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비좁은 선실에서는 항상 옆 사람에게 불만이 있게 마련이다. 제 집 안방처럼 편할 수는 없어도 그래도 조금씩 양보하면 좋으련만 가끔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눈에 뜨인다.
어제도 그랬다. 선실 구석에 쌓여 있던 냄새나는 이불 한 조각 끌어다 깔고 잠을 청하는데 누운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사람의 발가락 냄새가 고약하다. 찜통 같던 선실이지만 배가 움직이자 좀 시원해지기에 시끄러운 엔진소리를 자장가삼아 한식경 눈 좀 붙였는데 갑자기 코끝이 매큼해지는 느낌에 눈을 떴다. 어찌된 일인가 두리번거릴 것도 없이 선실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서 맛있게 담배를 맛있게 피우는 사람이 보인다. 바로 위에는 붉은 글씨로 ‘금연’이라 적혀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을 아무래도 ‘머리 위에는 눈이 없다.’로 고쳐야 할 모양이다.
나가서 피우라고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내 몸집의 두 배는 되어 보임직한 우람한 몸매에 털북숭이 얼굴이 겁나 침만 꼴깍 삼키고 말았다. 게다가 그 분<?>은 배안에 비치된 작은 베개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함께 덮어야 할 이부자리 서너 개를 척척 말아서 보료처럼 깔개로 등받이로 위풍당당하게 사용하고 있는데도 아무도 항의하지 못한걸 보면 대단한 인물인 것처럼 보인다. 내 앞에는 자리가 비좁아 눕지도 못하고 벽에 기댄 채 조는 사람에 비하면 그나마 나는 훨씬 형편이 좋은 셈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만 먹으면 하시라도 사용가능한 생물학적 무기를 한 방 발사해 이 무례한 친구를 대접하려던 생각은 접었다.
어제 낚시는 그렇게 시작했다. 가게에 도착해 선원명부에 4등으로 이름을 적고 배에 올랐더니 소위 좋은 자리, 뒷좌석 예닐곱 자리는 벌써 누군지 작대기를 꽂아 소유권을 자랑하는 중이다. 옆의 배에서도 선점자 자격을 두고 아이스박스를 가져다 놓아야 인정할 수 있다는 축과 새벽 3시에 와서 자리 잡았는데 무슨 잔소리냐고 옥신각신하는 중이다. 자기는 2시 50분에 와서 자리 잡았다고 맞받아치자 옆에서 구경하던 자까지 덩달아 끼어들어 시끄럽다고 소리 지르니 삼국지가 따로 없다. “내 귀는 소라껍질 언제나 그리운 파도소리여!”어느 불란서 시인의 말장난은 어린 시절의 낭만이었던 모양이다.
4미터 침선이라는 선장의 말을 들으며 줄을 내리는 순간 어째 느낌이 이상하다. 설마? 하며 줄을 감아 보는데 꼼짝도 않는다. 재수 없게도 침선에 직방으로 내리꽂힌 모양이다. 첫 번부터 채비를 고스란히 헌납하는데 선장은 잠시 후 침선에 접근한다고 방송중이다. 뒷자리에서는 통통하게 살찐 우럭을 걸어 올리느라 희희낙락이다. 재빨리 수선하여 두 번째 입수. 줄을 수심에 맞게 추스르는데 앞에서 꾸물대던 사람이 그제야 뽕을 던진다. 곁눈으로 슬쩍 보니 릴의 모양이 좀 이상하다. 아마 신형 모델인 모양이다.
아무리 성능 좋은 새 모델이라 해도 늦게 줄을 풀면서 옆 사람과 걸리지 않는 릴은 없게 마련이다. 내 줄과 엉켜 엉망이 되었는데 정작 당사자는 줄을 감지 않는다. 아니 감아지지 않는 모양이다. 자세히 보니 릴이 거꾸로 달려있다. 그렇게 장착했으니 제대로 작동할 리가 없다. 그래서 새로운 모델로 보였던 모양. 보다 못해 선장과 사무장이 합세해서 다시 조립해 준다.
4미터 침선이란 무엇이며 접근한다는 건 또 무슨 소리냐? 바닥 찍고 1미터 올리는 건 무슨 뜻이냐고 묻기에 마침 옆으로 낚싯배 하나가 지나가기에 저런 배가 바다 밑바닥에 있다고 생각하고 그 근처에서 낚시한다고 생각해 보시라 권했다. ‘저 배가 물에 빠져 가라앉는다고?’ 설마 그렇게 생각하지야 않겠지. 어쨌든 다시 줄을 올리는데 나는 꽝이고 왕초보 낚시꾼 줄에는 쓸 만한 우럭 한 마리가 달려 나온다. 그것 봐! 이론과 실제는 전혀 상관이 없다니까.
나를 비롯한 우리 라인은 개점휴업이지만 반대편은 꽤나 떠들썩하다. 오늘은 아무래도 줄을 잘 못 탄 모양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용한 박수무당에게 복채라도 몇 푼 던져주고 오는 건데......... 초반에 채비를 두 번 뜯기면서 침선 높이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주눅이 든 모양이다. 오전에는 꽤 큼직한 열기 한 마리와 우럭 잔챙이 한 수로 마감.
점심 먹으면서 바닥을 긁어 재미 보았다는 건너편 꾼들의 정보에 솔깃해 오징어채로 바닥을 빗자루 질 했더니 쓸 만 한 놈 몇 개 연속 걸려 나온다. 주위의 부러운 눈빛이 잠시 쏠린다.
그래! 낚시는 바로 이 맛이야!
우럭 몇 마리에 좀 전, 식사할 때 가랑이 쩍 벌리고 앉아 매운탕 한 냄비 저 혼자 차지하고 먹던 인사에 대한 혐오감이나 내 낚시채비를 몇 번씩이나 몽땅 잘라버린 건너 편 초보도 용서할 마음이 드는 것이 알량한 낚시꾼 속마음이다.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남항부두 앞을 지나는데 차 뒤쪽에서“펑’하는 소리가 들린다. 접촉사고도, 추돌사고도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소리일까? 주위의 차들을 쳐다보아도 모두 무덤덤한 표정이다. 내려서 살펴볼까 하다가 신호가 뚫리기에 그냥 진행했지만 차가 자꾸 오른쪽으로 쏠리면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 아닌가! 깜짝 놀라 비상등 켜고 나가보니 오른쪽 뒤 타이어가 완전히 찢어졌다. 주행거리 2만6천 킬로미터에 불과한 새 차 타이어가 이렇게 처참하게 나가다니. 누가 내 차에 해코지했나? 원망한들 무슨 소용 있을까. 고속도로 올라가기 전에, 그리고 앞 타아이어 아닌 뒤쪽에서 사고 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해야지........
다시 생각하니 오늘은 안개 덕분에 얼굴도 덜 타고, 귓등으로 들은 정보 덕분에 우럭도 구경했고, 옆의 초보에게 낚시 기법 일러주다가 나도 건진 게 좀 있었고....... 인생은 생각하기에 따라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언짢은 일도 뒤집어보면 좋은 점이 있기 마련이니까.
왕짜증나는 이야기를....남의 이야기 처럼 감칠맛나게 표현하시는게...
혹 의대 졸업하시고 국문과 또 댕기셨습니까???
식사할때 밥풀 튀기는 쩍벌남..왕재수지요...
고런사람 한사랑님께 보내면 안고쳐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