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얽매였던 일터에서의 몸이 풀려 이제부터는 자유인이 되었습니다.
며칠 전, 서해안으로 차를 몰고 인생의 늦가을을 맞은 쉼표 하나 찍으러
3박 4일 여정을 달렸습니다.
비록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지만, 고속도로를 벗어난 광천길을 창을 열고 달립니다.
그토록 그리웠던 가을의 향기와 소리, 그리고 가을의 숨결이 고스란히 차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가을은 신이 주신 자연이라는 선물 중에 가장 큰 백미임은 분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구불구불한 고샅길 돌아 회변항 바다가 보이면서 가슴은 설렘으로 가득합니다.
오늘 같은 일정이 잡히면서 습관적으로 어부지리 조황란을 매일 체크하게 되는데,
카메라의 크로즈업 사진을 감안하더라도 시기적으로 낚이는 갑오징어는 말 그대로
'슈퍼 갑오징어'들로 눈 앞에 아른거립니다.
* 먼저 1일 차인 7일 회변항에 일행 11명과
함께 순풍호를 타다.
▲ 솔직히 이른 아침 배를 타고 출발 직전, 선등의 아래서 채비를 꾸릴 때가 가장 행복하지요.
설렘과 함께 각자의 독특한 채비 구성이며, 나름 무용담까지... 손목에 힘이 들어가는 시간입니다.
▲ 환한 보령 화력발전소의 불빛 안내를 받으며 배는 일으키는 물이랑속에 꿈의 포인트로 향합니다.
▲ 안면 가리개를 일일이 벗을 필요가 없는 애연가를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입니다.
구멍은 담뱃불로 조금 크게 지져 뚫으면 끝...^^
내뿜는 연기도 한번 걸러져 속도를 잃으면서 옆 사람께 민폐가 덜 끼치며 하늘로 빨려 올라갑니다.
▲ 함께하신 일행분들 중에 낙지를 4마리나 연신 낚아낸 분이 계셨습니다.
바로 옆에서도 2마리를 낚고요...
출항하면서 제가 그랬습니다. "오늘 낚은 낙지는 무조건 바로 '낙지 탕탕이' 하니까 내어 놓으셔야 합니다."
대답이 제일 큰 분과 그 옆에 계신 분까지 아쉬운 표정 없이 4마리와 2마리를 선뜻 내어 주십니다.
정약용의 형이 되는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 따르면 ‘마른 소에게 낙지를 서너 마리 먹이면 금세 힘을
되찾는다’고 적혀 있을 정도로 그만큼 몸에 좋은 것을 먹게 되었으니 덕분에 얼마나 감사한지요.
이 곳을 빌어 감사하다는 말씀 다시 올립니다.
* 회변항에서 낚는 주꾸미와 갑오징어를 일부 싣고 차를 몰아 이미
후배들이 숙소를 잡고 기다리는 군산으로 가다.
▲ 오전에 낚아 신선도 최고인 갑오징어와 주꾸미는 끓는 물에 바로 샤브샤브, 초장에 살짝 찍어 먹는
숙회 맛은 배고픔이 절정인 저녁이라 그런지 생명수와 함께 하는 이 맛이 기가 막힙니다.
풍미의 육즙과 더불어 쫀득하면서도 혀에 착착 감기는 부드러운 식감... 감칠맛이 온 입안을 휘몰아칩니다.
▲ 뼈대 있는 집안 어종으로 남녀노소 호불호가 갈리지 않고 모두 좋아하는 바리에이션 요리의 만능 아이템.
오늘 밤의 화룡점정인 시각미 자극, 갑오징어와 햄을 넣은 쫄깃한 해륙라면입니다.
이 역시 맛을 보는 순간, 혀를 깜짝 놀라게 합니다. 개운하지도 깔끔하지도 않고 텁텁하지도 않은...무슨 맛일까?...
걸쭉한 진국에 바다향이 흐르고 짭조름 햄과 함께 깊은 맛을 내는 담백한 국물의 베이스...
아!~~ 축복받은 음식입니다.
환상의 맛과 찰떡궁합인 시원한 옥로주까지 더하니, 이는 맛보지 않은 사람이 느낄 수 없는 파라다이스 경계...
따뜻한 포옹처럼 우리를 무장해제시키고 영혼의 안식을 주는 행복한 밤입니다.
▲ 존시간의 우정, 반가움이 섞인 얼큰해진 얼굴은 단풍처럼 붉게 물들어 가면서 이목구비의 구조물이 조금씩
자리를 이탈합니다.
술(酒)아!~ 너의 한 잔으로 하루의 피로를 잊게하고, 너의 두 잔으로 인생사 슬픔을 또한 잊게 한다.
그리고 너의 세 잔으로 좋은 벗을 얻어 우정을 논하고 있으니 정말 고맙구나.
술(酒)아!~ 너는 내 인생의 즐거움이요, 희로애락의 근원이다.
내게 있어서, 아니 우리에게 있어 없어서는 아니 될 천하의 벗이로구나....
*2일째, 군산의 365호를 타다.
▲ 비응항의 새벽은 활기찹니다.
군산을 한 바퀴 돌아볼 기회가 있었는데, 대표 기업들의 공장 폐쇄로 광활한 야드, 텅 비어 불 꺼진 채 잡초만
무성한 공장들, 이어 앵커기업까지 몰락한 군산 경제의 현실을 보며 가슴이 아팠습니다.
이런 군산 경제에 어느 정도 버팀목이 될 수 있는 곳이 바로 비응항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 파도소리와 갈매기들의 울음소리가 아름다운 하모니 되어 가을 예찬을 노래합니다.
어둠이 꼬무락꼬무락 꽁무니 빼는 이른 아침입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듯이...
