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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양해를 구합니다.
바다마쵸들의 씨발(Sea發 : 비다로 가다) 이야기라는 글 중에 'Sea發 ' 이라는 표현이 좀 거칠어
보이지만 적어 놓은 뜻을 좀 이해하시고 그냥 웃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남도의 동편, 작은섬에 사셨던 우리 부모님 두 분은 무명의 소리꾼이셨으며
삶이 평탄치 못하여 그 고단함을 늘 소리로서 스스로를 독려하며 사셨습니다.
특히 진도아리랑을 애창하셨으며 남도소리 특유의 꺽는음과 농현이 멋스럽고 흥겨우면서도
한편으로 구성진 느낌속에 슬픔이 배어있어 더 좋아하셨나 봅니다.
덩실덩실 춤추는 영화 '서편제'의 그 대목에서 달창난 흰 두루마기를 입은 유봉을 보는 순간,
우리 아버지의 고된 삶의 일부분을 보는 것 같아서 수건에 얼굴을 묻고 많이 울기도 했습니다.
그런 연유에서인가요.
언젠가 부터 진도(珍島)를 많이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혼자 여행을 갔을 때, 조선시대 남종화의 대가이신 소치 허련, 허유, 미산등을 만났고
영웅호걸 이순신 장군도 만났습니다.
또 해설사의 이야기중에 현재 국전(國展)이나 도전(道展)에 입상한 진도출신들이 자그마치
160여명이 된다고 하여 무척 놀랐습니다.
그래서 "진도에는 개도 붓을 물고 다닌다"
"허씨(許氏)들은 빗자루 몽뎅이만 들어도 명필이 된다"는 뼈대있는 우스개 소리도 나옵니다.
바다엔 보석처럼 작은 섬으로 에워 쌓이고 보배로운 섬의 풍경이 형용키 어려울 정도로
너무 아름다워 예술혼이 저절로 피어나지 않았나 생각했습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봐도 봐도 또 보고싶은 사람이 있지요.
가 봤으나 또 가고 싶은 곳이 있는데 오늘(7월27일)이 바로 그 진도로 향하는 날입니다.
* 출발지에서
인천에서 모여 오후 8시30분에 출발합니다.
퇴근차량으로 경인고속도로가 막혀 늦으면 정시출발에 핀잔들을까봐 7시에 부랴부랴 준비하는
관계로 온 몸이 땀으로 법벅입니다. 많이 막힙니다. 아싸!~ 그래도 도착하니 15분전입니다.
일 처리가 깔끔한 두름손 왁지지껄 심통님과 멋남 울프님 그리고 이웃집 동생같은 소탈한
꾀까리님과 구면인 푸른들판님 일행분들이 반갑게 맞아줍니다.
안산을 경유하면서 보고싶었던 '선상'님과 그리고 화성휴게소에서 반가운 은하철도님도 만나고....
남도로 가는 차안은 촐촐한 시간대며 酒時라서 그런지 정성껏 준비한 만난 음식과 이슬이로
마치 이동포장마차 같은 느낌이 듭니다.
모두 존시간의 벽을 쉽게 허물고 한 가정의 형과 동생으로 만열(滿悅)에 화기애애합니다.
진도아리랑 한대목
<사람이 살면은 몇백년사나~ 개똥같은 세상이나마~ 둥글둥글사~세> 그리고
<만경창파에 두둥실 뜬배 어기여차 어야뒤어라 노를 저어라~>
우린 모두 서편제의 주인공이 되어 진도로 가고 있는 풍류랑들이 되었습니다.
몸에 주향이 퍼지고 배가 부르니 눈이 감깁니다.
내일의 격전(?)을 위해 좀 자는것이 좋을 듯 합니다.
덩걸잠이지만 음악처럼 흐르는 밑도 끝도 없는 잠은 감미로웠습니다.
어수선하여 일어났더니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이게 하는 진도에 도착했답니다.
선주인 해풍님이 반갑게 맞아주시고 안내에 따라
준비물을 사고 식사를 마친 후 배에 오릅니다.
* 바다에서 아침을 맞아 보셨나요?
고요에 묻힌 작은 항구 서망항은 안개가 자욱합니다.
은파에 달빛이 비쳐지는 은백색의 바다와 기대했던 명졍월색은 오늘 포기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4시에 출항하는 배는 안개를 뚫고 서서히 우리들의 전지(戰地)로 달려갑니다.
약 2시간을 달려가야한다고 하는데 차안에서 좀 자서 그런지 선실에 누웠어도
토통 잠이 올리가 만무합니다.
밖에 나가있기가 좀 그래서 눈을 감고 오늘의 소굴을 어떻게 무슨 조술로 공략할지
요런저런 생각을 하니 가슴이 많이 설레입니다.
