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동토를 만들었던 서해가 4월을 넘기면서 서서히 기지개를 켜기 시작합니다.
4월 마지막 날, 지인들과 함께 서울에서 30~50분 거리로 접근성이 용이한 미추홀의 남항에
다녀왔습니다.
미추홀(彌鄒忽)이란, 인천의 옛 지명이라 합니다.
인천광역시 전체를 역사성과 정체성을 살려 미추홀이란 지명으로 바꾸기엔 무리가 있었던지
남구(南區)만을 미추홀구로 작년에 개칭하였다고 합니다.
어느 도시든 보면 대부분 동,서,남,북,중 등으로 그동안 행정구역명을 고유한 역사적 가치와
정체성을 무시한 채, 행정 편의주의 발상의 구시대적 착오를 벗어난 인천의 미추홀구 명칭
변경은, 신선하고 지역민들에게 애향심과 자긍심을 제고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4월 30일(화요일 2물)에 남항의 먼 침선 배인 '드림피싱'에 지인 12분을 예약했지요.
그랬더니 옹고집 님께서 이를 보고 5분 추가로 예약을 하셨네요.
이 배는 20인승(9.77톤)으로 무창포에서 이곳으로 이전하여 예약하기로 까다로운 인천권
(남항이나 연안부두) 먼 바다 침선배 팀에 합류했다고 하여, 홈피에 들어가 보니 예약 자리가
여유가 많아 출조 20여 일 전에 예약을 마쳤습니다.
▲ 며칠 전부터 일기 예보를 관찰합니다. 다행히 30일은 오전, 오후 공히 구름 살짝 낀 날씨에
북서~북풍이 3~6m에 파고 0.5m로 나옵니다.
비 예보도 없어 장판 위에서 낚시를 해야 할 정도. 안심이 되고요... 일단 쾌재를 부릅니다.
「국립해양조사원」홈피로 들어가 인천권 해수온을 확인해 봅니다.
이 배(드림피싱)가 어디를 목적지로 두고 갈 것인지에 대해선 아는 바 없습니다.
그래서 연평도쪽이나 굴업도 바깥쪽으로 갈 것 같다는 판단으로 연평도와 굴업도의
표층 수온대를 확인하니, 연평도 12'c, 굴업도 10'c로 나옵니다.
아침 물돌이 시간대는 굴업도와 연평도가 모두 7시 30분 ~ 8시 사이.
배가 포인트에 도착할 시간대가 어떻게 되는지를 몰라도 만약에 항해시간이 3~4시간이라면
도착하자마자 바로 입질 타이밍을 맞출 수 있는 황금 물돌이 시간대입니다.
그러나 이런 기본적인 데이터만 가지고 그렇게 좋아할만한 일은 아니지요.
문제는 해수온입니다.
대상 어종인 우럭은 토착 저서생물로 지금과 같은 저수온기엔 바닥의 은신처에 꼼짝하지 않고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표층과 저층의 수심 차가 30m 정도 이상 난다면, 수온 역시 약 6'c 정도 차이가 난다고 봐야 하니까요.
현재 4월 말 오늘 연평도 굴업도의 평균 표층수온이 12'c라고 가정할 때, 30m권 이하
저층수온(바닥수온)은 온도차 6'c를 빼니, 바닥수온이 약 5~6'c 정도라는 계산이 나오네요.
수온이 내려가면 생리학적으로도 소화율이 떨어지고 활성이 저하되는 시기를 살짝 벗어나니까
기재개를 켜고 밖으로 나올 것 같다는 예감....^^
우럭들이 활동하기 적합하고 왕성한 먹이활동을 하는 적서수온은 14'c~22'c가 적당하다고 합니다.
차가운 수온에서 찬 물살을 피해 꼼짝하지 않고 숨어 있는 우럭을 내 것으로 만들려면 미끼를
입 앞에 갖다 대고 찜부럭 대며 귀찮게 해서 뇌쇄적으로 반응케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합니다.
선장도 이를 파악, 큰 어초나 침선보다 미끼와의 거리가 거의 없는 시인성과 접근성이 용이한 작은, 소위
똥침선이나 굴곡이 있는 거친 여밭으로 안내를 할 것이란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시기적으로 개체가 많지 않으니, 배를 부지런히 옮겨주며 찾아주는 것이 그나마 좋은
조황을 내는 관건이 되겠지요.
▲ 동승한 지인 박사장 님 차로 40분을 달려 새벽 2시에 남항에 도착했습니다.
아직은 주차 자리가 여유 있지만,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물때가 좋아서 3시경엔 넓은 주차장은 거의 차 갑니다.
