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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 하응백

하응백의 낚시여행- 서해 백조기낚시

   
▲ 하응백 휴먼앤북스 대표, 문학박사

백조기는 참조기, 수조기(부세)와 함께 조기의 한 종류다. 참조기가 굴비로 가공되면서 비싼 몸값을 자랑하지만, 백조기는 가장 싸고 맛이 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백조기는 살이 무르고 횟감으로도 부적합하다. 그런데 왜 백조기 낚시를 하느냐고? 한 여름 잘 잡혀서 재미있기 때문이다. 또 잘 손질해서 먹으면 조기 보다야 못하지만 그런대로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백조기는 주로 서남해안에서 잡히는데 제철은 삼복더위가 한창인 여름철이다. 보통 서해안에서는 6월 말부터 잡히기 시작해서 10월경까지 잡힌다. 마릿수 전성기는 복더위 기간과 일치한다. 이 백조기는 한두 마리 낚는 게 아니고 잘 잡는 사람은 100여 마리 이상 잡아낸다. 낚시 방법도 쉬워 남녀노소 누구나 잡을 수 있는 대표적인 여름철 선상낚시 대상 어종이다. 충남 오천항, 대천항, 무창포항, 홍원항, 전북 군산항과 새만금 등지에서 출조하며 남해에서도 씨알좋은 백조기가 낚인다.

   
▲ 홍원항 앞바다에 뜬 백조기 낚싯배들. 한여름 복더위 때는 파시를 이룬다.

간만에 친구 둘과 백조기 낚시를 가기로 했다. 한 친구는 농사짓는 변호사고 한 친구는 전기 작가이면서 전문 번역가다. 이 친구들이 백조기 낚시를 가는 목적은 한 계절 먹을 반찬거리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한 번 출조에 백여 마리를 잡을 수 있으니까, 간을 잘해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두고두고 먹는 것이다. 나는 이 친구들의 목적과는 조금 다르다. 먹는 것은 비슷하지만, 이번 백조기 낚시는 새로운 낚시 방법을 적용해보기 위한 목적도 있다.

10여년 전 무창포로 백조기 낚시를 간 적이 있다. 오전 7시부터 정오까지 하는 낚시인데 이 때 우럭채비를 사용해서 우럭낚싯대로 100여 마리를 낚은 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 참돔 타이라바 낚시와 광어 다운샷 낚시가 성행하면서 우럭낚시 장비에서 탈피하는 경향이 강해졌고, 2012년 경 부터 광어 다운샷 장비로 백조기 낚시를 하는 꾼들이 늘어났다.

우럭 장비는 대개 전동릴에 6호에서 8호 사이의 합사줄-호수가 커지면 줄이 굵다-을 사용하고 낚싯대는 경질의 투박한 대를 사용한다. 봉돌도 80호에서 100호 사이의 무거운 것을 사용한다. 1호의 무게가 가 3.75g이니 100호면 375g이다. 이렇게 무거운 봉돌을 사용하는 이유는 서해 바다의 조류가 세기도 하지만, 우럭의 포인트가 수심이 깊기도 하고 또 신속하게 포인트에 채비를 내리기 위함이다. 우럭은 한 번에 미끼를 덥석 삼키는 경우가 많기에 우럭낚시는 잡히면 그야말로 강제 집행이다. 붕어나 감성돔처럼 예신이고 뭐고가 없다.

즉 선상우럭낚시는 한마디로 무식함 그 자체다. 이런 무식함을 사랑하는 매니아가 물론 상당히 많기는 하지만, 선상우럭낚시는 섬세함과는 거리가 먼 낚시인 것이다. 과거에는 이런 무식함으로 백조기를 낚았었다. 그런데 몇 년 사이에 서해 선상낚시에 큰 판 도변화가 생겼다. 그것이 바로 광어 다운샷 낚시의 유행인데 이에 대한 것은 다음 기회에 자세히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 개인 보트로 낚시하는 꾼들. 바닷물에 ‘탁족’하는 맛은 어떨까?

