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낚시대 접을 때 조황을 논하자!(아구가 나왔어요....)
- 2009년 6월 6일 신진도항 B호 번출 조행기
금요일 오후 늦은 시각
이번 출조에 동행하기로 한 2분이 출조를 취소하시네요.
답답한 맘 가눌 수 없으나 어찌합니까, 사정이 그런데...
어찌되었든 신진도항 B호측에 2명 취소 통보하고 찜찜한 마음으로 회사에서 퇴근했습니다.
(동호회 회장이 무슨 죄 입니까? 내 돈 내가며 출조하는 선박에 이런 맘으로 가야 하니...)
집에 돌아 와 B호 홈피 열어보니 점입가경...
우리에 이어 다른 팀(6명)도 출조 취소하였네요.
해풍님과 저 외 4명 예약...
딸랑 6명 출조!
그래도 B호는 꿋꿋하게 출조하겠다네요.
출조키로 한 고객과의 약속은 약속이라며...
흠... 미안한 마음에 B호에 전화드립니다.
‘배가 내일 출항하든 안하든 무조건 새벽에 갈께요! ’
마침 우영님(제 중학동창인 건 다들 아시죠?)이 동출하게 해달라는 메시지가 들어옵니다.
지난 주 출조 시 장판파도에도 멀미를 하던 친구인데...
걱정부터 앞서는데...
이번에 키미테에 멀미약 만땅 먹고 나간다고 통 사정합니다.
오케이 콜!
이래서 이번 출조자는 저와 해풍님, 우영님, 이렇게 3명이 단촐히 출조하게 되었네요.
새벽 3시 신진도 도착...
딸랑 7명 출조키로 하였으니 뭔 차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차량들 속속 도착...
5분이 추가 예약되었다네요.
그 중엔 안산님과 지인분들(2분)도 오셨네요.
이전부터 잘 알던 분들이라 반갑게 수인사 나누고
또다른 2분도 이전에 같이 B호를 타셨던 분들이라 그분들과도 반갑게 인사!
일찌감치 배에 올라 채비 정리하며 오늘의 출조도 나름 재미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오늘은 어디로 갈려나?
지친 몸 살짝 뉘여 봅니다.
1시간 30분여 항해 끝에 첫 포인트 도착...
어딘 지 모르겠어요.
바다상황을 살펴보면...
바다는 검은빛이 돌고,
(흑조라 하던데... 녹조, 적조처럼 이것도 바다생물에게 아주 안좋다 합니다)
파도는 거의 장판 수준,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 여 겉옷을 벗게 만드네요.
봉돌에서 느껴지는 선뜻함이 바다 속 수온은 아직 차갑게 보입니다.
물심은 빠르게 흘러가고...
조황에 대한 기대 반, 걱정 반이나
우리가 언제 조황에 연연했나요, 그저 즐거운 낚시를 하면 그만인 것을.
첫 포인트, 첫 봉돌이 들어갑니다.
5미터 침선...
수심 40미터권...
유영층 2미터 정도로 맞추고 침선에 당당히 들어갑니다.
툭!
로드를 사알짝 들어보니 우드득... 우드득...
초릿대끝이 난리가 납니다.
3짜 중반 급... 손 막 쥑입니다.
아싸! 이 배 첫 수를 제가 장식합니다.
다시 입수...
바다에 봉돌이 닿음과 동시에 입질... 투두둑...
왱~~~~ 전동릴의 경쾌한 떨림...
거의 전원 입질...
제 주먹쥔 손은 하늘을 향해 쭉 뻗혀집니다.
대박 예감!
모두 3짜 중반 급...
하지만 해풍님만이 깜펭이 수준...
다시 입수...
해풍님 다시 전의를 불태우며 기운차게 봉돌을 던집니다.
로드의 떨림만 기다리고 있는데
옆에서 조금 헤매며 낚시에 열중하던 우영님의 초릿대가 바다로 꼭 하고 인사합니다.
입질! 외치자...
우영님은 알고 있다는 듯 능숙하게 전동릴 레바를 비틉니다.
쿠국... 쿠국...
어라? 초릿대의 떨림이 심상치 않습니다.
수면에 떠오르는 거무튀튀한 것...
네! 우럭 4짜입니다.
생애 첫 고기를 4짜 우럭으로 장식하네요.