오늘 출항할 배들도 불을 켜고 손님을 맞고 있고요. 추첨을 통해 각자의 자리를 배정받습니다.
▲ 4시를 살짝 넘으면서 배를 힘차게 출항합니다.
잔잔한 수면을 미끄러지듯 2시간 넘게 달리면서 태양을 머리 위에 이고 있는 덕적도를 지나 우측 굴업도를
막 벗어납니다.
아직은 찬 바람이지만, 속에 숨은 봄바람의 밀어는 내 연인의 속삭임처럼 부드럽게 내 품에 안깁니다.
바다에 길게 누운 윤슬 역시 까슬한 이불이 되어 살짝 우리를 덮어주니 신기하게도 머리가 맑아지고 가슴은
새로운 욕구가 솟구치는 봄날 바다.
▲ 8시 전후, 망망대해에서 가쁜 숨을 토하던 배는 수심 60m권에서 바다를 노크합니다.
선수 쪽의 팀들이 쌍걸이... 우럭들의 상큼한 몸태질... 세쌍걸이(한석규씨)를 건져냅니다.
개체는 많지 않은 탓인지 한 포인트에서 열 마리 정도 나오고 뒤로 4번째까진 이어지질 않고 끊깁니다.
저는 우현 5번째...^^
선장님의 포인트에 정확히 배를 얹기 위해 선장님의 열정적인 뒷질은 계속되지만
입을 여는 포인트는 별로 없고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똥침선(0.5~2m)도 아닌 살짝 두덕이 있는 자갈밭입니다.
긴장의 끈을 놓지않고 조준하지만, 입질은 소강상태입니다.
봉들을 만져보니 무척 손이 시릴 정도로 차갑습니다.
배는 다시 10여분 이동합니다.
▲ 이동하는 틈을 타서 일행 한 팀의 사진을 찍었지요. 아주 오래된 인연은 아니지만, 항상 만날 때마다
뜬가슴이 저미는 바다의 해포이웃들이며 내 인생에 쉼표 같은 조우들입니다.
▲ '바다용'님으로 저하고는 바다에서 만난 오랜된 친숙 관계입니다.
어느 날 모 동호회 육지 번개팅에서 우연히 만났지요. 매사에 열정과 성실성을 인정받아 총무로
열심히 봉사하고 있습니다.
▲ 참 오랜만에 만난 우럭회입니다. 막칼질로 우럭회를 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득 고이는 도리깨침에
젓가락 잡은 손이 그새를 못 참고 수전증이라도 걸린 것 같이 떨립니다.
유독 낚싯배만 음주단속한다는 매스컴의 보도를 봤는지, 하나같이 생명수를 꺼내놓지 않습니다.
아니.. 가져오질 않았답니다. 누군가 살짝 해맑은 이슬을 두 병 꺼냅니다. 다들 만세삼창 환호!!~ ㅎㅎㅎ
그러나 겨우 두어 잔씩 돌아가는 이 귀한 생명수를 습관대로 한 입에 털어넣지 못하고 입축임만 하며
아끼고 아껴 마시니까 절묘한 궁합의 맛이 나질 않습니다.
뭔가 오해를 안고 이 법을 입안하고 통과시킨 관리 나으리들이 정말 원망스럽네요.
▲ 화창한 날씨가 지속됩니다. 바다의 찬 기운이 스치지만 봄 햇살의 매질이 계속되니 얼굴이 따갑네요.
그래서 봄볕에는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볕에는 딸을 내보낸다는 말이 있나 봅니다.
낚시의 달인, 좌현 앞쪽에 계시던 옹고집님의 발군 실력이 돋보이기 시작합니다.
낚시에 관련한 실력도 최고지만, 입담 역시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만들어 주시지요.
저도 묵직한 세쌍걸이로, 5개월 만에 바다의 여인(麗鱗)들을 안아 봤습니다.
▲ 햇살이 내려쪼이니 자갈밭 35m권에도 햇볕의 영향을 받아 수온이 올라 활성도를 높입니다.
드디어 피크타임!!~~ 굵은 씨알로 사방에서 2~3걸이 입질이 쏟아집니다.
▲ 송기봉씨가 낚아 올린 오늘의 최대어 50cm 육박 할배우럭.
▲ 일행 중에 초보자가 계십니다.
깜팽이 한 수에 그쳐 찾아가 채비와 미끼를 점검해 드렸습니다.
그리고 옆에서 지켜보니, 어느 정도 원인을 알 수 있었지요. 봉돌의 고패질 또는 바닥을 질질 끌고 있습니다.
