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대구 지깅…
화상(火傷)으로 손목을 자연스럽게 쓸 수 없는 내겐 최악(?)의 장르이다.
저킹(고패질)을 하지 않으면 입질을 만나기 어렵다고 들었고, 쇼크리더(목줄)의 매듭법은 또 얼마나 복잡한지…
머리와 육체가 동시에 피곤한 이런 장르를 단지 맑은탕이 맛있다는 이유로 꼭 해야하나 하는 의문은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도 여전하다.
그러나 재미없는 낚시 장르란 게 어디 있던가.
연중(年中) 무휴로 물때 상관없이 기상만 허락하면 떠날 수 있는 동해의 여건은 하늘의 혜택이다.
파고(波高)가 높아도 출항이 어렵고, 안개가 짙은 요즘 철은 출항이 지연되기도 하는 서해권에 비해 구명동의를 입지 않으면 잔소리를 들어야 하고, 인원 점검이 빠지지 않고, 신분증을 제출해야만 출항 허가가 떨어지는 동해의 불편함(?)은 어찌보면 애교스럽기 까지 하다.
배의 한쪽 켠만 활용하는 동해 대구 낚시의 특성대로 선수(船首) 제일 앞자리를 택했다.
지난 번 출조시 대구가 제일 잘나왔던 뒷자리는 형님들께 양보(?) 하고, 행운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즐거움이나마 누릴 심산.
30여 분을 항해해서 도착한 첫 포인트.
이 곳엔 날카로운 입수 신호 기적(汽笛)도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지는 선장님의 멘트도 없다. 눈이 마주치면 그저 가벼운 손짓 하나로 입수를 해도 됨을 느낄 뿐.
오히려 편안한 느낌이다. 기계문명의 편리함 보다는 원시(原始)의 향수를 일깨우는 바디랭귀지~~~~
서해 침선에서 즐겨 쓰던 3단 외줄 채비의 제일 아래에는 분홍색 400g 메탈지그를 꽈배기 묶음으로 직결하고 첫 번째 가지바늘은 생략(메탈지그와 엉키는 경우가 잦다.), 80cm 단차를 둔 두 번째 바늘엔 28호 세이코 바늘에 멸치보다 더 멸치 같은 웜을 선택해 끼웠다. 세 번째 바늘에도 역시 같은 웜으로 세팅하고 입수!!!!!!
저킹이라는 용어에서 느껴지는 버터 냄새는 꼭 상한 우유를 생각나게 한다.
보기에는 먹어도 괜찮을 것 같지만, 여는 순간 비릿하게 코에 닿는 역겨운 냄새.
고패질이면 딱 맞지 않을까.
낚시대를 들었다 놓는 노동에 가까운 동작을 영어로 표현하면 좀 덜 힘들어지나. ㅋㅋㅋ
각설하고,
전동릴의 수심계가 108m를 가리킨다.
지난 겨울 임원항을 드나들면서 역시 가장 관심이 갔던 건 좋은 조과를 올렸던 분의 낚시 방법.
식당에서 버스 안에서 그날의 무용담을 듣는 가운데 알찬 정보를 차곡차곡 챙기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낚시대를 높이 들었다가 가급적 천천히 내리다 보면 중간에서 덜컥!!!!
첫 포인트 첫 입수에서 이 동작 도중 바로 입질을 받고 첫 수를 만나는데 성공했다.
좋은 느낌…
이런 날은 낚시가 탄력을 받는다.
생각했던 방법이 적중했을 때 오르가즘처럼 번지는 짜릿한 쾌감이 또다른 자신감을 불러오기 때문일까?
연속적으로 대구를 히트시켰지만, 역시 힘들긴 힘들다.
옆에 앉은 행운님은 동해 대구 낚시가 처음이라면서도 줄기차게 추격전을 벌이며 나를 압박한다.
씨알 좋은 대구를 연달아 히트시키는 행운님의 모습을 담고 싶어서 전동릴 핸들을 두바퀴 감고 카메라 셔터에 손을 가져가는 순간, 옆구리에 끼고 있던 대에 강력한 충격이 전해졌다.
엥~~~~
대구낚시에서 고패질의 목적은 메탈지그의 움직임을 위한 것.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메탈을 대구가 덮쳤다면 구태여 고패질을 할 필요가????
채비를 회수하자 3단 채비의 제일 윗 바늘 웜을 물고 대구가 모습을 보인다.
횡재한 느낌~~~~^^*
이후에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태에서 입질을 받는 경우를 다시 겪자 고패질의 필요성에 강한 의문이 들었다.
메탈지그 하나만으로 대구를 유혹할 때와 침선 채비를 사용했을 때의 차이일까?
오늘의 내 경험이 동해 대구 낚시의 방법론을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간다면 그것도 억지겠지만, 봄이 깊어가는 요즘 동해로 떠날 계획이 있는 분들은 한번쯤 실험해 보시길~~~
뭐 배가 너울질 해주는데 구태여 고패질할 필요까지야 없는거 아니것어요?
실실 감아만주먼 된다는 김포신사님의 조언입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