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박 3일.
홍린(紅鱗)의 엘도라도 만재도로 가다.
12월 23일(금요일) 밤, 9시 20분에 안산에서 버스 탑승.
영하 15도가 오르내리고 눈까지 하얗게 내리는 모진 겨울밤입니다.
매일 바뀌는 일기예보를 조마조마하게 애를 태우며 지켜보다
잠깐 좋은 날을 보이는 토요일이라 선사에서 출항 결정을 내려 출발합니다.
일 년에 2~3번 심통님 주선하는 태도나 만재도로 정기 출조하는 멤버들입니다.
자연을 통해서도 힐링하지만 이 팀은 사람을 통해서도 힐링을 받는
참 좋은 바다친구들입니다.
주선했던 심통님의 모친께서 급별세 하시는 바람에 동행치 못하고
바턴을 이어받아 드리미님께서 진행을 합니다.
삼가 애도를 표하며 편안한 영면에 드시길 기도합니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5시간 달려 도착한 진도 서망항.
눈을 그쳤지만 길가에 쌓인 눈을 보며 내렸던 폭설을 예견할 수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가장 설렘이 요동치는 순간이지요.
수심 30~40m를 오르내리는 거친 지형입니다.
기본적인 1m를 띄우기를 유지하며 바닥의 속살을 더듬어갑니다.
배 전체에서 입질이 통 없네요.
이 넘들이 다 어딜 갔을까?....
요 며칠 동안 폭설과 주의보로 바닥이 뒤집힌 것 같습니다.
예감이 좋지 않습니다.
바람처럼 허허롭고 일렁이는 물결처럼 사는 낚시꾼의 인생사.
오늘도 그리운 바다로 부터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으며
가슴속에 쌓인 그 무엇을 다 토해내는 힐링입니다.
배는 만재도 남쪽 수심 70m 깊은 수심으로 이동합니다.
앗싸!~ 툭 툭 툭!~ 투툭!~ 언박싱!~~~
바로 옆 광우님의 초릿대가 사정없이 처박더니 조심조심 릴링...
심한 몸부림치는 70cm급 농어를 뜰채로 무사히 랜딩.
중간과 후미 쪽에서도 농어가 출몰하네요.
선두에 선 나에게도 입질이 강하게 옵니다.
앗싸!~ 가슴 멎을 것 같은 긴장감... 농어 같습니다.
서서히 릴링!~
툭!~~ '와르르!~~ 멘붕!~' 줄이 터져 도망갑니다.
다시 채비완결하여 입수...
투툭!~ 투두둑!~~ 툭툭!~~
수면으로 계속 빨려 들어가는 초릿대...
마지막으로 쿡쿡!~쿡!~ 우럭인가?
아이쿠야!~ 안 되겠다 싶어 릴링....
온몸을 홍장(紅粧)한 야염(冶艶)의 여인(麗鱗)들이
물고 늘어지는 짜릿한 요분질로 가슴 뛰게 하더니,
이내 검은 우럭 호위병을 대동하고 줄지어 올라옵니다.
이 맛에 그 먼 길을 하얀 밤으로 달려오는 거라 봅니다.
경주 첨성대 모양을 한 등대와 함께 기암괴석의 만재도 앞바다에서
창해유주(滄海遺珠)를 캐고 있습니다...^^
만재도는 재물을 가득 실은 섬이라 해서 晩才島라 합니다.
그만큼 고기가 많이 잡힌다는 섬이죠.
겨울철 우럭과 열기는 낮은 수온에 사는 관계로 생선의 근육이 수축되어
식감이 더욱 단단하고 쫄깃해지는 감칠맛의 식감이 최고죠...^^
집에서 20마리 정도를 회를 떴지요. 제법 많이 나옵니다.
동네 지인의 사무실에서 친구들 불러 김밥초밥을 만들었습니다...^^
일반 김밥에 얹어 먹으면 더 맛있는데, 일요일이라 김밥집이 문을 닫아
편의점 참치 김밥에 열기회를 얹고 생와사비를 고명으로 하여 먹어도
참 맛있네요...
