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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 하응백

   
▲ 하응백 휴먼앤북스 대표, 미디어펜 대기자

문향(文香)과 스토리가 있는 하응백의 낚시여행(7)-욕지도 좌대낚시

남쪽 바다에서 슬픈 소식이 들린 지가 10여 일이 지났다. 어부나 배를 모는 선원들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그래도 자주 바다에 가는 낚시꾼이라, 바다의 무서움을 잘 안다. 폭풍이 몰아칠 때의 바다의 광폭함이나 급류로 흐르는 조류의 엄청난 기세는 두려움 그 자체다. 가끔 갈치낚시를 하거나 이동 중에 보는 밤바다의 검은 침묵도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길을 가다가 한 무리의 고교생들이 자기들의 언어로 무엇인가 재잘거리는 모습을 보았을 때, 평소에는 무심하게 지나쳤을 텐데, 한 번 더 눈길을 준다. 여학생의 삼단 같은 검은 머리칼이 유난히 빛난다. 남학생들의 삐딱한 자세가 오히려 귀엽다. 보기만 해도 약동하는 생명 그 자체다. 그 또래의 아이들이 다 그렇다. 그런 아이들이 어른들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어른들의 어이없는 실수나 부정(不正)에 의해, 깊고 어둡고 차가운 바다 속에 갇혀 있다. 마음이 무겁다.
 

바다로 낚시를 간다는 게 죄를 짓는 것 같다. 하지만 마음이 울적하니 가지 않을 수도 없다. 낚시를 가자는 마음과 가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이 서로 싸우더니, 결국은 얄팍한 도덕심이 원초적인 욕망에 패배한다. 대신 배를 타지 않고 좌대낚시를 하기로 한다. 물론 좌대까지 가려면 배를 타야한다. 그렇게 결정하고 통영 좌대낚시터를 검색해 본다. 고등어와 전갱이가 간간 올라온다고 한다.
 

잠을 푹 자고 출발하면 좋으련만 낚시를 가자고 마음먹으니 잠이 오지 않는다. 주섬주섬 낚시 장비를 챙겨 밤 12시에 차 시동을 건다. 통영 삼덕항까지는 388km라고 네비게이션에 찍힌다. 두어 번 휴게소에 쉬고 통영 서호시장에 도착하니 새벽 4시가 다 되어 간다. 시장 입구 시락국 집에 들어가 이른 아침을 먹는다. 뷔페식으로 여러 반찬이 차려져 있고, 밥과 국만 따로 준다. 통영의 시락국은 구수하면서도 달큰하다. 얼른 한 그릇 비우고 통영대교를 지나 미륵도 중간쯤에 있는 삼덕항으로 향한다.

   
▲ 통영 삼덕항

삼덕항에서 욕지도를 비롯한 인근 섬으로 향하는 카페리호들이 출항한다. 인근 좌대나 갯바위로 낚시꾼들을 실어 나르는 낚싯배들도 제법 많다. 나드리피싱이라는 낚시가게에 들어가니 불은 밝혀놓았는데, 주인이 없다. 바로 앞 부두에서 뜰채로 무엇을 건지는 사람이 있어 가보았더니, 오징어 새끼를 건지고 있다. 솜씨 좋게 뜰채로 건지는데 보니, 꼴뚜기 크기 정도다. 우럭낚시 미끼로 쓰면 딱 좋은 크기다. 그 사람이 바로 낚시가게 주인이다.
 

좌대로 가는 첫 항차 낚싯배 시간이 7시라고 했으니 아직 두어 시간이나 남았다. 차 트렁크에서 루어 낚싯대를 꺼내 배들이 정박해 있는 사이로 채비를 날려본다. 소형 지그헤드에 볼락용 웜을 끼운 채비다. 몇 번 날려도 반응이 없다. 아침 7시 정도가 만조이니 물이 계속 들어올 시간이다. 이때라면 대개 반응이 있게 마련인데 통 소식이 없어 혹시 하고 바로 발밑을 노리니 바로 입질이 온다. 탈탈탈 하면서 끌려나온 녀석은 우럭 새끼다. 놓아주고 다시 다른 곳으로 가서 가까운 곳에 캐스팅을 하니 이번에는 조금 큰 녀석이 입질을 한다. 손바닥보다 조금 큰 녀석이다. 놓아주기도 먹기도 애매한 사이즈다. 일단 먹기로 작정한다.
 