최적의 1물이고, 배가 요동이 없이 질주하는 것을 보니 바다는 장판이고...
아싸!~~ 몸에 힘을 주어봅니다...
선창(船窓)이 밝아옵니다.
일어나 채비준비를 합니다.
안개속에 부초처럼 떠 지나가는 섬들은 두루마리 그림처럼 드넓게 펼쳐지고
살짝살짝 보여지는 시루스의 애간장은 인쇄된 그림엽서같이 황홀합니다.
안개가 국지적으로 몰려다니는데 구름사이로 떠 오르는 태양은
바다내음 물씬 풍기는 이 아침을 한편의 서정시로 한폭의 동양화로 그려냅니다.
가슴을 열어 이 아름다운 풍광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담아봅니다.
* 먼저 어초부터 공략합니데이~~
억세지만 다감한 경상도 선장님의 멘트로 채비를 담굽니다.
선미에 은하철도님, 저 그리고 고천거사님과 허리케인님이 한조가 되어
거총자세로 긴장하며 적진를 살핍니다.
순간, 고천거사님이 갑자기 예사롭지 않게 따발총 총질을 해 댑니다.
제법 씨알좋은 두 수를 생포해 놓고 만면의 웃음을 보입니다.
옆의 은하철도님도, 또 허리케인님도.....
계속되는 생포속에 난 퇴역장군처럼 쪼그라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소식이 깡통입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선두에 서서 이 광경을 보고있던 심통님이 저를 보고 하는 말,
"주야조사형님은 밤낮 낚시생각만 허는 양반이지 낚시는 별루여!~ "
아!~~ 갑자기 몸이 소금엔 절인 오이지 모양 또 쪼그라집니다.
이럴때 보란듯이 삼단채비이니 세쌍걸이로 저 디럽은 인간을 한방에 아웃시켜
버리면 올매나 좋을까?????
아니 두마리라도... 안되면 한마리라도...하하하
매운 고추 깨문것처럼 속이 홨홨 타들어갑니다...
애착은 물기찾아 거침없이 뻗어가는 식물뿌리처럼 어기찬데...
선두쪽에서 누군가 마침, 회를 떠 달리고 합니다...
망신살 숨길 기회가 왔습니다. 낚싯대 거총시켜놓고 달려갔습니다.
마음이 늘 소년같이 편안한을 주는 선상님이 주문합니다.
일단 2마리로 시작되었는데 계속 여기저기서 던져줍니다.
회를 다 뜰 무렵, 좌현에서 낚싯대를 끙끙대며 릴링합니다.
60cm정도의 대 광어를 푸른들판 일행분께서 건져 내십니다.
선장님이 계속 "광어는 바로 회를 떠먹어야 맛있습니다.~"라고 하니
즐거우신 마음으로 기꺼이 내어주십니다.
광어까지 합세하니 회가 아주 푸짐합니다.
바다의 마쵸들, 해락(偕樂)의 사간입니다.
불쌍한 이슬이아가씨만 숨쉴틈없이 자빠져 나뒹굽니다.
여기저기서 주는 술로 얼큰합니다.
낚싯대를 잡습니다.
배 전체 간간히 올라오는 쓸만한 놈들이지만 내겐 몽어(夢魚)들입니다....하하하~
드디어 첫 마수걸이 35정도의 우럭을 안았습니다.
내막도 모르고 눈깜짝할 새에 딸려와 안긴 이 관능미 넘치는 옥협(玉頰)우럭의
요분질은 서해의 그것보다 훨씬 더 강렬해 몸이 얼얼했습니다.
슴벅이며 애원하는 눈빛을 애써 외면하며 시원한 침실에 조용히 눞혔습니다.
모두 축하해 주어 기뻤습니다.
이렇게 해서 유치원고등어, 고딩우럭3, 중딩광어1, 중딩노래미1, 고딩열기1 로
부페낚시를 하였습니다.
진도권은 성질이 다른 해류가 양쪽에서 모여 불연속선을 이루는 수렴선(收斂線)으로
이 경계에는 소용돌이가 생겨 바닷물의 교환이 심해 영양염류들이
풍부하고 부유생물들이 살기에 좋아 고기들이 많지요.
바닥도 톱니를 닮은 리아스식이라 은신처로도 좋아 특히 이런 조건에선 토착성 어종들도
남해 다른 지역보다 많이 서식하고 있다고 봅니다.
산란이 지나 식성도 게걸스러울때 이건만, 입질이 저조하고 까탈스럽기까지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이런 수렴선에 위치한 조경(潮境)지역은 물살이 세고
입질의 행태나 패턴도 다른지역에 비해 차이가 나니까 보통 조금을 전후해서
며칠만 조업(釣業)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1물이라 특이한 날씨변화만 없으면 고의춤도 못 챙길 정도의 파괴적 입질에 어깻바람이
절로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에 미흡하지만 그런대로 소위 말하는 먹을만치는 잡은 것 같았습니다.