쿠로시오 난류와 서해의 한류가 만나는 조경지대의 만재도나 태도.
두 조류가 교차하여 조류 소통이 좋은 겨울철 우럭과 열기의
황금나라 이상적인 낙해(樂海)... 엘도라도(El Dorado).
비단,
오늘은 조황이 별로지만 대체로 만족한 조황을 주는 곳입니다.
바야흐로 열기철이 다가왔습니다.
완도나 진도 쪽으로 출조하시는 초보님께 제 개인의
경험담을 말씀드리니 참고하시면 고맙겠습니다.
우럭이나 열기 같은 양볼락과는 살아 움직이며 파장을
일으키는 미끼에 무척 민감하며 더불어 겁이 많은 탓에 주위에 은신처를
두고 활동하는 어종입니다.
먹잇감을 확인하는 경우에도 사람은 전방 140도 정도만 볼 수 있지만,
양볼락과 들은 꼬리 부분을 제외하고는 사각지대가 없고
또 위쪽 시각이 기능적으로 뛰어나며 시야폭이 넓습니다.
그러므로 바닥을 확인하고 2~3m 정도 띄울낚으로 유지하면 채비의
손실 없이 낚아내는 조술이 역시 경험자의 몫이죠...^^
그렇지만 입질이 낱마리 정도나 없으면 심리적으로 '너무 올렸나?' 하는
조바심이 납니다.
보통은 이런 조바심으로 바닥을 훑을 정도로 내려버립니다.
장애물에 채비가 걸리면 본인도 채비 손실이 발생하고
또 옆사람과도 줄이 엉키고... 이러면 안 되겠지요.
큰 파장을 보이는 고패질보다 배의 요동으로 인한 파장 정도면
대상어의 입질 거리감 측정이 용이하니, 채비가 장애물에 걸리지
않게만 확인하며 고패질 없이 들고만 가셔도 바늘 관통력이 좋은
열기채비이니 제물걸림으로 충분히 묵직하게 줄을 태울 수 있습니다.
고패질하지 말라는 이유는 열기나 우럭은 입이 크기 때문에
미끼에 대한 순간 흡입력이 무척 강합니다.
웬만한 미끼는 한 번에 흡입하게 되는데, 입술에 관통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입 안의 살 속에 바늘이 박힌 채로 요동치며, 그럴수록
깊이 박혀 빠져나갈 수가 없어 바늘털이가 소용없게 되는 것입니다.
표층수온은 가거도나 만재도의 경우 현재 14도.
바다밑 서식수온이 10도 이하로 떨어지면 변온동물인 이들은 생리기능이
약화되어 먹이 활동도 현저하게 줄어듭니다.
그 이유는 낮을 수온일수록 대사기능이 느려져 생체 시스템도 수온에
비례해 소화도 잘 안되며 최소한의 움직임만 보입니다.
열기나 우럭의
적서수온(활성도가 높은 수온, 활동하기 적당한 수온)과
서식수온(서식할 수 있는 수온이 상한선과 하한치. 11~25도),
그리고
식욕수온(왕성한 입질을 보이는 식욕수온은 15~22도)도 참고로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늘이 25일, 크리스마스 날입니다.
우리 조우님과 가족 모두가 사랑과 기쁨, 평화가 가득찬
하루 되시길 빌며, 다가오는 새해에도 모두가 빛나는
삶의 순간들이길 기도합니다.
살아 숨쉬고 생동감 넘치는 조행기 잘 읽었습니다
함께 했으면 좋았을 텐데 " 문중 대종회" 때문에 참석을 못했습니다
보고 싶은 분 들도 많았는데 아쉽기만 합니다
그리운 만재도 포인트 마을을 우측으로 돌아 화살모양의 여가 있는데 그 여만 들어가면
무조건 쿠~욱 쿠~욱 그 옆은 열기포인트 후드득~후드득~~
성탄절 아침 열기 초밥을 눈으로 먹고 생동감 넘치는 조행기 잘 읽고 갑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심통님의 어머님 영면을 애도하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