그때 항구를 밝히던 보안등 불빛이 꺼진다. 아침이 온 것이다. 불빛이 없으니 고기가 흩어졌는지 반응이 없다. 시간을 보니 아직 시간 반이나 남았다. 빨간 등대가 있는 방파제로 나간다. 방파제 끝에서 여러 번 캐스팅을 했지만 반응이 없다. 항구로 다시 들어와 낚시점으로 들어간다. 천안에서 왔다는 낚시꾼과 나, 이렇게 둘이서 욕지도 좌대로 간단다. 천안에서 왔다는 꾼이나 나나 서로 말없는 교감을 나눈다. 정신 나간 사람들끼리의 동지애 같은 것이 흐른다. 밑밥을 챙겨 배에 오르니 7시다.

   
▲ 통영 앞바다의 올망졸망한 섬들


배는 올망졸망한 섬들 사이를 헤쳐 욕지항 입구에 있는 좌대로 우리를 데려다준다. 좌대는 참돔이나 기타 어류의 양식장 가까이에 낚시할 수 있는 수상 안전시설을 만들어 편하게 낚시할 수 있게 만든 장소다. 양식장 어류에게 밥을 주니, 양식장 주변에 있는 자연산 고기들도 양식장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경우가 많은 모양이다. 그 어슬렁거리는 놈들을 잡는 것이 좌대낚시이다. 안전시설이고, 낚시하기에 편하기에 가족 단위로 또는 친구들끼리 야유회를 겸해서 많이 찾는다. 좌대낚시라고 해도 깊은 바다에서 놀다가 물때에 따라 기웃거리는 각종 어류들이 많아 재미있는 낚시를 즐길 수도 있다. 하지만 남해나 서해에서 몇 차례 좌대낚시를 해 보았지만, 손맛을 제대로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당연히 그럴 것이 여러 명이 삼겹살과 소주를 잔뜩 싣고 갔었기에 조금 낚시하다가 경치 좋고 공기 좋은 바다를 핑계 삼아 늘 삼겹살 파티로 일관했던 것이다. 애당초 낚시보다는 그저 친구들과 놀자고 작정하고 떠난 것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혼자다. 소주도 없고 삼겹살도 없다. 점심도 없다. 육지에서 가져간 먹을 것이라곤 비상용으로 준비해둔 에너지바 세 개뿐이다.

   
▲ 욕지도 전경

사람좋게 생긴 나드리 2호 선장은 오후 4시에서 4시 30분 사이에 다시 데리러 온다고 하면서 다른 손님들을 철수시키기 위해 떠난다. 밤을 새워 낚시한 몇 명의 낚시객들의 살림망을 들여다본다. 고등어도 있고 전갱이도 있다. 그렇게 많이 잡은 것 같지는 않다. 어디가 잘 나오는 자리냐고 묻자 바로 여기라고 가르쳐 준다. 조그만 좌대라도 잘 나오는 곳이 있고 안 나오는 곳이 있을 수 있다. 그 자리를 천안꾼에게 양보하고 뒤쪽으로 간다.
 

