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알려주세요 배낚시

아무리 겨울 날씨 이긴 하지만 요즘 연일 일기가 좋지 않다보니 어부지리가 너무 한산한거 같아 허접한 조행기 한번 올립니다.

지난 연말 나라 경제가 몹시 흔들려 유난히 목이 서늘해 노심초사 하던중 크리스마스날(2008,12,25) 잠시 짬을 내어 감포항으로 열기 낚시를 갔을때 얘기 입니다.

연말에 명퇴를하고 지금은 백수가 되었지만 암튼 그때까진 목이 붙어 있어서 경북 북부지방의 한 도시에서 근무중이 였는데 같이 근무하는 부하 직원을 데리고 새벽 3시30분에 출발을 했지요. 그리고 네비게이션 조정을 해주고 운전을 부탁한 후 시트를 약간 눕히고 잠을 청했습니다.

회사 분위기가 여의치 않아 연일 소주병 속에 빠져 살기도 했고, 또 늘 출조 전날은 초등학교 때 소풍가기 전날처럼 잠을 설쳐서 굉장히 피곤한 상태여서 감포까지 2시간 30분은 잠을 자려고 생각을 했거든요. 암튼 잠결에 언뜻언뜻 보니 차는 중부 고속도로를 지나 경부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건천 휴게소에 들리 더군요. 전 아직 졸려서 그냥 잠을 잘테니 알아서 쉬다 가라고 이르고는 다시 잠을 청했습니다.

잠시후 다시출발하는 가싶더니 2키로 앞에 경주 나들목에서 우측으로 나가라는 네비게이션 소리를 어렴풋이 들으며 다시 잠깐 깜빡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십여분후 살짝 깨어났는데 주행속도가 여전히 고속인거 같아 정신을 차리고 밖을 내다보니 여전히 경부 고속도로를 열심히 달리고 있더군요. 왜 경주 나들목으로 나가지 않았느냐 물으니 아직 지나치지 않았다고 하는데..... 제느낌은 벌써 이삼십키로는 지나친거 같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도로 표지판에 서울산 나들목 전방 몇키로하는걸 보고 사태를 확실히 알수가 있었습니다. 그친구도 좀 피곤해서 졸면서 운전을 했던 모양입니다. 하필이면 경주 나들목을 지나던 순간에.......선장이 요구했던 도착 희망 시간은 6시인데 서울산인가 언양나들목을 나가서 회차할때 시간은 이미 5시20분, 감포까지 40분만에 도착은 너무 무리 였습니다. 그래서 성질 급한 제가 핸들을 잡고는 왕년에 사하라 사막을 달리던 실력을 발휘 했습니다.

다시 경주 나들목을 나와 보문 관광단지를 지나 감포에 도착하니 정각 6시 낚시점에들려 채비를 준비하고 승선명부 작성하고 부두에 정박한 배에 가보니 이미 꾼들이 많이 와 있더군요. 그래도 그중에 편안한 자리를 잡아 보려고 직원 한테는 50쿨러에 보조백 담은거 가져오라 시키고 저 먼저 인터라인 열기대에 전동릴 부착한것 두대를 한손에 들고 또다를 손에는 팽창식 구명복이랑 방한모 들고 배를 향했습니다.

전에 몇차례 타본 배라 낯설지 않았지만 그날따라 간조 시간 이엇는지 평소보다 60센티 정도 밑으로 내려가 있더군요. 참고로 감포항은 인천남항이나 연안부두처럼 정박시설이 바다에 떠 있는것이 아니라 육상에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부두와 해수면의 높이가 수시로 변하는 곳이죠.

그래도 선수쪽은 많이 돌출되어 있어서 부두에서 건너뛰기에 무리가 없는듯하여 폴짝 건너뛰는 찰라에 살짝 미끄러지면서 균형을 잃고 배하고 부두 사이의 틈으로 떨어졌습니다. 십여년 바다에 다니면서 어쩌다 물에 빠지는 사람을 보기는 했지만 제가 빠지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는데...........바로 제가 그일을 당하고 있더군요. 밑으로 가라 않는 시간은 왜그리 긴지 몇번인가 꿀꺽 꿀꺽 지저분한 바닷물을 삼키는 와중에도 얼른 바닥에 닿으면 발로 박차고 위로 올라 가야겠다고 준비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바닥에 닿기도 전에 시나브로 떠올라 지더군요. 숨을 쉴수있기에 정신을 가다듬고 눈을 떠보니 부둣가에 늘어진 완충용 폐타이어가 있어 붙잡았습니다.

아 그런데 그 와중에도 한손에 전동릴 장착한 낚싯대 두대 그리고 또 한손엔 팽창식 구명동의가 그대로 들려져 있더군요. 아마 저세상에 가더라도 낚시 만은 계속 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부두에서 안절부절하는 직원한테 손에든 물건 차례로 건네주고 하는 와중에 주변에 많은 낚시꾼은 그냥 구경꾼일 뿐 전혀 도와줄 생각을 안하더군요. 다행히 승선명부 접수한 선장이 나타나 끌어 올려지곤 한동안 정신을 수습 하였습니다.

