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평일 갈치 낚시 출조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대박 조황을 경험하고 후끈 몸이 달았다.
대박일 때는 또 다른 대박을 꿈꾸면서, 몰황일 때는 대박을 꿈꾸며…
그렇게 바다로 달려갈 기회만 노리는 게 우리 꾼들의 마음일까?
그저 심심풀이 삼아 지난 주 대박과 몰황 사이 천당과 지옥을 넘나든 짧은 경험의 토로를 들어 주시길…^^*
① 대박 조황의 두 번째 날 : 초보 조사님께 KO패(敗)
전날의 조황은 정말 황홀할 정도였다. 자리에 상관없이, 낚시실력에 상관없이 전원 쿨러!!! 손놀림의 속도에 따라 쿨러를 채운 시간에서 개인차가 있었을 뿐, 갈치가 물고 늘어지는 걸 퍼 담는 수준. (이런 날이 1년 중 얼마나 될까 문득 궁금해졌다.)
나중에는 갈치를 떼는 게 귀찮을 정도였으니…
회항(回港)해서 갈치를 정리하는 시간도 피곤함보다는 달콤함에 젖었던 분위기.
이젠 버스에서 늘어지게 자기만 하면 되니까 행복감이 늘어진 몸을 앞서 달려간다.
“감킬~ 하루 더 있지?”
“네??? 잡을 만큼 잡았는데요.”
“처음 오시는 손님도 있고, 나올 때 더 잡고 가.”
내 표정은 아마 애써 난감한 척 했을 것 같았지만, 속으로는 ‘지화자~~’
“자리 배정하고 남는 자리 주세요.”
끝까지 젠틀한 척 고기 욕심을 숨겼다.
내가 받은 자리는 15번. 16명이 승선하는 배에서 선미(船尾) 두 번째 자리다.
화장실 가깝고, 낚시하기 편하고…
16번에는 생애 두 번째 갈치낚시를 오신 초보조사님, 14번에는 낚시보다 음주를 사랑하시는 주태백이님…
처음부터 주절주절 낚시방법을 설명 드리기는 늘 난감하다.
아는 것도 별로 없거니와 몇 번 시도했다가 냉담한 반응에 머쓱했던 기억 때문일까.
‘고기는 잘 나오는데 혹시라도 남들만큼 못잡으면 그때 잠깐 도와드리지 뭐…’
생각을 정하고 내 낚시에 집중했다.
역시 활황의 중심에 있어서인지, 집어등을 밝히기도 전에 들어오는 입질.
전날보다 씨알이 좀 못하긴 하지만, 밤이 깊어가면서 나아지리라.
간간이 4지가 훌쩍 넘는 씨알 좋은 갈치가 나올 때면 서로서로 축하를 나누며 재미있게 낚시를 하고 있는데, 문득 16번 초보조사님의 쿨러가 눈에 들어왔다.
내 쿨러에 쌓이는 갈치는 분명 어제보다 씨알이 못한데, 이 양반의 쿨러에는 보기에도 탐스런 굵은 씨알들이 차곡차곡 들어서고 있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또 배워야지…’
채비와 바늘은 똑같은 걸 쓰고 있으니 변수에서 일단 제외.
미끼 쓰는 걸 유심히 관찰했다.
지금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노하우는,
첫 번째, 날이 잘 선 예리한 칼로 미끼는 가급적 깔끔하게 자를 것.
두 번째, 등 지느러미와 배 지느러미는 절대로 미끼에 붙여놓지 말고 잘라낼 것.
세 번째, 잔가시가 포함되어 있는 꽁치의 뱃살은 잘라내고 쓸 것.(입질이 지저분해 짐)
네 번째, 물 속에서의 미끼 움직임을 좋게 하기 위해 꽁치살을 너무 두껍게 쓰지 말 것 등
16번 조사님은 이런 노하우와는 전혀 별개로 움직인다.
그런데도 4지급의 좋은 씨알이 주렁주렁…
이유를 분석하는 것 보다는 그대로 한 번 해보는 게 빠를 때가 많다.
꽁치의 두께와 길이를 눈여겨 봐두었다가 그대로 썰어서 잽싸게 투입.
그러나 결과는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고 여전히 잔 씨알만…
단지 자리의 차이일까?
② 갈치 미끼가 듣지 않는 건 또 왜???
역시 여수에서 같은 날의 경험.
전주(前週) 통영에서 갈치 포를 뜬 후 썰어 쓴 미끼로 톡톡히 재미를 봤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워낙 많은 갈치가 나오다 보니 싣고 간 꽁치가 12시 전에 동이 나는 사태도 갈치를 썰어 미끼로 쓰게 하는데 한몫 했다.
꽁치 살보다 상대적으로 질긴 갈치 살은 ‘대물 갈치 킬러’라는 인식이 있다.
통영에서는 직접 경험했고, 오늘도 그러하리라는 기대는 낚시에 다시 몰입하게 만드는 터닝 포인트.