새벽 두 시에 매송 톨게이트 입구에서 만난 친구와 나는 별 인사도 없이 바로 차를 몰기 시작한다. 양양에서 농사를 짓느라 피곤에 지친 유 변호사는 뒷자리로 가서 바로 잠이 든다. 운전하는 나와 이 작가는 이런저런 세상사를 이야기 한다. 1976년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문예반원으로 만났고, 2학년과 3학년 때는 한 반이었고, 그 후 청춘의 몇 해를 제외하곤 거의 매달 두어 번씩은 만났기 때문에 서로의 속사정을 가장 잘 아는 친구다.

하지만 이 친구와 나의 정치적 견해는 서로 상반된다. 내가 합리적 보수라면 이 친구는 합리적 진보다. 때문에 서로 얼굴을 붉히면서 어떤 사안에 대해 토론한다. 이날 운전하면서 충청남도 서천 홍원항까지 내려가면서도 그랬다. 박근혜 정부의 최근 행보와 세월호 침몰 이후 정부의 대책에 대해, 우리는 열띤 토론을 했다. TV의 백분토론보다 내용이 더 알차다. 새벽 4시, 차는 어느새 홍원항에 도착했다. 그러자 둘은 언제 그랬다는 듯 토론을 떨어버리고 낚시 장비를 챙긴다.

“오늘 100 마리는 잡아야지.”

그제야 잠이 깬 유변호사는 잘 잤다고 기지개를 켠다. 농대 가기를 원했으나 아버지의 반대로 사화학과에 진학한 친구, 시대의 흐름에 따라 운동권이 되어 세상을 바꾸고자 했지만, 세상은 그의 이상을 실현하기엔 너무나 완고했었다. 몇 년의 영어(囹圄) 생활 이후 변호사가 되어 시류를 따라가다가 이제 어릴 때부터의 꿈을 실현하고자 농사짓기에 골몰하는 친구. 나는 농담 삼아 그의 직업을 반변반농(半辯半農)이라 부른다. 그럼 나는 뭘까. 반문반어(半文半漁)일까. 

   
▲ 해무가 깔린 홍원항 앞바다. 바다는 장판같이 평온하다.

홍원항은 해가 뜨기 전인데도 낚시꾼들로 만원이다. 오늘 물때가 무시이고 휴일이니까 그리고 백조기 시즌이 시작되었으니 사람이 붐비는 것이다. 낚시점 홍원항 ‘서해바다낚시’에 가서 미끼로 갯지렁이를 사고 몇 호 봉돌을 사용하느냐고 물어보니까-한 배에는 같은 호수의 봉돌을 사용해야 한다.

그래야 채비끼리 덜 엉킨다- 30호 봉돌을 사용하란다. 30호 정도면 충분히 손맛을 즐기면서 낚시할 수 있다. 봉돌이 무거우면 봉돌 무게 때문에 손맛이 반감된다. 봉돌이 가벼우면 가벼울수록 좋은데, 서해의 유속 때문에 바닥에 제대로 채비를 안착시킬 수 없다는 점과 채비의 입수 속도가 늦어진다는 문제점이 생긴다.

때문에 물때에 따라 적절한 무게의 봉돌을 선택해야 한다. 또 낚시 장비도 봉돌 무게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다른 모든 것도 그렇겠지만 낚시도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어 하나가 달라지면 다 달라져야 제대로 낚시를 즐길 수가 있다.

해가 뜨자마자 ‘피싱매니아호’는 홍원항을 박차고 나간다. 역시 백조기 낚시답게 여성 조사들 여러분이 눈에 띤다. 백조기는 연안 가까이서 낚시를 하기에 비교적 파도가 높지 않고 낚시방법이 쉬워 부부나 연인들, 혹은 직장 동료들이 동반 출조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한 여름 무더위에서 낚시를 하기에 폭염과 뜨거운 햇볕에 대한 대비를 반드시 철저히 해야 한다.

한 20여 분 나갔을까? 선장이 채비를 내리라고 한다. 채비는 우럭 편대채비에 바늘은 20호 정도를 사용하면 알맞다. 나는 전날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갯지렁이 대신 인조 미끼, 즉 지렁이 웜을 사용하면 훨씬 조과가 좋다, 라는 내용을 보고 낚시점에 급 전화를 걸어 퀵 비용을 감수하고 지렁이 웜을 구입해 둔 상태여서 먼저 웜을 달아 입수해 본다. 낚시꾼들이란 이렇게 귀가 얇아 누군가가 더 잘 된다 하면 홀딱 넘어가는 것이다.

