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한국인의 밥상'이라는 프로가 있습니다. 최불암 선생님께서 전국을 누비며 곳곳의
향토 음식들의 역사와 그 지역의 특색 있는 음식문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지요.
구수한 나레이션도 한몫하지만 어쩌면 평범한 식재료로 그렇게 음식을 정갈하고 맛있게 만들어
내는지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지요.
저도 이와비슷하게 낚시와 관련하여 수십 년간 전국의 많은 배를 타며 식사를 해보았습니다만,
어제처럼 특별한 선상의 밥상을 보고 감탄을 넘어 너무 놀라서 핸드폰 셔터를 계속 눌러댔습니다.
어떻게 갑오징어 출조 선비를 이 배라고 특별히 많이 지불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 특급 대접을
받을 수 있는지 이해 불가란 말이 입에서 자동으로 나왔습니다.
물론 전에 이야기를 어깨너머로 들은 적은 있지만, "설마 그 정도까지 하겠어?"... 반신반의로
갔었지요. 그런데 그런 설마는 한낱 기우였습니다.
정성 가득 차려진 오전 간식과 중식 밥상에 후식까지.. 입을 다물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그동안 맛본 전국의 선식(船食)을 생각하며 '한국인의 밥상'이라는 프로의 타이틀을
패러디하여 '낚시인의 밥상'이라고 하여 이곳에 올려봅니다.
(1) 출항 직전 비응항
▲ 금아님이 약 20일 전에 한잔하면서 11월 5일 군산의 모 배로 갑오징어낚시 간다며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어제 서울에서 새벽 1시에 똥글이님의 차로 셋이 군산으로 떠났습니다.
날씨가 너무 좋고 바람도 거의 불지 않은 4물입니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갑오징어 물때가 좋으니 비응항은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 배를 타자말자 금아님과 똥글이님 그리고 저를 아시는 분들이 계셔서 모여 간단히 생명수를 나누며 인사를 건넵니다.
오늘도 모두 '파이팅~~!!' 하자며...^^
(2) 포인트에 도착하다.
▲ 밝아오는 태양이 찬란한 빛을 발합니다.
포인트에 도착하자마자 사무장께서 달달한 봉다리 커피와 블랙커피 두 종류를 선호에 맞춰 내어 놓습니다.
오늘 같이 추운 날 바다 위에서 커피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후후 불며 마시는 그 맛.. 굿!~^^
바람이 조금 일렁거립니다.
준비해 간 요즈리, 슷테와 왕눈이 에기를 번갈아가며 사용합니다.
활성도가 좋은 아침은 역시 요즈리(레이저 핑크색), 점심은 공격적인 칼라 슷테(적녹 수박색), 오후엔 요즈리(청색)과
왕눈이 에기 반응이 좋았습니다.
▲ 아침 7시, 손님 모두 빈 속이라는 것을 알고 사무장께서 따끈하며 고소한 스프를 끓여 한 컵씩 돌립니다.
▲ 날씨가 무척 쌀쌀하며 공기도 차갑습니다. 좌로부터 금아님, 사무장님, 똥글이님의 멋진 포즈로 한 컷.
(3) 이건 뭐야?... 새참에 놀라다.
▲ 9시가 넘으면서 식탁에 뭔가를 차려냅니다. 새참이라며 돼지머리고기, 만두, 떡볶이, 어묵탕(오뎅국), 김치를...
이런 황금 만찬의 새참에 빈 종이컵이 외롭게 울고 있습니다. 헉!~ 참을 수 없는 유혹!~ 어서 달래야지요... ^^
(4) 갑오징어 낚시
십이동파도(十二東波島) : 12개의 섬으로 구성된 군도 형태(群島 形態)
▲ 오늘 주로 십이동파도 서남쪽 인근에서 갑이 낚시를 했으며, 수심은 45~53m로 밑걸림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수심이 깊어 애를 먹긴 하나, 바닥 걸림이 거의 없는 관계로 바늘이 예리하고 날카로운 비싼 슷테와
요즈리를 맘껏 사용했답니다.
에기를 톡톡치거나 다리 전체로 감싸며 쭉쭉~ 당기던 근래의 입질 행태와는 달리 입질이 예민합니다.