조금만 입질의 느낌만 있어도 바로 챔질 합니다. 그러니 위의 그림처럼 바늘까지 흡입치 않고
미끼만 살짝 문 상태에서 바로 챔질로 연결시키니 훅킹이 되질 않고 자국만 남긴 채 바로 빠져나가 버리는 것이지요.
다녀온 오늘, 조행기를 쓰면서
5월의 인천권 먼 침선 우럭낚시의 상황과 요령에 대해 나름 기술해 봅니다.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상황
1) 수시 상승 수온 영향으로 5월부터는 지금의 입질 행태로 보아 가히 폭발적 입질이 예상되는데,
이곳은 손이 덜 타는 연평도나 소청도의 우럭들이 남으로 지나가는 길목이라 개체군이 늘 채워지는 곳이지요.
2) 이동 경로로 또는 주 서식처로 삼으면서 주로 요소요소에 작은 장애물 속에서 은신하며 먹이 활동하는 관계로
작은 포인트 어군 밀집도가 타 지역에 비해 높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3) 물때와 물색, 날씨가 영향을 주겠지만 날씨는 어쩔 수 없고, 다만 먼바다엔 뻘물 영향을 덜 받는 관계로
사리 전후 며칠만 피하면 될 것 같고, 서해 특성상 센 조류가 문제인데요.
채비 걸림이 거의 없는 똥침선 또는 은신처인 모종의 작은 장애물만 있기에 걸림이 거의 없으니,
대략 1m만 띄워놓으면 조류 흐름이 빠르더라도 오히려 더 많은 포인트를 훑고 지나가기에 입질 빈도를
높일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4) 이곳 먼 바다는 인천 경기권 지역으로 타 지역 배들의 진입이 불가능하죠.
그러니 주로 남항과 연안부두 몇 배만 출입하므로 개체의 안정적 수를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5) 5월이라 해도 서해는 바다에서 나오는 냉풍이 존재합니다. 옷 몇 겹으로 입으시다가 더울 때 필요한 만큼
벗어야 컨디션 유지와 함께 감기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 요령
1) 3단 채비가 좋겠고요. 단차는 80cm 정도, 바늘은 24호를 권장합니다.
2) 우연인지 몰라도 미끼는 생미끼에 요즘 유행하는 염색한 적색 오징어채에 반응이 빠르더군요.
5월은 수온 상승으로 활성도가 지금보다 높을 것이니 여분으로 적색 또는 수박색 웜도 준비하세요.
3) 챔질은 금물입니다. 바늘에 걸린 우럭을 챔질하면 순간적으로 놀라 허우적 대는 모습은 주위
우럭들한테 심각한 상황 표시로 작동되어 내쫓게 하거나 입질을 경고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훅킹도 잘 안되고 옆 사람까지 피해를 주게 됩니다.
지역 특성상 큰 걸림이 별로 없으니 자연스럽게 바늘까지 흡입, 물고 돌아서는 제물걸림으로
물고 흔들 때, 살짝 자연스럽게 낚싯대를 올려주고 다시 원상태로 쌍걸이 이상을 노려 보는 것도 운용의 묘.
▲ 위트와 유머가 넘치는 재담꾼들이 모였습니다.
인생살이 그 어느 하나 대단한 것도 아닌데, 뭘 그리 무겁게 짓눌려 살고 인상 쓰며 스스로 삶의 질을 떨어트릴까...
어느 사상가 말을 빌리면 이 시대 선(善)과 악(惡)은 착하고 나쁜 것이 아니라 '지루한 인생이 악이고,
즐겁게 사는 것'이 선이라 했지요.
오늘은 속세를 떠난 치유의 시간들... 우리가 그 善의 주인공....^^
▲ 어릴 적 모습 찾기는 불가능하겠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동심의 세계로 추억여행.
표정이나 마음만은 단순했던 그 시절, 국민학교 바다 봄소풍 소년들입니다..^^
▲ 귀항길의 인천대교입니다.
갈매기들 환송을 받으며 항구에 도착. 집에 오니 7시 20분... 며느리가 와서 초밥 준비를 다 해놨네요.
접근성이 참 좋아 이렇게 낚은 싱싱한 우럭을 가족과 함께 여유있는 행복한 만찬의 밤을 즐길 수 있다는 것.
미추홀 앞바다의 매력이네요.
이전 관계로 선장님은 아직 다른 먼 침선 배들보다는 아직 지형의 숙지가 익지 않아 아쉬움은 있으나.
머지않아 그 잠재 능력이 제대로 인정받아 대박 내는 선사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5월 중순에 예약해 뒀습니다.
선장님! 그 포인트들 잘 연구하셔서 다시 그대로 더듬어 주세요...^^
힘찬 우럭들의 손맛과 넘치는 몸부림 아우라를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