특히 병풍도의 우럭들의 보고(寶庫)인 침선에는 제대로 담궈보지도 못했는데
그 이유는 같은 1물이라도 어제와 같은 경우는 조금사리에 속조류의 심한 와류에 윗물과 아랫물이
따로 놀아 채비를 제대로 침선에 떨어 트릴수가 없어 2번 담그다가 철수한 좋은 예이지요
이런 변화무쌍한 가변성을 지니고 있는것이 바다낚시입니다.
이럴때는 고기들도 가급적이면 이런 자연적 변화에 적응코져 입질을 뒤로하고
쉬고 있다고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배는 다시 여밭으로 옮겨갑니다.
특히 쉬지않은 만담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 줄 심통님이 우럭들과 합세했는지 조용합니다.
점심을 먹은후라 나른도 하고 입질도 뜸하니 그래서 배는 더욱 조용~합니다.
선장님과 해풍님은 새퉁스러운 변덕조황에 말도 못하고 미안해 하며
여좌침석(如坐針席) 헛기침만 합니다.
4시가 가까워져 철수를 결정합니다.
흡족함은 다음으로 기약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안개가 많이 걷쳤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비경의 병풍도도 제 모습을 보여주며 뭉게구름
한조각 머리에 이고선 우릴 배웅합니다.
* 귀경버스에 몸을 싣다.
해풍님이 머리 조아리며 몇번이고 송구하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선장이나 선주가 원한다고 바다가 입을 열어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우리는 박수로 격려하며 답례했습니다.
탑승전에 해풍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안타까운 해풍님께 이런 말씀 하나드리고 싶어졌습니다.
불원천불우인 (不怨天不尤人)
고난이나 역경을 만나더라도 하늘이나 다른 사람을 원망하지 말고
나의 분수를 지켜 자기 발전과 향상을 꾀하시라구요.
"모두 다 나의 불찰이라 생각하는 그런 차분한 마음으로 살아 간다면
이미 근심은 멀어지고 마음속에 평온함이 함께 합니다." 라구요.
그깐것 잊어 버리셔요~~
* * *
식당에 도착했더니 이미 예약한대로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습니다.
쌈에 돈육볶음은 환상입니다.
남도의 정갈한 음식에 어꾸수한 맛과 향이 넘치는 반찬에 우린 추가로 밥과 돈육볶음을
부탁했더니 인심좋게 계속 주십니다..
남도의 후한 인심과 음식미학의 진미를 느낍니다.
따가운 햇살아래 알알이 영글어가는 초록논에 유유자적 거닐며 먹이를 찾는 백로를 보며
차는 호젓한 사행길 마을을 돌아 위용을 자랑하는 진도대교를 지나고 있습니다.
차는 속도를 낼 무렵, 한사람씩 꿈속으로 나래를 펴기 시작합니다.
고단한 먼 여행길이라 몸은 지쳐있지만 표정만은 다들 진정한 조사님답게 여유롭게 보입니다.
인천에 11시가 넘어 도착했습니다.
집근처에 오니 11시 40분... 호프집에서 갈매기(?)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잡은 것 6마리중 4마리 다 꺼내 던졌더니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비조처럼 날아 먹어 치웁니다.
하하하하~~
집에 전화했더니 집에 온 딸과 손주들이 새벽1시까지 자지않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이
할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특하여 눈물이 핑 돕니다~ 하하하하~~
열기 한마리와 우럭 한마리를 다시 회뜨고 야밤에 우리가족 싱싱 회파티로
우리집은 저 하늘 별들과 함께 행복발전소가 되었습니다.
무박3일을 별탈없이 즐거운 출조길이 될 수 있게 협조해 주신 동행자 여러분께
머리숙여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고맙습니다.
재미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일요일밤 되셔요~~
- 주야조사 -
피싱메카 정출이셨네요.
주야조사님 내용을 좀더 덧붙이자면 예로부터 진도는 삼보 삼락의섬이라 불렀습니다.
삼보= 진돗개.구기자.돌미역.
삼락=노래.서화.홍주.
또한 진도는 넓은 들판과 기름진농토가많아 섬이지만 대부분이 어업보다는 농사를 짖고있죠.
그런관계로 여몽항쟁때 삼별초군이 강화에서 진도로 옮긴이유이기도 하고요.
진도에서 1년농사지으면 3년을 먹고산다고 할만큼 농토가 기름지고 땅이 따뜻해 겨울에도 땅이얼지않아
겨울대파가 유명하죠.저희 시골집이 낙조로유명한 세방낙조 바로 옆인데
주야조사님 글을 읽고 다시한번 고향을 생각하게하는 좋은 시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