바로 입질이 온다. 웜에도 반응이 오는 것이다. 부르르 떠는 특유의 앙탈진 입질 후에 백조기가 올라온다. 귀여운 사이즈다. 배에는 연신 백조기가 올라온다. 큰 사이즈도 간간히 섞이고 중간 사이즈가 대부분이다. 배는 잔칫집 같다. 여기저기서 함성, 아우성, 환희, 놓치고 난 뒤의 아쉬움 등으로 왁자지껄하다. 주꾸미 낚시와 마찬가지로 백조기 낚시는 야유회 같은 분위기다. 경험상으로 보면 가장 분위기 좋지 않은 낚싯배가 갈치 배다. 갈치낚시는 자리다툼이 심하고 채비가 엉키면 가끔은 주먹다툼 일보직전까지 간다. 침선우럭낚시도 가끔 분위기가 험악해질 때가 있다. 무례(無禮)다.

   
▲ 쌍걸이를 올린 필자. 심심찮게 쌍으로 잡힌다.

웜에도 반응이 오긴 했지만 생미끼인 갯지렁이보다는 조과가 떨어진다는 것을 확인한 시점은 2, 30분이 지난 후였다. 옆에서 낚시하는 이 작가는 연신 백조기를 올리고 있었다. 몇 차례 시험 후 인조 미끼를 떼고 생미끼를 단다. 훨씬 자주 입질을 한다. 또 실험을 해 본다. 부르르, 부르르 예신이 있고 난 뒤, 낚싯대를 휘청하게 하는 본신까지 기다렸다가 가볍게 챔질하는 방법을 사용해 본다. 과거 우럭 채비로 백조기 낚시 했을 때는 주로 이 방법을 사용했었다.

그러다보니 헛챔질이 많고 미끼만 따먹고 도망가는 경우가 허다했다. 생각한다. 입질하는 녀석마다 다 잡는 방법은 없을까. 입질이 오는 첫 순간 예신이고 뭐고 따질 것 없이 무조건 크게 챔질해 보자. 미끼를 따 먹고 도망간다면 챔질 타이밍에 따라 훅킹 확률이 높은 어는 순간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30호 봉돌을 사용하고 감이 좋은 참돔 루어대를 사용하기에 입질이 오면 바로 캐치할 수 있기에 이 방법을 사용해 보기로 한 것이다.

   
▲ 쌍걸이를 올린 여성 조사. 백조기 낚시는 여성들도 많이 참여한다.

예상은 적중했다. 미끼를 내리면 얼마 기다리지 않아 바로 입질이 온다. 그때 바로 챔질을 힘껏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니 7,80% 정도는 챔질에 성공했다. 이제 백조기 낚시에 관한 기존의 이론을 수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입질오자마자 챈다. 예신, 본신 이런 거 가릴 거 없다. 툭 하는 느낌이 오면 부르르 뜨는 입질 전에 바로 채 버려야 한다. 첫 입질 이후 부르르 떨 때 챔질하니 거의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즉 백조기 낚시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가 입질이 오면 바로 채는 패턴으로 전환이 이루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미 많은 낚시꾼이 그렇게 하고 있을 것이다. 한두 번 해 보면 바로 패턴을 찾는 것이 낚시꾼이니까. 갯지렁이 미끼를 4,5센티미터 길이로 잘라 사용하고 바로 채는 방법에 익숙해지면 하루 100마리는 거뜬하게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지만 패턴을 찾는데 서너 시간을 보내버렸다. 처음부터 그런 패턴을 사용한 이 작가는 광어와 우럭도 한 마리 올린다.

   
▲ 손님고기로 올라온 붕장어와 광어, 즉석 횟감이다.

