡은 대목도 바로 이 '정속모드'라는 기능.
주지하다시피 갈치낚시에서 조과를 좌우하는 핵심 기능은 '초저속 릴링'에 있다.
어부들의 조업 장르에서 낚시의 영역으로 전환한 연륜이 짧아서인지, 아직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갈치낚시의 조법(釣法)이 정립되지 않은 시점임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갈치낚시에서의 '초저속 릴링' 기법은, 전동릴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이론의 여지가 없는 절대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여수 백도권의 시즌 오픈과 함께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했던 사항도 신형 카이젠 7000 SV가 과연 이 '초저속 릴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냐에 있었다.
낚시잡지에 카피로 추가된 '갈치낚시 대응' 이라는 광고는 기대치를 한껏 높게 했던 것도 사실.
낚시를 하기전 무부하 상태에서의 '정속모드'를 체크해 보았다. 스피드 레버를 살짝 올리자 액정에는 1단계 표시의 그래프가 뜨고 모터의 회전음이 들리는데, 스풀은 아직 요지부동. 레버를 조금 더 올리자 그래프의 표시는 그대로 1단계에 있고 스풀이 회전을 시작한다. 이 정도 속도면 갈치낚시에 적용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집어층을 파악하기 전에는 바닥부터 입질을 받는 수심까지 탐색해야 하는 구간이 길어지지만, 일단 유영층을 찾은 후의 '초저속 릴링' 모드는 미끼가 달린 채비의 전체 길이에만 사용하면 된다.
가령 2.3m 단차의 7단 채비를 쓴다면 처음 바늘과 마지막 바늘의 거리는 2.3 * 6 = 13.8m가 되는 셈인데, '초저속 릴링' 모드는 첫 입질을 받은 시점부터 13.8m만 적용되는 것.
그 이후에는 중속 정도의 속도로 편안하게 올리면 된다.
문제는 200~300호의 추 부하와 갈치의 무게를 이겨내면서 13.8m의 구간을 같은 속도로 통과해 내느냐의 여부.
당일의 수심은 87m. 전동릴 액정에 표시되는 수심은 72m.
바닥을 찍고 봉돌을 띄운 후 릴링을 시도했다.
1단계의 레벨이 표시되고 모터의 회전음이 들리지만 스풀은 요지부동.
2단계로 올리자 비로소 스풀이 회전을 시작하는데, 감다 서다를 반복한다.
이래서는 탐색에 소비되는 시간이 너무 길어져서 효율적인 낚시를 할 수 없게 된다.
3단계로 올리자 스풀은 정속으로 회전을 하는데 너무 빠르다.
갈치의 입질을 받기도 전에 유영층을 빠져나오는 결과가 되는 셈.
하는 수 없이 장갑을 낀 왼손 엄지손가락으로 브레이크를 걸어 속도를 제어했다.
지금까지 우럭낚시를 하면서 카이젠 7000 SV의 개인적인 만족도는 '최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지만, 갈치낚시에서는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려울 것 같다.
전동릴의 존재 이유는 오로지 '편리함'에 있다.
그 편리함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는 기종에 '적합' 판정을 줄 수는 없는 일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