하지만 거짓말처럼 입질이 뚝 끊긴다.
혹시나 싶어 맨 윗바늘엔 쓰다가 남은 꽁치를 끼웠더니 딱 그 바늘만 입질!!!!
나만 그런가 싶어 잽싸게 주위를 돌아보니 모두 마찬가지 상황을 겪고 있다.
이건 또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③ 갈치낚시의 해프닝 : 채비 수장시키기 또는 가이드에 채비 감기.
지난 토요일 회원님 20명을 모시고 통영으로 갈치낚시를 갔을 때의 에피소드.
전날까지 강하게 불었던 바람의 영향인지 물빛은 마치 된장국처럼 탁해져있고, 냉수대의 유입으로 전반적인 입질이 부진한 상황.
어떤 수를 써서라도 유영층을 파악해 내서 정보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선수(船首)에서 열심히 낚시를 했다.
봉돌던지기는 충분히 연습을 마친 상태라 어느 때 보다 자신감이 넘쳐났었다. 미끼를 끼우고 바늘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봉돌을 든 후 힘차게 투척!!!
멋지게 포물선을 그리며 봉돌이 날아가고, 바늘은 차례대로 바다에 안착하며 꼬임 하나 없는 만족한 상태, 이제 곧 집어등이 뒤를 따라 입수하리라…
‘엥~~’
곧 바다로 따라갈 것 같던 집어등이 아직도 내 왼손에 쥐어져 있다.
뒷통수에 꽂히는 따가운 시선이 의식되어서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와있었는지 거친남자님이 배꼽을 잡고 웃고 서있다. ㅠㅠ
남아도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너무 힘껏 던졌던 통에 집어등 밑의 매듭이 끊어지면서 채비만 날아 갔던 것.ㅋㅋㅋ
짬짬이 다른 분들의 낚시 상황을 점검하려고 뒤쪽을 향해 가고 있는데, 한 분이 봉돌을 던지다가 채비가 그만 가이드대에 감기고 만 광경을 목격했다.
재빨리 채비를 정리해 드리고, 시범에 나섰다.
“봉돌은 조금 높이 가급적 멀리 던지셔야 합니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힘차게 투척!!!!!
멋지게 날아가나 싶더니 로드에 휘리릭~~~ 에궁…
옆에 계시던 김석태님은 아예 외면한 체 억지로 웃음을 참고 계시고, 대략 난감함을 감추려고 스스로 뭔가 말을 했던 것 같은데 어떤 말을 했는지는 지금도 생각이 나질 않는다.(왕 창피~~~^^::)
여기서 잠깐 tip 하나!!!!
자연바람님 역시 가이드대를 쓰셨는데, 봉돌을 던질 때 로드를 세워놓고 하면 양 옆 사람과의 간격이 상대적으로 넓어지고, 채비를 감을 원인은 아예 없어져 버린다.
가이드대를 쓰시는 분들은 로드를 세워놓고 봉돌을 던져 보시길…^^*
모든 장르의 낚시가 그러하듯 갈치낚시 역시 많은 변수를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변수가 낚시를 더 즐겁게 만드는 것이리라.
누구나 대박을 꿈꾸지만 갈 때마다 대박인 낚시도 왠지 무미건조할 것 같다.
대박을 경험했던 자(者)의 배부른 푸념일까?
<자연바람님께서 가이드대 봉돌 던지기의 tip을 정리해 주셔서 올립니다.
참고하셔서 즐낚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먼저 가이드대를 사용하신다면..
1. 반드시 대를 세우고 던지실것..가이드에 걸릴일이 없읍니다.
2. 던지실때 봉돌을 잡고 던지거나 핀도래 근처의 채비줄을 잡지말 것.
봉돌에 굵은 줄로 묶어 놓은 부분에 손가락을 걸고 손목의 스냅으로 던지시되 적정 위치에서 손가락을 펴시면 됩니다.
3. 가이드대를 사용하신다면 합사줄이 바람에 날려 낚시대를 감는 일이 많이 생깁니다.
이것을 막기위해 약 8-10호 정도되는 구멍봉돌을 합사줄 있는 곳에 끼워 놓으십시요. 물론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그럼 항상 합사줄은 낚시대 아래로 늘어져 있게 되어 대에 줄이 꼬이는 것을 막을 수있읍니다.
4. 올라온 채비줄은 채비 정렬하는 곳에 스치로폼 같은 부분에 칼집을 준다음 끼워 놓으십시요. 합사줄이 아니라 채비줄을 끼우시되 집어등 채비연결 도래가 바깥쪽으로 가게 채비줄을 끼워 놓으십시요. 그럼 던지고 나서 자연스럽게 딸려나갑니다. 뭐 풀고 그러실 필요 없읍니다.
5. 마지막 팁하나. 채비의 투척 방향은 내 앞사람(선수방향 사람) 초리대끝으로 향하게 던지시는 편이 제일 좋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