백조기 낚시를 하다보면 손님고기로 우럭, 양태(장대), 매퉁이, 보리멸, 광어 등도 올라온다. 사실 이런 물고기들이 더 고급어종이고 회감으로 적합하기에 꾼들은 손님고기를 더 반기게 마련이다. 이날도 그랬다. 이 작가가 광어와 우럭을 올렸다. 내가 일본말 아나고로 더 잘 알려져 있는 붕장어 한 마리와 매퉁이를 올린다. 매퉁이는 낚시꾼들도 잘 모르는 특이하게 생긴 물고기다. 몸통은 숭어 같은데 대가리 모양은 양태 같다. 뱀 대가리를 닮기도 했다.

작년에 이 녀석을 한 마리 잡아 회를 쳐 보았더니 잔가시가 좀 있긴 했지만 회맛은 일품이었다. 매퉁이 한마리를 올리고 난 다음에는 입질이 뜸하다. 만조나 간조시 물이 완전히 가지 않는 때가 있는데 이 때는 낚시가 잘 되지 않는다. 낚시를 하다보면 물때를 보지 않아도 그런 타이밍임을 짐작하는 순간이 온다. 그 때가 바로 회타임이다.

   
▲ 낚시꾼들에게 천대받는 양태. 장대라고도 한다. 그런데 이 녀석은 일반 양태하고 좀 다르다. 점이 박혀 있다. 공식 이름은 뭘까?

광어, 우럭, 붕장어, 매퉁이를 각각 한 마리씩 회를 뜬다. 선상에서만 먹을 수 있는 모듬회다. 매퉁이는 찰지면서도 고소하다. 기름기가 많은 모양이다. 붕장어도 고소하다. 광어나 우럭은 이 자리에서는 대접을 못 받는다. 순식간에 소주 두 병이 바닥이 난다. 그래도 취기는 없다. 좀 더울 뿐이다.


   
▲ 나의 오랜 친구, 이 작가와 유 변호사. 선상 회 타임.

한 잔들 하고 다시 낚시를 시작한다. 여성 조사들이 연신 쌍걸이를 걸어 올린다. 쉬지도 않고 낚시에 집중들을 한다. 쌍걸이를 하면 식구들의 한 끼 일용할 반찬이 되니 얼마나 재미있으랴. 오후 세 시, 낚시 종료 시간이다. 선장은 아이스박스를 모아 조과물 기념 촬영을 한다. 이를 낚시점 홈피에 올려 홍보하려는 것이다.

보니 많이들 잡았다. 20여명이 낚시를 했는데 쿨러를 채운 사람이 거의 반이다. 적게 잡은 사람이 50여 마리, 많이 잡은 꾼은 100여 마리가 넘는다. 이 녀석들은 비늘을 치고 소금간을 하여 냉동고에 보관하면 몇 달이고 두고두고 짭짜름한 반찬으로 먹을 수가 있다. 구워도 좋고 쪄도 되고 조림도 좋다. 백조기 낚시는 이렇게 식탁의 풍성함을 위해 한여름의 땡볕을 마다하지 않는 생활낚시인 것이다.

   
▲ 이날 피싱매니아호의 백조기 조황, 많이들 잡았다.

이날 백조기 낚시를 하면서 터득한 백조기 낚시의 쿨러 조황 방법.
첫째 미끼를 여유있게 가져간다. 둘째 미끼는 적당히 길게 단다. 그래야 입질이 빠르다. 셋째 입질이 오면 바로 챈다. 늦으면 놓친다. 넷째 출조는 가급적 조금 무렵에 한다. 이 네 가지를 숙지하면 초보자도 쿨러 조황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팁. 잡은 백조기를 싱싱하게 보관하려고 소금을 잔뜩 뿌려 놓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방법이다. 그렇게 하면 정작 비늘이 잘 벗겨지지 않아 깨끗하게 고기 손질하기 어렵다. 백조기는 얼음을 채운 아이스박스에 잘 보관하여, 귀가 후 손질하는 것이 좋다. 조금의 노동 시간을 할애하면, 두고두고 맛있는 밥반찬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미래를 위한 반찬 저축, 그것이 백조기 낚시의 정의다.

   
▲ 손님들이 잡은 고기로 회를 마련하는 피싱매니아호 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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