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요일부터 무척 낚시가 땡기네요.
지난 토요일 내만권 우럭출조에서 꽝을 친 후라 그런지 더 손맛에 갈증나는 것 같네요.
하긴 지난 4주간 매주 토요일 완도, 통영, 여수를 거쳐 손풀이 내만권 우럭낚시까지...
하지만 낮은 수온이라는 이유로 계속 참패를 겪었고....
조황을 떠나 출조점의 미숙한 운영으로 아쉽고 마음 아픈 일도 있었고...
이제 한번쯤은 조황부진도 털고 유쾌, 상쾌, 통쾌한 낚시를 하고 싶은데...
흠... 들려오는 소식엔 수온도 많이 올랐다 하고
마릿수 조황은 남해 열기 낚시가 딱인데...
서해쪽 우럭조황은 아직 대박 소식이 없으니...
그래! 대상어종은 열기로 하자! 마릿수 조황의 가능성이 제일 높으니...
그럼, 어디로 방향을 잡아야 하나?
통영쪽은 열기시즌이 끝났다 하고 딱히 정(情)도 안가고...
여수쪽도 선사들이 하나둘 시즌오프를 준비하는 것 같고....
완도/진도쪽은 아직 신발짝 열기가 한참인 것 같은데
예전에 비하면 마릿수는 훨씬 떨어지는 듯 하고...
일단 완도쪽으로 가자!
그럼 출조날짜는???
한 주를 보니 2물인 수요일 날씨도 화창한데 사무실 일이 바쁘고
4물로 넘어가는 금요일부터는 날씨도 우중충하고 물심도 쎄지니 물색도 탁할거고...
남해 열기 대박의 3박자! 2미터대 조수간만 고저차, 화창한 햇살, 그리고 바람이 작은 날!
결국 4월 14일 목요일이 최적이네요.
일단 이 날 사무실에 월차를 내기로 결정합니다.
그럼 이제 누구랑 같이 가야 하나? 혼자 완도까지 갈 수는 없고...
평일이니 동호회식구들도 같이 가기 어렵고...
지난 번 출조처럼 낚시꾼들 모객해 돈만 챙기고 나몰라라 하는 곳과 또 어울릴까 두렵고...
이리저리 어부지리 둘러보며 고민하고 있는데 반가운 문자 한통 도착!
완도항에 출조점, 버스, 선박운영까지 원스톱서비스하는 곳인데 마침 14일 열기 출조한다네요.
두어번 가본 곳이니 반가운 마음에 바로 콜!
자! 이제 같이 갈 팀도 결정됐고....
채비와 장비는 어떻게 준비할까?
지난 여수 출조에선 어초, 거친 여밭에서 왕열기 공략할거라 예상하고
우럭대(210cm)에 단차 30cm 6단 채비를 운영했는데...
남들 7-9-8마리씩 줄타울 때 난 고작 2-3마리 밖에 올리지 못했으니
또 옆에 자리한 조사님한테 그런 채비 쓴다고 생초보 취급 받았는데...
흠...
이번엔 열기대(사실 갈치대 사용)에 단차 20cm 10단 채비를 운영하기로 결정합니다.
사실 나중에서야 잘못된 결정이었음을 통감하게 됩니다.
소신대로 했어야 하는데...
싱싱한 오징어미끼도 준비하고...
모든 준비가 끝난 것 같네요.
오늘 집결지는 서울 출조점이 위치한 한남동 밤 12시입니다.
적당한 시간에 도착했고 같이 동행할 분들과 인사도 나누고...
이번엔 출조점 사장님이 버스부터 배 승선까지 풀코스 동행한다 하네요.
왠지 좋은 느낌... 쾌활한 여사장님이 분위기 리드하고...
드디어 버스 도착! 헉! 리무진 침대버스라 했는데...
진짜 침대차이네요.
14명이 편하게 누울 수 있게 2층 침대를 설치했네요.
덕분에 완도로 내려가고 올라오는 5-6시간 정말 푹 잘 수 있었습니다.
완도 도착 새벽 5시!
비몽사몽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아침이라고 조금 속 채우고 배에 승선...
자리 추첨에서 배 보고 우현 3번째 자리를 배정받네요.
내심 좋은 자리라 여기며 대박을 그려봅니다.
지난 출조엔 중간 자리에 끼어 앉아 거의 꽝이었는데...
이번에 선수쪽이니... 흐흐흐...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보면 오늘은 중간 자리부터 입질이 시작되어 좌우측으로 퍼지네요.