▲ 오색 문양으로 대 자연을 색칠한 가을이 나의 오감을 흥분시킵니다.
이 아름다운 가을의 한가운데 내가 섰으니, 감성의 무아지경에 빠저 세레나데를 부릅니다.
바다에 내려앉은 고군산열도의 가을이 너무 곱습니다.
▲ 가을은 우리들을 예술가로 만듭니다.
굳이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시를 읊지 않아도, 글을 쓰지 않아도 가을 깊이 들어간 마음은 저절로 예술가가 됩니다.
▲ 아침 9시가 되니 365호의 새참이 나오네요.
모두 눈이 휘둥거래집니다. 낚시를 하라는 것인지 이 성찬을 먹고 뱃놀이를 하라는 것인지...ㅎㅎㅎ
감동을 주는 소울푸드 식단입니다. 시원한 생명수가 어디 있더라?...^^
▲ 이어 또 감동의 점심이 나왔습니다.
이 배를 타기 위해 남녘 후배들을 부른 까닭도 솔직히 바로 이 푸짐한 상차림 때문이지요.
정갈하고 정성 가득한 선식(船食)은 맛까지 더해지니 눈도, 입도, 배도 호강하는 꿀맛입니다.
* 마지막 날은 오천 독수리호를 독배 예약하고
저도 현지에서 합류하다.
▲ 오성이님과 함께 화이팅을 외치고 있습니다.
날씨가 심상치 않습니다. 오후 1시경에 주의보가 발효되리라는 예상으로 박선장님은 보통 6시 30분경에
출항하지만, 오늘은 5시에 출항할 테니 좀 일찍 서두르라는 전갈이 왔습니다.
배는 1시간 반 정도를 전력 질주로 외연도 부근 '슈퍼갑'비포로 향하더니 거친 숨을 토해 놓습니다.
5물이라 조류의 흐름도 물색도 적당하여 갑이 사냥에 딱 좋은 날이나 동남풍이 불며 파도가 거셉니다.
박선장님은 혼신을 다해 줄을 잡고 우리는 예민한 동작으로 갑이를 유혹하지만, 전체적으로 호불호가 갈립니다.
추첨을 통해 자리가 배정되었는데, 후미에 앉은 이어도님의 활약이 두드러집니다.
선두의 일행분도 마찬가지로 자판기 커피 뽑듯, 수시로 뽑아내는 저력이 보여줍니다.
물돌이 시간대를 기다려 보지만 주의보가 내려지면서 바람도 거세져 내만으로 이동을 결정합니다.
이렇게 거센 바람이 일면 주갑이는 입을 닫는 모양입니다.
내만의 주꾸미도 띄엄띄엄...
큰 기대를 갖고 비포의 먼 곳으로 일찍 출항했는데, 박선장님은 미안하다며 어쩔 줄 모릅니다.
대천항으로 배를 대더니 아침에 잡았다는 싱싱한 대구를 한 마리씩 해서 20마리를 사 주시네요.
이를 어쩌나?...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습니다.
▲ 오성이님께서 직접 만든 방수용 LED 축광기 케이스입니다.
그림과 같이 USB단자로 충전이 가능하며 지속 시간이 길어 선상 난간대에 걸어두고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에기의 화려한 바디 컬러와 함께 발광 능력으로 주갑의 어필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10분 정도 축광을 시도해 봤는데, 짧은 시간에도 축광이 잘 되네요.
어두운 곳에서 발광 효과는 대체로 만족스러웠습니다.
이 정도면 자연광이 부족한 흐린 날이나 물색이 탁한 날의 효과는 뚜렷한 효과가 있으리라 짐작해봅니다.
갑오징어의 어필 색상은 파랑, 보라, 노랑, 국방, 분홍 순이라고 합니다.
과학적인 데이타는 정확이 알 수 없지만 이에 준하지 마시고 참고만 하셨다가 그날 상황에 맞게 자주 교체해
가며 사용하는 것이 보다 나은 조과를 가져오리라 봅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그날 잘 낚아내는 분이 누군지를 빨리 파악하는 것입니다.
채비 구성과 함께 에기의 색상 그리고 조법 등을 물어보시고 과감히 따라 하는 것입니다.
참고로 수중에서는 실제보다 약 30%가 크게 보이며, 이에 따라 25% 정도 사물이 가깝게 보인다고 하니
에기의 선택에도 신경을 쓰셔야 할 것 같습니다.
▲ 뭇 생명들이 춤추는 바다를 통해 만난 20년 지기 벗 '이어도'님입니다.
옛 말에 '좋은 벗은 황야에서 솟아나는 샘물과 같다.'라고 했습니다.
곁에 있으면 편안하고 즐거움이 솟아나는 엔돌핀 전도사로서 무한 에너지를 주는 사람입니다.
바람처럼 허허롭고 물처럼 유유히 흘러가며 사는 인생인데, 좋은 분들과 함께 우리의 바다 아뜨리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으며 가슴속에 쌓인 그 무엇들을 다 버리는 힐링...
그렇게 가볍게 바람처럼, 구름처럼 떠돌다 멋지게 가야지요.
긴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무한 감사를 드립니다.
일정마다 함께 해주신 선장님, 사무장님, 그리고 고급 술 선물 주신분당우러기님,
사일구님, 무대뽀.님, 파주갈매기님, 아니오니님, 선우빠님 기타 일행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올리며 조행기 제 글을 마감합니다.
조황은 화면 구성상 올리지 못함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럽습니다
바다를 만나는 것은
행복입니다
주야조사님의
낚시
조행기는
언제나 맛깔 스럽습니다
첫
추위입니다
건강에 유의 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