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가 떠나기 바로 전에 올라타기도 하지만,
보통 30분에서 1시간 먼저 승선해서 준비한다.
심지어 몇 시간 전에 포구에 도착해서 도란도란 바다이야기 꽃을 피우기도 하지.
이 시간이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마음은 이미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다.
내 머리 속은 이보다 훨씬 먼저,
하루 이틀 전부터 바다에서 낚시하는 '환상 그림'을 그려내고 있었다.
그림 속에는 연달아 올라오는 '손맛'이 가득차 있었고...

조행기 쓸 엄두가 안 났습니다.
그러다가 엊그제 잡지사 원고 마감을 맞추느라 자료도 찾아보고 지난 사진도 살펴보게 됐습니다.
열기낚시 다녀온 건 맞는데 사진이 거의 없더군요.
할 수 없이 원고는 옛날 사진으로 그럭저럭 끝냈습니다.
사진이 거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출조 때 먹느라 바빠서^^;
저는 열기를 쇼핑몰 통해 사먹을 정도로 좋아합니다.
또다른 이유는 조황이 한때만 반짝했다는 겁니다.
요때 저는 낚시도 안 하고 냠냠하고 있었지요.
'다시 열기 떼 만나겠지.'하고 생각했는데 그 후로는 낱마리만 올라오고
우럭낚시로 전환되는 바람에...

항상 희망 속에 뭔가를 기대할 수 있는 행복의 시간이다.
20노트로 엄청난 소음을 뿌려대는 엔진이 잠잠해지면서 부릉부릉 포인트를 찾아든다.
칼잠에서 깨어나 이미 준비를 마쳤다.
앞뒤로 움직이며 포인트 대는 몇 분의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나도 모르게 손에는 추가 쥐어져 있다. 뭐가 그리 급한지.
"덜컥덜컥 치이~"
내 귀는 안내방송이 들리기 직전의 스위치 올리는 작은 소리를 감지해 낸다.
이 소리와 동시에 반사적으로 추를 쥔 손가락이 펴진다.

뭐, 한두 번만 해 보면 숙달되어 그리 불편하다고 생각들지 않습니다.
우럭대면 2미터 정도 길이의 5단 카드채비가 좋긴한데,
이거 잘 사용 안하게 되더군요.
10걸이가 눈 앞에 어른거려서.

열기는 미끼를 꼭 써야 하는가?
쓰는 게 정석입니다. 미끼를 달면 입질 후 이물감이 없어서인지
맨 바늘에 비해 훨씬 조과가 좋습니다.
단, 열기가 한창 올라올 때 밑걸림 등으로 채비 손실이 일어난 경우,
미끼 끼우느라 한 타임 놓치는 것보다는 그냥 빈 카드채비로 내리는 게 낫겠죠.
최소한 50%의 조과는 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열기 떼가 제대로 붙었을 경우에는 효율이 더 높아집니다.
왕년에 카드채비로만 몽땅(10개바늘)걸이 한 적도 있습니다.

사무장님이 조황 사진 찍는데 옆에서 한 장 찍어 봤습니다.
이때는 이 사진을 올리게 될 줄 몰랐지요.
나중에 보니 열기 인물 사진은 이것 하나밖에 없더군요.
이분한테 허접 조황 사진 올렸다는 소리 들을까봐 누군지 알아보지 못하게^^ 좀 꾸몄습니다.

열기는 일단 물 밖으로 나오면 움직임이 없습니다. 다루기 아주 편합니다.
카드채비 중에는 비닐이 꼴뚜기와 흡사한 것도 있습니다.
원래 열기용으로 나온 건 아니고 갈치용입니다.
바늘이 몇 단계 커서 작은 열기는 잘 안 걸리는 단점이 있습니다.

어느 분이 피크닉용품을 가져오셔서 한 판 벌렸습니다.
저는 여기에 붙어있느라고 다른 분들이 7,8걸이~몽땅걸이 올리는 것을 먼발치에서 구경만 했습니다.
"먹을 때는 먹어야지. 이게 남는 거야."
"역쉬 야외에서 따끈따끈하게 먹으니 별미네"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혼자 자작하면서.
결과는 완전히 바부 됐습니다.

"아 아.. 올리시고 채비 교환하세요."
"이제 열기군이 안 보이니 우럭낚시 합시다."
-_- ㅠ.ㅠ

괜찮은 거 아니냐구요.
이때 우럭채비에 미끼 끼워 내린 분들은 쌍걸이 내지는 4짜 개우럭 올렸습니다.

하하하하~~ 개우럭 방가방가.
역시 배를 타면 묵직한 손맛이 최고죠.
FLK 회원 분들인데, 덕분에 회를 아주 맛있게 잘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일부러 초고추장 준비를 안 해오셨다더군요.
차가운 겨울 바다에 싸한 회맛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회간장+다진마늘+다진청량고추+와사비

그때 분위기가 어땠는지도 생각이 잘 안 납니다.
어느 사진이 언제 출조였는지도 헷갈릴 정도.
저는 우럭보다 열기낚시를 좀 더 좋아하는 편인데,
낚시는 우럭을 더 많이 했었던 것 같습니다.
겨울철에는 출조점에서 얘기하지 않더라도 열기채비 한두 개쯤 챙겨가세요.
혹 우럭이 잠잠할 때 상층에 열기 떼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입질층 확인을 위해 바닥이나 침선 위 10미터 이상까지 탐색을 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