먼저 포인트 들어간 자리에서 30cm 급이 넘는 씨알로 줄 태워내고
다음에 포인트에 도착한 내 자리엔 잔챙이만 걸려옵니다.
에잉... 이런 된장...
처음 예상대로 날이 환해지면서 햇살의 포근함을 느끼는 순간부터 입질이 왕성해 집니다.
앞뒤 좌우로 골고루 포인트를 들어가면서 열기대(갈치대)의 도끼질 입질이 시작됩니다.
토독... 토독거리는 입질이 아니고
쿠구쿡... 쿠구쿡... 갈치 다걸이 할 때 처럼 초릿대가 바다로 쳐박네요.
원체 열기 사이즈가 좋아서인지 꼭 4짜 놀래미 쓰리걸이한 느낌이랑 같아요.
순간 장비에 대한 급후회가 몰려옵니다.
갈치대를 쓰니까 그저 받침대에 거치하고 초릿대만 보고 있으려니
만약 내가 쓰는 연질 우럭대에 6-7단 채비 걸고 겨드랑이에 끼운 채 낚시했다면
손맛은 환상이었을텐데...
그리고 입질층 더듬어 나가는 맛도 정말 좋았을텐데...
지금처럼 열기 입질이 폭발할 때 장비 교체를 하기도 그렇고...
또 미끼에 대한 급후회가 몰려옵니다.
큰 미끼에 큰 고기가 물린다가 제 지론이기에...
오징어채를 0.5cm * 4.0cm 정도로 운영했거든요.
웬걸요...
미끼가 길어서 후킹이 잘 안되네요.
입주위에 설 걸려 잘 떨어지고요...
다걸이에 성공하는 분들 보니 대부분 오징어채를 0.3cm * 2.5cm 정도로 운영하더군요.
부랴부랴 미끼 교체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고...
결국 큰고기는 먼저 포인트에 들어간 사람 몫이다 라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오후 들어 구름이 잔뜩 끼면서 입질은 거짓말처럼 뚝 끊깁니다.
계속되는 포인트 이동... 그리고 빈 채비...
시간은 그렇게 흘러 회항을 서두르게 됩니다.
조과물 확인하니 그래도 뿌듯하네요.
30cm가 넘는 횟감용 왕열기 15수 정도...
20cm가 넘는 구이용 열기 26수 정도...
20cm가 안되는 조림용 열기 20수 정도... 60마리가 넘네요.
우리 집 한달 반찬거리 마련했네요.
낚시에 임하며 많은 생각(장비, 채비, 미끼, 유영층 공략 등)도 하고...
늘 웃으시는 분들과 열기회무침에 소주도 한잔 나누어 마시고...
누구의 잘못도 아닌 것 같은데 채비 엉키게 되어 늘 먼저 미안해하는 분들과 함께 낚시했고...
출조길 동행하며 아쉬운 부분 챙기는 출조점 여사장님도 감사했고...
장시간 운전하느라 피곤할텐데 늘 웃으며 대해준 버스 기사님에게도 감사했고...
웃는 얼굴로 최선을 다해준 선장님, 사무장님에게도 감사했고...
결국 이렇게 즐거운 조행길이었네요.
이번 조행을 점수로 매기면... 흠... 92점 정도...
마이너스 점수는 좋은 낚시조건에서 조금 덜 따라준 조황부분에 대한 감점 3점!
어초, 침선, 거친 여밭 공략을 다양하게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감점 3점!
매력있는 여사장님과 친하고 싶었는데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한 부분에 대한 감점 2점!
그래서 총점 92점 정도의 훌륭한 조행길이었네요.
갈치대로 열기낚시를 하다보니 입질형태나 낚시대가 거치되어있고 초릿대만 바라보니
거의 낚시하는 느낌은 갈치낚시 수준이었네요.
이제 서서히 갈치 시즌을 향해 분주해지는 것 같은데...
작년 보다는 씨알이 좋을 거라는 평가가 들리던데...
갈치시즌이 기다려 집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심에 감사합니다.
선택에서부터 결과까지, 출조를 준비하고 맞는 마음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보여주신 것 같습니다.
해피피싱 카페지기님을 생초짜 취급(?) 했던 출조는 제가 모시고 갔었는데요. ㅋㅋㅋ
92점의 평점이면 special A급의 출조였네요.
감점 요인이야 뭐....
갑장 친구님~~ 즐낚 축하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