순간 까망이님 생각이 나네요.
까망이님도 생애 첫 고기가 4짜 우럭이었지요?
사진을 찍는 우영님 얼굴에 얼떨떨함과 환희가 교차하네요.
축하! 축하!
옆에 있던 해풍님 망연자실...
다시 입수...
아싸! 입질...
전동릴 레바 올리고 슬쩍 옆을 쳐다보니
또 우영님 초리대 심상치 않습니다.
쿡~~~ 쳐박는 느낌이 아니라 놀래미처럼 타닥 타닥 타다닥...
흠... 놀래미인가?
쌍걸이... 3짜급 우럭 두 마리가 대롱대롱...
저와 해풍님 모두 3짜급 달랑 한 마리 올렸는데...
생초보 우영님은 1타 2피...
애고고...
물칸이 금방 차오릅니다.
배에 승선한 모든 낚시객이...
단 한사람만 빼고...
바로 해풍님.
완전 페이스 바닥입니다.
3짜급 하나, 깜펭이 2마리...
주위에선 모두 자기 꺼만한 것만 올린다고 놀려대고
우영님과 채비 자주 엉키고...
잠깐이었는데 안산님 7마리,
저 5마리,
우영님 4마리,
물론 모두 3짜 중반 이상 씨알로만 채워져 있고요.
이후 몇 마리씩 더 추가하고 포인트를 이동합니다.
두 번째 포인트...
물색이 많이 맑아졌네요.
왠지 기분이 좋아져요.
봉돌 입수...
수심 43미터, 8미터 침선...
흠... 거칠 것 같은데...
일단 유영층 바닥 3미터로 세팅!
바로 터지는 입질... 후두둑...
좋아요... 아주 좋아요...
낚시대 부여잡은 왼쪽어깨가 뻐근해 옵니다.
아싸... 4짜... 굿!!!
전원 입질... 아! 한사람 빼고... 해풍님.
다시 입수... 입수...
해풍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제 물칸은 이미 우럭으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아니 모든 낚시객의 물칸은 우럭 천지입니다.
드디어 해풍님 입질...
맘 고생 털어내는 한 수 인가 봅니다.
입가에 미소가 살짝 걸리네요.
신중한 릴링...
아! 쌍걸이... 4짜 우럭과 깜펭이 한 마리!
허거덕... 이게 뭔 일입니까?
옆 조사님과 줄이 엉켜 풀어내는 순간
4짜 우럭이 심한 바늘털이와 함께 지 살든 곳으로 탈출 성공!
깜펭이 한 마리만 들어내고 분풀이로 물칸에 쳐박습니다.
해풍님 얼굴빛이 완전 흙빛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조사님들은 우찌되었든 지속적으로 우럭들 걸어냅니다.
현재 스코아...
안산님 25마리...
전 17마리...
우영님 6마리...
해풍님 4마리... 하지만 쓸만한 건 딸랑 한 마리.
입질이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가 싶더니
적절한 타임에 회타임을 갖습니다.
횟감 넉넉히 공출되고...
이슬이 잘 넘어갑니다.
포인트 이동...
3미터 침선...
입질이 없네요....
25분 이동한다는 멘트와 함께 선실에서 잠시 휴식...
물심이 세다며 점심부터 먹자 그러네요.
B호에 새로 오신 사무장님 매운탕 처음 끓이신다 하시는데
맛이 개운하고 얼큰한 게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해풍님... 속 쓰릴텐데...
밥은 두공기나...
속도 좋다! 이 와중에 두공기나... 헐...
자 점심도 먹었겠다, 또 낚시해야겠죠?
물이 아직 빠르게 흐릅니다.
오후 2시는 되어야 입질을 할텐데...
그래도 뜨문뜨문 우럭들을 면접하네요.
모든 조사님들이 홀로 부진한 해풍님을 위로합니다.
‘조용필이 언제 맨 처음에 나오나요? 끝날 때 나오지요! 선수는 후반이니까... 화이팅!’
해풍님의 그 맘 잘 알지요!
지금 이 상황은 그 어떤 말로도 전혀 위로 안됩니다.
스스로 탈출하는 수밖에...
드디어 아무도 예상치 못한 대반전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아무도 입질을 못 받고 있는 상황...