지금은 10개의 다리 중에 먹이를 잡는데 쓰는 두 개의 긴 촉완이 먼저 에기를 감싸며 소위 간을 보는 입질 행태로
챔질하여 올리면 긴 촉완만 걸려 도중에 잘 떨어져 나가 애를 먹었습니다.
금아님은 전동릴을 사용하기에 더 많이 도중에 떨구었고, 똥글이님도 마찬가지..
올린 빈 에기의 바늘에 촉완의 살점이 많이 붙어있는 것을 확인했지요.
저는 톡톡 흔드는 액션보다 텐션을 주며 조용히 올라타기를 기다렸다가 묵직해지면 챔질하니 깊이 훅셋이 되어
떨굼이 덜했습니다만, 그러나 역시 떨굼이 있더라도 액션을 주며 예민하지만 바로 챔질하는 두 사람이 저보다
훨씬 많이 낚아 내는 것을 보고 갈등... 따라 했더니 역시 익숙치 않아 다시 내 스타일로 전환해서 그래도 떨굼의
허탈감 스트레스 받지 않고 제법 잡았습니다...^^
▲ 이런 씨알들이 제법 잘 올라옵니다. 뱃전에 올려놓은 이 녀석.. 에기를 놓지 않고 헉헉대며 꽉 잡고 있네요.
연신 물과 먹물을 뿜으며 카멜레온처럼 몸의 색을 수시로 바꾸며 나를 위협합니다.
(5) 세상에 이럴 수가... 점심 차림상에 2번 놀라다.
▲ 새참에 놀란 우리들은 아직 배가 벙벙한데, 점심이 벌써 차려집니다. 어떤 음식이 차려질까...무척 궁금했습니다.
역시나.. 저뿐만 아니라 모든 분들이 이어지는 만반진수에 감동...
▲ 김치와 두부를 넣어 금방 끓여낸 퓨전요리라 하지요. 유행하는 말로 바리에이션 닭볶음탕입니다.
기막힌 양념소스로 빗어낸 얼큰하면서도 깊은 맛에 생명수와의 궁합은 말로 형용키 어렵고요...
▲ 바삭한 느낌의 호박전과 생선전 그리고 밥도둑 살이 꽉찬 꽃게무침도 정말 맛있었습니다.
▲ 금방 지은 따끈한 쌀밥에 뜨거운 닭볶음탕(보통 닭도리탕이라 함.) 그리고 8찬의 맛깔난 반찬까지...
정성 가득한 화려한 밥상에 우리 호연지기들은 감동하며 먹는 내내 참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고객감동 3대 요소가 있는데, 만족에 멈추는게 아니라 이처럼 감동적인 서비스에 깜짝 놀라게 만드는 단계가
진정성 있는 써비스 정신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말 어렵고 힘들며 귀찮은 일이지요.
▲ 제가 무척 좋아하는 꽃게무침... 짜지 않고 달콤하면서도 매운 은근한 중독성에, 드시고 남긴 것 모두 챙피할 것 없이
시원한 사이다와 함께 제가 다 먹어치웠습니다...ㅎㅎㅎ
(6) 모든 차림이 이벤트가 아니라 이 선사의 평상시 써비스라 합니다. 와!~~
▲ 식사후 20여 분이 지나자 바로 후식으로 냉커피가 큰 잔에 이렇게 나옵니다.
이 정도 커피라면 커피 전문점에서 얼마나 할까요? 아..... 또 또 황감(惶感) 을 먹습니다.
▲ 3시가 넘자 또 뭔가가 나옵니다. 설탕 넣은 냉 미숫가루가 큰 좋이컵으로 나옵니다.
▲ 마지막이라며 과일도 나오고... 누구나 할 수 없는, 타고난 근근자자한 성격에서 일겁니다.
논어 이인편(論語 里人篇)편에 보면,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말이 나옵니다.
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거나 고독하지 않다는 뜻이지요.
정성껏 베플며 함께하는 감동을 주는 이런 선사는, 비단 조황이 꽝일지라도 어느 누구든 전혀 개의치 않을 것이며,
늘 우리가 오래도록 함께할 것이라는 것을 두 분께선 꼭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7) 신들린 무당같은 금아님의 낚시 춤.
▲ 금아님의 채비 법입니다. 너무 예민한 입질도 척척 감지하여 쉴새없이 낚아 올리는 이 채비의 비결이 뭘까요?