좌대낚시를 가려고 마음먹을 때부터 여러 채비를 시험해보고자 준비를 많이 했다. 계절과 지역과 어종에 따라 다르지만, 고등어나 전갱이와 같은 회유하는 녀석들을 노릴 경우, 보통 바늘이 여러 개 달려 있는 카드채비를 크릴세우 미끼를 달아 수직으로 내린다. 낚시점에서는 바닥이 봉돌이 닿으면 1,2 미터 감고 기다리라고 했다. 그렇게 일단 한 대를 편성해 놓고 다음 채비를 준비한다. 고등어나 전갱이 같은 고기들은 밑밥에 반응이 빠르기 때문에 카고 채비를 한 대 더 편성한다. 카고 채비는 밑밥을 넣은 작은 플라스틱 망을 채비 바로 위에 장치해 밑밥의 효과를 보다 직접적으로 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구멍찌 채비를 한 대 더 편성한다. 각각의 채비에 어느 것이 더 좋은 조과가 오나 시험해 보자는 것이다.

   
▲ 욕지도 좌대앞 양식장

채비를 편성해 놓고 담배를 한 대 피우려니, 수직 채비에서 입질이 온다. 올려보니 미끼만 따먹고 갔다. 바늘 세 개에 다시 미끼를 달고 내리려는데 카고 채비에서 입질이 온다. 얼른 감으니 제법 힘을 쓴다. 전갱이다. 고기를 떼고 미끼를 달려는 순간 구멍찌가 쑥 내려간다. 얼른 채서 올리니 역시 전갱이다. 이때부터 정신이 없이 바쁘다. 낚싯대 세 대 여기저기서 입질이 오고 올리면 고기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고.

그러다가 구멍찌가 확 들어가서 황급히 채니 고기가 상당한 반응을 한다. 좌우로 째면서 달아난다. 손맛이 황홀하다. 고등어 특유의 저항이다. 올려보니 제법 큰 씨알의 고등어다. 정오가 될 때까지 정신없이 낚시를 한다. 하지만 조과는 별로이다. 세 대를 편성해 놓으니 바쁘기만 했지 실속이 별로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나 외의 몇몇 다른 꾼들은 아예 입질조차 받지 못한 것 같다. 나만 잡는 것 같아 괜히 마음으로부터 으스대기 시작한다. ‘그래 아무리 욕지도 좌대낚시 경력이 없다하나 그래도 낚시경력이 20년이 넘는다’ 뭐, 그런 것. 유치하기 그지없는 그런 으스댐. 오후 1시쯤 되자 여기저기서 입질이 오기 시작한다. 오후가 되어 수온이 오르고 초들물이 시작되자 본격적인 입질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때 다른 배에서 내린 한 사람이 도착하여 내 바로 옆 자리에 자리를 잡는다. 낚싯대는 딱 한 대. 망설임없이 채비를 신속하게 펴더니 밑밥을 치고 10호 정도의 내림 봉돌 채비로 낚시를 시작한다. 나는 그가 현지 고수임을 직감한다. 

   
▲ 현지 고수, 두 마리를 걸었다. 나의 사부님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연신 전갱이와 고등어를 잡아내기 시작한다. 두세 마리씩 연속으로 걸어낸다. 이럴 때면 자존심이고 뭐고 필요없다. 그가 하는 대로 다른 채비는 내버려두고 같은 채비로 똑같이 해 본다. 나도 서서히 요령을 채득해 간다. 낚싯대를 들고 있으니 입질이 느껴진다. 그때 가볍게 챈다. 아주 간단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더 많이 빨리 잡는다. 물어보니 수심층을 계속 변화시키란다. 이곳은 18미터 정도의 깊이다. 고등어나 전갱이는 바닥부터 상층까지 계속 유동하고 있으니 조금 있다가 입질이 없으면 수심층을 바꾸라는 것이다. 나 역시 그렇게 했지만 현지꾼의 조과는 따라갈 수가 없었다. 좋다. 이제 내림 봉돌 채비는 충분히 훈련을 했다. 구멍찌 채비로만 잡아보자.
 

