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속의 빈손을 만지작 거리는 날
어께에 걸린 겨울옷이
더욱 헐렁해지는 저녁입니다.
몇 마리의 쥐포와
소주 한 잔이 생각나고
친구의 희끗한 머리칼이
보고 싶습니다.
술잔은 나무 탁자 위에 있어야 좋겠고
창가에는
김오르는 국물도 있었으면 좋겟습니다.
낮은 천정 아래로 일력이 펄럭이고
한 라듸오의 칙칙거리는 잡음 사이로
간간이 노래소리 흘렀으면 좋겠습니다.
나무 젖가락이 떨어진 바닥으로는
태엽 풀린 시계마냥 멎어진
내 젊은 시절의 사랑도
아직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계절에 마음보다 따뜻한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습니다.
가로등 밑으로 스며드는
참 그리운 저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