실력?.. 채비 속에 담긴 비밀?..
제가 궁금하여 찍어 올려봅니다. 자문 구합니다.
저는 봉돌 상단 15cm 정도에 에기를 직결로 매어 사용했습니다.
(8) 나머지 이야기
▲ 이런 감동에 감동을 주는 선장 내외분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지요.. 엄지척도 모자를 정도였습니다.
차분하게 묵묵한 성격으로 손바닥 같은 이곳 바다밑 지형을 잘 읽게 해주시는 탁월한 능력도 지닌 캡틴.
▲ 오다가 화장실에 들렀는데, 끝없는 지평선 새만금이 잡초와 갈대로 덮여 있어 안타까워 찍었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휑한 새만금 간척지에 군산 시민과 전북 도민들이 원하는 새로운 뭔가의 프로젝트가 들어서서
안타까운 이 지역 경제가 활화산처럼 활활 타오르기만을 간절히 기원했습니다.
(9) 똥글이님의 차로 우리 집에 도착하다.
▲ (집에 도착하자마자 늦었지만 싱싱한 갑오징어 손질하여 아들 내외한테 보냈습니다.)
갑오징어는 남해나 서해에서 주로 서식하는 저서성으로 질피밭 또는 사니질(沙泥質)대에서 주로 활동합니다.
식성은 육식성으로 작은 치어와 각종 갑각류(게, 새우)와 연체동물(조개, 소라), 환형동물(갯지렁이, 갯지네)을
주로 잡아 먹고 살지요. 봄에 바위틈이나 해조류에 산란을 하며 1~2년생으로 산란을 마치면 생을 마감한다고 합니다.
요즘처럼 20~25cm 정도의 큰 녀석이 자주 출몰하는데, 이 녀석들은 2년생이라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갑오징어는 그 맛과 식감이 뛰어나 남녀노소를 가릴것 없이 다 좋아합니다. 살이 두툼하고 탕글탱글하며, 쫄깃한 식감에
은은한 단맛까지 배어 나오는 고급 어종입니다.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짬뽕집에는 얼큰한 국물에 쫄깃한 씸힘성이 좋은 이 갑오징어가 반드시 들어가야만 제 맛을 내게
하는데 갑오징어가 비싸니 냉동 수입산 오징어를 해동시켜 사용하니 맛이 반감됩니다.
제가 너무 좋아하는 라면 중에 해물라면이 있습니다.
낚아 온 갑오징어를 냉동시켜뒀다가 해물라면을 끓일 때, 꺼내 해동시켜 씻고 뼈만 빼내고 내장까지 통으로 넣습니다.
어느 정도 익은 후 가위로 잘라 먹는 맛, 그리고 내장의 고소하면서 풍미 넘치는 맛은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바리에에션 요리에도 필수로 들어가면 요리의 맛과 품위도 높여주는 최고급 식품인거죠.
▲ 길고 납작한 석회질의 갑오징어 뼈는 상처가 생길때 요긴하게 쓰입니다. 바로 피를 멈추게 하는 지혈제지요.
이 뿐만 아니라 애완용들에게 칼슘을 보충시켜주는 보조제로 아주 훌륭합니다.
깨끗이 씻어 햇볕에 며칠 동안 말린 다음, 곱게 가루를 내어 잘 보관해 두시면 가정상비약으로 또는 성장하는
애완동물에게 조금씩 타서 먹이면 뼈의 생성에 큰 도움이 됩니다.
***
참.. 금아님은 하루 더한다며 잡은 것 중 몇 마리 안줏거리를 제외하고 다 일행께 나눔하네요.
저도 혜택을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순수한 감동으로 올려봅니다. 보시는 분께서 혹여 다른 오해 없으시길 꼭 당부 드립니다.)
고객에 대한 써비스가 장난이 아니네요^^.
거의 황제 낚시 수준이네요..
이제 쭈꾸미나 갑2 낚시도 써비스시대가 열린 듯 싶네요.
성수기때는 물에 뜨는 건 무엇이든 출항 시킨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마구잡이식 출조로 돈벌이에만 급급한 몇 몇 선사들은 긴장하셔야 할듯합니다.
좋은 배 정보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