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온이 오르면서 바야흐로 광어 다운샷의 시즌이 활짝 열린 느낌이 드는 요즘입니다.
지난 주엔 광어 다운샷의 활발한 출조가 이루어지고 있는 충남권으로 다녀왔는데, 제법 활성도가 높아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벼운 장비로 즐기는 큰 손맛…으로 대표되는 광어 다운샷이라는 장르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만, ‘다운샷’이라는 낚시 방법이 보급된 후 광어 자원의 고갈 속도가 너무 빠른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운샷이 보급되던 첫 해, 초창기의 폭발적인 입질은 ‘마릿수’에 대한 낚시인들의 눈높이를 지나치게 높여 놓은 것 같습니다.
대광어 한 마리면 온 가족이 넉넉하게 먹고도 남을 만큼의 회가 나오지만, 낚시 시간 동안의 ‘손맛’이라는 측면에서 ‘한 마리’는 너무 지루한 낚시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기야… ‘손맛’의 순간은 많을수록 좋다고 저도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다운샷은, 광어에겐 참으로 잔인한 ‘killer 조법(釣法)’인 것 같습니다.
광어가 있는 언저리만 지나가도 덜컥!!! 전광석화처럼 벼락치듯 날카롭게 웜을 덮치는 광어의 특성을 너무나도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만든 낚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물론 의도하고 만든 방법은 아니긴 하지만요.
광어 다운샷이 한창 보급될 때는 동시다발적인 입질이 참 많았습니다.
배가 포인트를 흘러가다 보면, 여기저기서 광어의 입질을 받아내는 광경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는데, 요즘 상황은 그렇질 못한 듯 합니다.
전체 조황 사진에 나타난 광어의 수를 승선 인원수로 나누어 보면 1인당 손맛을 본 횟수를 짐작할 수 있는데,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세 자릿수 조과를 구경하는 게 참으로 어려워졌습니다.
낚시인들의 눈높이도 조정(?)해야겠지만, 뭔가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각설하구요.
만 2년만에 다운샷을 하기 위해 인천 남항을 찾았습니다.
남항의 풍경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늘 변함이 없네요.
삼삼오오 모여서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도 여전하고, 낚시짐을 들고 지나가는 배마다 꼭 몇 분씩 낯익은 얼굴들을 만나는 것도 자주 만나곤 했던 풍경입니다.
수도권에서의 용이한 접근성은 인천권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기 때문일 겁니다.
새벽 4시가 가까워 오자 해경의 인원 점검이 실시되고 드디어 출항에 나섭니다.
다행히 오전까지 비가 오락가락 하리라는 구라청(?)의 일기 예보는 좋은 쪽으로 보기 좋게 빗나갑니다.
선실에 몸을 눕히는 것도 어정쩡한 시간이 될 것 같아서 선미(船尾)에 자리를 잡고 바닷바람을 만끽해 봅니다.
눈에 익은 정겨운 풍경들이 스쳐 지나가길 한참만에 드디어 포인트에 도착했나 봅니다.
잦아드는 엔진음에 채비를 셋팅하고 낚시 준비를 마쳤습니다.
조금이 가까워 온 물때라 물색도 좋고 파도, 바람이 모두 양호한 상태로 낚시인들을 맞아 줍니다.
다운샷 채비의 단차는 평소대로 60cm 정도 주고 낚시를 시작했습니다.
웜의 색깔은 언제 써도 무난한 순백색(純白色)을 꺼내 들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첫 입질의 손맛을 만끽하는 분들의 함성이 온 배위에 메아리쳐 울립니다. 부럽부럽…^^*
몇 차례의 포인트 이동 끝에 아직 물심이 적당하지 않다고 판단하셨는지, 선장님은 어초로의 이동을 결정하십니다.
저도 두 번이나 광어의 입질을 받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배 위로 끌어 올리는 데는 실패했던 터라 내심 어초 포인트에서는 분위기 반전을 노리기로 했습니다. 뜻대로 될지는 모르지만요.ㅋㅋ
다운샷 채비로 어초를 타고 넘는 건 외줄의 그것보다 훨씬 쉽기 때문에 처음부터 바닥권을 공략해 봤습니다.
어초에 닿는 느낌이 들어 천천히 감아 올려 밑걸림을 피해 나가는 순간, 입질이 찾아 옵니다.