자 이젠 어쩌나.....낚시를 포기하고 철수를 해야지......생각 하다가 갑자기 오기가 생기더군요. 새벽부터 겪은 여러가지 사연 때문인지 그냥 포기 하는게 싫어져 선장한테 옷가지를 빌려 갈아 입고 출조 준비를 했습니다.그런데 워낙 배가 나와(뚱띵이) 바지는 도저히 안맞아서 젖은대로 두고 상의만 갈아 입고 낚시를 나갔습니다. 천만 다행으로 날씨는 별로 춥지 않아서 오후 두시경 회항 할때 쯤엔 온통 젖었던 옷도 몸도 거의 말랐고 조황도 비교적 양호했고 하지만 돌이켜 보건대 그순간 제가 반성을 해야할 일이 너무나 많더군요.

-. 내려오는 길엔 왜그리 잠만 자고 길은 알려주지 않았는지.........
-. 길을 잘못들어 시간이 없으면 순순히 포기하면 될걸 왜그리 난폭 운전을 했는지...
-. 겨울날씨가 아무리 포근하다 해도 여기저기 서리가 내려 미끄럽다는 걸 왜 간과 했는지.....
-. 하늘위에 계신분이 또다시 살려주셨는데 감사 인사도 제대로 안하고...........
-. 경고를 받았으면 겸손하게 수용하고 집으로 돌아가야지 그 와중에 무신 낚시질을.....

        생각하면 반성할게 더 많지만 부끄러워 이정도만 하겠습니다. 이제 저도 육학년이 되었으니 급한 성격 좀 고치고 늘 양보하고 살면서 하늘위에 계신분이 제게 여러차례 베풀어주신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도록해야 하겠습니다.........

Comment '7'
  • profile
    민평기 2009.01.15 16:23
    반성(?)이라고 언급하신 두번째 일은 많은 분이 경험하지 않으셨을까 생각합니다.
    저 역시 늦었을 때 마구 달린 적이 몇 번 있고, 그때마다 후회 했습니다.
    아차하면 돌이킬 수 없는 사고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경우지요.

    신뢰, 낚시 하고픈 마음, 약속, 비용 등 여러가지 손실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그 어느 것이 안전보다 우선 순위에 있을 수 있겠습니까!

    물에 빠진 경험... 다행히 별 탈 없이 수습되어서 참 다행이네요.
    그리고 그런 상황에 낚시인이라면 거의 출조 했을 것 같은데요^^

    연말에 큰 신상 변화가 있으셨네요.
    이제는 지난해 일이지요. 마무리 잘 되시고,
    바뀐 올 한 해는 새롭게 좋은 일 많이 생기시길 바랍니다...
  • ?
    도깨비 2009.01.15 17:31
    아마도 올해 액땜을 미리하신거 같습니다...그덕에 앞으로 올한해 낚시는 대박하시리라 믿고,다시금 우리 낚시인들에게 경각심을 일개워주셔서 저스스로도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왜그리도 선박 앞에만 가면 마음이 조급해지는지...당장 낼저녁도 어은돌로 낚수를 가지만 다시금 일깨워주신글로 조심히 다녀와야겠습니다...
  • ?
    콜롬보 2009.01.15 18:17
    선상낚시갈때 최고로 위험할때가 바로 배에 오르고 내릴때죠...천만다행으로 다시 낚시할수 있는상황이었으니 다행입니다
    그액땜이 올해는 대박으로 이어져야죠..
  • ?
    감성킬러 2009.01.15 18:25
    늘 조심하라는 말씀 깊이 새겨야 할 것 같습니다.
    낚시인의 마음은 다 똑같은 모양입니다.
    낚시가기 전부터 출조일이 잡히면 소풍을 앞둔 초등학생의 마음이 됩니다.
    아주 어려서부터 할아버지께 배운 낚시인지라
    조력으로 따지자면 저도 만만치 않은데
    이 마음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변하지 않는군요.

    좋아서 하는 낚시인만큼 가장 행복해야할 순간인데
    왜 그렇게 욕심은 앞서는지...
    좋은 자리 잡기위해 전날부터 아이스박스 줄세우고.낚싯대 꽂아두고...
    행여 누군가 새치기라도 하는날엔 세상 끝난듯이 언성을 높이고...
    저도 반성할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네요.

    새해엔 아무쪼록 여유로운 마음으로
    낚시의 모든 즐거움을 만끽하는 사람이 되리라
    다짐해 봅니다.
  • ?
    백경 2009.01.15 19:48
    큰일날뻔 하셨어요,,,,,
    하지만 신년액땜 하셨네요,
    고기잡는 분들은그런걸보고 웃더라구요,,,,,,허허허,,,,,올해는 대풍이겠는걸,,,,,
    남은 물에빠져서 추워죽겠는데,,,,
    그런걸보구 맘은놓이지만 자주그러면 안되겠죠,,,
    그리고 가끔그런걸봅니다,,,,,신경쓰지마시길,,,,,,,
  • ?
    허준 2009.01.15 21:33
    주님!감사합니다.아멘
    반면교사입니다.우리라고다른것하나도없는데...
    앞으로좀더낳은생활이시라생각하며사랑과행복이가득하시길바람니다.
  • profile
    블루 2009.01.16 15:24
    겪으셨던 일이 누구나 경험할수 있는 내용이네요.
    큰 화는 면하셨으니 좋은 일만 생기실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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