그렇게 마음먹고 구멍찌 채비에만 집중한다. 고등어 두어 마리를 잡는다. 구멍찌 채비는 손으로 전해지는 감각으로 챔질하는 것이 아니라 구멍찌가 쑥 들어갈 때 채는 눈으로 하는 낚시다. 가끔 찌가 내려갈 때 동시에 손으로 전해지는 감각도 있다. 하지만 나의 구멍찌 채비 낚시가 한계가 있음을 곧 깨달았다. 면사매듭을 이용해 12미터 정도에 수심을 맞춘 반유동 채비였기 때문에 고등어나 전갱이의 입질 수심층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3B찌에 -3B 수중찌를 세팅하고 좁쌀 봉돌 하나 달아놓았기에 채비 하강 속도가 너무 느려서 내림 봉돌 채비에 비할 수가 없었다. 물론 채비가 내려가 정렬이 되면 바로 입질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긴 했지만 고등어나 전갱이의 폭발적인 입질 시간대에 적합한 채비는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다시 채비를 바꾸었다. 면사매듭에서 찌를 멈추게 하는 반달 구슬을 떼고 수중찌를 -2B찌로 바꾸고 좁쌀 봉돌 대신 B봉돌을 달았다. 전유동도 반유동도 아닌, 좌대 고등어 전갱이 낚시에 적합한, 나름대로는 기발한 절충 채비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찌 낚시꾼이 알면 웃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하니 채비 하강 속도도 빨라졌고, 수심층도 마음대로 정할 수가 있었다. 실제 효과가 있었다. 고등어와 전갱이를 연속으로 걸어냈던 것이다.

하지만 모를 일이다. 다른 채비를 사용하는 꾼들에게도 입질이 왔으니까 말이다. 그러다가 또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서 삼각 도래를 달아 바늘을 두 개 달면 어떨까 하는 생각, 또 삼각 도래를 사용하지 않고 기성 카드 채비의 회전 구슬을 사용하여 두 바늘 채비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 그러나 그렇게 채비를 바꿀 시간이 없다. 그러다 보니 3시 30분이 지난다. 철수 준비를 해야 할 때다. 이렇게 시간이 정신없이 가다니. 먹을거리도 없었지만 점심 먹을 생각도 나지 않았고 배고프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낚시만 했다.

   
▲ 이날의 조과. 고등어, 전갱이, 볼락이 보인다.

내가 낚시를 좋아 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이 맞장구를 치면서 말하곤 한다. ‘인생을 낚으시는 군요’라고. 그들은 내가 무심한 물과 구름을 바라보며 깊은 사색에 잠겨 인생의 무생함과 정치의 허무함과 또 세상사의 허망함을 낚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종종 있다. 천만에! 나는 절대로 그런 적이 없다. 나는 낚시를 할 때면 고기 잡을 생각만 한다. 더 많이 더 큰 고기 잡을 생각만 한다.

그렇게 낚시에 집중을 하고, 굶거나 허기를 대충 때우고, 또 운전에 집중하느라 지칠대로 지치고, 마지막, 집으로 돌아와 회에 소주 한 잔 하고 정신없이 꿈도 없이 잔다. 육체를 학대하고, 정신을 낚시에만 매달리게 하는 것이 나의 낚시의 본질이다. 그렇게 하면 이상하게도 정신이 맑아진다. 왜 그럴까? 아마도 뇌의 회로 중 일부분을 낚시에 집중시키다보니, 그 동안이라도 일상이나 생업 같은 데 사용하는 뇌의 회로가 깊은 휴식에 들어가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 빨간 등대 밑에서 낚시하는 동네 총각. 사진 우측 상단에 반점 전화번호가 있다. 여기 전화하면 자장면 먹을 수 있다.

어쨌거나 서둘러 잡은 고기를 대충 손질하기도 전에 철수 배가 도착했다. 허둥지둥 배를 타고 삼덕항으로 돌아온다. 그제야 배가 고프다. 삼덕항에서 충무김밥을 하나 사서 먹는다. 황홀했던 하루 낚시가 지나간다. 곧, 한 번 더, 좌대낚시의 진검승부를 벌일 것이다. /하응백 휴먼앤북스 대표, 미디어펜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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