어초 중간쯤의 높이에 우럭이 몇 마리 놀고 있었나 봅니다.
제법 먹음직스러운 씨알의 우럭이 연이어 찾아 왔고, 오늘의 횟감이 마련됩니다.
바로 제 옆자리에서 낚시를 즐기시던 분은 단체로 오신 분들을 위해 자리를 바꿔주는 배려(配慮)를 베푸시더니 연거푸 70cm가 넘는 광어를 뽑아 올립니다.
작지만 쉽지 않은 선행에 대한 용왕님의 답례일까요?ㅎ^^*
처음엔 이 분의 낚시 방법에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다운샷이 보급되던 첫 해에 누구보다 열심히 바다에 나갔었기 때문에 이제는 웬만큼은 안다고 생각했던 장르가 다운샷이었거든요.
하지만 우연이 반복되면 필연이 되는 법…
두 마리를 잡을 때만 해도 그저 부러움으로만 바라보던 제 시선에, 세 번째로 나온 광어는 시각을 바꾸게 했습니다.
‘뭘까? 그 차이가…’
서두에서 말씀드린대로 다운샷이라는 장르는 광어가 있으면 어김없이 반응을 보일 때가 대부분입니다. 광어가 있는 자리에 웜이 들어가기만 하면 거의 입질을 받아낼 수 있는데, 어떤 배를 타든 탁월한 조과를 보이는 분이 꼭 있기 마련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보고 배워야죠?
이 분이 낚시하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니, 바닥을 찍은 후 전혀 고패질도 하지 않고, 재차 바닥을 확인하지도 않는 모습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건가?’
이게 만일 의도된 것이라면…
저는 오늘 참 무서운 고수(高手) 한 분을 만난 셈이 됩니다.
물속 포식자(광어)가 노리는 먹잇감의 0 순위는 유영 능력을 상실해 가는 ‘비실비실한 작은 물고기‘ 라는 이론이 꽤 설득력이 있습니다만, 낚시를 하는 사람이 채비를 내린 후 일체의 동작을 배제하면 물속에서의 웜은 이 컨셉에 가장 비슷하게 접근하게 됩니다.
광어가 사냥하기에 가장 ‘쉬운 먹잇감’이 되는 거죠.
말은 참 쉬운데 막상 낚시를 해보면 이게 참 쉽지 않습니다.
웜(미끼)이 광어의 사냥 거리에서 멀어질까 의심이 들기 시작하면 봉돌은 하염없이 바닥을 향하게 되는데, 이 순간 웜은 상하 운동을 거듭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움직임이 꼭 필요한 순간도 있겠지만, 적어도 오늘은 웜의 자연스러운 유영이 먹히는 날이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빈약한 제 조과가 마음에 걸렸는지, 채비 입수 신호가 이미 울렸는데도, 옆 자리의 고수(?) 분은 그저 휴식을 즐길 뿐 더 이상 광어를 탐내지 않는 모습입니다.
속으로 ‘챤스’를 외치며 잽싸게 채비를 내리며 이 빈틈(?)을 헤집고 파고 들어봅니다.
경쟁 미끼 중 하나가, 그것도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의 공백은 분명 제게 유리한 국면일 거라는 얄팍한 계산을 하면서 낚시 방법을 그대로 따라해 봅니다.
바닥을 찍은 다음 봉돌을 살짝 띄우고 그대로 차렷!… 이라고 얘기는 했지만 줄의 경사각이 생길 때마다 바닥과의 거리가 계속 궁금해집니다.
참 억누르기 힘든 유혹(?)의 시간이 길어진다고 느끼던 순간… 덜컥!!!!
그토록 기다렸던 짜릿한 순간이 제게도 찾아옵니다.
겨우 체면치레(?)에 성공한 셈이었지만, 이 순간이 더 기뻤던 이유는 단지 한 마리의 광어를 잡았기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뭔가를 배우고, 그 배움대로 시도해서 적중되었을 때의 희열이 컸기 때문입니다.
곧 장마철이 시작되겠지만, 건강 유의하시고 좋은 날씨가 허락될 때는 또 맘껏 바다를 즐기시는 날들 되시길 빕니다.^^*
인천이 나오면 격비도에서도 나오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