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눔’의 美學 그 마지막-황홀한 절정(絶頂)
아침에 잠깐 비추던 햇살이 온종일 구름뒤로 숨어 한기(寒氣)를 느끼게 한다.
요량없이 받아 마신 술기운이 떨어졌나?
“추우니까 점심들 드시고 낚시하세요.”
기가 막힌 타이밍이다.
바람은 거세지고 물살은 만조를 향해 치닫는 모양이다.
지금까지 먹은 양으로 봐선 도저히 더 들어갈 구멍이 없을 것 같았는데
선상에서 먹는 점심은 또 왜 그렇게 맛이 있는지...
섬 주위의 여밭을 몇군데 두드려 방생size 놀래미와 우럭 한 수.
난 역시 여밭 체질인가? (우리 작은놈 표현을 빌리자면 ‘열라 쪽팔린다’.)
기상은 갈수록 나빠지고 이런... 눈까지 날린다.
옆의 선배는 주섬주섬 채비를 정리하기 시작하고, 나는 오기를 부린다.
경험은 짧지만 ‘열심히 하는 건’ 자신있다.
철수멘트가 나올 때까지 버틸 생각을 하고 있는데 주야조사님이 다가오신다.
내 손에 건네주시는 이 건?
“晝夜釣思표 우럭채비”
총길이 100㎝, 단차 80㎝, 2단 외줄채비
‘즐거운 출조, 어복충만’(실제로 이렇게 인쇄가 되어있다.)
목마른 사슴이 물을 찾 듯 입질에 목말라 하는 불쌍한 초짜조사의 애타는 마음을 읽으셨던 걸까?
기쁨을 잠시 접고 상념에 빠진다.
‘왜 이렇게 과분한 것들을 주실까?’
‘13년의 세월이 흘러 내가 주야조사님 연배가 되었을 때 이렇게 줄 수 있을까?’
이는 ‘베품’이 아니라 ‘나눔’이란 생각이 머리를 때린다.
가진 자가 그렇지 못한 자에게 적선하듯 던져주는 동냥(?)이 아니라,
취미를 공유한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나눔’이란 확신.
어부지리에 남기신 그 많은 글들을 돌이켜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낚시기법 뿐만 아니라 그 바다와 같은 마음을 무한정 나눠주고 계시지 않은가.
아무래도 오늘 낚시는 접어야 할 듯하다.
나눠주신 마음을 담을 시간이 필요하니까...
3월 24일-‘만남’의 終
불순한 일기(日氣) 탓에 전반적으로 힘든 하루였다.
주야조사님은 그 명성에 걸맞게 입질이 들어오는 타이밍에 쓸만한 몇 마리를 건지셨고
나는 쿨러가 닫히지도 않는 씨알의 ‘행복’을 건졌다.
(주야조사 vs 감성킬러=감성킬러 win ㅎㅎㅎ)
철수길에 WBC 결승소식을 들었다. 대한민국의 아쉬운 패배...
연장에서 이치로에게 맞은 결승타.
일본의 영웅일진 몰라도 내가 보기엔 방망이에 공을 맞추는 자신의 재주만 믿고
천방지축 까부는 덜 떨어진 일본원숭이 같다. 지능이 현저히 모자라는 찌질이.
문득 김인식 감독과 주야조사님이 닮았단 생각이 든다.
냉철한 분석과 선수들에 대한 믿음으로 절대열세라는 전력을 딛고 승승장구,
국민들을 신명나게 했던 김인식 감독이나
아무도 알 수 없는 물속상황을 예리하게 분석해 선상낚시의 차원을 up grade 시키면서
어부지리 회원들을 열광케 하시는 주야조사님.
정말 닮은꼴 아닌가?
두 분에겐 명장(名將)이란 호칭이 어울린다.
On,Off Line상에서 주야조사님을 만날 수 있는 어부지리 회원님들,동심바다낚시동호회 회원님들은
정말 행복한 사람들이다.
주야조사님께 인사를 드리고 애마(愛馬)에 몸을 싣는데 갑자기 바다를 향해 외치고 싶다.
(무릎팍도사의 강호동 톤으로)
“그대여!”
“주야조사여!”
“서해바다낚시의 명장이여!”
“바다와 함께 영~~원하라!”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