해풍님 역시...
그런데 정말 아무런 이유 없었는데...
해풍님의 전동릴이 아주 저속으로 릴링을 하고 있네요.
전 속으로 ‘이기 미칫나??? 저속릴링으로 몰 잡을라꼬???’
‘해풍! 뭐 해? 입질 하나도 없는데... 뭐야?’
‘회장님! 툭 하는 가벼운 입질이 있어 들어보니 돌덩이처럼 무거워요. 혹시나 해서...’
수면에 뭔가 비치기 시작합니다.
순간... 제가 외칩니다.
‘선장님! 뜰채!’
‘와! 광어다!’ 족히 80cm 는 넘어 보이는 데...
어라! 아니다! 광어가 뭐 저리 입이 커?
‘와! 아구다!’
바다낚시하면서 아구가 낚시바늘에 올라오는 건 처음 봅니다.
길이 70cm 이상, 무게는 대충 6kg는 족히 넘어 보이는 아구가 올라옵니다.
와! 머리통이 해풍님 머리 보다 더 커요!
낚시객 모두 모여 감탄에 또 감탄...
드디어 해풍님 얼굴에 화색이 돕니다.
사실 이 아구 한 마리로 오늘 장원은 해풍님이라는데 이의없네요.
다시 입수...
해풍님에게 쓸만한 사이즈의 놀래미가 올라왔네요.
그런데...
사이즈 운운하며 웃고 떠들다 그만 놀래미의 앙탈에 바다에 떨어트리는 상황이...
와! 해풍님 다시 맛이 가는 상황이 연출...
아! 아구 때문인가요? 웃음 띤 얼굴이 개구쟁이 같아요.
이제부터 해풍님의 아무도 못말리는 시간이 돌아왔네요.
인생이 다 그런건가?
다음 입수에 4짜 두 마리로 쌍걸이 포획...
로드 꺽어질 듯 쳐대는 초릿대를 우린 말없이 구경만...
오후 들어서 저도 꾸준히 한 마리 한 마리 올렸는데
이 시간 이후 저 포함 다른 낚시객의 입질은 잠잠한데
온리... 해풍님만의 초릿대만 연신 굽실굽실...
완전 지대로 탄력 받았습니다.
올려내는 것 마다 4짜급 우럭... 아니면 최소 3짜 후반 우럭들.
순식간에 56리터 쿨러가 수북히 쌓여갑니다.
오전 내 조과가 3짜 하나에 깜펭이 3마리였던 사람의 쿨러라 믿을 수 있겠습니까?
오후 4시 철수를 서두릅니다.
속칭 대박이라 불리는 조황을 이루어 냈네요.
오전 내 부진했던 해풍님의 오후 대선전으로 전원 함박웃음이 가득합니다.
최종 조과!
해풍님, 아구 포함 56리터 반쿨러(우럭 마릿수는 다 세진 않았지만 4짜급만 6마리)...
저는요, 우럭만 총 24마리...
첫 출조 우영님, 4짜 우럭 포함 총 6마리...
안산님, 우럭만 총 31마리...
다른 조사님들 기본 30수 이상은 다하셨네요.
33리터 아이스박스를 기준으로 하면 모두 쿨러가 넘치는 대박조황이었네요.
멀미로 일찍 낚시를 접은 우영님 빼고요...
입항 후 해풍님 안흥간장게장정식으로 저녁을 쏘내요.
집에 조황 보고하는 얼굴 미소가 가득하고요...
출조 취소한 분들 배 아프지 않을까 서로 키득대며 서울로 길을 잡습니다.
이젠 우럭이 안흥쪽으로 많이 들어왔나 봐요.
다음 조황을 다시 기대하게 합니다.
한숨 안자고 낚시에 임해선지 올라오는 길
많이 피곤하고 지쳤지만 그래도 얼굴에 미소 가득이었습니다.
이상 해피피싱코리아 해피전령사 김석태였습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처음엔 해풍님의 조과가 저랑 비슷해서(깜팽킬러) 동지를 만났구나 생각했는데,
큰 착각이었네요. 즐낚 축하드립니다.
이상하게 예약 취소와 당일 출조 인원이 모이는 과정을 설명하신 앞부분의 글이 제 가슴에 더 와 닿는데요.
기분 좋게 다녀 오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